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그리우스의기도와묵상』에는예나지금이나사람들이즐겨읽는세편의글을담았다.『프락티코스』,『기도』,『수도사들에대한권면』.수도사들이금욕적이고실천적인삶을어떻게시작할것인가,하나님과교통하는정신과영혼의호흡이란기도를어떻게드릴것인가,프락티케에서자연에대한묵상을통해성삼위일체에대한지식에이르는길을수도사들이어떻게살아갈것인가를글을읽으면서따라가도록순서를정했다.
프락티코스
『프락티코스』는영적인삶을추구하는데있어출발점인실천적삶을100개의구절로다룬작품이다.여기서실천이란악한생각,즉마귀들과전투를벌이는것을의미하는데,에바그리우스는8가지의주요한악한생각을분석하고영적이고실천적인훈련을통해그것들을없애기위한현명한조언을제공한다.
『기도』를비롯한그의다른책에서도등장하지만,이책에서중요한자리를차지하는개념이아파테이아이다.아파테이아(apatheia)는영혼의욕망적인부분을정결하게하고,궁극적인지식에도달하기전에필요한마음이동요하지않는상태,혹은무정념을의미한다.아파테이아는정신을잠잠하게해주면서우리에게기도할힘을더해주고,고독과침묵속에서마귀들과싸우고유혹과정욕을극복하는삶으로전환하게해준다.아파테이아는육신과함께거하는영혼속에있는욕정을누그러뜨리고하나님에대한진정한사랑을가능하게만들고,이런사랑에의해수도사가참된지식에이를수있게해준다.
이책은원래『프락티코스』(Praktikos),『그노스티코스』(Gnostikos),『케팔라이아그노스티카』(KephalaiaGnostica)라는세권으로묶여구성된책중에서제일첫번째에해당한다.100개구절로이루어진『프락티코스』는프락티케를우선적으로다루었고,50개로이루어진『그노스티코스』(그중30개가그리스어+시리아어)는프락티케와『케팔라이아그노스티카』에등장한다양한지식을연결하는매개적인역할을하고있다.세번째책인『케팔라이아그노스티카』는세권중에가장길고가장난해한작품(75개정도가그리스어+나머지전체는시리아어)이다.에바그리우스의신학적연구는주로이작품에기초하고있는데,이책은삼위일체의지식에앞서는온갖종류의지식을다루고있다.
기도
153개의구절로이루어진『기도』는에바그리우스의가장중요한작품중의하나이다.그는기도를‘어떠한매개체도없이…정신과영혼이하나님과의교통하는것’(3)이라정의하면서,기도에대해설명했다.52장에서그는“기도하는상태는전혀아무런흔들림이없는고요한습관이며,이는지혜를향한영혼을최상의숭고한사랑으로서지성의높은단계로오르게해주는것”으로표현했다.에바그리우스는『기도』에서기도를규정하고우리가순수하고진실된기도를어떻게드릴것인지,그리고참되고순수한기도를방해하는세력이무엇인지를이야기했다.여기서순수한기도란기도하는사람의마음을파고들어교란하는과거의기억을하나님의임재안에서벗어버리는것이다.이러한기도는또한비물질적이고영적인삼위일체하나님과직접교류하기위해하나님에대하여적절치않은모든이미지와표상과형상을정신안에서제거하는것이다.
‘제거’나‘벗어버림’같은부정적인것들에대한청결과함께기도는하나님과의정신적소통이다.기도는“정신이하나님께로올라가는것”(35)이다.기도는영적으로하나님을아는것이고,하나님과직접접촉하는것이다.그리스도를통해영혼안에서진실로기도하는사람은피조물에대한지식을뛰어넘어하나님에대한영적인지식에도달할수있다.그런상태에서진실로기도하는자가신학자(theologos)라불리는것도전혀이상한것이아니다(60).피조물과마귀들의교란작전에의해산만하지않은진실한기도야말로가장높은정신활동(83)이요,지성의최고활동으로영적수행의가장높은목표이다.또한이러한상태에서우리는순수한정신을발견하고유지할수있다.순수한정신을발견하고참된기도의상태에도달한사람은마치천사의상태와같다(113).
