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서점의 오월

녹두서점의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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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평범했던 시민들은 어떻게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항쟁에 나서게 되었을까?
서점 가족의 눈으로 본 80년 오월에 대한 증언이자 살아남은 자들이 이어간 또 다른 항쟁에 대한 기록 『녹두서점의 오월』. 녹두서점의 세 가족이 각각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경험한 5·18항쟁의 이야기다. 박정희의 죽음과 함께 찾아온 민주화의 봄을 쿠데타로 짓밟으려는 전두환 신군부에게 녹두서점은 광주 진압을 위해 미리 손을 써두어야 하는 곳 중 하나였다. 5월 17일 자정이 다된 시간, 총을 들고 서점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대공과 형사들에 의해 서점주인 김상윤은 505보안부대 지하실로 끌려간다. 컴컴한 지하실 복도, 고문당하는 사람들의 비명이 낭자한 곳에서 그의 5·18은 시작된다.

이 책에는 세 사람이 항쟁의 여러 변곡점마다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자신들을 진압하기 위해 뻣뻣이 서 있는 전경 사이로 자신의 옛 친구를 발견한 순간의 씁쓸함, 바로 옆 사람이 계엄군의 총검에 찔려 쓰러질 때 느꼈던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과 공포, 죽은 자의 관 옆에서도 조잘거리던 생기 넘치는 어린 학생들을 향한 연민과 걱정,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과 주먹밥을 나눠 먹으며 느꼈던 따스함. 세 사람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항쟁에 뛰어든 사람들이 철두철미한 ‘전사’가 아니라 ‘빨갱이, 폭도, 극렬분자’라는 낙인과 무차별 폭력에 맞서 그저 자신의 인간다움을 지키려 한 존재들이었음을 깨닫는다.

저자

김상윤,정현애,김상집

전남대학생으로박정희유신정권에반대하다제적당한다.이후독서모임에서활동하다가당시금서로지정된인문사회과학서를학생과시민들에게보급하기위해1977년계림동에녹두서점을열었다.

목차

프롤로그

1부녹두서점의탄생

1장금서를파는책방(김상윤)
1979년10월27일,대한민국의두얼굴|수상한서점의탄생|무모한청혼을받아준여자|전남도청근처로서점을이전하다

2부항쟁속으로

1장감옥에서(김상윤)
유신체제의붕괴,술렁이는대학가|전남대총학생회가부활하다|학내민주화의요구가교내를휩쓸다|교수와학생들이5·16화형식을열다|“전국의학생회장들이연행되고있어!”|머리에권총을들이대다|505보안대지하실의비명소리

2장서점에서(정현애)
남편이어둠속으로사라졌다(1980년5월17일)|갑자기전화벨이울리다(1980년5월18일자정)|상황실이된녹두서점(1980년5월18일새벽)|무자비한구타가시작되다(1980년5월18일낮)|??광주는어떻게되어가고있습니까??(1980년5월19일오전)|도망가야하는가,함께해야하는가(1980년5월19일오후)|왜진실을방송하지않는가(1980년5월20일)|“군인들이총을쏜다!”(1980년5월21일)|우리에게도지도부가필요하다(1980년5월22일)|시민궐기대회의시작,하나된광주(1980년5월23일)|“전두환을찢어죽이자!”(1980년5월24일)|어린시민군의양말을사주다(1980년5월25일)|그들의죽음을헛되게할수없다(1980년5월26일)|“시민여러분,우리와함께해주십시오!”(1980년5월27일새벽)

3장거리에서(김상집)
군인에서사회인이되다(1980년5월1일)|돌아가는시국이심상치않다(1980년5월5일~17일)|진압군속에서친구를발견하다(1980년5월18일오전)|총검에찔린남자가눈앞에서쓰러지다(1980년5월18일오후)|호신용무기를들자(1980년5월19일)|분노한시민들이거리를가득채우다(1980년5월20일오전)|아버지의눈물을뿌리치다(1980년5월20일오후)|불타오른MBC방송국(1980년5월20일오후)|이제더이상싸울수없다(1980년5월21일)|시민들이총을들다(1980년5월21일)|전남대스쿨버스로길거리방송을시작하다(1980년5월22일오전)|학생수습대책위원회가만들어지다(1980년5월22일오후)|총기회수를중지시켜야한다(1980년5월23일)|“8일만버티면민주정부가수립될것이다”(1980년5월24일)|대학생들을시민군으로조직하다(1980년5월25일)|“끝까지싸울수있습니까”(1980년5월26일)|형수가내손목을잡아끌다(1980년5월27일새벽)

