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이정록 산문)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이정록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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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산문집 《시인의 서랍》, 시집 《의자》, 《어머니학교》, 동화 《대단한 단추들》 등으로 늘 독자들과 어깨동무하며 걸어왔던 시인 이정록은 5년여 만에 들고 온 그의 두 번째 산문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에서 이런 깊은 마음이 깃든 글들을 꺼내 보인다. 시가 안 써지는 마음을 물어물어 가는 한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종점을 향해 구불구불 길을 달려가는 시내버스의 마음과 닮았다.
저자

이정록

이정록
1964년충남홍성에서태어났다.1989년〈대전일보〉신춘문예에,1993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며등단했다.시집《동심언어사전》《눈에넣어도아프지않은것들의목록》《아버지학교》《어머니학교》《정말》《의자》《제비꽃여인숙》《버드나무껍질에세들고싶다》《풋사과의주름살》《벌레의집은아늑하다》와산문집《시인의서랍》이있다.동화책《대단한단추들》《미술왕》《십원짜리똥탑》《귀신골송사리》,동시집《지구의맛》《저많이컸죠》《콧구멍만바쁘다》,청소년시집《까짓것》,그림책《달팽이학교》《똥방패》등을냈다.박재삼문학상,윤동주문학대상,김달진문학상,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나는가슴을구워서화분을만들었습니다
2부당신의시에뺨을대다
3부나의시에입술을대다
4부시에대한짧은생각들
5부글짓기대표선수
6부시가안써지면나는어머니스케치북을본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홍성이아니라로마나맨체스터혹은그어디에서태어났든그는분명시와함께살았을것이다.해무(海霧)처럼짙은세상의일들을시와글로찬찬히걷어냈을것이다.가난으로시를쓰고울음으로시를읽으며,소란하고기쁘고순간이면서영원같은시간들을우리앞에차곡차곡쌓아주었을것이다.늘시를통해새로넓어지는그의마음과시내버스처럼이마음곳곳을살피고이르는이책앞에서오래도록손을흔들어보이고싶다._박준(시인)
“당신도혼자군요.같이시를읽으시겠어요?”
촘촘해진주름을비벼서만들어낸위로의언어들

어떤글을읽다보면그글이지닌깊은마음과오롯이마주할때가있다.어떤글속의풍경은다정한거울처럼우리의마음을비추고출렁이게하며,어떤글속의온화함은날카로운분노마저도슬금히문질러없애준다.산문집《시인의서랍》,시집《의자》,《어머니학교》,동화《대단한단추들》등으로늘독자들과어깨동무하며걸어왔던시인이정록은5년여만에들고온그의두번째산문집《시가안써지면나는시내버스를탄다》에서이런깊은마음이깃든글들을꺼내보인다.
첫산문집인《시인의서랍》에서자신의시가되었던가족이야기와일상의순간들,그리고시작(詩作)에관한여러편지를담았다면,이번산문집에서시인은영화〈죽은시인의사회〉의존키팅선생님처럼다른이에게영감을주는스승이자친구가되고자한다.
1부‘나는가슴을구워서화분을만들었습니다’에서시인은지금슬럼프를겪고있을모든이에게말한다.“슬럼프는구덩이가아니”라“슬럼프는화분”이라고.그러니당신들의“향기나는손발을다시꺼내”라고.두페이지남짓의짧은글속에는시와사람에대한시인의진심이가득담겨있다.이어지는2부‘당신의시에뺨을대다’에서시인은장석남,정일근,나태주,김사인,이명수등많은시인의시를화분이된가슴안으로모은다.우리의화분은시인들의시를읽으며한번채워지고,시인의글을읽으며또한번채워진다.따뜻한흙으로든,투명히빛나는광채로든.3부‘나의시에입술을대다’는시인의시중가장많이사랑받은시〈의자〉로시작한다.

〈의자〉란시에는어머니의말투와마음씀씀이를흉내낸나의거짓부렁이담겨있다.독자들은어머니의감동은뽑아읽고,작가의거짓은짐짓눈감아준다.바닥과가까운어머니의품과안식을독자가먼저안다._3부‘시에대한짧은생각들’中

시인의다정한엄살은시를읽는감동을더해준다.육근상시인과의일화,연작시〈어머니학교〉가탄생한비화를읽는사이우리는어느새그의막역한친구가되고야만다.4부‘시에대한짧은생각들’에서시인은접고있던날개를펼치듯그동안꽁꽁싸맸던은유로가득한시론을자유롭게드러낸다.팽이줄을감듯팽팽히감긴문장들은시라는하나의꼭짓점을두고간절히회전한다.

슬럼프에빠졌을때,그구덩이에서어떻게기어나오느냐고요?시인의슬럼프는질투심에서오죠.좋은시를보는눈은떴는데,좋은시를쓰는자신의창작능력은벼랑에매달려버둥거리는것같죠.절망이죠.바로그때,더좋은시를찾아서읽는거예요.몸에서등나무넝쿨이번져오를때까지._4부‘시에대한짧은생각들’中

기어코5부‘글짓기대표선수’에다다르면조금은느슨하지만좀더넉넉한삶에관한시인의여러생각들을만날수있다.제주에서의일들,《대단한단추들》과《동심언어사전》이나오기까지의여러사연들,개그맨전유성과의일화등은우리를자꾸만웃게만든다.웃고있다보면시내버스가종점으로향하듯6부‘시가안써지면나는어머니스케치북을본다’에다다른다.거기에는늘시인혼자만이속눈썹이젖은채바라보던,고갤수그리며웃곤하던시인의어머니이의순화가의그림이놓여있다.우리는시인의눈으로그그림들을마주한다.어머니의곱고순순한그림은세상모든시의뿌리처럼글의모든부분을더욱빛나게한다.우리는비로소시의종점에서게된다.끝이자시작이다.슬럼프이자화분이다.절망이자희망이다.시인의모든글처럼.
시가안써지는마음으로쓴,
시가안써지는마음에대한글

시가안써지는마음이란무엇일까?《시가안써지면나는시내버스를탄다》에는시가안써지는마음을물어물어가는한시인의간절한마음이담겨있다.그리고그마음은종점을향해구불구불길을달려가는시내버스의마음과닮았다.서고,가고,서고,가는마음.시가안써지는마음이란흔들림과설렘과아픔과울렁임을모르는마음,우리가순정한아픔에연결되어있다는것을모르는체하는마음일것이다.시가다시써지는순간은,누군가의아픔이나의목덜미까지전해져오는순간이아닐까.시인은말한다.절망에빠졌을때는,희망을자극해야한다고.슬럼프에빠진시인에게다른시인의좋은시는하늘과같다고.그러니시가안써지는날에는시집한권들고시내버스를타러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