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지당 평전 (규방의 삶을 벗어던진 조선 최고의 여성 성리학자 | 양장본 Hardcover)

임윤지당 평전 (규방의 삶을 벗어던진 조선 최고의 여성 성리학자 | 양장본 Hardcover)

$18.50
Description
“나의 이름은 아녀자가 아니다”
사대부 남성들이 독점한 지식세계에 도전하다
이 책은 오직 사대부 남성만이 학문을 논할 수 있는 조선사회에서 여성 최초로 당대 최고의 학문인 성리학에 도전하며 남성 독점의 지식세계를 뒤흔든 임윤지당의 삶과 학문을 복원한다. “남녀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성에 과연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냐. 누구든지 노력하면 성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유교 가부장제 속에서 억압과 차별을 내재화한 당시 여성이 이를 극복하고 학문에 도전하는 철학적 근거를 구축했다. 임윤지당의 글과 여성 지식인으로서 삶의 태도는 당대 여성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면서 다양한 학문 분야로 여성들이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조선의 여성 지식인의 위상과 성격, 계보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참고점이자, 한국 여성 지성사의 기점으로 평가받는 임윤지당의 삶을 만나보자.
저자

김경미

이화여자대학교이화인문과학원교수.이화여자대학교에서한국고전문학을전공하고「조선후기소설론」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고전소설을젠더,사회사적시각에서연구한다수의논문을발표하고한문소설을번역했다.조선시대여성생활에관한자료를수집,번역해왔으며특히여성의글과글쓰기에관심을갖고있다.『여/성이론』편집위원으로참여했으며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활동했다.저서로『소설의매혹』,『19세기소설사의새로운모색』,『家와여성』,『조선의여성들』(공저),『노년의풍경』(공저)등이있고,역서로『여자,글로말하다:자기록』,『금오신화』,『19세기서울의사랑:절화기담,포의교집』(공역),『17세기여성생활사자료집』(공역),『18세기여성생활사자료집』(공역)등이있다.

목차

발간의글|‘한겨레역사인물평전’을기획하며-정출헌
머리말|하늘에서받은성품은남녀의차이가없다

1부임윤지당의가문과어린시절
1장노론명문가에서태어나다
2장여중군자(女中君子),할머니전주이씨부인
3장부모의자녀교육,임윤지당에게길을열어주다
4장남자형제들틈에서공부하다
5장함흥에서의잔치,그리고아버지의죽음

2부내이름은아녀자가아니다
1장가문의위기,가례로집안의규율을잡다
2장성리학에빠져들다
3장재능있는여성들을향한관심-「송능상부인의전」
4장남자도하기어려운일이아닌가-「최씨와홍씨,두여성의전」
5장의리란무엇인가-예양과보과를논하다
6장내이름은아녀자가아니다-공부의목적,성인(聖人)

3부시련이찾아오다
1장원주의선비신광유와혼인하다
2장남편의요절,아이의죽음
3장형제들의변고
4장시집과친정을오가며마음을다잡다
5장남편이남긴필사를잇고발문을쓰다

4부성리학자로우뚝서다
1장이기심성에대하여
2장남녀의본성에는어떤차이도없다
3장군자는이욕이아니라의리를추구한다-역대인물평가
4장밤낮없이학문에침잠하여

5부여군자,임윤지당
1장아들과오라버니의죽음
2장마지막순간까지글을다듬다
3장강정일당,여성성리학자의계보
4장당대남성들의평가

맺음말|차별의언어에서보편의언어를발견하다
주석
주요저술및참고문헌
연보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남녀의본성에어떤차이가있단말이냐!”
임윤지당,여성에게금지된사유의영역에도전하다

조선시대,모든사대부남성들의꿈은성인(聖人)이되는것이었다.남성들은수양을통해덕과지혜를갖춰최고의인격에이를수있다는성리학연구에한평생몰두했고,국가는이들을위해교육기관과과거제같은제도를만들어사회운영의중심으로삼았다.이에반해양반가여성들에게제시된것은‘삼종지도(三從之道)’의규범이었다.성인을향해구도하는아버지,남편,아들에게순종하며집안일을단속하는것이조선이여성에게요구하는삶의자세였다.여성들은당대지식언어인한문보다는‘상스러운’한글로필담을나누거나,시와그림,노래를짓는정도가남성들이허락해준사유의영역이었다.
18세기노론명문가의규수였던임윤지당(1721~1793)에게도당대여성들과다를바없는삶의길이눈앞에펼쳐져있었다.어릴적부터아버지와형제들의지도아래남성중심의가례를따르며,어머니곁에서바늘과실을벗삼아집안살림에보탬이되는베를짜고,여성들이갖추어야할예절과법도가적힌『효경』,『열녀전』등을외웠다.그런데임윤지당이흥미를보인것은따로있었다.바로남성들이독점한진리의보고,성인을향한공부,‘성리학’이었다.부모의허락아래남자형제들곁에서어깨너머로성현의경전과역사서를읽기시작하면서그는지금껏경험해보지못한지적희열을느꼈다.“고기맛이입을즐겁게하듯이경전이더욱좋아져서도저히그만둘수가없었다.감히세상의법도에얽매이지않고경전에실린성현의교훈에다가갔다.”(『윤지당유고』)자연의이치와인간존재의원리가담긴당대최고의학문성리학에빠져들며임윤지당은조선의여성들에게는한번도허락되지않은사유와진리탐구의길에나섰다.

