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 엽기전 (백민석 장편소설)

목화밭 엽기전 (백민석 장편소설)

$13.05
Description
한국문학 최고의 사이코 서스펜스 소설!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로 직조한 백민석의 기념비적인 대표작!
‘작가들의 작가’, ‘한국문학의 압도적 하드코어’ 소설가 백민석의 기념비적인 대표작 《목화밭 엽기전》이 재출간되었다. 첫 출간 당시 엽기적이고 극단적이었던 이야기는 세월이 흐르며 사실적이고 (여전히 전위적이지만) 가독성 있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목화밭 엽기전》은 어린 남자아이를 납치해 스너프 필름을 찍은 뒤 죽여 집 뒤 공터에 파묻는 한 교사 부부의 이야기다. 빈틈없이 끔찍하고, 빈틈없이 역겨운, 서울의 삶에선 단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을,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으면서도,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리고 엉엉 무서워 울게 될, 그런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공포소설이다. 백민석은 《목화밭 엽기전》에서 한창림과 박태자를 통해 평온한 일상 밑, 평범한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괴물’을 끄집어내 보여준다. 과도한 에로티시즘과 폭력성은 경멸과 증오의 대상임이 틀림없지만 현대 도시의 밑바닥과 현대인의 내면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임을 상기시킨다.
저자

백민석

저자백민석은1971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1995년〈문학과사회〉여름호에소설〈내가사랑한캔디〉를발표하면서등단했다.소설집《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장원의심부름꾼소년》,《혀끝의남자》,《수림》,장편소설《헤이,우리소풍간다》,《내가사랑한캔디》,《불쌍한꼬마한스》,《목화밭엽기전》,《러셔》,《죽은올빼미농장》,《공포의세기》,《교양과광기의일기》,에세이《리플릿》,《아바나의시민들》이있다.

목차

1부대공원옆동물원
2부육식원숭이
3부목화밭에무슨일이있었을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누군가의평생을망쳐버린다는건아무래도흥분되는일이다.”
당신이절대마주해서는안되는진짜악(惡),한살인자부부의이야기
환율은치솟고,주가는폭락하고,금리는최고치를경신하던,때는IMF로국가부도사태의전망이온나라를휘감던1997년.제15대대통령선거를한두달앞둔어느날,정부과천청사와서울대공원사이의그린벨트로묶인한적한전원주택뒷마당에서한사내가삽으로흙을파내고있다.팔자리를잘못고른사내,대학강사한창림은욕설을내뱉고똥을지리면서도끝내구덩이를메우고잔디뗏장을입힌다.그런데그가묻고있는건음식물쓰레기나동물의변이아니다.흰모포로말아놓은‘거름’의정체는스너프필름(Snufffilm,사람이실제죽는장면이나자살하는장면등을담은영상)을찍고죽은아이의사체다.한창림은편집이끝난스너프필름을챙겨들고차를타고정부과천청사맞은편빌딩으로간다.한창림은빌딩4층과5층사이안전문앞에서인터폰을들고자신이온것을알린다.그리고계단을다올라가면비로소‘펫숍’이다.거친표면의암회색시멘트기둥들과,층전체를빙둘러가며난창문들을빼면아무것도없는펫숍의5층.한창림도6층엔가본적이없다.작달막하고바싹마른펫숍삼촌앞에서바닥에기다란핏자국을남기며죽은사내가끌려나간다.펫숍삼촌에게스너프필름을넘긴한창림은수표다발이든종이봉투를들고서둘러빌딩을빠져나온다.그리고차에올라타도어를걸어잠그곤소리죽여운다.펫숍삼촌이무서워서다.울음을그친한창림의눈에길거리에서양담배를피우는한중년남자가들어온다.그는중년남자의꼬나문담배를향해손바닥을날린다.그제야그는다시좋은기분이든다.강력한수컷냄새를풍기는그로돌아간다.그러나며칠뒤한창림은한남자의전화를받게된다.그는자신이과천경찰서의오장근형사라고말한다.한창림은그제야비로소무언가일이꼬이기시작했다는걸깨닫는다.
한창림에게는그의분신같은아내,조울증에걸린수학과외교사박태자가있다.부부는벌써여러번어린남자아이를납치해집의부엌아래있는지하작업실에감금한뒤스너프필름을찍어왔다.이번에납치한아이는박태자가예전에가르쳤던남자아이다.남자아이를납치해지하작업실에가두고며칠뒤박태자에게도한통의전화가걸려온다.단골가게인‘뷰티풀피플’사장의전화다.뷰티풀피플사장은박태자에게조울증약을파는브로커이기도하다.한창림이펫숍의호색한을‘삼촌’이라부르는것처럼,박태자는뷰티풀피플사장여자를‘언니’라고부른다.하지만,수화기건너편에서들려온목소리는뷰티풀피플언니가아닌흥분한남자의목소리다.박태자는곧그가언니의남편이란걸깨닫는다.남편한창림처럼몸에서수컷냄새라는나쁜냄새를풍기는남자.박태자는지하작업실에서남자아이를훈육하던한창림을부른뒤서둘러정부과천청사쪽도로변에있는뷰티풀피플로간다.뷰티풀피플에는거꾸로매단언니의몸에가격표를붙인채거구의남자가그들을기다리고있다.
조울증에걸린수학과외교사박태자와,하는일이라곤집뒤잔디밭에죽은아이로거름을주는게전부인한창림,이둘의아슬아슬한안식처인이집의운명은,어떻게될까?누군가다른이의손에의해서끝이날까?구역나는악취투성이이집의운명을마무리해주는것은,펫숍삼촌일까?뷰티풀피플언니일까?언니의거구남편일까?지하작업실에묶여있는어린남자아이일까?아니면과천경찰서의오장근형사일까?그것도아니면누군가뜻밖의인물일까?