3부항쟁은끝나지않았다

1장살아남은자1:내란주동자(김상윤)
온세상이깜깜했다|상무대영창에서초기조사과정|정동년이자해하다|김영철이자해하다|윤상원이남긴마지막사진|왜광주에빨간색을칠하려는가|아내는중죄인,나는포고령위반|학생회간부들의자수|“자식아,그건와꾸에없어!”|우리에게는죄가없다|무등산타잔박흥숙의죽음|죽음의공포앞에기도를올리다|“정동년사형!김상윤20년!”|석방그이후

2장살아남은자2:폭도(정현애)
체포되다|이곳은지옥일까|빨갱이공포증|석방과복직|항쟁은내란이아니다|“선물을일본에보내지마세요”|미국의본색이드러나는순간|전두환이탄차앞에엎드리다|명동성당에서단식농성을시작하다|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탄생

3장살아남은자3:극렬분자(김상집)
초주검|육법위에무법이다|윤상원의죽음앞에부끄러움을느끼다|큰형을만나다|집단단식으로요구를관철하다|구두닦이박래풍과부잣집아들안통일|“누가내아들놈손에총을쥐어주었냐”|김영철의기도를듣다|5월항쟁을기록하라|들불야학은죽지않았다

에필로그
해제_인간과비인간의경계를온몸으로겪었던세사람
5·18항쟁상황일지

출판사 서평

“80년오월의거리,그곳에서점이있었다”
5·18민중항쟁의산실,녹두서점

광주에가면,약30여곳의5·18사적지가있다.10일동안이어진항쟁에서결정적인사건이일어난장소들이다.그중에서도항쟁최후의거점이었던전남도청과더불어빼놓을수없는공간이있다.바로녹두서점이다.이서점은헌책방으로시작하여1981년전두환정권에의해강제로해산당하기까지불과4년남짓운영됐다.하지만15평의조그마한책방은5·18항쟁시기광주의고립된시민들에게수많은대자보와전단을만들며정보를전달해준상황실이자,항쟁에참여한시민들의주린배를채워준간이식당이었고,윤상원을비롯한지도부가항쟁방향을두고치열한논의를이어간회의실이었다.
이책은당시녹두서점을운영한서점가족눈으로본1980년오월의이야기다.박정희유신정권시절,녹두서점은광주유일의인문사회과학서점으로당시비판적사상에목말라했던시민과학생들,열악한노동조건을바꾸길원했던야학노동자들,반독재를외치던대학과시민사회의활동가들이마음놓고자신의정치적생각을이야기하고지적무기를단련할수있는장소였다.서점은당시금서로지정된인문사회과학서적을제공하며대학가뿐아니라시민들에게지적수원지역할을했다.유신정권반대를외치다전남대에서제적당한뒤녹두서점을차린김상윤,남편을도와서점살림을도맡은중학교교사정현애,그리고80년5월,33개월간의군복무를마치고막사회생활을시작한김상윤의남동생김상집이1980년오월광주를이곳에불러낸다.