“규방안에는가르쳐주고바로잡아주는이가없다”
높아지는학문,깊어지는지적고독함

임윤지당은유학의핵심경전과역사및정치서들을섭렵하고조선의중요사상가들인이이,이황,조광조,송시열뿐아니라당시떠오르는실학가들의글을탐독하면서이기심성설,예악설,사단칠정론등조선후기의대표적인논쟁들까지다룰수있게된다.자신만의사상을구축하기시작한것이다.하지만임윤지당의학문이그깊이를더할수록그의고독감또한깊어졌다.“규방안에는가르쳐주고바로잡아주는사람이없다”(55쪽)며자주안타까움을드러냈을정도로그는자신의사상을공개적으로검증받거나토론할만한상대를원했지만조선은여성에게학문의자리를허용하지않았다.
그나마임윤지당을인정해주고깊이있는학문적대화를나눈동료이자스승이있었다.조선성리학6대가중한명으로평가받는둘째오빠녹문임성주다.그는임윤지당과의서신교환을통해평생학문적대화와토론의상대가되어주었다.흥미로운점은임윤지당이임성주에게학문적으로많은영향을받았음에도근본적인철학적시각에서차이를보인다는것이다.임성주와달리임윤지당은성인(聖人)과범인(凡人)의본성은차이가없으며,개별적인삶에서나타나는차이는인간의노력에의해극복가능하다고주장했다.이는남성이주도하는지식의장에서억압과차별을내재화한당시여성이이를극복하고학문에도전하는철학적근거를구축하는것이었다.이처럼당대최고의석학과대등하게논의할수있었다는것은임윤지당의학문적수준을가늠하게해줄뿐만아니라,임윤지당이여성성리학자로서주류성리학과는상이한관점을가지고있음을보여준다.

여성,조선성리학지형에처음으로모습을드러내다
여군자(女君子)임윤지당을향한남성지식인들의자기분열

임윤지당을바라보는남성지식인들의시선은복잡했다.임성주를비롯한임윤지당의형제들은비록그가학문하는것을조력내지묵인했지만,정작집안바깥으로는그의학문적위상이알려지는것을꺼려했다.임윤지당의사유를인정할때조차“여자가해야할일을했고밤에야낮은소리로책을읽었다”며그가여성의규범을벗어나일탈한것이아님을애써사대부사회에변명했다.일부남성지식인들은임윤지당을자신들과동등한성리학자로서인정하려는움직임도보였다.이들은임윤지당이수천년에한번나올까말까한여자선비라며그의형제임성주와동등하게거론하거나,그를주류성리학계열의하나로까지연결시키기도했다.하지만이들의평가도부녀자가도달한학문적수준에비추어자신들을반성하는방식으로수렴되었고,여성에대한사대부남성의우월적지위를재확인하는데그쳤다.
그렇다면임윤지당은성리학을통해사대부사회에서인정받는명예남성이되고자한것이었을까?임윤지당은여러글에서남녀는하늘로부터부여받은본성이같으며,여성도수양을통해성인이될수있음을수차례피력했다.조선성리학지형에서여성이라는주체가처음으로등장한것이었다.임윤지당은남성들이만든지식세계를받아들였지만결과적으로이세계에서학문을하는자신은누구인가를끊임없이질문하며남성중심의학문적전통과언어에균열을냈다.

읽고쓰고생각하는조선의여성들
한국여성지성사의기점,임윤지당

“나는아녀자가아니다.네칼날을더욱예리하게다듬어라.내마음의잡초를베어버려라.”(『윤지당유고』)임윤지당이전까지조선의여성들은대개문예활동으로이름을알렸다.신사임당,황진이,허난설헌등이남긴16세기의시와그림은당대에높은평가를받았는데,이는남성들이여성에게허락한활동영역이기도했다.하지만18세기들어서임윤지당을필두로사대부가의여성들이다양한학문분야에뛰어들며남성들이독점한지식세계에도전하기시작한다.성리학의강정일당(1772~1832),생활백과의이빙허각(1759~1824),기하학의서영수합(1753~1823),태교의이사주당(1739~1821)등이대표적이다.특히강정일당의경우자신이임윤지당의글과여성지식인으로서삶의태도에상당한영향을받았음을고백하기도했다.한국의역사서술에서여성지식인들이여전히제대로평가받지못한상황에서,임윤지당은조선의여성지식인의위상과성격,계보를이해하는데중요한참고점이되어준다.
“남자로태어난다면깊은산속에집을짓고는수백수천권의책을쌓아두고그가운데서늙어가고싶다.”(77쪽)조선의한여성이남긴이회한은전근대수많은여성들이품었던지적탐구의열망과그좌절을상기시킨다.임윤지당은여성이마주한수많은제약속에서도남성들이독점해온국가통치의이념이자사회윤리의핵심사상인성리학을연구하면서독자적인사유를제시했을뿐아니라성리학적세계관에서남성의소유물에불과했던여성에게독자적인정체성을부여하고이를직접실천했다.임윤지당은오늘날새롭게쓰여야할한국여성지성사의기점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