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밥상 (공지영 에세이)

시인의 밥상 (공지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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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다시 지리산으로 걸음을 옮긴 공지영 작가의 신작 에세이.
누구나 그렇듯, 외로움에 목이 메어왔던 밥상이 있었고, 불구덩이처럼 힘겨웠던 밥상이 있었을 것이다. 공지영 작가의 신작 에세이 『시인의 밥상』은 《지리산 행복학교》이후 지리산으로의 발걸음을 끊었던 저자가 다시 매달 그곳으로 가 박남준 시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고 그 밥상 위에서 나누던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지리산까지 가서 시인의 밥상을 받기로 한 작가의 결정은 잘한 것이었을까? 작가를 맞았던 건 어떤 밥상이었을까?

이 책에는 시인이 차려내는 소박하고도 따뜻한 엄마의 보드라운 손길 같은 스물네 가지 음식과 그 음식을 맛보며 써낸 작가의 담백하면서도 슴슴한 글이 담겨있다. 음식도 그걸 만든 사람의 성정을 닮듯, 우리는 시인의 음식과 작가의 글에서 무언가 다른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그건 노골적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섬세한 이들에게만 선물처럼 주어지는 구수하고 뭉근한 사람 냄새다. 소박하고 욕심 없는 사람들이 풍기는 냄새다.
시인의 따뜻한 밥상을 통해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깊게 나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일깨워주는 이 책은 이 거대한 도시에서 누군가를 눈물 나게 하는 건 결국 소박함이라는 것, 결핍을 경험하지 못한 채움에는 기쁨이 없다는 것,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이 참 즐거운 일임을 깨닫게 한다.
저자

공지영

저자공지영은1988년계간〈창작과비평〉가을호에단편〈동트는새벽〉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1989년첫장편《더이상아름다운방황은없다》를출간했다.주요작품으로장편소설《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고등어》《봉순이언니》《착한여자1,2》《우리들의행복한시간》《즐거운나의집》《도가니》《높고푸른사다리》등이있고,소설집《인간에대한예의》《존재는눈물을흘린다》《별들의들판》,산문집《상처없는영혼》《빗방울처럼나는혼자였다》《네가어떤삶을살든나는너를응원할것이다》《아주가벼운깃털하나》《공지영의지리산행복학교》《공지영의수도원기행1,2》《딸에게주는레시피》,르포르타주《의자놀이》등이있다.21세기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오영수문학상,엠네스티언론상특별상,한국가톨릭문학상,이상문학상등을받았다.

목차

1부엄마의따뜻한손길같은것
식물성밥상이가르쳐주는인생의원리ㆍ품위있는호박찜과호박국
일곱달차이두사내의동행ㆍ아삭아삭콩나물국밥
악양편지1ㆍ별을따서
후회는더사랑하지못하는데서온다ㆍ누구와도다른가지선
아픈날엄마의따뜻한손길같은것ㆍ복통마저잠재운갈치조림
악양편지2ㆍ무가들어가는()
너무나도궁금한은자씨ㆍ전주‘새벽강’의굴전
허접한것들가득한세상에서건져올린푸르른숭어ㆍ전주‘새벽강’의소합탕
악양편지3ㆍ꽃을보고힘을내서

2부지상의슬픈언어를잊는시간
지상의슬픈언어를잊고두귀가순해질시간ㆍ거제도J의볼락김장김치보쌈
흰눈은오시고임은아니오시고고양이는잠들러간밤에ㆍ두그릇뚝딱굴밥
악양편지4ㆍ만지면시든다네
진정한욕망과충족은어디서오는가ㆍ소박한신비로움애호박고지나물밥
사람에게는얼마만큼의사랑이필요할까ㆍ담백하고짭조름한유곽
악양편지5ㆍ반갑고궁금하다
달의뒷면은몰라도내뒷면은아는친구들ㆍ심원마을백여사의산나물밥상
신이어찌어여삐여기시지않으랴ㆍ심원마을백여사의능이석이밥
악양편지6ㆍ홍매화핀날녹두전

