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존엄하고 아름다운 이별에 관해 묻는 애도 일기)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존엄하고 아름다운 이별에 관해 묻는 애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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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전 편집장이자, 오랫동안 책을 만들고, 글을 써온 권혁란 작가는 무의미한 고통에 시달리다 느리게 죽어간 엄마의 날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온몸은 보랏빛 반점으로 뒤덮이고 깡마른 뼈와 피부 사이의 한 점 경계 없는 몸으로, 제 발로, 제 손으로 용변조차 볼 수 없어 도우미의 손을 빌려야 했던 엄마의 모습을 진솔하게 써내려간다. 저자는 ‘늙은 부모’를 모시는 ‘늙은 자식’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를 꼬집는다. 백세 시대ㆍ장수 시대는 과연 축복인지 재앙인지, 노인 인구가 점점 더 늘어나는 이 시대에 노인 부양의 책임이 오롯이 한 가족에게만 있는지 되묻는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의 도움을 받는 자식들에게 ‘부모를 버리고 패륜을 저지른 자식’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사회적 시선을 이제는 거두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

권혁란

충북과경기의도계산골에서태어난지꽤오래되었다.시쓰고소설을쓰려고문학을전공했으나이름뒤에직업명으로쓸만큼성공하진않았다.페미니스트저널《이프》에서오래일하며잡지와책을만들었다.심장의속도로걸어온천일간의치유여행《트래블테라피》를펴냈으며,다른이들과함께《엄마없어서슬펐니?》《나는일하는엄마다》를썼다.스리랑카에서2년간한국어교사로일하며살았던덕에EBS세계테마기행〈인생찬가!스리랑카〉편큐레이터가되었다.남에게나를소개할때‘하도이리저리여러일을해서뭐라고해야할까’싶어종종우스운데,앞으로도뭐가될지전혀몰라더재미있다.평생읽고,쓰고,보고,노래하고싶어했던엄마대신,무학의엄마대신내가읽고,쓰고,보고,노래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존엄하고아름다운죽음을찾아서

1부봉황의이름을가진한여자의마지막2년

엄마는내엄마니까
돌아갈집이없는사람
엄마가살아야할곳은여기야
나는언제나집으로돌아가니
내가잘때누가나를때리나봐
한없이밝은양성모음으로만
울기만해봐요,다신안보러올거야
사람머리가까매야예쁘지
싸리꽃한잎같은이빨하나
영혼의음료,뜨거운믹스커피
빨간주머니는노란밤벌레의집
터무니없이착하기만해
권안과선생과박카스

2부엄마의죽음은처음이니까

새벽1시,이상한사설응급차
응급실에퍼지는한서린욕
엄마를사랑하지않을수도있잖아
엄마빤스에는주머니가많아서
기로풍습,죽음을나르는지게
아기같은엄마의아랫도리
굿’바이,Good&Bye
‘밴드’속엄마의꽃같은날들
섬망의징후,헛것과싸우다
이승에서못다한말

3부새해에그렇게떠날줄은아무도몰랐지

작별까지마지막12일
오늘은,죽지말아주세요
“엄마한테졌다,손힘이장사같아”
정말저승사자가오나보다
보내드릴모든준비가되었는데
장하다김봉예,가엾다김봉예
꿈처럼어여가요,제발
이제임종을기다리지않겠다
“다빼주시면안돼요?”
이승이여안녕,인사도없이
마침내피안으로건너가다
저승꽃,마지막으로피는꽃

4부우리는모두고아가되었다

장례식장이유치원처럼명랑했다
두나무가스물아홉그루로
관도무덤도없이나무아래로
당신이남긴것들
아무렇지도않게벚꽃이날리던날
‘내집’에서‘짧게’‘앓다’가
내생의마침표는내가찍으려해
불문곡직,장례식에아무도부르지마라

5부엄마없이,인생찬가
엄마올때까지기다릴거야
어딜가,국수먹고가야지
냉이속에숨겨둔신사임당
엄마가살던마지막집
단톡방‘김봉예의자식들’
절대로저딸에게매달리진않으리라
아무에게도엄마를부탁하지말아요

에필로그-죽음의이야기가필요했다

출판사 서평

“부모의죽음은처음이니까”
구순엄마와의마지막2년을담은에세이

“죽음,거참누가차가운거랬니,
끼고있던슬픔이라는장갑을벗고
그손으로수저를들어밥을먹게하는이야기”

