가벼운 오후 - 사십편시선 39

가벼운 오후 - 사십편시선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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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누구나 한 번쯤은 젊은 날 시인을 꿈꾼 적이 있을 것이다.
청춘의 푸른 꿈을 옷장 깊숙이 넣어 둔 채 어느덧 굵어진 주름살을 마주한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시인의 꿈을 이룬 늦깍이 시인이 있다.
이학우 시인.
"시심을 잃지 않고 살아온 그의 내면에 숙연해진다."
"그의 내면에 살아 있는 시의 촉수가 느껴진다."
"비 내리는 마당에 떠다니는 물방울이 터지는 것을 보고도 웃는 사람"
늦깍이 시인의 시집에 추천의 글을 쓴 조재도 시인의 말이다.

그는 국어 선생님이다.
어느새 내년(2024년)에 정년을 앞두고 있지만
시인이 된 것도 늦깎이였듯, 선생님이 된 것도 늦깎이였다.
왜일까?
외면하기 어려운 시절을 만났기 때문이었을까?
더 깊어지기 위한 수행의 과정이었을까?
‘시국 관련 미임용자 임용특별법’으로
2002년에서야 대천여고에 첫 발령을 받아 늦깎이로 교단에 섰다.

"그쳤던 비가 / 어린 모 간지럽히듯 / 가볍게 다시 내"리던
어느 봄날 오후,
"비 그치고 / 능선 기어오르는 산안개 자욱하게 필 무렵"
시인은
비 맞으며 마실 길 나가는 민달팽이를 만난다.
천천히 기어가는 민달팽이 모습에
시인을 투영시킨 표제시
〈가벼운 오후〉다.

"생을 달리한 슬픔도
헤어짐의 아픔도
얼굴 달아오르게 하는 부끄러움도
별스럽지 않은
비가 온다 할 수도
그쳤다 할 수도 없는
가벼운 오후
민달팽이 비 맞으며 마실 길 나선
그런 오후다"(표제시, 〈가벼운 오후〉 중에서)

슬픔도, 아픔도, 부끄러움도
별스럽지 않을 나이에 든
시인의 삶이 어떠했을지,
늦깎이일 수밖에 없었던 삶의 내면이 느껴진다.

“이냥 살다 저냥 살다 늙어
이가 빠져
바람 새는 소리 나고
금이 가고
깨어져서 사금파리 되어
어린 것들 소꿉놀이 감으로 쓰일지언정
후회 없다 하겠네”(〈질그릇〉 중에서)

"반들반들 윤이 나고/꽃이나 새 문양 새겨"진
"모양 예쁜" 그릇은 아니지만
"내가 누구인 줄도 모르는/주체 없고 싶지는 않"은 시인의 내면은
질그릇에도 투영되어 있다.
"어린 것들 소꿉놀이 감으로 쓰일지언정 후회 없다”고 하지만
되려 그렇게 쓰이길 바라는 게 시인의 내면 아닐까.

환갑을 넘은 나이
늦깎이 시인의 용기를 낸 이학우 시인.
시심을 잃지 않고 시의 뿌리를 간직해 온
시인의 시 75편
늦더라도 천천히 깊게 그리고 가볍게
아니 되려 느릿느릿하게 걷는 민달팽이 같은
시편들을 만나는 오늘은
참 깊어 가벼운 오후다.
저자

이학우

서울에서태어났다.공주사범대학독일어교육과에입학후〈율문학회〉,〈한누리문학회〉동인으로활동했다.대학졸업후건양대학교대학원에서석사학위(영어교육학)를받았다.‘시국관련미임용자임용특별법’으로2002년대천여고에첫발령을받아늦깎이로교단에섰다.현재금산고등학교에재직하고있으며,2024년2월에정년퇴임을앞두고있다.

목차


1부
가벼운오후
풍경(風磬)
샘골연가(戀歌)
부모님전상서
막내아들전하서(下書)
연(鳶)
고구마와대나무지팡이의상관관계
다음이야기
실내화
질그릇
실반지
용인가는길
외출전에
작별인사
반달
마음의무게
그여자1
그여자2
그여자3
그여자4
그여자5
그여자6
잠시바람이되어
공주산성을돌며
느린엽서
민영주
효자손과구둣주걱

2부
금낭화
감꽃
감자꽃
찔레꽃1
찔레꽃2
찔레꽃3
6월의숲
패랭이꽃1
패랭이꽃2
패랭이꽃3
패랭이꽃4
패랭이꽃5
상사화
담쟁이
도깨비풀
초생지(草生地)Ⅰ
초생지(草生地)Ⅱ
바늘꽃

3부
나무의시Ⅰ
나무의시Ⅱ
나무의시Ⅲ
나무의시Ⅳ
너는이렇게말했다
건너봐야,넘어봐야
연어의변(辯)
새벽을기다리며Ⅰ
정영상
세한도1
세한도2
세한도3
도대불
아버지의애국
오늘
가장시적인답과오답
민성기선생님
금강Ⅰ
금강Ⅱ
오이도소금밭
동행을위한노래
자화상
지구별에게

4부
대화(對話)
천붕(天崩)
가지많은나무바람잘날없노라
향교에들다
무너진아우의꿈
귀향
결혼

출판사 서평

추천사

이학우시인의시를읽는내내한가지떠나지않고맴도는상념이있었다.그것은도대체시의뿌리(?)혹은시심(詩心)이란무엇인가하는거였다.왜냐면이학우시인과나는대학선후배사이이고같은문학회동인으로활동하기는하였으나,졸업후각자사는삶이달랐고,더욱이그가시를계속쓴다는말을전혀듣지못해서였다.가끔작고한정영상시인추모자리에서만나긴했지만,그때에도나는그가시를쓰느냐고묻지도않았고,또쓸거라고생각지도않았다.그런그가시집을내겠다며원고파일을보내온것이다.대학졸업후처음있는일이니거의40여년만이다.그동안그의마음깊숙이시의맥이말라비틀어지지않고흘렀던가?시의뿌리가남아있었던가?환갑이넘은나이에내는이첫시집을무어라이름할수있나?

축하하기이전에시심을잃지않고살아온그의내면에숙연해진다.그런데시집원고를찬찬히읽어보니,알겠구나,그의내면에살아있는시의촉수를!그는비내리는마당에떠다니는물방울이터지는것을보고도웃는사람이며,“이냥살다저냥살다늙어/이가빠져/바람새는소리나고/금이가고/깨어져서사금파리되어/어린것들소꿉놀이감으로쓰일지언정/후회없다하겠네(「질그릇」)”할정도로심성이부드럽고넉넉한사람이다.그럼그렇지.괜히이학우가시를쓴게아니었다.이같은순정하고질박한마음바탕을잃지않았기에속으로만흐르던시샘의줄기가끊이지않고흐르다어느날이렇게밖으로툭터져솟아오른것이다.그러니축하할수밖에.시인과시모두에게.
-조재도(시인,아동청소년문학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