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16.58
저자

신형철

문학평론가.2005년계간『문학동네』에글을발표하면서비평활동을시작했다.『몰락의에티카』『느낌의공동체』『정확한사랑의실험』『슬픔을공부하는슬픔』을출간했다.2014년봄부터2022년여름까지조선대학교문예창작학과에재직했고,2022년가을부터서울대학교영어영문학과(비교문학협동과정)에재직중이다.관심사는예술의윤리적역량,윤리의비평적역량,비평의예술적역량이다.

목차

책머리에

1부슬픔에대한공부
당신의‘지겨운’슬픔―〈킬링디어〉가비극인이유
슬픔에대한공부―발터벤야민과함께
2년동안의꿈―세월호2주기
인식이곧위로라는것―론마라스코·브라이언셔프《슬픔의위안》
터널앞에서―김성훈〈터널〉
슬픔의불균형에대하여―민용근〈혜화,동〉
해석되지않는뒷모습―미야모토테루《환상의빛》
허무,허무그리고허무―어니스트헤밍웨이〈깨끗하고불빛환한곳〉
덧없음에대한토론―프로이트와릴케
그녀,슬픔의식민지―모니카마론《슬픈짐승》
사랑의두번째죽음―오르페우스와에우리디케
슬픔임을잊어버린슬픔―김경후〈열두겹의자정〉
천진하게,그리고,물끄러미―박형준〈생각날때마다울었다〉
문학으로서의이소라―이소라〈슬픔속에그댈지워야만해〉
5.18과4.3사이
폭력에대한감수성
액자속의진정성―이준익〈동주〉

2부삶이진실에베일때
사물성,사건성,내면성―사진적인것과문학적인것
삶이진실에베일때―제임스설터《어젯밤》
단절의선을긋다―권여선〈사랑을믿다〉
시의옷을입은비극―헤르타뮐러《숨그네》
고통받은마음의역사―임철우《이별하는골짜기》
박완서선생님영전에―박완서〈그남자네집〉
예외적인정신의유전자―배수아와김사과
캐릭터박물관특실편―알베르카뮈《이방인》
삶과의게임에서지다―이상《이상소설전집》
오독의빛에의지하여―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유다에관한세가지이야기〉
음악서술자시점―가즈오이시구로《녹턴》
언어의이주민을위하여―다와다요코《영혼없는작가》
제발트만큼고집불통인
아포리즘에대하여
소설의인식적가치―은희경《태연한인생》
왜소설을읽는가―김숨,윤이형,백영옥
우리는더좋은사람이될수있을까?

3부그래도우리의나날
굿바이,박정희―탄핵과그이후
비무장의예언자들―2018년의‘남북’과‘남녀’
깊이있는사람
시기상조의나라
사회적인정의복지―태극기부대를바라보며
메릴스트립의용기
해도되는조롱은없다
보수의반대말은민주
혐오와농단
절망을즐기지않기―김성수〈아수라〉
희망은종신형―김승희《희망이외롭다》
국가의살인―김일란·홍지유〈두개의문〉
정치소설이필요한시간―안토니오타부키《페레이라가주장하다》
희망은버스를타고―이영주〈공중에서사는사람〉
저급한이야기꾼들의신―하인리히폰클라이스트〈칠레의지진〉
천안함,J선생님께
평화가곧승리

4부시는없으면안되는가
시는없으면안되는가―문학동네시인선50호발간에부쳐
시를사랑한다는말―문학동네시인선100호발간에부쳐
시,정답없는질문―릴케,하나
고대아폴로의토르소―릴케,둘
시의천사―진은영《훔쳐가는노래》
새질병으로태어날거야―김혜순《슬픔치약거울크림》
축제로서의노벨문학상
작가는주크박스가아니지만―토마스트란스트뢰메르〈소곡〉
노르웨이의,숲이냐가구냐―무라카미하루키《무라카미하루키잡문집》
고독과행복에대하여―무라카미하루키와심보선
어떤순간의진심―신철규〈유빙〉
모른다고말하는시―황인찬《구관조씻기기》
이토록뜨거운태도들―이상과김수영
풀,저항도절망도아닌―김수영〈풀〉
동춘동디오게네스의초상―김영승〈흐린날미사일〉
우리는시를포기하지말기―문학과지성시인선400호발간을축하하며
정확한칭찬―장승리〈말〉

5부넙치의온전함에대하여
넙치의온전함에대하여―사랑의논리학을위한보충
마르크스의사랑
나의소중한적
당신의(역)진화―얼굴,음성,그리고문자
황현산의부정문
봄날의새끼곰과정말이지굉장한것
문어체의진심
네가왜미안해?―민용근외〈어떤시선〉
인간의디폴트에대하여―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이것은물이다》
공자의인간유형론
멘토르의멘토링
146배의능력차이
우울하게애매하게―당신의‘소울시티’는어디인가,라는물음에답하여
문학에적대적인세계
한번보고는알수없다
누가대중을존중하는가
시간의네가지흐름

부록
노벨라베스트6
추천사자선베스트10
인생의책베스트5

출판사 서평

작품과세상의사이를잇는,
어느평론가의이토록성실하고아름다운가교(架橋)!