3부벚꽃흐드러진계절에삼킨봄
벚꽃과꽃게,아카시아와민어,보름달과간장게장,지금과여기ㆍJ와버들치시인의도다리쑥국
벚꽃흐드러진계곡에서봄을삼키다ㆍ곱디고운진달래화전
악양편지7ㆍ찬란하다
버들치시인입에서나온버들치는헤엄쳐갈수있을까ㆍ‘완전한봄맛’냉이무침
‘도사’마저감동시킨엄마표밥상ㆍ‘엄마의밥상’보리굴비
악양편지8ㆍ한창이다
살아있는모든것에대한최소한의예의ㆍ환성을부르는채소겉절이
소유가전부가아닌곳,욕망이다다른곳ㆍ절로입이벌어지는토마토장아찌
악양편지9ㆍ녹차만들기

4부시린가슴데우는별같은‘사람밥상’
흔들리며가는배,울면서도가는삶ㆍ마음을위로하는거문도항각구국
웃음의진실맛의진심ㆍ바다가와락해초비빔밥
악양편지10ㆍ나한테도대체왜그러느냐
단식,지극한혼자의시간ㆍ김장김치고명올린냉소면
그건사랑이었지ㆍ가죽나무판이만든오방색다식
악양편지11ㆍ너때문
우리는언어를얼마나배반하는가ㆍ식물성식감무안낙지
외로움을잊게한별같은‘사람밥상’ㆍ버들치표미역냉국과생감자셰이크
악양편지12ㆍ솔솔거리며찾아오는것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쓸쓸한당신에게드리는
소박한밥상하나,오래된생각하나

사람에게는얼마만큼의사랑이필요할까
공지영신작에세이,《시인의밥상》


“오늘나는찻물을우리고밥을말아서들기름에볶은김치랑단출히아침을먹는다.땅에뿌리박은모든것들은땅에서길어올린것들을도로내놓고땅으로돌아간다.세상에서제일강한사람은모든것을버린사람이다.세상에서제일무서운사람은아무것도욕심내지않는사람이다.그런의미에서나는이책을쓰는1년동안세상에서제일무서운사람들과함께했다.오늘새벽미사를다녀오는데바람이홀연차고,나뭇가지들에달린잎새들이올가을들어처음와드득와드득떨었다.깊은가을내나이……나쁘지않다.혹시오늘도혼자밥을먹는,모든쓸쓸하고서러운이들에게이책을바친다.”_작가의말에서

공지영작가의에세이《시인의밥상》이출간되었다.《지리산행복학교》이후지리산으로의발걸음을끊었던작가는다시매달그곳으로가박남준시인과함께음식을만들고밥상을차리고그밥상위에이런저런삶의이야기를더하여내놓는다.누구나그렇듯이외로움에목이메어왔던밥상이있었고,불구덩이처럼힘겨웠던밥상이있었을것이다.지리산까지가서시인의밥상을받기로한작가의결정은잘한것이었을까?작가를맞았던건어떤밥상이었을까?아마도그밥상은사람을살리는소박한밥상이었을것이다.그렇기에작가는한끼밥을위해지리산에서거제로,전주와거문도로,서울과평창으로그힘든길을다녔을것이고,가을과겨울,봄과여름의사계를그긴시간을지날수있었을것이다.
시인이차려내는소박하고도따뜻한엄마의보드라운손길같은스물네가지음식과그음식을맛보며써낸작가의담백하면서도슴슴한글은이책을읽는우리를한껏충만하게해준다.아니,참으로충분하게한다.음식도그걸만든사람의성정을닮듯이우리는시인의음식과작가의글에서무언가다른향기를맡을수있다.그건노골적이지않고드러나지않으나분명히존재하는섬세한이들에게만선물처럼주어지는구수하고뭉근한사람냄새다.소박하고욕심없는사람들이풍기는냄새다.‘내비도’교주최도사,착하고배려심깊은J,아그네스발차같은가수진진,사람의영혼까지찍는사진작가숯팁……언제나고마움보다더큰그리움을주는그들은모든쓸쓸하고서러운시간들을서로챙기며채운다.우리는《시인의밥상》을읽으며우리인생에서진정소중한것은무엇인지,깊게나이든다는것이무엇인지조금이나마알게될것이다.나이듦의아름다움을목격하고,나이와닮아갈것이다.밥상에마주앉은사람과함께.

