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생활자 (배지영 소설집)

근린생활자 (배지영 소설집)

$13.75
Description
먹고살기 위해 노력해봐도 절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전문적이고 고된 일을 하고 있음에도 야박한 대가와 어처구니없는 노동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노동자들. 소설집 《근린생활자》는 그런 이들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울음 같은 웃음도 달음박질도 그리고 눈물도 멈출 수가 없었’던 비정규 인생을 위한 이야기다.
저자

배지영

2006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중편소설〈오란씨〉가당선되며등단.작품으로소설집《오란씨》와장편소설《링컨타운카베이비》,《안녕,뜨겁게》가있다.

목차

근린생활자
소원은통일
그것
삿갓조개
사마리아여인들
청소기의혁명

작가인터뷰|근생이뭔데요?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사실이것은‘직업’에대한이야기이기도해요.직업에대한자부심도있고전문성도가지고있음에도야박한대가와고된환경을견뎌야하는사람들.그러면서도그저운이없었을뿐이라고혹은조금더노력하지않은자신을탓하기도하면서살아가는사람들.먹고살아야하니까,그래야해서가아니라그래야하는줄알고살아왔던이들입니다.그렇게살아왔고또살아가고있는이들을위로하고싶었습니다.
_‘작가인터뷰’중에서

엘리베이터수리기사,태극기부대할아버지,하청업체노동자,청소기판촉사원…
동시대를살아가는비정규인생들의이야기

“그의소설은‘비정규인생’의다채로운경로와세목들을분연히펼쳐놓고는되묻는다.이폭력적가난의생태학,그압도적인구체성을당신이정말‘향유’할수있느냐고.”_오혜진문학평론가

규정에맞는정상적인상태.정규의사전적의미다.그렇다면비정규란무엇일까?이는‘정규가아님’을뜻한다.배지영소설집《근린생활자》는우리사회에서정규가아닌모습이무엇인지보여주는작품들로채워져있다.‘근린생활자’는근린생활시설에사는이를일컫는말로,평범한집에거주하는듯보이지만사실은구청의단속을피해쥐죽은듯이살아야하는사람들이다.언제자신의집에서나가야할지모르는이들은비정규직의삶처럼보이기도한다.
내집마련의꿈을안고근린생활시설을매매한청년상우(<근린생활자>),북한부동산에투자한태극기부대할아버지순병(<소원은통일>),산림청하청업체에서폐기물이저장된드럼을묻고관리하는일을하는그(<그것>),수력발전소의도수관벽면에붙은삿갓조개를긁어내는노동자(<삿갓조개>),마트행사장에서물건을훔치는나와등산로에서영감들에게몸을파는미자언니(<사마리아여인들>),동네마트에서중소기업청소기를파는외판원길씨까지(<청소기의혁명>).수록된여섯작품은현재를살아가는수많은비정규인생들에대한이야기다.각작품의인물들을따라가다보면울컥하기도하고한숨이나오기도하는데,이는우리가지금겪는현실과그리멀지않기때문이다.소설들은작가가실제로겪었던일에서시작되기도하고,신문과TV등의매체를통해전해진편파적보도에서부터시작되기도한다.먹고살기위해노력해봐도절대가난에서벗어날수없는사람들,전문적이고고된일을하고있음에도야박한대가와어처구니없는노동환경에적응해야하는노동자들.소설집《근린생활자》는그런이들의기록을담은책이다.‘울음같은웃음도달음박질도그리고눈물도멈출수가없었’던비정규인생을위한이야기다.

꿈마저잃어버린채표류하는이들의이야기
<근린생활자>,<청소기의혁명>

<근린생활자>와<청소기의혁명>은꿈꿨던삶에대한희망을잃어가는청년들의이야기다.먼저,표제작<근린생활자>는엘리베이터수리기사상욱이싼전세를찾다근린생활시설를매매하게되면서벌어지는일을담고있다.근린생활시설은상가로준공허가를받은뒤주거용으로바꾼것으로,구청의단속을피해야하는집이다.상욱은그간살았던곳과는비교할수없는쾌적함에집을매매하기로결정한다.하지만설렘은오래가지않았다.근린생활자로서지켜야하는규칙들이줄지어나타났고함께살기로한병수는부실공사를들먹이며매일매일상욱의마음을긁어댔다.다른입주민의눈치를살피며병수까지챙겨야하는상욱.그는근린생활자로서의규칙을지키며살아간다.반드시인터폰으로확인한후문을열었고,발코니에서는절대담배를피우지않았다.그럼에도불구하고누군가의신고로언제이집에서나가게될지모르는일이었다.상욱은과연근린생활자로서무사히살아갈수있을까.

“아이는결국바다에서나오지못했다.(…)고작먼지통속에섞인먼지들,머리카락뭉치,하얗고작은손톱조각뿐인것을전할필요가없었으면하고바라고또바랐다.”_본문중에서

<청소기의혁명>은작가가가장조심스럽고아프게쓴소설이다.이작품은중소기업의연구원으로일하며바람개비청소기를개발해홈쇼핑완판신화를이루었지만지금은마트에나와자신이개발한청소기를파는판촉사원길씨의이야기다.
소설은4·16세월호사건을다룬다.희생된아이들과는전혀아무런관계가없는,어쩌면그냥한번마트에서지나쳤을법한인물인길씨의시선으로떠나간아이들과남은이들의마음을담고있다.청소기를작동시키면투명한아크릴먼지통안에서마치살아있는나비처럼노란빛을내며돌아가던바람개비.길씨가개발한청소기는실용적이지않다는이유로기능이나성능만강조되는사회에서철저히외면당한다.
아이가반품한청소기의먼지통에들어있는작은먼지들을버리지않았던길씨.그는이먼지가아이의마지막흔적이아니길바라지만,그작은꿈마저무너지자지금까지자신이지켜온삶의활기를더이상찾을수없음을깨닫는다.