산문집《느낌의공동체》,영화에세이《정확한사랑의실험》등으로독자들의크나큰사랑을받았던문학평론가신형철이4년만에새로운산문집을출간한다.이번산문집은《한겨레21》에연재됐던〈신형철의문학사용법〉을비롯,각종일간지와문예지등에연재했던글과미발표원고를모아엮은것이다.시와소설에국한되지않고영화,노래,사진등다양한작품을정확히읽고듣고보면서온기를잃지않으려했던저자의노력이빼곡히담겨있다.
그간의글을매만지며,자신의글다수를관통하는주제가슬픔이었음을깨달은저자는,‘타인의슬픔’은결코이해될수없다는것을알면서도,그들의슬픔을이해하고,공부하기위한노력의결과를풀어놓는다.이책은평론가로서작품과세상사이에가교를놓고자했던저자의성실한삶이고스란히녹아있는산문집이다.우리는이책을통해비로소평론가신형철의삶과철학을보다면밀히들여다볼수있게되었다.

1부는‘슬픔’을공부한글을묶었다.헤로도토스《역사》에서부터헤밍웨이를지나박형준과김경후의시에이르기까지,작품속의슬픔,허무함,덧없음,상실등을꼼꼼히읽어간다.2부는‘소설’을중점적으로다루고있다.카뮈,보르헤스,제발트부터권여선,임철우,박완서,배수아,김사과,은희경,김숨까지국내외작품을읽고우리는문학을통해더좋은사람이될수있는지를묻는다.3부는참여적주제의글을싣고있다.이번대통령탄핵부터,태극기부대,성소수자문제와미소지니,트럼프,국정농단,멀리는박근혜대통령의당선과4대강사업,용산참사,희망버스,천안함사건까지사회적이슈를마주한평론가의희망과절망을오가는시선을담았다.4부는‘시’라는주제아래,우리는왜시를읽지않으면안되는지를행간으로권하는글을묶었다.릴케,김수영부터황인찬그리고비틀스노래〈노위전우드(NorwegianWood)〉까지,다양한시와노래를읽는다.여러출판사의시인선기념호에부치는글들도함께묶었다.마지막으로부록에는,읽을만한짧은소설을권하는〈노벨라베스트6〉,그간써온추천사모음〈추천사자선베스트10〉,경향신문에닷새간연재했던〈인생의책베스트5〉등을수정,보완해수록했다.

너는슬프지만나는지겹다
타인의슬픔을이해한다는것에관하여


책의큰축을이루는것은‘슬픔’이다.저자는영화〈킬링디어〉를통해타인의슬픔을결코제대로이해할수없는인간본연의한계를본다.그러나타인의슬픔을결코알수없으리란결말을알면서도,다른이의슬픔을공부하는것이인간이기도함을그는지적한다.제목‘슬픔을공부하는슬픔’은타인의슬픔을이해하는데실패할것을알면서도,이해하려애쓰는것에서오는역설적슬픔을의미하는것이다.

심장은언제나제주인만을위해뛰고,계속뛰기위해서만뛴다.타인의몸속에서뛸수없고타인의슬픔때문에멈추지도않는다.타인의슬픔에대해서라면인간은자신이자신에게한계다.그러나이한계를인정하되긍정하지는못하겠다.인간은자신의한계를슬퍼할줄아는생명이기도하니까.한계를슬퍼하면서,그슬픔의힘으로,타인의슬픔을향해가려고노력하니까.그럴때인간은심장이기만한것이아니라,슬픔을공부하는심장이다.아마도나는네가될수없겠지만,그러나시도해도실패할그일을계속시도하지않는다면,내가당신을사랑한다는말이도대체무슨의미를가질수있나.이기적이기도싫고그렇다고위선적이기도싫지만,자주둘다가되고마는심장의비참.이비참에진저리치면서나는오늘도당신의슬픔을공부한다.그래서슬픔에대한공부는,슬픈공부다._28쪽

이외에책에서말하는‘슬픔’의면모는다양하다.발터벤야민을통해패전국의왕프삼메니토스는왜가족의죽음이아닌시종의죽음에눈물을흘렸는지살피며슬픔을해석하는방법을고찰하기도하고,프로이트의“꿈은소원성취”라는명제를소개하며,그렇다면물속에잠긴아이들의꿈을꾸는유가족의꿈은어떻게봐야하는지되묻기도한다.문학이독자를위로하기위해갖춰야할조건을생각해보는가하면,트라우마는내가잊을수있는‘대상’이아니라나를놓아주는‘주체’가아닐까이야기하며현재진행형의역사적사건을꺼내기도한다.
그러한슬픔은궁극적으로는3부의참여적글과도맞닿아있다.그는문학작품과사회사이를오가며때로는슬픔을분노로표출한다.3부의〈굿바이,박정희〉는아름다운문장으로이름을알린저자가때로는이렇게도매섭고신랄할수있음을보여준다.