수도사들에대한권면
이책의제목이분명하게보여주듯이『수도사들에대한권면』은금욕적이고실천적인삶을추구하는수도사들에게주는실제적인조언이자권면이다.137개의금언록으로이루어진이작품은다른책들에비해구절들이훨씬더간결하고압축적이고구성상의밀도가가장높다.이책은성경의지혜문학중에잠언을본따수도사의영적인여정전체를성경적언어를사용해시적인이미지로그려내었다.동시에이책은우리가위에서논의한아파테이아와기도의개념을에바그리우스의영성체제의전체적맥락에서포괄적으로논의한다.그래서여덟가지악에대한추가적인적절한해석,그리고기도와영적인고양에대한관계도이책에서잘다루고있다.마치세상을다산아버지가열정하나로이제막수도사의삶을시작한사람에게손을잡고이끄듯이수도사의삶의여러모습을안내하고있다.이책의마지막구절은그의신학에서공통적으로등장하는구절로마무리한다.
“세상에대한명상은마음을넓히고섭리와심판의지혜는마음을고양시킨다.영적인것들에대한지식은마음을고양시키고,그마음을거룩한삼위일체앞에놓아준다(135-136).”
어떻게읽을것인가?
에바그리우스의글은주제와대상이다르더라도,그의핵심적인가르침의주제들은곳곳에분명하게드러나있다.에바그리우스는자신의저작에서영적인삶과진보,정신과영혼이본질적으로추구할주제,기도와영성의본질,그리고수도사들을위한실제적인가르침과교훈을보여주였다.
그의사상은오리게누스와갑바도기아신학자들의체계적이고지적인신학적이해와이집트사막에서의풍부한영적체험과실천적전통을하나로묶어주었다.그의글이짧고압축적이고함축적이지만,우리는그의사상과삶전체를관통하는내적인논리를어렵지않게파악할수있다.또한시공간을넘어동-서방의모든기독교인에게던지는깊은영적통찰력과인간에대한심리적이고인류학적이해에기반한전인적인영성의깊이를맛볼수있다.이제우리가이런글을어떤마음으로,어떻게읽어나갈것인지살펴보면서이글을마무리하려한다.
첫째,이책에서제기된질문과도전을우리가여전히마음에간직하고살아가려고하면어떨까?기독교신앙의진정한영성의의미,즉구원의길과새로운삶을추구하는것은무엇일까?어떻게사악한마귀들이사방에서우리를노리고있는현실의삶에서출발해하나님의존재자체와삼위일체하나님에대한지식을묵상하고시편을노래하는고상한단계까지이를수있을까?참된기도와묵상이란무엇일까?일상의삶에서기도의의미를깨닫고,신앙과삶과인격을변화시켜,하나님을아는참된지식에이르는방법은무엇일까?욕정과초연함,마귀의계교와덕의수련,세속적인삶과천상의삶을어떻게구별할수있을까?우리가어떻게수도사로서의실천적학문에서사물에대한깊은명상을거쳐참하나님이신천상의존재자체를묵상하는영적지식의단계까지나아갈까?이모든것을깨닫고지키고실천하기위해우리는어떤삶을살아야할까?이런질문은오늘이시대에여전히물어야할질문이고,에바그리우스의글들을통해우리가새로운이해와실천의단초를찾을수있을것이다.