누군가돌보지않으면안되는,타인의손길에목숨을맡겨야살수있는존재,애기와노인.여기,“귀엽지도않은애기”가되어버린구순엄마의마지막나날을기록한저자가있다.페미니스트저널《이프》의전편집장이자,오랫동안책을만들고,글을써온권혁란작가는무의미한고통에시달리다느리게죽어간엄마의날들을섬세하게그려낸다.온몸은보랏빛반점으로뒤덮이고깡마른뼈와피부사이의한점경계없는몸으로,제발로,제손으로용변조차볼수없어도우미의손을빌려야했던엄마의모습을진솔하게써내려간다.
이책이여타의책들과다른점은단지사모곡이나애도의말들만담은책이아니라는점이다.저자는여섯자식이나두었던엄마가왜요양원으로갈수밖에없었는지,‘늙은부모’를모시는‘늙은자식’들이현실적으로어떤어려움에처해있는지를꼬집는다.백세시대·장수시대는과연축복인지재앙인지,노인인구가점점더늘어나는이시대에노인부양의책임이오롯이한가족에게만있는지되묻는다.요양원이나요양병원의도움을받는자식들에게‘부모를버리고패륜을저지른자식’이라며손가락질하는사회적시선을이제는거두어야한다고이야기한다.부모가자식들집에서‘징역살이’하듯사는것보다요양전문기관에서전문가의도움을받아사는것이자식과부모모두에게더행복할수있다고말한다.

부모가아파서혼자움직이지못하고온몸이무너져내리고까만반점이솟아나는걸보며그래도살아야하는자식은나날이마음이널뛴다.좋은밥한끼를놓고도,명랑한웃음한번에도뒤통수가당긴다.‘자식이이래도되나?부모가아픈데.’그리움보다죄의식과부담에목이아프다.나날이삭고정신마저혼미해져자식들이름조차헷갈릴때,“내가오래살아네가고생이구나”청승스레울때,그래도고기가먹고싶다고홀연눈을빛낼때,수없는모든순간에.(본문7쪽)

매일매일혼자방안에갇혀있는노인들이나그노인들을두고자기삶을사는자식들이나누굴탓할게아니었다.누가학대할마음으로부모를붙잡아두겠는가.어느부모가자식을괴롭히려고숨쉬고움직이겠는가.한공간에다른존재둘이갇혀살다보면둘다나쁜사람이될수밖에없다.존재가존재를미워하게되는것,움직이면움직일수록상대를괴롭히게되는게부모자식간이라고,엄마와딸사이라도다를것은없다.…누군가하나는온전히다른하나에게기대야하는처지가되었다면더더욱힘들수밖에.(본문30쪽)

“아무에게도엄마를부탁하지말아요”
지혜롭게노년을준비하는법

“살구나무꽃이환하게핀요양원에
엄마를보내고집으로돌아온날,
나도자식들눈에나이들어가는엄마가되어있었다”

총5부로구성된이책은저자의어머니가심근경색으로쓰러져병원에입원한뒤종합병원에서요양병원으로,다시요양병원에서요양원으로옮겨져임종하기까지의이야기를섬세하게기록했다.
1부에서는살구나무꽃이환하게핀요양원에엄마를보내게된사연과엄마가요양원에입소한뒤벌어지는에피소드를그린다.옆침대할머니의가지런하고예쁜틀니를보고하나남은생니를뽑아달라고떼를써서치과에데리고갔던이야기,엄마가딸에게주려고바지주머니속에소중히간직했던밤을받아들었다가오글거리는밤벌레를보고천장까지던져버린이야기등피로하고지칠법한상황에공감이가면서도피식웃음이터져나올만한일화가가득하다.
2부에서는요양원과종합병원을수차례왔다갔다하는과정과섬망의징후가찾아온엄마의모습을그린다.그리도착해,가장가까운사람을괴롭히고남에게는모진말하나못했던엄마는죽기직전‘섬망’에빠진다.딸자식도생전처음들어보는욕을허공에대고하는대목에서는인간이실제죽음을맞이할때,얼마나아름답지못한장면을맞이해야하는지알게한다.
3부에서는요양원에서생활하던엄마가급격히건강이악화되어병원에서임종을맞이하기까지의마지막시간을담았다.숨이끊어질듯말듯,열이틀간을반송장신세로천천히죽어간엄마를보며저자는생각한다.당사자의의사는제외된채,불합리하고무의미한고통을겪는사람을누구하나죽을수있게돕지못하는게과연옳은것인지에관해.
4부에서는‘이렇다할특징’없고밋밋하게살다돌아가신엄마를추억하며수목장으로간소하게치른장례에관해이야기한다.장남·장손으로이어지는봉제사의고리를끊어낸큰오빠와몇달뒤‘내집’에서‘짧게’앓다돌아가신시어머니를가족장으로치르는장례를바라보며불필요한장례문화와제사문화를돌아보게한다.
5부에서는엄마를떠나보낸뒤‘고아’가된마음과,이제는보려고애써도어디에있는지몰라허청거리게된순간들에관해이야기한다.저자는딸들에게는짐이되지않기위해‘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미리써두고엄마가남긴옷가지들을주워입고죽음에관련된글과영화만을보며엄마없이,인생찬가를부른다.

