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효온 평전 (유교문명의 성세를 꿈꾼 이상주의자의 희망가 좌절)

남효온 평전 (유교문명의 성세를 꿈꾼 이상주의자의 희망가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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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대의 어두운 그늘을 비판한 조선의 젊은 지성, 남효온
조선의 태평성대, 성종 시절의 명암을 포착하다
조선의 제9대 국왕 성종이 치세하던 시절은 유교 체제가 완비되고 왕조가 안정기에 접어든 황금기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그 빛나는 성취 뒤에는 이전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조선은 개국 이후 왕위계승을 둘러싸고 살육이 난무하는 극심한 정치적 갈등을 겪었다. 대표적 사례가 세조의 왕위찬탈 쿠데타인 계유정난이다. 반정이 성공하자 공을 세운 이들은 세조 이래 수십 년 동안 정치적 실권을 장악했다. 성종 재위 기간에도 원로대신으로서 자신들의 생존에 유리하도록 정국을 주도했다. 그런 상황에서 스물다섯의 젊은 유생 남효온은 세조의 왕위계승 방법의 불법성을 지적한다.

그는 세조에 의해 폐서인된 단종의 생모 현덕왕후의 신원을 복권하고 능을 복위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려 조정에 파문을 일으켰다. 은폐된 과거사를 들춰내고 집권 세력의 심기를 거스른 대가는 혹독했다. 중앙 정치 무대에 올라설 기회를 박탈당한 그는 이후 경계인의 삶을 살며 아웃사이더의 시선에서 성종 시대의 밝음과 어둠을 포착했다. 세상을 향한 울분과 울울한 자조 속에서도 기개 있는 붓끝으로 시대를 증언하는 기록을 남긴 남효온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사육신의 이름을 충절의 상징으로 기억한다. 조선 초기, 거듭된 정변으로 일그러진 사회를 유교문명 국가로 바로잡고자 했던 이상주의자, 남효온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자.
저자

정출헌

고려대학교에서조선후기우화소설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고,지금은부산대학교한문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과거의인물이나사건이어떤과정을거쳐지금우리의기억으로자리잡게되었는가에관심을갖고공부하고있으며,고전이편찬된당대의상황에유념하되현재의문제의식을놓지않는고전읽기를시도하고있다.밀양에있는점필재연구소에서다양한분야의고전문학연구자들과함께공부하며,거기에서얻어진성과를지역의교사,청소년,시민들과공유하는자리를만들어가고있다.《고전소설사의구도와시각》,《조선최고의예술판소리》,《살아있는고전문학교과서1,2,3》(공저),《조선의여걸박씨부인》,《김부식과일연은왜》등을펴냈다.

목차

발간의글|‘한겨레역사인물평전’을기획하며-정출헌
머리말|새로운시대를열망했던한젊은이상주의자와의만남

1장연산군10년,엄동설한에휘몰아친광풍
갑자년동짓달,어느부자의참극
양화나루에서함께한젊은벗들
신진사류와훈구공신의얄궂은운명

2장어린성종의즉위와새시대를향한기대
불안과희망으로출발한새로운시대
김시습의귀환과신진사류의공감
남효온의유년과그의젊은벗들
김종직의『소학』교육과시대정신

3장한장의상소가불러일으킨파문
흙비와구언,그리고젊은유생의상소
조정을뒤집어놓은남효온의소릉복위상소
사제(師弟)의명분,훈구공신의노회한반격
구언상소이후,뜻을함께했던젊은동지들

4장『육신전』의집필과역사바로세우기
남효온의꼿꼿했던결기와시대정신
남효온이『육신전』을기록하던즈음
과거를바로잡는서사적증언,『육신전』
『육신전』에밝혀둔그날의오명(汚名)들

5장폭음으로견뎌내던시련의시절
벗들과흥겹게어울리며지내던한때
함께했던벗들의부재,살아남은자의폭음
절주(絶酒)를둘러싸고벌어진우정의논란

6장신진사류의좌절과삶의전회(轉回)
남효온을비롯한신진사류들이추구한삶
성균관풍자시의파문과흔들리는마음
과거공부의포기와은거생활의선택
경지재에서의침잠과성리학으로의전회

