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크라티아 (정치를 발명한 그리스에 묻다)

데모크라티아 (정치를 발명한 그리스에 묻다)

$16.13
Description
책의 출발은 한 신문에 가볍게 그리스 기행과 민주주의 이야기를 엮어 연재하는 것이었다. 17회에 걸쳐 원고지 약 450매 분량으로 끝났지만, 그 이후 ‘촛불’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새 정부가 탄생했다. 대한민국은 해방 후 70여 년이라는 기간 동안 국민을 무시하고 독선적으로 독재정치를 펼치던 정부를 순수한 민중의 힘으로만 세 번이나 무너뜨린 나라가 되었다. 세계 역사에 둘도 없는 엄청난 일이다. 저자는 이런 위대한 정치 혁명이 지속가능하려면 구체적인 행동을 뒷받침할 지식이 갖춰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국 그리스학의 최선두에 서 있는 학자로서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원고를 다시 써내려갔다고 고백한다. 6개월이 꼬박 걸렸고, 그렇게 원고지 1200매 분량의 이 책이 탄생했다. 기행의 느낌은 대폭 줄어들었고, 고대 그리스 정치사를 차분히 정리하는 교양서로 거듭났다. ‘민주주의’라는 단어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부터 문자 보급과 민중정치의 발달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가 고민해보아야 할 내용이 가득하다.
저자

유재원

저자유재원은서울대학교언어학과를졸업하고그리스아테네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한양대학교와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교수로지냈으며,지금은한국외국어대학교그리스학과명예교수로있다.
저서로《그리스신화의세계1:올림포스의신들》,《그리스신화의세계2:영웅들이야기》,《신화로읽는영화,영화로읽는신화》,《그리스:유재원교수의그리스,그리스신화》,《터키,1만년의시간여행1,2》,《슬픔이여안녕:순수한영혼과의이별》,번역서로《그림으로보는그리스-로마문명》,《그리스민담》등이있다.
현재‘한국-그리스협회’회장,‘한국그리스학연구소’소장,‘한국카잔자키스의친구들모임’명예회장등을맡고있다.한국그리스학의최선두에서있는학자로서그리스가‘발명’해낸‘데모크라티아’의참뜻을알리기위해이책을썼다.

목차

글쓴이의말

프롤로그-번역에대한몇가지문제

1.정치의발명
2.왕국에서폴리스로
3.스파르타의대의민중정치
4.스파르타식교육과생활
5.알파벳도입이가져온변화
6.킬론의쿠데타
7.솔론의개혁
8.폭군페이시스트라토스의등장
9.폭군의선정?
10.폭군정의몰락
11.폭군정은어떻게생겨났나?
12.아리스토텔레스가말하는폭군정
13.클레이스테네스의개혁
14.페르시아전쟁
15.에피알테스의사법개혁
16.페리클레스의시대

에필로그-올림포스산을내려오며

연표
지도
미주
참고문헌
인명색인

출판사 서평

데모크라티아는‘민주주의’가아니라‘민중정치’다!

한국의대표적인그리스학자이자뛰어난언어학자인
유재원이써내려간고대그리스민주주의의역사

대통령탄핵을거쳐새정부가들어서민주공화국의기본을생각하는시점에서,아테네민주주의의탄생이야기에주목하여참된민주주의의의미를되새긴다.국내그리스학의최전선에있는저자가고대그리스인들의고민과생각,갈등등을전하며이를통해정치권력의주체가귀족에서민중으로이동한이야기를흥미진진하게들려준다.