그리고12년뒤우리는그때와는다른탄핵을경험했다.전적으로국민의뜻대로된,국민의힘으로이룬대통령탄핵이므로,당연하게도이것은혁명이라고불려야한다.그렇다고우리가12년전의박근혜의원처럼웃을수는없었다.쌓인울화가많았으므로,이번에도눈물이났다._183쪽

가까스로생각해보면박근혜씨가행한가장위대한일은그가탄핵을당해주었다는것이다.이것이왜업적인가.실비아플라스의시〈아빠〉(1962)에는“만일제가한남자를죽였다면,그것은둘을죽인셈이에요”라는구절이있는데,(…)비슷하게말해보자면,박근혜씨는우리가한사람을탄핵하면서두사람을탄핵할수있도록했다._184쪽

“정확하게칭찬하는비평가”가되기위하여

또한편으로이책은저자특유의진진한작품해설외에도,그의‘문학관’을매우충실하게보여준다는점에서읽기즐겁다.그는“좋은소설의요건은무엇인가”,“평론가는왜대중의적이되었는가”,“어떤비평가가되고싶은가”등등그간받아온질문들에성실히응답한다.또한신춘문예당선작을읽고실망감을털어놓기도하고,노벨문학상을어떻게봐라봐야할것인지자신만의생각을정리하는등,평론가의생각과일상을동시에펼쳐보인다.

어떤비평가가되길원하느냐는질문을몇번받은이후나는간결하고명료한대답을준비해둬야겠다고생각했는데,마침최근어느대담에서같은질문을받고는이렇게답했다.“정확하게칭찬하는비평가.”이대답은곧바로두개의추가질문을유발할것이다.
첫째,왜칭찬인가.어떤텍스트건칭찬만하겠다는뜻이아니라,칭찬할수밖에없는텍스트에대해서만쓰고싶다는뜻이다.(…)
둘째,왜정확한칭찬인가.칭찬은‘좋은게좋은것’이라서하는일이아니다.칭찬은,칭찬의대상에게도그렇지만칭찬의주체에게도,위험할수있는일이다.부정확한비판이분노를낳는다면부정확한칭찬은조롱을산다.어설픈예술가만이정확하지않은칭찬에도웃는다.진지한예술가들은정확하지않은칭찬을받는순간자신이실패했다고느낄것이다.그러나정확한칭찬은자신이칭찬한작품과한몸이되어함께세월을견디고나아간다.그런칭찬은작품의육체에가장깊숙이새겨지는문신이된다.지워지지도않고지울필요도없다._324쪽

나에게‘이책을그만읽는게어떨까’하는유혹이찾아오는1차고비는처음10쪽부근,2차고비는3분의1지점이다.고비가두군데라는것은내가소설에기대하는최소한의어떤것이적어도두가지라는뜻이다._159쪽

이외에“인간은넙치와같아”서로의반쪽을찾아다닌다는플라톤의《향연》을통해,결여를통해온전함을향해가는것이사랑이라는,사랑고유의구조를도출하는〈넙치의온전함에대하여〉는삶과일상에대한그의고찰이빛을발하는,이책의또다른백미다.

여타의관계와는다른,사랑고유의교환구조라는것이있지않을까.나는그것이‘결여의교환’이라고생각했다.누구나결여를갖고있다.부끄러워서대개는감춘다.타인역시그러할것이다.그런데어떤결정적인순간에내가그의결여를발견하는때가있다.그리고그때이런일이일어날수있다.그의결여가못나보여서등을돌리게되는것이아니라오히려그결여때문에그를달리보게되는일.그발견과더불어,나의결여가,사라졌으면싶은어떤것이아니라오히려그의결여와나누어야할어떤것이된다.내가아니면그의결여를이해할사람이없다여겨지고,그야말로내결여를이해해줄사람으로다가온다.결여의교환구조가성립되는것이다._332쪽

서로의‘결여’를교환하는것이사랑이라는관계에대한고찰외에도,커뮤니케이션에무능한사람들이빠지게되는권력에대한집착,유행어를통한세태관찰등문학작품이외의세상전반을고찰하는저자의‘정확한’시선을통해우리는더욱더깊어진신형철평론가의생각과문장을만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