7장금강산유람과성리담론의집필
김시습과의재회,그리고영원한이별
현실로부터의일탈을맛본금강산유람
금강산의여정에서만난많은인연들
성리담론의본격적집필과논쟁의시대

8장절절하게읊은시편과울울했던송도유람
비통하게읊조린한해의간난의시편
가뭄,언문투서,그리고김종직의좌천
스승을향한제자들의날선비판들
벗들과함께한울울했던송도유람

9장정처없이이어지던방랑의시작
연속된가족의죽음과비탄255
실의의극점과방랑의시작260
지리산천왕봉에오른감회267
너르디너른지리산자락의위무278

10장인생의길을일깨워준스승과의만남
신진사류들의스승,김종직과의첫만남
오랜남도방랑을마친뒤의귀갓길
스승김종직에게지어보낸자만시
관서유람에서만난또다른노스승

11장죽음앞에서얻은지극한즐거움
호남으로의마지막여정,또는이별여행
죽음의달관,실의한동류와의묵은회포
살갑게대해주던두여인에대한추억
죽음을앞에두고얻은마지막깨달음

12장소풍길같던귀천(歸天),그러나
훌훌떠나간남효온의쓸쓸한최후
남효온에대한기억,그리고남은벗들

보론|『추강냉화』와성종대의어두운그늘에대한증언
주석
주요저술및참고문헌
이미지출처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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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어린성종의즉위와새시대를향한기대,
그러나현실은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던모순의시절

남효온(1454~1492)은조선전기의유교지식인으로,매월당김시습과더불어‘생육신’을대표하는인물중한명이다.그가젊은유생으로서정체성을갖춰나가던15세기중반무렵은조선의태평성대를구가했다고일컬어지는제9대국왕성종이치세하던시절이었다.그이전까지조선은개국이후왕위계승을둘러싸고친족간에살육이난무하는극심한정치적갈등을겪었다.그대표적인사례가세조의왕위찬탈쿠데타인계유정난이다.반정이성공하자공을세운이들은세조이래수십년동안정치적실권을장악했다.한명회,권람,정인지,정창손등으로대표되는훈구공신들이바로그들이다.이들은성종재위기간에도원로대신으로서자신들의생존에유리하도록정국을주도했다.

그럴수밖에없었던까닭은이들이성종을왕위에오르게만든배후의인물들이자어린성종이성인이될때까지‘원상제’라는집단지도체제로어린임금을에워싸고정무를대신돌보며무소불위의권력을휘두르던주체였기때문이다.1469년,세조의둘째아들예종이왕위에오른지불과1년2개월만에갑작스럽게승하하자,훈구공신들은왕실최고어른이었던정희왕후(세조의비)의승인을얻어일사천리로왕위계승작업을진행했다.그결과당시열세살에불과하던잘산군(성종)이반나절만에후계자로지목되고보위에오르게된다.왕실내왕위계승서열3위였음에도불구하고왕위를잇게된성종의장인이당시최고실세였던한명회였던것은굉장히공교롭게여겨지는대목이다.이처럼어린성종은세자교육도받지못한채왕위에급히올랐기때문에스무살이되기전까지수렴청정과원상제라는비정상적인정치체제아래에서임금노릇을해야했다.새로운시대가펼쳐지는듯했으나아직새로운시대가아니었던것이다.훈구공신들의위세는여전했다.아니,날로강고해지고있었다.

조선유교문명의성세를꿈꾼젊은이상주의자,남효온
시대의모순을지적하고,과감한정치개혁을제언하다

그러나성인이된성종은이전과점차다른행보를보이기시작한다.집현전의후신인홍문관을개편하여젊은인재들을대거영입하는한편,조정의대소신료들에게개혁의방안을구언하는등자기정치를하나둘씩펼쳐나갔다.또한세종시절찬란히꽃피웠던유교문명을재현하고자유교국가의기틀을확립하는초학서로중시되던『소학』의중요성을설파하며,자신의정치적방향을『소학』의정신으로부터잡아보고자했다.“유교정신의기본으로돌아가자”는호학군주성종의일성에성균관의젊은유생들은소학계를결성하여경전을강론하고실천하며열렬히호응했다.이들신진사류들은유교경전에적힌성현들의가르침이현실에서도그대로구현되는세상을꿈꿨다.‘사림의종장’으로추앙받던김종직을필두로한이일련의젊은유생집단은조선유교문명의성세를꿈꿨던당대의이상주의자들이었다.그리고남효온은이들을대표하는가장문제적인핵심인물이었다.

