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의 일 (김혜진 장편소설)

9번의 일 (김혜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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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저 일이 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조용한 비극
《딸에 대하여》의 저자 김혜진이 2년여 만에 펴낸 장편소설 『9번의 일』. 권고사직을 거부한 채 회사에 남아 계속해서 일을 해나가는 한 남자를 통해 일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혹은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그 둘 사이를 채운 어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온한 삶의 근간을 갉아가는 일의 실체를 담담하면서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수리와 설치, 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통신회사 현장팀에서 26년을 일한 ‘9번 남자’는 저성과자로 분류돼 세 번째 재교육을 받기 직전, 부장의 호출을 받는다. 부장은 그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하지만 그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결국 최하등급을 받고 타 지역 거점 센터로 발령이 나 인터넷 상품 영업 일을 하게 된다. 상품 계약을 못 한 달은 월급에서 30퍼센트가 삭감된다. 그는 그 일이 자신에게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어떤 업무도 주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걸 곧 깨닫는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의 공유기를 무료로 교체해준 일로 업무 촉구서 경고장을 받게 된다. 곧 두 번째, 세 번째 촉구서가 이어진다. 2주 뒤, 그는 다시 한 번 떠밀리듯 지방 소도시 시설1팀 분기국사로 발령 난다. 그곳에서 그는 인터넷 수리와 설치, 보수 업무 일을 하며 일상을 되찾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휴가를 내고 친구의 죽음을 추모하는 노제에 참석하고 온 다음 날 무단결근 통보를 받게 되고 곧 출퇴근 명부에서 이름이 삭제된다.

그는 노조에 가입한다. 몇 달의 투쟁 끝에, 그는 본사 소속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으로서 변두리의 한 소읍인 78구역으로 복직한다. 그리고 그곳에선 통신탑 설치를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그곳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언제까지, 어디까지 밀려나게 될까? 이렇게까지 밀려나면서도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를 결국 찾게 될까?
저자는 평온한 일상을 밀어내는 참혹하고도 슬픈 일의 실체를 들여다보며, 일하는 마음과 일을 앓는 마음 그 어딘가에서 결국 끝까지 남아 계속 우리를 더 나쁜 쪽으로 밀어붙이는 일의 수많은 감정들을 짚어낸다. 지금도 각자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을 계속하면서 결국 닿게 되는 그 끝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게 한다.
저자

김혜진

1983년대구에서태어났다.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치킨런」이당선되면서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2013년장편소설「중앙역」으로제5회중앙장편문학상을,2018년장편소설「딸에대하여」로신동엽문학상을수상했다.작품으로는소설집『어비』,『너라는생활』,장편소설『중앙역』,『딸에대하여』,『9번의일』,중편소설『불과나의자서전』등이있다.2021제12회젊은작가상을...

목차

1
2
3
4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추천사

나는왜일하는가.살면서자꾸놓치는물음이다.소설가김혜진은‘먹고살려면어쩔수없다’는생계의논리에결박된인물을내세워노동을통해사람이변형되고왜소해지는과정을날렵한필치로그려낸다.이는자기일에‘중지’버튼을눌러본적없는사람이어떻게자신으로부터가장먼존재가되는지에대한고찰이자,남들처럼살고픈욕망이강할수록남들에게등돌리게하는자본시스템에대한고발이다.생의기반을다지기위해일하지만일이삶의근간을갉아먹는실존의모순은너무도실감나서섬뜩하다.이책을읽고나면누구나느낄것이다.회사를그만두는것보다무서운일은“자신의모습이아닐거라믿었던자신의모습”을보는것임을말이다.노동이공공연히몸과마음을다치게하는세상,더늦기전에읽어야할소설이다._은유(작가)