그리스어에‘민주주의’라는말은없다

우리가쓰는‘민주주의’라는말의기원은그리스어데모크라티아(δημοκρατ?α,영어로는democracy)이다.‘데모크라티아’는‘민중,인민’을뜻하는‘데모스’와‘정치,통치,지배’등을뜻하는‘크라티아’가합쳐진말이란사실은이미많이알려져있다.국내의대표적인그리스학자이자언어학자인저자는한발더나아가‘데모크라티아’를‘민주주의’로번역해온것에문제를제기한다.아리스토크라티아((영)aristocracy),테크노크라티아((영)technocracy),게론토크라티아((영)gerontocracy)등은귀족정치,기술관료정치,노인정치등으로번역하면서데모크라티아만은‘민중정치’가아닌‘민주주의’라고번역한것에는무언가자연스럽지않다는지적이다.민중이권력의주체인구체적인정치체제를뜻하는데모크라티아를이론이나학설,주장등을뜻하는‘주의(-ism)’로번역하면서추상적인사상처럼느껴지게만들었다는것이다.
또한티라노크라티아((영)tyranocracy)를‘참주정치’로번역하는것역시부자연스러움을지적한다.중생대의포악한육식공룡을일컫는티라노사우르스((영)tyrannosaur)를비롯해‘tyran-’이들어간단어들은하나같이‘폭군,포악한,압제적인’등의뜻을지니는데,유독고대그리스사에서만‘참주’라는개념으로등장한다.폭군,폭군정,폭군정치로번역하면분명한것을굳이‘주인을참칭’한다는뜻의말을만들어참주,참주정,참주정치로표현한것은왜일까?폭군의독재정치를참주의참주정치라는말로희석시키면서독재정치에대한반감을완화시키는결과를의도한것은아닌지의심되는대목이다.
‘민주주의’나‘참주정치’는일본에서만든개념어를그대로도입한경우인데,일본에서는2000년대에와서‘민주주의’라는번역이과연옳은것인가에대한논의가시작되었다고한다.저자는이책에서고대그리스정체를지칭할때기존에사용되어온‘귀족정-참주정-민주정’이라는표현대신‘귀족정-폭군정-민중정’이라는표현을사용한다.

정치는인간의일

그리스의민중정치가어떻게시작되었는지살펴보기위해저자가처음으로소개하는것은그리스신화의프로메테우스이야기다.지구위짐승들에게각기한가지씩재주를주는임무를부여받은에피메테우스의실수로인간은아무런재주를받지못한다.이를본프로메테우스는인간이멸종당하지않도록하기위해헤파이토스의대장간에서불을,아테나의방에서지혜를훔쳐인간에게준다.제우스가반출을엄격히제한한불과지혜를반출한죄로프로메테우스는독수리들에게매일오장육부를파먹히는혹독한처벌을받는다.구성원들이서로사이좋게살기위해필요한국가경영기술인‘정치’는제우스가직접맡고있었는데,프로메테우스는차마제우스의정치까지는훔치지못했다.
그래서그리스세계에서정치란신으로부터받은게아닌‘인간의일’이었다.이는다른고대문명권과의결정적차이다.하늘로부터내려받은권력을행사하는것이중국이나인도,메소포타미아,이집트등의문명에서만날수있는천자,라자,대왕,파라오등의존재다.이들은‘정치’를하지않고‘통치’를한다.
그리스어로정치는‘폴리티케테크네(πολιτικ?τ?χνη)’다.이를줄여‘폴리티케’라고한다.영어로정치,정치학을뜻하는politics의어원이다.‘폴리티케테크네’란말을그대로풀면‘폴리스의일에대한기술’이다.애초부터왕권이강하지않았던그리스적전통속에서언제부턴가귀족들의부족연합체성격의국가가등장했고,이들이외세로부터의방어를위해자신들의영역가장높은곳에‘폴리스’라는요새를짓고이곳에서중요한사항에대해토론하고결정했다.세월이흐르면서폴리스바로아래‘아고라’가생기면서공동생활의중심지가되었고,폴리스는성채와그바깥의주민들이사는지역모두를아우르는의미를갖게되었다.정치와종교의중심지인성채자체는‘정상의,끝의’라는뜻의‘아크로’가덧붙어‘아크로폴리스’라불리게되었다.‘정치’란즉이폴리스의일에대한기술을말하는것이었고,그리스인들은최적의정치체제를찾아귀족정에서폭군정을거쳐민중정으로귀결되는긴여정을밟게된것이다.