남효온이자신의존재를역사에분명히드러낸것은그의나이스물다섯에소릉복위상소를올리면서부터였다.그는새시대를향한기대와이전시대의어두운그림자가함께공존하던시절,세조의왕위계승과정에서자행된불법성을지적하며,잘못된과거를바로잡아야한다는과감한주장을던졌다.그는1478년(성종9년),세조에의해폐서인된단종의생모현덕왕후의신원을복권하고그의능을복위해야한다는상소를올려조정에큰파문을일으켰다.만일소릉복위의정당성이받아들여진다면,그다음수순은단종을노산군으로강등시킨뒤결국은죽음에이르게끔만들고,현덕왕후는더이상왕의모친이아니니폐서인해야한다고부추겼던훈구공신들에게책임을묻는일로귀결될수밖에없었다.

한장의상소가불러온파문과훈구공신들의반격,
그로인해걷게된외롭고도순탄치않던방랑의일생

사실남효온이상소를올리기일주일전,그와동갑내기였던또다른유생이자당대의신진사류였던이심원이세조이래로권력을장악하고있던훈구공신들을정치일선에서물러나게해야한다는상소를올린바있었다.자신들의정치생명이걸린일이었기에훈구공신들은곧바로견제에들어갔다.그것이조선유교체제가완비되고,왕조가황금기에접어들었다고일컬어지던성종대의실상이었다.당시그누구도함부로발설하지못했던세조의패륜적처사를공론의장에올리고,집권세력의심기를거스른대가는매우혹독했다.노회했던훈구공신들은남효온의소릉복위상소를정면에서반박하지않았다.대신그가올린상소의내용중학교(성균관)의교육을진작시키고풍속을바로잡자고제안한부분을빌미로삼아남효온을사제의도리도모르는‘미친유생[狂生]’이라고낙인찍어버리는한편,이심원과남효온이비슷한내용의상소를올린것으로보아함께작당하여반역을도모하고자한무리로추정되므로,붕당죄로엄히처벌해야한다는공세를퍼붓기시작했다.오늘날에비유하자면,정책을건의한젊은이들을공안사범으로몰아간형국이었다.결국훈구공신들의대대적인반발로인해신진사류의지지를업고자기정치를펼쳐보려했던성종의뜻은이내좌절되었고,남효온은자신이올린한장의상소로말미암아중앙정치무대에올라설기회를원천적으로박탈당하고만다.

이처럼조선전기의정치구도는훈구세력과사림세력의갈등과대립으로설명될수있는데,이는성종시대에접어들면서본격화되었다.남효온은그런시대적격랑속에서자신의의지와는관계없이중앙정치무대에서밀려나게되었고,서른아홉이라는이른나이로세상을떠나기전까지간고한선비의삶을살게된다.이후남효온은방외인이자경계인으로서전국을떠돌아다니며자신과뜻을함께했던신진사류벗들혹은김시습과같은시대의선배들과시주(詩酒)를나누거나,‘경지재’라이름지은자신의은거지에머무르며성리학담론을비롯해시대를증언하는기록들을여러권집필하면서자조와시름,울분과분노를달래었다.그가선택했던은둔과방랑의삶은자유로운자기의지에따른선택이라기보다소릉복위상소를올린이후당대의기성세대였던훈구대신의배척을받아강제된삶이었다.때문에그가살아생전남긴시문들은유유자적함이나여유로움과는거리가먼,이른바울울하고착잡한정감의파토스로가득했다.