우리에겐소박한밥상이필요하다

첫순을따버려야잘자라는호박처럼우리에겐고통,역경이런것들이필요하다고누누이써왔다고작가는말한다.하지만그런것들이우리를성숙하게는하겠지만,행복하게도사랑하게도할수있을까?고통과역경을지난우리에게필요한건소박한밥상이아닐는지.배가끊긴거문도에서먹었던바다가와락밀려드는거같았던해초비빔밥과지리산에서먹었던식물성그자체였던호박찜과호박국,깻잎을넣은밥과늙은오이무침,지리산해발750미터에있는심원마을에서맛보았던산나물밥상과능이석이밥,그리고밥상에앉아먹는차게만소면은작가에게어떤의미였을까?시인이들려주는,한사람은돈을받으라고하고한사람은돈을안받겠다며전주시내에서추격전을벌이던‘장뻘’식당주인아주머니와의이야기와2012년선거에서진다음날경남의한고등학교로강연을가야만했던그리고결국어린학생들앞에서두번이나엉엉울었다는시인의이야기는작가의무엇을건드렸을까?그건참선과기도와성토를지나찾아오는행복과같은성질의소박한행복이었을것이다.사랑하지못해서오는후회가아니라더사랑하지못하는데서오는행복한서글픔이었을것이다.평생더는없을,누구보다배부르게보냈을작가의이1년을따라걷다지쳐무심코밥상앞에앉았을때우리는저절로알게될것이다.좋은것이있으면나눈다는것,이거대한도시에서누군가를눈물나게하는건결국소박함이라는것,결핍을경험하지못한채움에는기쁨이없다는것,자기것을자기것이라고하고남의것을남의것이라고할줄아는용기가세상엔별로없다는것,그리고누군가와함께밥먹는게참즐거운일이라는것을.무엇보다,인생에서가장첫번째에꼽아야하는게사람이라는것도.

버려도되고,비워도되고,먹지않아도된다

“차비가없어도못오고,시간이없어도못오지.미워하는사람이있어서못오고,버리지못할게있어서못오지.우린그걸다넘어서서여기온사람들이야.”_본문중에서

“나는지리산에갈때마다삶이단순할수록얼마나풍요로운가를절감한다.그리고똑같은양으로내가얼마나아직도버리지못하는사람인가도말이다.”_본문중에서

따뜻하게잘지어진밥과푸짐히차린음식들밑에는우리의영혼이진짜보아야하는것들이놓여있다.그건바로시인과최도사의삶,즉지리산에서의삶이다.딱관값200만원만남기고다른모든걸기부하는시인과계절별로두어벌의옷만소유한채식은밥에장아찌하나로며칠을견디는최도사를보며“서울에서의내삶은배가고프기도전에무언가를먹는삶이었다”고“이나이에이르러이제나는안다.삶은실은많은허접한것으로가득차있다는것을.내남은생에소망이있다면그중무엇이허접하지않은지식별할눈을얻는것인데,여기새벽강에앉아두런두런이야기를나누며나는그중몇개를건져올리는기분이었다.그것들은살아푸르른숭어같았다”하고말하는작가의고백앞에서우리는깨닫게된다.지금껏배가고파서먹은게아니라,배가고파지는걸두려워해서먹고있었다는걸.돈이있고,시간이있더라도,누군가를미워하고,가진걸버리지못하면,지리산이차린밥상앞에는도저히앉을수없다는걸.

“지난여름이용광로처럼뜨겁지않았다면오늘부는이가을바람이그리고맙지않았으리라.우리들의청춘이불구덩이처럼힘겹지않았다면우리들의밥상은한갓놀이에지나지않았으리라.”_본문중에서

힘든시절,고통으로엉겨붙어뭉클거리는시간을보내며우리가해야하는건두려워하는것도,불안해하는것도아니다.우리가걱정해야할건자신의미래나떨어진쌀이나낡고불편한것들이아니다.고작해야내일의날씨다.우리가청춘이란이름으로해야하는건코앞에서아른거리는봄을느끼며밥상을붙잡고앉아흔들리더라도나아가는것이다.채우지못한그작은밥상을붙잡고자신을위한무언가를쓰는것이다.원한다면더많이버려도되고,비워도되고,먹지않아도된다.다르게욕망하면될일이다.‘시인’처럼이아닌,‘시인의밥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