귀족정에서폭군정을거쳐민중정으로가는긴여정

그리스도처음에는왕정으로시작되었다.세습적왕이절대적인권력을갖고있지는않았지만,군사령관으로서의특권은가지고있었다.하지만전투에서패배하는일이잦아지면서전사계급인귀족들은군사령관직을선출직으로바꿔왕권에서분리시켰다.이후힘의균형이귀족쪽으로넘어가면서폴리스에나타난정체가귀족정이다.스파르타,마케도니아등왕정을한동안유지한폴리스도있었지만권력의상당부분을양보한형태로였다.
기원전8세기무렵귀족정은위기에봉착한다.귀족들의토지독점으로이에따른사회불안이증폭되면서다.폴리스가정착되면서인구는급증하는데,토지는제한되어있었다.양극화로인한평민계층의불만이폭주하자이여론에힘입어기존귀족권력들을일소하고1인독재체제를구축한것이‘폭군정’이다.하여폭군은어느정도평민계층을위한정책을펼치게되고,그과정에서평민층의지지를받기도한다.실제로아테네민중정치의기틀을마련한솔론도독재권력을얻어온갖개혁정책을추진한것이고,이어등장한폭군페이시스트라토스도선정(善政)을펼친것으로유명하다.기원전7세기중반에서기원전6세기중반까지폭군정은그리스에서가장흔한정부형태였는데,그리스사회에폭군들이기여한바도적지는않다.빈부격차로내전위기에있던국가를안정시키고,경제적인성장도이끌어냈다.그과정에서전통귀족계급은몰락하고폴리스의민중과민회를비롯한정치기구에권력이집중되기시작했다.
하지만이런긍정적인업적에도그리스인들은폭군을독재자로만기억한다.폭군이아무리훌륭한일을해냈다하더라도불법적으로집권하고법을무시하고폭력적인수단으로통치한것은지울수없는일이기때문이다.그리스의이런전통을이어받은서양사회는어떤독재자가아무리훌륭한공헌을해도그가독재자라는것만기억하지그를영웅화하지않는다.만약그들을칭송하는사람이있다면‘신나치’또는‘신파시스트’라는비난을면할수없다.
토지부족과빈부격차문제를해소하기위해폴리스들이취한방법중가장흔한것이해외식민지개척이었다.지중해무역도활성화되어올리브기름과포도주같은산물은널리환영받기도하였다.이과정에서올리브밭과포도밭을가진그리스귀족지주라하더라도저장용기를만드는도공이나이를운반하는뱃사람에게의존할수밖에없었기에이들과협력하는길을찾을수밖에없었다.그리고그리스에는이런식으로토지를갖고있지않아도부를축적할수있는길이열려있었다.
폭군정이길어지면서폭군에대한적은늘어났고결국다시귀족들의과두정으로정부형태가바뀌기도하지만,그사이성장한민중세력의힘을무시할수없게되었다.민중들에겐이제경제적인안정과법률그리고민회라는정치기구등이있었다.아테네에서폭군정이끝나고다시귀족정으로회귀할위기에처했을때,클레이스테네스와민중파시민들은기존의기득권을혁파하는혁신적인법안을민회에제출하고절대다수의지지로통과시켜권력을민중의손으로가져왔다.