“어찌한번죽는것을두려워하여충신의이름을없앨수있으리오.”
은폐된역사를바로잡고자했던서사적증언,『육신전』의집필

그렇다고해서남효온을현실정치와절연한채속세를떠나방랑자로서의삶만을살다간비운의인물로만보아서는안된다.그는오히려정국이돌아가는세태를예의주시하며,권력을틀어쥔자들이왜곡하거나은폐한역사의진실을사실그대로복원하고자애썼다.그리하여새로운미래를그려보고자했던진정한이상주의자였다.남효온을그리평할수있는유력한근거가있으니바로사육신의행적을고스란히기록해낸『육신전』이그것이다.남효온은세조가저지른잘못을바로잡기위해서는소릉의복위는물론이요,단종복위운동을도모하다죽임을당한사육신의신원도올바로이루어져야한다고굳게믿었다.역적이라는이름으로억울하게죽어간성삼문,박팽년,하위지,이개,유성원,유응부를반역의인물이아닌충절의인물로복권해야만세상의정의는바로설일이었다.하지만세조이래의훈구공신들이살아있는권력으로행세하던당시,사육신의신원복권은쉽지않았다.그럼에도불구하고남효온에게는죽음을무릅쓰고서라도이들의이름을후세에남겨야만한다는소명의식이있었다.『육신전』은그러한의도에서태어난시대의증언이다.

그가의도했던바대로,오늘날우리는세조2년단종복위를도모하다벌어진병자사화의진실을전적으로남효온의『육신전』에의존하고있다.가혹한형벌에도불구하고세조를눈앞에서질책하던성삼문의절의와유응부의헌걸찬태도,이와대비되는배신자김질과정창손,동조자신숙주와최항,주모자한명회와권람의비겁하고도졸렬한모습은남효온의『육신전』이없었다면영영기억할수없었을역사의진실이었다.붓이칼보다강하다는말은결코허언이아님을남효온은자신이남긴기록으로서증명해냈다.『육신전』은‘은폐된기억’을‘살아있는기억’으로되살리고,‘반역의인물’을‘충절의인물’로되돌리고자했던도전적글쓰기이자,기개넘치는붓끝으로끝끝내역사를바로잡은성성한시대정신의산물이다.

올곧은시대정신으로불의의시절을견뎌낸
조선의젊은지성남효온과성종대의신진사류들

다행스럽게도남효온과그의신진사류사우들이꿈꾸었던원대한이상은허황된망상에그치지않았다.평생낙척불우한삶을살았던남효온과그의벗들이었지만,세월은올곧은시대정신으로불의의시절을견뎌낸그들의편이었다.살아생전에는훈구공신들의비난과배척을받았을지모르나,그의사후중종이새로운임금으로즉위하자조정에도훈풍이불기시작했다.그가그리도꿈꾸었던소릉의복위가실현되는한편,억울하게죽은그자신의신원도이루어져남효온은좌승지에추증된다.또한사후299년이지난뒤에는단종에게충절을바친인물들을모신장릉배식단에함께배향되었으며,생육신이라는영예로운이름을얻어역사의제대로된인정을받게된다.그가전국을떠돌며지은시문들도속속수습이되어『추강집』이라는이름으로엮여세상에전해진다.비록연산군대에갑자사화를겪으며후사가끊긴그였지만,외손들의정성과그의올곧은삶을기리고자했던후배들의노력에의해남효온이라는이름은민멸되지않고역사에그이름을지금까지도남길수있었다.

혹자는죽은뒤의영화가무슨소용이냐고할수도있겠다.그러나기록을통해과거를되새김질하여더나은미래로향해가는것이역사의소명임을기억할때,남효온은온몸을던져자신에게부과된역사적소임을다하고간인물임에분명하다.오늘날우리는평생울울한삶을살아가면서도그가필생을걸고남긴『육신전』,『추강냉화』,『사우명행록』과같은저작을통해김굉필,정여창,김일손,이심원,홍유손,이총,이정은,우선언과같은조선중기신진사류들이품었던이상과그들이겪었던집단적좌절을오롯이기억할수있게되었다.한인물의일생을면밀히들여다봄으로써그인물이살다간시대를조망할수있는너른시선을획득하는것.그것이‘평전’의존재의미이자기능이라면,남효온의삶을돌아보는일은유교문명의성세를꿈꿨던한이상주의자의삶을복원하는일이자,조선중기의역사를뒤흔든훈구와사림의대립그초입에서벌어진격랑을살피는일이기도하다.더불어서세조때의훈구공신들이학문과정치권력을완강하게틀어쥐고이룩한성종시대의태평성대,그뒤안길의어둠을제대로파헤쳐보는작업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