줄거리

통신회사현장팀에서26년을근속한그는그해여름이끝나갈무렵새로온부장의호출을받는다.저성과자로분류돼세번째재교육을받기직전이었다.부장은그에게권고사직을권유한다.동료들조차연장자가자진해서나가주길바라고있다는걸,교육후에는최종평가서가나올거고,평가점수에따라업무나업무지가바뀔수있다는걸,그는잘알고있다.하지만……그는몇달전변두리에있는오래된다세대건물을매입했고,아직고등학교에다니는아들이있다.아내는마트에서2교대로일을한다.다세대건물의누수수리비,대출금이자와원금,자동차할부금,연금,보험료,아들의학비,경조사비,장인의병원비,노모의시골집수리비…….내일이더나아질거라는확신이그에겐없다.걱정과두려움은시시때때로찾아오고,미래라고할만한건너무멀다.하지만,그것들이그가회사를그만둘수없는이유는아니다.수많은이유가운데하나일 뿐이다.그는부장의권고사직제안을거절한다.결국최하등급을받고타지역‘거점센터’로발령이나인터넷상품영업일을하게된다.상품계약을못한달은월급에서30퍼센트가삭감된다.그는그일이자신에게새로운업무를부여하는게아니라어떤업무도주지않겠다는의미라는걸곧깨닫는다.그리고얼마뒤,그는외국인노동자기숙사의공유기를무료로교체해준일로업무촉구서경고장을받게된다.곧두번째,세번째촉구서가이어진다.2주뒤,그는다시한번떠밀리듯지방소도시시설1팀‘분기국사’로발령난다.그곳에서그는인터넷수리와설치,보수업무일을하며일상을되찾으려노력한다.하지만휴가를내고친구의죽음을추모하는‘노제’에참석하고온다음날무단결근통보를받게되고곧출퇴근명부에서이름이삭제된다.그가노조에가입한다.몇달의투쟁끝에,그는본사소속이아닌하청업체소속으로서변두리의한소읍인‘78구역’으로복직한다.그리고그곳에선통신탑설치를반대하는마을사람들이그를기다리고있다.그는그곳에서어떤선택을하게될까?언제까지,어디까지밀려나게될까?이렇게까지밀려나면서도회사를그만둘수없는이유를결국찾게될까?

본문발췌

왜무슨일이든자신에게닥치고나서야보게되고듣게되고알게되는걸까._20쪽

다같이죽어라버티면다같이죽자는거지,맞잖아요?_34쪽

못할게뭐있나.다하는거지.하는데까지해보는거지.읍내지구대에서폭행관련조사를받고돌아온늦은밤에그는3번에게그렇게말했다.일이라는건매일끔찍하도록같은작업을반복하면서기술을배우고노하우를익히고실력을늘려가는것이었다.그거면됐다.그게무슨일인지,어떤일인지생각할필요는없었다.그는그이상의것들을생각하지않기로했다._200쪽

이게당신들이하는일입니까?좋은일,옳은일.그게당신들일이에요?월급얼마받아요?많이받아요?얼마든주는만큼받고살수있으니좋네요.고맙다훌륭하다칭찬도듣고요._205쪽

이봐요.나는내가무슨일을하는지모릅니다.알필요도없고요.통신탑을몇개나더박아야하는지,백개를박는지,천개를박는지,그게고주파인지저주파인지난관심없어요.나는이회사직원이고회사가시키면합니다.뭐든해요.그게잘못됐습니까?_205~206쪽

다만그는기다리고있었다.자신이언제까지이일을계속할수있는지.그래서마침내닿게되는곳이어디인지,그끝에무엇이있는지확인하고싶었다._243~244쪽

캄캄한산길을오르는동안그는아이를생각했다.10년뒤,15년뒤.준오도자신의일을갖게될거였다.그러니까자신도모르게이끌리는어떤일을발견하게될거였다.그러나그것이진짜일이되는순간,얼마나많은것들이바뀌어버리는지아이도알게될거였다.그일을지속하기위해,바라지도않고원하지도않는일을계속하면서자신이어떤사람으로바뀌어버리는지깨닫게될거였다._2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