알파벳의도입이가져온변화

저자가이번책을쓰며확인한흥미로운점은알파벳의보급과민중정치발전의관계다.기원전9세기말에서기원전8세기초페니키아문자에모음을첨가한그리스알파벳이등장한다.하나의글자가하나의음소를나타내는소리글자이다보니배우기쉽기읽고쓰기에편해널리보급되었다.알파벳의보급은폴리스의중심개념인법과정의에대한시민의인식에변화를가져왔다.헤시오도스의<신통기>와<일과날>등의작품이널리읽히게되었는데,그안에녹아있는‘빼어남은땀으로만얻을수있다’,‘신들은일하는사람을사랑한다’등의메시지는이전시대귀족들의가치관과는정면으로배치되는것이었다.오히려이시대막두각을나타내기시작한상인과뱃사람등으로이루어진새로운계급의가치관이었다.계약서와장부를쓰기위해문자가필요했던상공인들을중심으로문자해독능력이향상되고이는체계적이고합리적인사고로이어져새로운사상과가치관을만들어나갔다.
문자보급이가져온또다른변화는‘법’에대한것이었다.기존의관습법이귀족들이자기네마음대로휘두르는무기였다면,이시대시민들은이를민중이직접다루고통치자들도따라야하는성문법으로대체한것이다.또한식민지를개척할때도성문법제정이필수였다.
이렇게문자해독능력을가진새로운계층의등장과성문법을통한법에의한통치가자리잡으면서그리스사회에는민중정치의토양이마련되었던것이다.

촛불혁명완수를위해지금우리에게필요한것

책의출발은한신문에가볍게그리스기행과민주주의이야기를엮어연재하는것이었다.17회에걸쳐원고지약450매분량으로끝났지만,그이후‘촛불’이시작되었다.그리고새정부가탄생했다.대한민국은해방후70여년이라는기간동안국민을무시하고독선적으로독재정치를펼치던정부를순수한민중의힘으로만세번이나무너뜨린나라가되었다.세계역사에둘도없는엄청난일이다.저자는이런위대한정치혁명이지속가능하려면구체적인행동을뒷받침할지식이갖춰져야한다고이야기한다.그리고한국그리스학의최선두에서있는학자로서그리스의민주주의를제대로알리겠다는사명감으로원고를다시써내려갔다고고백한다.6개월이꼬박걸렸고,그렇게원고지1200매분량의이책이탄생했다.기행의느낌은대폭줄어들었고,고대그리스정치사를차분히정리하는교양서로거듭났다.‘민주주의’라는단어에대한문제제기에서부터문자보급과민중정치의발달의관계에이르기까지지금우리가고민해보아야할내용이가득하다.

[책속으로추가]

문자보급이가져온또다른사상적변화는법의개념에대한것이었다.이제시민들은귀족들이자기네마음대로휘둘러대는신성한관습법이라는권위에도전할준비가되어있었다.그리스의암흑기시대에서알파벳이처음으로보급된시기사이의가장큰정치적변화는법을귀족들로부터빼앗아민중이직접다루고통치자들도따라야하는성문법으로대체한것이다.(109~110쪽)

그리스귀족지주들은포도주와올리브기름을저장하고해외에갖다팔기위해서저장용기를만드는도공들과뱃사람들한테의존할수밖에없었다.이점에서그리스의귀족들은곡식을생산하는고대4대강문명의지주지배자들보다불리했다.그곳의지주들은잉여곡물을창고에쌓아두고개인용병을고용하여평민을억압할수있었다.하지만액체형태의생산물을해외에팔아야했던그리스지주들은상인들과옹기장이들의도움이절실했기에도공들이나뱃사람들과협력하지않을수없었다.(124~125쪽)

대권을잡은솔론은차분하게개혁을준비했다.그는근본적인문제는제도가아니라시민들의‘탐욕과불의’때문이라고보았다.부자들에게공평이란모든사람들이자신의신분과공로에따라합당한몫을가진다는것을뜻했다.반면빈민들은모든것을전적으로똑같이나누는것이정의라고생각했다.이런건널수없는반목과갈등속에서솔론은균형감각을유지하면서때로는겸허하게정의를내세워설득하는가하면,때로는강력하게권력을행사하여개혁을이끌어나갔다.그는결코어느한편으로쏠리지않고중용을지켰다.권세있는사람들앞에서자신을낮추거나복종하지않았고,뽑아준사람들의비위를맞추어법을만들지도않았다.오로지시민의신임과호의에의지하여모든일을공평하게처리하려고노력했다.공평한사회에서는내전이나반란은결코일어나지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