둘째,에바그리우스의영적인가르침은빈번하게마귀의활동과연결되어있다는점을주목해보자.마귀혹은악한생각에대한에바그리우스의생각은『프락티코스』의중심주제인‘여덟개의유혹하는생각들’에잘나타나있다.또한『기도』에서는수도사가순수한기도에도달하는것을악한마귀가어떻게든모든수단을써서방해하려는모습이자주등장한다.사막의수도원학교의창시자중의한사람인성안토니우스(StAnthonius)도가르쳤듯이,수도사들의영적인삶과투쟁은마귀에대한투쟁과전쟁으로자주묘사되었다.에바그리우스는심지어마귀가우주의기원과전개과정에서실제적인위치와영향력을가진존재로그렸다.흥미롭게도에바그리우스는마귀를경험적이고심리학적인방법으로묘사했다.예를들어그는인간이겪는심리적,윤리적,정신적,영적인이탈과혼란을삶을방해하는마귀의공격으로분석하였다.『안토니우스의생애』에서도볼수있듯이,악과덕의본질및역할에대한심리적분석은수도사들의삶과영성을이해하는데큰도움을준다.예를들어“유혹하는생각”과“악마,혹은마귀”는거의동의어로쓰였다.악마는영혼을공격할때그안에욕정으로가득찬환상이나이미지들을불러일으키고,부정적인에너지를발생시켜사람이화를내고두려움에잡혀공격적인성격을발산하게만든다.마귀의공격과방해를물리치기위해수도사는그리스도의도움을간구하고,동시에마귀들의특징을관찰하고분별해이에맞설덕을기르고,마음의평정을되찾아야한다.마귀의본질과역할에대한이해는자연스럽게덕목을규정하는데크게도움을준다.
셋째,이집트사막의수도자요,성자로살았던에바그리우스의작품을통해우리는수도사와수도원문화가막꽃피기시작한이집트수도자들의영성을이해할수있다.당시이집트의수도원은은둔형과공동체형이혼합되어있었다.에바그리우스가살았던켈리아의수도원도공동체성을띤은둔형수도원이었다.각수도사는넓은곳에흩어져서진흙벽돌로만든작은거처에살면서,삶과금욕적수도생활에꼭필요한부분만을같이나누는일종의수도사마을을형성했다.개별적인수도생활이중요하게보장되었지만,수도원마을과같은넓은개념에서상급자와하급자,또는수도사사이의관계는여전히중요했다.아버지수도사에해당하는‘아바’(abba)는각지역의제자들에게영적인가르침을베풀었다.또한주일과절기같은특정한날에는공동의예배나식사를했다.그리고성경과삶을통한영적인가르침을나누고가르쳤다.평일에는각자자신의거처에머물면서아주적은양의빵으로식사를하거나밧줄이나바구니를만들며노동을하여생계를유지하고,그리고기도와묵상에전념했다.에바그리우스역시자신이금욕적수행생활을했을뿐만아니라,방문객들과제자들에게성경을가르치고글을썼다.그리고머지않아여러지역에서온순례자들의중심적순례코스가되어버린이곳에서많은사람을권면하고가르쳤다.바로이러한삶을살았던수도사의풋풋한영성,기도,절제,정신,고요함,아파테이아의삶,영혼의완성을위한끝없는금욕적실천을에바그리우스의책에서우리는맛볼수있다.
넷째,고대이집트사막에서울려퍼진금욕주의적성자들의영적가르침은각종SNS와영상매체와AI가활용되는오늘날우리에게어떤의미를던져줄수있을까?세월이아무리흐른다고해서,끊임없이변화되는문화와현대적인삶의양태가신앙의핵심요소인기도와묵상을비롯한금욕적수도생활의중요성마저바꿀수는없을것이다.
에바그리우스는우리시대에비해세속적인삶과좀더분명하게분리되고엄격한금욕적인삶을살았다.에바그리우스가살았던4세기수도사들의영성은당대기독교신학,정치와문화를비롯한사회·종교적상황과맞물려등장했다.그러나짧지만강력한에바그리우스의가르침들은현대기독교인의삶과영성의진실한본질을진지하게성찰하게만든다.기도와묵상의수행과정이나단순한결과보다는기도와묵상자체가갖는본질을추구했던에바그리우스의삶과영성은프로그램과큰숫자로표현되는결과에연연해하는오늘날기독교인들에게적지않은도전을준다.특별히일시적인구원과기도체험을자랑하면서도개인과공동체의삶에서인격적이고윤리적인열매를맺지못하는현대기독교인들에게는더큰도전을제시한다.본질에대한추구,삶과정신과영혼의아파테이아에대한추구,하나님에대한부차적으로덧붙여진것이아니라그분자체를보려는진지한자세,그리고참된영적지식을얻어가는과정에서탄탄한지적이론과엄격한실천적영성의조합에대한고민은에바그리우스가오늘날우리에게남긴교훈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