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박남준의 악양편지)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박남준의 악양편지)

$13.43
Description
박남준 시인이 전주 모악산에서 지리산 자락 악양 동매리로 이사한 지 14년. 작가는 인터넷카페 ‘박남준 詩人의 악양편지’에 10년 넘게 글을 쓰고 있다. 편지이기도 하고 산문이기도 하고 때론 시이기도 하다. 시산문이라고 해야 할까. 일종의 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오랜 벗들, 후배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4년 만에 책으로 묶었다.
저자

박남준

저자박남준은1957년전남법성포출생.1984년시전문지[시인]을통해등단.시집《중독자》,《그아저씨네간이휴게실아래》,《적막》,《다만흘러가는것들을듣는다》,《그숲에새를묻지못한사람이있다》등과,산문집《스님,메리크리스마스》,《박남준산방일기》,《꽃이진다꽃이핀다》,《작고가벼워질때까지》등이있다.전주시예술가상,거창평화인권문학상,천상병시문학상,아름다운작가상수상.

목차

1부누구를꾀자고너는그렇게
편지|봄날|입춘주하러가야지|황금빛눈새기꽃과푸른윤회의도끼질|노란햇살이고개를내미네|말다툼하다가|봄비그치고|하늘에서빗자루가떨어지네|외쳐도된다|일찍이그가나를불렀다|제비꽃편지를|초록을모시네|누구를꾀자고너는그렇게|놀고있다|지금은푸른비파의시간|이사선물|초록을물들이며감사를|우화의시간|가고오고오고가고|반짝이는몸|약속하지않아도|삼복더위중에도|아니이게뭐야|푸슛~퓻-별똥별이지는밤|누가밤새불을켜놓은거야|옥잠화가피는아침|추석차례상을차리며|석류는붉고새는살이찌네|훤해졌다|이꽃으로떼돈을|뾰족을딛고|차꽃이피었다고글쎄|흰겨울편지|첫눈과곶감|풍락이라는이름의차|첫눈편지

2부그러든가말든가
단식과바느질|독수리의영혼|으랏찻차퍽~만남았다|젖은시간이마르는동안|잔인하거나무심하거나|뜨겁고벅차게타올라라|빗자루와새|그녀가내게얼굴을내미네|기억의끈|그녀에게차한잔과모란꽃한아름을|첫향기|울릉나리의새싹처럼|자리마다꽃이다|마음의손을모아서|영역다툼과아우셔|친절한경고|다시웃기는시한편|순하고독한생각|그러든가말든가|너와함께늙어가고싶다는노래|달려온다|아니이게웬~|너무바쁘게왔다|사랑도그러려나|안부|당신의얼굴과삶은달걀|벌레와노을|하늘을걸어가거나바다를날아오거나|가을악보|돌아갈것돌아가게하고|남은것은온통사랑을기다리는시간|있을비|사랑의빛깔을|앗-

3부그러니까나를약올리려고
향기를찾아서|소박한밥상과흰수선화|뜨거운사랑|봤다|찬란하다|그대의향기도|봄날이부자리|작고하얀소리|비파나무에내리는비|자드시오~|이것하룻밤숙성시켜서|감자감자감사|나쁜녀석들과꽃|남해아가씨|마음의어디에점을찍을까|나는그러나그대들은|그녀의치마|옥수수와로즈마리와|환하다|얼릉받아가시요잉~|그러니까나를약올리려고?|카푸치노위에뿌려진|저노란빛을무엇이라부르나|도둑이들었다|마음의호사|라흐마니노프가밀려와서|첫날장아찌|겨울햇빛이주는선물|동동치민다동치미~|노랑오토바이|그온기만큼

출판사 서평

세상의깊이를간직한지리산시인박남준의4년만의산문집

*
인터넷카페‘악양편지’에10년넘게써온,
오랜벗들에게띄우는연분홍꽃편지

*
‘뻔하고지루한일상’에서찾은인생에대한깊이있는시선

*
“나랑함께가서살래?”

박남준시인이전주모악산에서지리산자락악양동매리로이사한지14년.작가는인터넷카페‘박남준詩人의악양편지’에10년넘게글을쓰고있다.편지이기도하고산문이기도하고때론시이기도하다.시산문이라고해야할까.일종의일기라고도할수있다.오랜벗들,후배들과함께나누고싶은이야기를4년만에책으로묶었다.
지리산자락마을이라그렇겠지만편지에는자연이,특히꽃이많이등장한다.복수초꽃,청매화홍매화,모란꽃,구절초꽃,옥잠화처럼한번쯤들어봤을만한꽃부터앵초꽃,방울꽃,가시연꽃,파초꽃,상사화,산작약꽃,물봉숭아꽃,개불알풀꽃처럼조금은낯선꽃까지.심지어남쪽바다에서온게분명한해당화,수선화,흰동백꽃,그리고울릉나리도등장한다.시인의집은작은식물원같다.작가는사시사철꽃들에게서느낀변화와생명의기운을벗들과함께나누고싶어한다.시인에게는이꽃들이친구이상이다.추운겨울지나고눈밭에서복수초가황금빛꽃을펼치자“반갑고고마워나를위로해주려고왔구나”(‘노란햇살이고개를내미네’에서)하고말을건네고,어느날계곡을지나다현호색을만나서는그앞에앉아“나랑함께가서살래?”(‘놀고있다’에서)하고말을건다.한편한편따라가다보면지리산사계절엔간한꽃들을다만날수있다.책속에등장하는꽃마다와나눈이야기며얽힌사연들은저자가찍은240여장의사진들과함께읽는재미가쏠쏠하다.