당신이있는서울의삶에선단한번도맡아보지못했을,
한번도맡아보지못했으면서도,
무엇인지단박에알아차리고엉엉무서워울게될,
그런지독한냄새를풍기는공포소설
소설의주인공인한창림과박태자가보여주는세계가폭력과섹스의절대적모습이냐고묻는다면답하기어렵다.우리가《목화밭엽기전》에서볼수있는건백민석이그저진지하게한세계를바라보고있다는점이다.그게폭력이건섹스건광기건괴물이건무어건.그리고그진지함이야말로이소설을‘한국문학최고의사이코서스펜스소설’로말할수있게만든다.
한창림과박태자는대학강사와수학과외교사라는멀쩡한겉모습의삶을살고있다.그들에겐부모나형제도있고,집도있고,직업도있다.그들이살고있는과천시(市)는전국에서범죄율이가장낮은곳이다.여느평범한집처럼그들의식탁엔된장찌개가오르고,그들의손엔리모컨이쥐어져있다.하지만그들은우리와다르다.어떤계기가주어지면잘포장해두었던껍데기가벗겨지고,괴물로서의속살과삶을드러낸다.아니,어쩌면그래서우리와더같은지도모른다.

“둘다처음부터이세상에있으면안될사람들이었고필연적으로불행해질사람들이었다.그도아내도이사회에서,날때부터괴물로운명지어진존재들이었다.”_287쪽

소설은한창림과박태자가날때부터괴물이었다고말한다.하지만정말일까?한창림과박태자는날때부터괴물이었던걸까?암컷맨드릴을잡아먹은수컷맨드릴을두고한창림이동물원사육사와나누는이야기에서우리는무언가진실이비틀려있다는걸알수있다.

“그게야생의모습이겠죠?”
“아니지?아저씨영화만드는사람맞아요?몰라서그래요?포유류는야생도미친거만아니면,같은과동물의고기는잡아먹지않아요.”_192쪽

같은과동물의고기는잡아먹지않는다는말은,같은인간을죽이고해하지않는다는말과다르지않다.그리고저말은그렇다면왜한창림과박태자는어린남자아이들을납치하고가두고죽이는가,라는질문으로이어진다.그리고수컷맨드릴이암컷맨드릴을죽인이유가혹시동물원에갇혀있었기때문은아닐까,하고의심하게된다.어쩌면문제는사회체계바깥의존재가아니라,사회체계바깥의존재가사회체계안에서살게되었을때가문제일는지도모른다고.아니,그사회체계가무언가고장이나버렸거나,사회체계자체가괴물양산소가되어버렸는지도모른다고.

“난아파트에서태어나서아파트에서살다아파트에서죽을놈이에요.저렇게휑비워놓은곳을보면젠장,가슴이답답해져요.”_103쪽

한창림이보는세계는아파트에서나고자란사람들에게는이해될수없는세계다.서울랜드에와서즐거운비명을지르는사람들에게는,서울랜드근처에서들리는처절한비명소리는들리지않는다.그세계는그들에겐도저히보이지않는세계다.시체들이묻혀있는곳을,하얗고순수한목화밭으로뒤덮어버리자고말하는오장근이라는경찰공무원의말은그래서더아이러니하다.공교롭게도한창림은목화밭을본적이없기때문이다.한창림의삶에선목화밭처럼평온하고행복하고순수한어떤이미지도존재한적이없다.그렇기에도시인의삶이라면,그게사회체계안의인식이라면목화밭으로채웠을저땅을,한창림과박태자는시체들의무덤으로채워야했던건아닐까.

“하.그래서그쫓겨난나쁜냄새들이란것들이숨어버렸답니다.똘똘뭉쳐서,증류하고난다음비커밑바닥에고인,무슨끈적끈적한진액처럼.”그는그쫓겨난나쁜냄새들의엑기스,진액들이언젠간이과천의위생처리된맨홀뚜껑바깥으로넘쳐날순간이올거라고말해주고싶었다._183쪽

그래서나쁜냄새란나쁜냄새는모두모이도록만들어버렸는지도모른다.《목화밭엽기전》이출간된이후에우리의실제삶에서수많은나쁜냄새를목격하게된건무섭고도의미심장한일이다.
소설이끝난뒤에도‘펫숍’은여전히수수께끼로남는다.정부과천청사앞에그런빌딩이있고,그속에서‘펫숍삼촌’이벌이는의뭉스럽고도끔찍한일들은도저히사실로받아들여지지않는다.그걸받아들이지못하는건한창림이나박태자나우리나모두마찬가지다.사실우린차에치여죽은길고양이의사체가어떻게버려지는지도정확히알지못한다.우리가알려고하고보려고하는건모두거기제자리에있는거같지만다가가면보이지않는세계다.《목화밭엽기전》의세계가너무나참혹하고,너무나진지하며,너무나구체적인것과는다르게우리가보게되는건온통모자이크로둘러싸인세계다.한창림과박태자는말하고있는게아닐까?세상곳곳에펼쳐진목화밭밑을파보라고.거기에무엇이있는지똑똑히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