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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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억원 고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작가
심재천 소설가의 7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2011년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심재천 작가의 장편 《젠틀맨》이 출간되었다. 청량리 뒷골목 갱으로 살아가던 한 남자가 운명의 기로에서 행한 단 한 번의 선택으로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짧게 다시 말해, 갱으로 살던 한 남자가 대학생이 되는 이야기랄까. 첫 소설 《나의 토익 만점 수기》가 너도나도 토익 점수에 목숨 거는 이 땅의 딱한 현실을 코믹한 모험기로 풀어냈다면, 《젠틀맨》은 한 남자가 갱에서 대학생이 되는 과정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정상인의 삶’이 어쩌면 지극한 우연으로 완성된 건 아닌지, 그렇다면 지금의 ‘너’와 지금의 ‘나’를 가르는 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나는 담배를 피우며 곱창집 풍경을 멀거니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저들과 난 다른 인간인가, 잠시 생각해보았다. 만약 다르다면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저들도 행복이라든가 성공을 간절히 원할 텐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남을 때리거나 나이프를 들기도 하는가. 한 인간의 성격과 기질, 소속을 결정하는 건 무엇일까. 저쪽과 나 사이엔 4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가로놓여 있는데 양쪽을 구분해주는 건 그것뿐인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나 속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가 맨홀 구멍에 꽁초를 넣고 계단을 올라갔다. _본문 중에서

물론, 여전히 ‘재미’있고 ‘코믹’하면서도 ‘누아르’ 넘치게. 중앙장편문학상 심사 당시 7명의 심사위원들에게 “너무 잘 읽히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칭찬을 받았던 7년 전이 바로 지금인 양, 《젠틀맨》은 여전히 엄청나게 재미있으며 잘 읽힌다. 7명의 심사위원이 이 소설을 또 읽는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두 번째 장편마저 이렇게 잘 읽히는 건 사기 아니냐” 하고.
저자

심재천

2011년제3회중앙장편문학상,2012년제1회EBS라디오문학상(단편부문)을수상했다.장편소설《나의토익만점수기》,소설집《본심》이있다.

목차

1.입학
2.신촌

출판사 서평

지금의나를여기있게한건우연일까,필연일까?
“그래서,당신은젠틀하십니까?”

‘출생의비밀×액션×코미디×연애×누아르×반전×최고의엔터테인먼트소설!!’이라는카피에걸맞게《젠틀맨》은무척흥미로운소설이다.하지만,그저재미만있는작품은아니다.이소설에는우리의내면을건드리는미묘한질문이숨어있다.바로,지금의나를여기있게한게무엇인지에대한물음이다.
어느날,주인공남자는그지역보스의생일파티에집합되어당구장으로불려간다.그리고형님들의잔심부름을하던중한형님의심부름으로피에르가르뎅양말을사러편의점에가게된다.

서울은국제도시다.인구1000만에올림픽이개최됐고,롯데월드가있다.맥도날드와버거킹이도처에깔려있으며나이키와아디다스매장이즐비하다.(…)나는생각지도못했다.이런세계적인도시에서검은색피에르가르뎅양말을찾는게이토록힘들줄은._본문중에서

하지만,우여곡절끝에양말을사서당구장으로돌아온남자는참으로기이한광경과마주하고야만다.

끙,기합을주면서당구장출입문셔터를올리자깜깜한실내에서오싹한기가흘러나왔다.그냥일상적인찬공기가아니라한밤중영안실이나시체보관소처럼테마가있는냉기였다.이건좀이상하다고생각했다.분명아까내가나올때만해도실내는후끈했었다.온풍기가돌았고,오십명이넘는사나이들이껄껄웃으며뜨거운숨결을내뿜고있었던것이다.3월중순인데이렇게빨리공기가식을수도있나,의아해하면서나는벽면스위치를올렸다.타다닥메뚜기튀는소리와함께형광등이차례로켜졌다.그리하여나는1996년3월13일수요일밤11시52분의청량리큐당구장과마주하게된다.그것은지옥이라할만한광경이었다._본문중에서

그순간,남자는자신의두손에들려있는권총과학생증을내려다본다.‘남자’는‘서늘한리얼리티’를느끼고,자신을둘러싸고일렁이는빛무리를보게된다.그리고그빛이가능성이라는걸깨닫는다.남자에겐어떤일이생긴걸까?남자는과연어떤선택을하게될까?그선택은‘우연’일까,‘필연’일까?아니면자기의‘의지’일까?
남자의선택을지켜보며우리는우리의인생을돌아보게된다.선생님말잘듣고,꾹참고필기를하고,교과서를외우고,수능시험을잘봐서대학생이되고,그래서그럴듯한회사에취직을하고,월급을받고,대리,차장,과장,부장으로승진하고,비슷한사람을소개받아결혼을하고,아이를낳아그비슷하게키우는…….
화가프랜시스베이컨이‘나는왜정육점의고기가아닌가’하며차갑게인식했듯우리는《젠틀맨》을읽으며우리자신을의심해볼필요가있다.혹시우리는,지극히사소한우연,매우희박한확률,기가막힌행운으로소위‘정상인의삶’을살고있는건아닐까?그경계는우리가생각하는것이상으로얇고빈약하고또물렁물렁하진않을까?
하지만,그렇다고해도,인생을좀아는사람이라면이런걸로놀라서는안된다.누구나그렇겠지만,모든인생이계획한대로딱딱맞아돌아가진않으니까.《젠틀맨》에서말하는인생이란,아마도그런것이진않을까?‘정상’이나‘보통’,혹은‘비정상’이라는말로단정지을수없는인생에대한근원적인물음과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