우리는모두언젠가늙을것이고우리부모들을요양원에보낼것이고우리도가게될것이다.누구도생의마지막과보살핌을자식에게만맡길수없을것이다.자식이없는사람이점점많아지고남편이나아내가없는사람도더많아질것이다.결혼을하고아이를낳아키우고있다고한들어차피우리는모두단독자로살아가다죽을것이다.지금우리의자식들도천천히늙을것이고우리세대의사람들을요양원에보내야하는것으로마음을아프게앓을것이다.부모를지고간지게에내가오를것이고그지게를내자식이지게될것이고그아이또한지게를지게될것이다.(본문121~122쪽)

죽는건본인인데그죽음의과정에서철저하게소외된채아무것도할수없는것은엄마만이아니었다.그의배에서태어나그의젖을빨아먹고자란자식들도똑같았다.동의서에사인하라니그렇게하겠다고동의했을뿐엄마의죽음에개입할수는없었다.죽어가는엄마를사랑한들사랑하지않은들달라지는건아무것도없었다.기다리다가가래를빼줄뿐,입술을닦아줄뿐,일분일초도그의몸에찾아온아픔이나고통,긴급한과정에개입할수는없었다.(본문201쪽)

“내생의마침표는내가찍으려고해”
존엄하고아름다운죽음에관하여

“무슨미련이남아저리도고통스럽게살아계시는걸까.
엄마는결국모질게살아남아
자식들고생시키는사람이된것같았다”

이책에서저자는종합병원과요양병원,요양원과호스피스병원체계,우리나라의사설응급체계,장례체계,연명치료를거부할수있는‘사전연명치료거부동의서’등죽음에가까워질수록꼭알아두어야할정보들과,‘좋은죽음’을위해해야할것들을이야기한다.인간이늙고병들었을때실제로어떤최악의상황이펼쳐질수도있는지알고대비할수있도록한다.
저자는2년이라는시간동안좋아질일이라고는절대없을엄마를데리고수술실과응급실,집중치료실,중환자실,요양원등을전전했다.그렇게지난한고통에시달리다돌아가신엄마를지켜보며죽음에도준비가필요하다고생각해이책을쓰게되었다.엄마는쉰살이되기전부터“늙으면그냥딱죽고싶다”고말씀하셨지만,당신뜻대로편히죽지못하셨다.당신의의사와는상관없이연명치료를받으며불합리하고불필요한고통속에서모질게살아계셔야했다.저자는그런나날들속에서절대엄마처럼죽지않겠다고,늙어서제손으로아무것도하지못하는자신을자식들에게도,아무에게도맡기지않겠다고다짐한다.그리고‘내생의마침표를내가찍기위한’준비를하나씩하기시작한다.
이책은먼미래의일일것만같은죽음에관해현실적으로생각하게한다.오래살아서늙어죽지도못하고고통스럽게자식들곁에머무르지않게,가슴은아프지만곧잊힐슬픔과조금은달콤할수있는그리움만주고떠날수있도록,존엄하고아름답게죽음을맞이할방법을돌아보게한다.늙어가는부모와,부모의죽음에관해비슷한경험을한독자들에게는보살핌과수발의노고를나누고,위로를전한다.아직겪어보지않은독자들에게는지혜를빌려주고,글로써미리채비할시간을줄것이다.

내몸에,내죽음에아무것도할수없는사람이‘불필요하고불합리한’고통을받고있는데도하나도도와줄수없는자식이보호자인나였다.그참혹한두달동안병원을오가면서공부를했다.‘엄마처럼,저렇게,죽지는않을거야.’하루가더지날수록내가늙을것과아플것은자명하고죽을것도명확하니뭘더꺼리겠는가.아직정신이고만고만할때,아직그나마총기가있을때버릴것은버리고,지울것은지우고도장을찍을것은찍어야했다.엄마가죽는순간까지하지못한것을나는준비하고싶었다.(본문257쪽)

사랑을담아기억하든슬픔을적셔되새기든,그냥이승에서헤어진게아니라저승으로하나둘씩사람들을보낸후에는사랑했든안했든마음이예전과달라졌다.만나지않아도어딘가에서살아움직이고있을거라알고있던때와보려고애써도어디에있는지모를때의허청거림은순간마다헛발을딛는것같았다.(3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