세가족의시선으로보는5·18항쟁의전과정
감옥,서점,거리에서마주한10일간의처절한사투

이책은녹두서점의세가족이각각같은시간,다른장소에서경험한5·18항쟁의이야기다.박정희의죽음과함께찾아온민주화의봄을쿠데타로짓밟으려는전두환신군부에게녹두서점은광주진압을위해미리손을써두어야하는곳중하나였다.5월17일자정이다된시간,총을들고서점에갑작스레들이닥친대공과형사들에의해서점주인김상윤은505보안부대지하실로끌려간다.컴컴한지하실복도,고문당하는사람들의비명이낭자한곳에서그의5·18은시작된다.
남편이지프차에실려어두운밤거리로사라지는모습을속절없이지켜보며홀로서점에남게된정현애는공포에떨었다.하지만정신을가다듬고자신처럼갑작스레남편이구속된부인들,녹두서점을방문한수많은학생과시민,광주내민주인사들에게남편의검거소식과당시상황을공유하고시간대별로상황일지를기록하기시작한다.5월18일아침해가떠오를무렵녹두서점은정현애를중심으로어느새광주전역에서벌어지는전투와학살소식은물론전국정보가모이는상황실로변모하게된다.
군제대후매일밤야학노동자,청년들과함께시국토론을벌이던김상집은17일새벽,들불야학강학인윤상원의다급한목소리에잠에서깬다.윤상원과함께녹두서점에달려간그는서점에모인청년학생들과거리로나선다.그곳에서불과보름전자신이속해있던부대가운용하는500MD헬리콥터가하늘위를날아다니며시민들을위협하고,눈앞에서는계엄군이착검한총으로시민들을무차별살육하는광경이펼쳐지고있었다.
녹두서점의세가족은감옥(김상윤),서점(정현애),거리(김상집)라는각기다른공간에서자신들이겪은5·18항쟁열흘간의이야기를써내려가며항쟁의전과정과에피소드,그속에담긴항쟁지도부와기층민들의얼굴을생생하게그려나간다.


평범한시민은어떻게죽음의공포를넘어항쟁의주역이되었나
일상의고귀함을지키려던사람들의목소리

이책은평범했던시민들이어떻게죽음의공포를무릅쓰고항쟁에나서게되었는지보여준다.전두환쿠데타세력의기습적인검거작전에의해항쟁을지도할인사들이대부분검거되거나도피한상황이었다.녹두서점에모인사람들이가까스로지도부역할을대신하고는있었지만,5월21일계엄군이광주시내로대거투입되고시민에게집단발포했다는소식까지들리자이들도상황이끝났다고판단하고피신을결정한다.그런데정현애와김상집이피신하는도중목격한것은투쟁을외치며도청쪽으로향하는총을든시민군들이었다.운동권들의예상을뒤엎고시민들이흩어지지않고저항을결의한것이다.책곳곳에는각자의자리에서항쟁에참여한시민들의다양한얼굴들이등장한다.생필품이떨어지는상황에서매점매석이혼란을가중시킬것을경계하며판매량을조절하는상인들,부패하는시신의악취속에서도흐트러짐없이죽은자들을돌보는사람들,최루탄으로고통받는시위대를위해대야에물을길어오는유흥업소여성들,학생들을향한계엄군의무차별적폭력에참지못하고항의하는노인들,계엄군의구타에얼굴이시퍼렇게멍들었는데도시민들이얼마나잘싸우는지자랑스럽게떠들던열네살구두수선공등항쟁속시민들하나하나의모습을생생히재현한다.
이책에는세사람이항쟁의여러변곡점마다느꼈던감정들이고스란히묻어있다.자신들을진압하기위해뻣뻣이서있는전경사이로자신의옛친구를발견한순간의씁쓸함,바로옆사람이계엄군의총검에찔려쓰러질때느꼈던살아야한다는절박감과공포,죽은자의관옆에서도조잘거리던생기넘치는어린학생들을향한연민과걱정,시위에참여한사람들과주먹밥을나눠먹으며느꼈던따스함.세사람의시선을통해우리는항쟁에뛰어든사람들이철두철미한‘전사’가아니라‘빨갱이,폭도,극렬분자’라는낙인과무차별폭력에맞서그저자신의인간다움을지키려한존재들이었음을깨닫는다.
이책은5·18항쟁을잔혹한계엄군의진압장면과박제화된사건기록으로다루지않는다.오월의거리에서있던시민들이자신이마주한상황을어떻게이해했고,무엇을해야한다고생각했으며,왜그렇게느꼈는지서술하며일상의고귀함을지키려던평범한사람들의목소리를부활시킨다.


