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고독사 한다 (박우현 시집)

나무도 고독사 한다 (박우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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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우현 시인의 이번 시집은 시인이 ‘시인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수록된 54편의 시가 비교적 “쉽게 읽히는” “비교적 짧은”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름 의미 있는 시”를 지향한다는 그의 시편들을 읽고 나서 가슴이 묵직해지는 것은, 앞선 두 시집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았다』와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에서 보여 준 생명에 대한 태도가 단순히 감상에 머물지 않고, 삶을 버티게 하는 태도로 확장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차미영은 “신작에서도 그 결이 이어지며 현실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단단해졌다”고 평하며, “사소한 존재들의 존재 이유를 밝힌 것이 이번 시집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한다.
쉽게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일상을 담아냈던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이후 12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는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절정이다 / 모든 나이는 꽃이다”라던 시인의 시 세계가 “하찮은 신체가 없듯이 하찮은 꽃도 없다”라는 선언으로 어떻게 더 깊어지고 확장되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매화꽃이 봄의 눈이라면
살구꽃이 봄의 귀라면
꽃다지는 봄의 손톱쯤 되랴
꽃마리는 봄의 발톱쯤 되랴
하찮은 신체가 없듯이
하찮은 꽃도 없다
사람의 꽃 아이들이야
어떻게 다 말로 할 수 있으리

봄이 오는 길섶에서
눈물꽃 정인이 보고 싶구나
연두의 정인이 보고 싶구나
봄의 손 잡고 걸어오는 정인이 보고 싶구나

그즈음 어느 산기슭
정인이 쏙 닮은 봄맞이꽃 하나
피 - 어 - 나 - 고 있다
-  「정인(2019. 6. 10~2020. 10. 13)에게」 전문
저자

박우현

대구에서 태어나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하다.
2008년 『녹색평론』 『사람의 문학』 『시에』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다.
시집으로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등이 있다.

목차

1부 | 봄이 오는 길섶에서

정인에게
모감주나무
아쪼그리
여든
앞집 사람
나의 첫
trouble maker
사마르칸트의 처용
삼인행
내가 좋아하는 여자
길고양이처럼
여차에서
센티멘탈리스트
벨 에포크

2부 | 모든 고독사는 심연이다

나무도 고독사 한다
달개비꽃
도토리거위벌레
겨울숲
앞산 능선 한 자락
능소화 질 때
자귀나무
대명 유수지에서
청설모에게
끼어들기
신불산에서
행로
감 연가
어쩌다 그 때 그곳에 바람이 불었을까


3부 | 어떤

어떤 사랑
어떤 품격
어떤 쓸모
어떤 사과
어떤 민원
어떤 산
어떤 꿈
어떤 질문
어떤 만남
어떤 시간
어떤 가을날
어떤 나라
어떤 직업


4부 | 얼마나 운이 좋은가

지구를 웃게 하는 한 방법
발랄한 공
기다림을 맛보다
기대에 대하여
그해 폭염
집
지도를 위하여
탑과 돌
예순에 대하여
계란 후라이 하나
우체국 가는 길
일기에 대하여
얼마나 운이 좋은가

발문 | 시인은 센티멘탈 밸류를 사랑하는 사람_차미영(문학평론가,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