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두번째매거진《B》입니다.
현대사회에서인간은늘뭔가에길들여집니다.나를규정하는일과가족,사회에서의신분은물론새로운세대와그들로부터탄생한새로운문화,새로운기술에적응합니다.이러한일련의과정을'살아남기위한것'이라여기면서요.우리가늘흠모해온(대)도시에서의삶이란대체로이렇습니다.편의나효율처럼대부분의사람이미덕이라여기는개념마저도시의성질에맞춰형성된것입니다.이처럼도시는수세기에걸쳐사람을길들여왔고,사람을길들이기위해이상과꿈을팔아왔습니다.하지만애석하게도도시는길들이되뭔가에대해묻지않습니다.멈추지말고계속나아가라고만하죠.질문이없는삶은생존에불과합니다.살아있다는것은매순간스스로에게질문하는것이니까요.나라는인간은누구인지,왜삶을계속하는지.
2019년의마지막이슈로소개하는발리는그런질문을가능케하는곳으로알려져있습니다.답을찾으러떠났다가답을구하고돌아왔다는'간증'이호텔평점이나맛집후기만큼흔합니다.호기심에짧은여행을떠났다가아예정착했다는경험담도숱합니다.인도네시아에속한1만여개의섬중하나인대중적휴양지발리가종교와도같이소비되는것은꽤흥미로운현상입니다.여기에일종의'영적경험'을누리도록하면서도세상과단절되지않는생산적에너지를품고있다는점은세계에서유일하다고봐도과언이아닙니다.서핑과요가의대표적성지로발달한것역시발리의이러한특별함을증명합니다.대부분의육체적활동이몸과정신상태를끌어올리고개선하는데목적을두지만,요가와서핑은그렇지않습니다.서핑은바다와마주하면서나를내려놓는법을배우고,요가는더욱본격적으로나라는껍질을벗겨내는과정에몰입합니다.
발리에서서핑과요가문화가꽃피우고투어리즘이상의문화가생겨난것이단지천혜의자연환경때문만은아닐겁니다.발리곳곳을취재하며만난사람대부분이발리인특유의포용성을언급했다는것은주목할만한지점입니다.포용성은좋은도시가갖춰야할기본덕목으로꼽힙니다.저희가그간도시이슈로소개한베를린과포틀랜드,방콕도포용성을통해재능있는사람들을불러모았죠.발리는그중에서도포용성이가장높은곳이라할있습니다.누구나자유롭게머물다자유롭게떠나고,2년이상산사람과2주동안머무는사람이자연스럽게어우러집니다.발리에잠시머물고있는누군가는발리를"언제든돌아갈수있는집"이라표현할정도입니다.
이방인이홈그라운드처럼타지를누빌수있다는것은국가의관광산업지원정책으로만들수있는것이아닙니다.때문에발리는대체불가능한'목적지'로많은사람의'특별한'지지를받습니다.또하나,포용성과함께발리와발리인을가장잘설명하는키워드로꼽는것은'균형'입니다.여기서균형이란외부자극에유연하게대응하면서자신의것을지킬줄아는감각을뜻합니다.그감각은나에게온전히집중하는힘을기른사람만이누릴수있죠.발리사람들은불가항력에속하는자연과종교적영향으로스스로에게집중하는것에훈련되어있습니다.오로지외부자극이이끄는방향에만집중하던도시인이발리에서새로움을느끼는것은바로이러한부분입니다.나의몸과마음을어떠한방향성도없는영점(零點)으로되돌리면서도리어무게중심을되찾는것이죠.매거진《B》가인터뷰로만난어느디지털노매드의말은이균형의상태를잘설명합니다."삶의형태를스스로정하고싶어하는다소반항적인사람들이주로발리를찾습니다.(중략)그리고내가하고싶은어떤것이든꽤할수있다는걸깨닫게되죠."
-편집장박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