자본주의사회에서을로태어난사람들의목소리
<그것>,<삿갓조개>

소설<그것>과<삿갓조개>은노동의이면에대한이야기다.<그것>의주인공그는폐기물이담긴저장드럼을묻고,안전하게유지되도록관리하는일을한다.그는자신이묻고관리하지만그안에든것이정확히어떤폐기물인지알지못한다.그저원칙만제대로지키면된다는윗선의말을그대로믿는다.이일이위험하다며그만두는후배를보며,그는세상모든일은어느정도목숨을내놓고해야한다고생각한다.

“원칙만제대로지키면전혀위험한일은아니었다.세상어떤일이든어느정도목숨을내놓고해야했다.그가이일을하기전에거쳤던일들,그러니까지하철스크린도어작업이나하수관청소도그랬다.”_본문중에서

동생미애네부부가살곳을직접알아봤던것은그였다.그이유는저장드럼이없는곳을선별하기위해서였는데,그것의안정성에대한확고한믿음을갖고있는그였지만그것이묻힌땅주변을일구는것은피해야한다고생각했다.하지만결국동생미애가암에걸려죽었을때그는처음으로자신의일을,그리고그것의존재를의심한다.큰죄를덮기위해작은죄를곁에두는이들.그들이끝까지숨겨야만하는그것은무엇이었을까?

그는삿갓조개를긁어내는일을했다.그의손엔가위같은도구가들려있었다.가위는아니었다.두개의날이교차되는형태였지만가위와달리바깥쪽날도날카롭게서있었다.(…)이것은조개더미를깨트릴때유용했다.익숙하게깨트리고긁어내고잘라냈다._본문중에서

소설<삿갓조개>는시급900원인상을위한수력발전소도수관청소노동자의파업을소재로하고있다.도수관안에서기압차이를견디며하루도쉬지않고매일10시간을꼬박삿갓조개를긁어내도그의손에200만원이채떨어지지않았다.알수없는온갖내역으로돈이조금씩깎인채급여가나왔다.“100만원만준대도일시켜달라는사람은많아”라는작업반장의말은그들의생존을건드렸고,도수관노동자들은먹고살기위해도수관안으로들어가파업을시작한다.
소설속파업을저지하는진압대의비인간적인모습과언론의편파적보도등은쌍용차파업진압사태를떠올리게한다.2010년에집필된이작품은그당시의노동현장과사회의모습을현실적으로담고있는데,이는집필로부터9년이지난지금에도유의미하게읽힌다.하루이틀정도만견디면시급900원을올릴수있을거란노동자들의희망이애절하고슬프게들리는건,어쩌면우리가소설보다더한이야기를현실에서읽었기때문이지않을까.

태극기부대할아버지,박카스할머니가된그들의사정
<소원은통일>,<사마리아여인들>

그러고보면다먹고살자고하는일이었다.그것을위해어떤방법을취하든,어느편에붙든비난받을일은아니었다._본문중에서

<소원은통일>은북한부동산에투자를한태극기부대할아버지순병씨의이야기다.퇴직이후기원을들락거리다태극기부대집회에참여하게된그는집회에나온노인들의자신감넘치는행동들을보며뜨거운무언가를느낀다.그랬던순병씨가변하기시작한건북한부동산에투자를하기시작하면서였다.투자자들이만든단톡방이나밴드에서공유하는정보는그간순병씨가봐왔던종편뉴스와는전혀달랐다.처음엔다소동의하기힘든내용도있었지만순병씨는시간이지나면서그생각마저변해갔다.어떤방법을쓰든통일은속히되어야하는것이었고,어떤교류든끈을놓쳐선안됐다.그래야순병씨가투자한호텔공사가무사히진행될수있었다.이후,다시광화문집회장을찾은순병씨의심장은태극기부대시절과는전혀다른이유로뛰고있었다.

그녀는자신을가난과불행에빠트리게한,몸파는짓으로지금밥먹고산다.인생의덜미가잡힌것이나머지인생을살게한다는게미자언니와나의공통점이기도했다_본문중에서

<사마리아여인들>은실제사건인박카스성매매노인과월경전증후군으로도벽을갖게된여인의기사에서모티브를가져왔다.가족모두가등을지게했고,인생을나락으로떨어뜨린도벽은현재나의생계를유지하게해주는유일한일이되어버렸다.한눈에보기에도가난이물컹물컹느껴지는미자언니는산이나공원에서몸을팔아먹고산다.매춘과도벽으로먹고사는두여인의외로운삶은언제나사람들에게비난받고쫓겨야했다.소설후반부산림감시원을피해헐거운무릎으로산비탈을뛰어내려가는모습은그녀들의아슬아슬한삶전체를보여준다.자신도모르게찾아온노년의시간과가난앞에서어찌할수없는삶의무게를고스란히느끼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