일상의소소한사건들과인생에대한성찰

일상의사건과인생에대한시인의성찰도눈길을끈다.어느날지붕사이벌어진틈에고양이가찾아와몸을푼일이있었다.새끼다섯마리를낳은것이다.고민하던시인은정육점으로달려가소고기반근과우유를사온다.산구완을받은어미고양이는머리없는쥐한마리로깜짝놀랄답례를한다.섬진강가평사리에서겨울철새독수리를보며“그물에걸리지않는바람처럼자유로울수있을까”(‘독수리의영혼’에서)욕망에대해생각하고,텃밭에서따온애호박으로애호박찜을만들던날은“그래저순한애호박을먹고순한생각을하고저독이오를대로오른매운고추를먹고독한생각도”(‘순하고독한생각’에서)하자고마음먹는다.노을을보며‘없어서’,‘부족해서’못한다는우리의태도가괜찮은지묻기도한다.어느몹시아프던날은아픈몸을누려보자고말한다.

“일찍이시인김수영이그러했듯이
아플때아프도록감기가잘놀다갈때까지
아픈몸을누려봐야지
우리는얼마나힘들게사는가
바쁜일상탓에,주변을의식하며
슬픔에싸여있을때슬픔을참고견디거나
쉬고싶을때마음놓고쉬지도
즐겁게놀지도못하지않는가
진수성찬이다
맛있는죽먹고
후식으로텃밭에서거둔호박과감자쪄서
세상에무엇을더부러워하랴
첫가을발효차한잔흠~”
_‘라흐마니노프가밀려와서’에서

너무나도풍족한악양표소박한삶
자급자족이기에풍족한악양표소박한삶도만날수있다.뜰앞과뒤꼍에있는텃밭에서철마다먹거리가무한생산된다.배추,시금치,부추,감자,가지,무,고추,오이,애호박,호박,토마토,고수등채소는물론이고감,대추,사과,배,비파열매까지과일도먹고남을만큼자란다.속이좋지않은날에는텃밭에서따온호박으로호박죽을끓여먹고색다른게먹고싶을땐가지선(가지소박이)도만들어먹고고수비빔밥도별미다.너무쓸쓸할때는소박한밥상을꽃과겸상하기도한다.몇가지찬으로차린밥상맞은편의화병에꽃한송이를놓는것이다.빗소리,새소리도벗삼고처마끝에달린오묘한풍경소리를배경음악삼으니‘혼밥’은없다.
월동준비는세가지면끝이다.동치미,장작,곶감.날이차가워지기시작하면작가는분주하다.텃밭에서키운무로동치미를담그고겨우내쓸땔감을위해장작을쓰기편하게패놓고처마안쪽에대나무를걸쳐놓고감을깎아주렁주렁매단다.줄마다개수가일정하지만가끔한두개씩더넣는걸잊지않는다.누군가슬쩍빼먹어도아무도눈치채지못하도록.이곶감은악양의좋은햇볕과바람과새소리와풍경소리를맛보며한겨울을난다.‘주황빛꽃등’으로시인의집심원재를밝히며꾸들꾸들마른곶감은그리운이들에게선물로보낸다.초여름굵은땀을흘리며따서덖고말린차도선물품목이다.추석차례상이야기도인상깊다.이른바헌다차례.

“추석차례상
뭐뒤뜰배나무에열린배를올릴수도있다
여물지않은대추나개울가에떨어진밤을올릴수도있지만
아무것도올리지않았다
아니
말그대로차례,
차한잔올리며
절을했다
헌다차례,
부추꽃과마타리도차례상에향기를올린다”
_‘추석차례상을차리며’에서

얼마나감사할게많은가
작가의말은우리가얼마나감사할게많은지다시한번생각나게한다.

“내삶의이웃들,새와달과양철지붕에내리는빗소리와별과나무그리고텃밭의벌레와채소들과찾아오는손님들과뜨고지는해와꽃등처럼내걸린곶감과마당의꽃들과처마끝풍경소리와계절마다의비바람과눈보라에게감사의말을전하네.깊은밤자꾸방안으로기어들어오는개울물소리와따뜻한장작더미와혼자먹는밥상의쓸쓸함과그밥상위의장식이되어준생명들과내안의웃음과미움과분노와눈물과슬픔과사랑들께깊이허리숙여인사드리네.”

처음엔‘박남준의악양편지’로충분하다고생각했으나몇개의안가운데수정을거쳐《하늘을걸어가거나바다를날아오거나》로책제목을정했다.지금존재하거나,지금은존재하지않거나,모든존재(또는비존재)에대한시인다운깊은바람을담았다고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