“우리의항쟁은아직도끝나지않았다”
살아남은자들이이어간또다른항쟁

5월27일새벽,전남도청을지키던마지막시민군이계엄군의총탄에최후진압당하고10일간의항쟁은끝이났다.하지만살아남은자들에게항쟁은여전히계속되었다.이미감옥에있던김상윤을포함해정현애와김상집은동료들과함께체포되어상무대로끌려온다.전두환신군부는5·18항쟁을내란사건으로조작하기위해이들에게끔찍한고문을가하며거짓진술을요구한다.살아남은자들은빨갱이와폭도로낙인찍혀형장의이슬로사라질것이라는공포,고문으로정신이상에시달리는동료들과항쟁과정에서죽은자들에대한죄책감,끝나지않는구타와비인간적대우로인한수치심과싸우고있었다.
특히이책에서는그동안잘알려지지않은구속자가족의노력이상세히그려져있다.항쟁이내란사건으로조작되는와중에내란주동자혐의에서벗어난정현애는풀려난뒤곧바로녹두서점으로돌아와나머지구속자가족들과함께석방운동을진행한다.“조작된내란죄누명을벗겨내는일이광주의억울함을풀어내는일”(274쪽)임을자각한구속자가족들은전두환정권의서슬퍼런감시속에서도각계각층의사람들을만나러다니며항쟁은내란이아님을증언해줄것을요청한다.미국대사관을찾아가광주학살을방조한미국의책임을따지기도하고,삼엄한경비를뚫고명동성당에들어가단식농성을진행하며당시침묵과왜곡으로일관하던언론을우회해세상에내란조작을폭로하고자했다.의기양양하게광주를방문한전두환이탄차위에엎드린채경호원들이눈앞에서권총을들이미는와중에도구속자들을살려내라고외치기도했다.5·18이후살아남은자들이이어간또다른항쟁의이야기와진실을밝히기위한그들의노력이생생히담겨있다.
매년5월이오면광주시민들은지독한‘5월앓이’를한다.광주트라우마센터가2017년진행한설문조사를보면,응답자의약72퍼센트가‘5월이되면무언가불안하고우울하다’고토로했다.39년전겪은분노,고립,낙인,폭력은여전히살아남은자들을괴롭힌다.이책을쓴저자들또한5월이되면당시겪은고문후유증으로온몸에발진이돋고,죽은자들에대한죄책감에시달린다.이제는국가공식기념일이된5.18기념식에도한번도발을들여놓지못했다.“계엄군이쳐들어오고있습니다.광주시민여러분!우리를지켜주십시오.”항쟁최후의날,그애절한방송을듣고서도그들을지키기위해뛰쳐나가지못했던많은광주시민은여전히마음에큰병을진채살아가고있다.이것이바로저자들이39년간의침묵을깨고이책을집필한이유다.

“우리가족은일종의의무감으로2012년부터마음에담아둔경험을기록으로남기는작업을시작했다.오늘날5·18항쟁에대한폄훼가도를넘고있다는판단이들었기때문이었다.우리는이상황이두가지문제에기인하고있다고본다.1980년광주시민을학살하고쿠데타로권력을잡은이들을현재까지도제대로처벌하지못했다는점,그리고박정희군부독재부터이어져온지역모순과차별을끈질기게부추기는사람들이오늘날에도권력을움켜쥐고있다는점이다.이러한상황이우리로하여금이기록을쓰게만들었다.”(6쪽)

■추천사

녹두서점의가족들이피와눈물로얼룩진‘광주5월’의기억을다시불러냈다.이것은민주주의와평화로운삶을소망하던평범한시민들이어떻게죽음의공포를극복하고투쟁에나서게되었는지소상히밝혀주는기록이자,5·18항쟁을이해하기위한귀중한자료다.이들가족이겪었던시대의깊은상흔도이글을기록함으로써치유되기를진정으로기원한다.
_황석영,소설가

《녹두서점의오월》에도여느5·18증언들처럼부끄러움,창피함,수치심과같은단어들이출현한다.그것은인간이비인간으로취급될때,그와같은취급을당하며비인간으로전락할것같은순간에느끼는감정이다.5·18에서인간과비인간의경계를온몸으로겪었던세사람은그경계를견디며사람다운부끄러움을간직하고있다.이것이평범한사람들의고귀함이다.
_김정한,서강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