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나에게) 상처 주고도 아닌 척했던 날들에 대해)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나에게) 상처 주고도 아닌 척했던 날들에 대해)

$13.50
Description
“난자가 수정된 적도 없는데요.”

아주머니는 당황해 물을 들이켰다.
나는 묘한 적의와 죄책감을 느꼈다.
- 본문 중에서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싱글에 애도 없지만 아줌마 혹은 어머니로 불리는
‘나’는 누구인가.

인간 본연의 은밀하고 내밀한 감정에 대한 깊은 사유, 문장 사이로 녹아든 호쾌함, 신선도 백 퍼센트로 해동되는 ‘낯선’ 유머의 쾌감을 선사하는 김소민 작가의 신간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가 출간됐다. 책은 40대 여성 작가가 퇴사 이후 나를, 주변을, 종래엔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로써 ‘나’라는 한 인간을 다시 키우며 써 내려간 에세이다. 무엇보다 싱글 여성이 온 힘을 다해 자기 자신으로 살아남기 위해 애쓴 기록이다. 작가는 ‘왕년에’ 〈한겨레신문〉에서 13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고 이후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했다. 한마디로 꽤 잘 나갔다. 지금은? 40대, 여성, 백수, 싱글. 네 가지 타이틀이 붙은 칼럼니스트다. 한 가지도 힘든데, 네 가지다. 그래서 ‘사는 게 창피한 걸까?’ 아니면서도 맞다. 그건 세상이 부여한 네 가지 타이틀이 작가에겐 상처이자 동시에 세상에 휘둘려 스스로 부여한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타이틀을 다시 거두어 ‘진짜 나의 긴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는 작가의 어려운 호흡이자 내적 갈등의 좌표다. 작가는 ‘40대 싱글 백수 여성’이 겪게 되는 일상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며 우리가 왜 ‘나’로 버틴 채 타인을 이해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확장된 시선을 갖는 게 중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신문기자 시절 익힌 날카로운 관찰력은 40대, 싱글, 백수, 여성이 되고 나니 더욱 빛을 발한다. 정상인 척하는 불협화음의 일상이, 이제야 보인다. 그 일상 속 개인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자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다.
저자

김소민

〈한겨레〉에서13년기자로일했다.‘대기만성형’이란이야길들었다.항상‘대기’하고있다고들그랬다.‘만성’을입증하지못하고그만뒀다.기자10년차때‘더이상못하겠다’싶어산티아고순례길을걸었다.괜히걸었나.그길은어쩌다보니독일과부탄까지이어졌고,몇년을살다왔다.한국에돌아와국제구호NGO‘세이브더칠드런’에서일했다.퇴사하니옛월급날마다슬프고더늘어난의료보험료를낼때마다화난다.시사주간지〈한겨레21〉에‘김소민의아무몸’을연재하고있다.몽덕이(개)사룟값을벌려고프리랜서로고군분투중이다.쓴책은《이해하거나오해하거나》가있다.

목차

작가의말

1부퇴사1년,흰머리가쑥대밭이다
-사추기에인생을건사고를치다
-내감정은진짜내걸까?
-이제부터그냥딸
-당신의이야기를그대로들을수있을까?
-가장괴로운건고립감
-세상은왜이토록두려울까?
-죽고싶은날엔참치캔을까먹는다

2부내나이마흔,나는나로살아본적이있던가
-가끔혼자인게창피하다
-‘무시’는누가하고있나
-자기이야기를다시쓴다는것
-종교쇼핑
-허망해서욕망을붙드는걸까
-40년넘게전속력으로불안으로부터도망쳤다
-닥치세요,저상처받았어요
-어차피주름이이긴다
-‘내작고찢어진눈’이하는이야기

3부타인의슬픔을이해한다고?
-엄마가동그란덕분에나는각진채살수있었다
-더많이사랑해억울하다면
-스무살이된엄마가울었다
-슬픔은사지선다형문제처럼간단하지않다
-의미를찾는존재들
-아버지에게처음으로난동을피웠다
-우리는사람으로살다죽고싶다
-그때밥해줄걸
-대충자주본사이가주는온기
-개처럼사랑한적도없으면서
-상실의하루가순간에떠밀려간다

4부사람에겐무조건적인환대가필요하다
-여자는‘덜’인간이란미세먼지
-아무말하지못한나를용서하지못해
-Roma에서Amor로.신은가장낮은곳에
-지옥에서도배움이있었다
-왜우리만이해해야하나
-대한민국,모욕의전투장
-공정한척하는불공정
-환대,서로사람임을확인해주는것
-동갑내기종선씨가매를맞을때
-잿더미에서스스로부활한사람들

출판사 서평

타인에게상처받고괜찮은척,
나에게상처주고아닌척했던지난날

세상에휘둘려말하지못한‘나의긴이야기’
그오답같은해답의기록들

회사와이별하고,연인과도이별하고.거기에늙은(?)여성이필연적으로겪어야하는사추기성징인‘젊음(?)’과의작별까지.사십평생수긍하고수용할줄만알았던작가는이모든것과의이별뒤에오히려타인에게받은상처를용기있게고백한다.생각해보면우리는얼마나많은부분을‘내’가아닌다른무엇에의지하며살았나.인간관계는회사가둘러쳐줬고,‘나’로서지못한채상대방에게‘사랑’을갈망했다.타인의시선에맞춰내몸을들여다봤다.그과정에서받은상처는미처말하지못한채마음속흉물스러운딱지가됐다.역설적이게도작가는타인에게상처받았으나타인의고통을이해하면서나를찾아간다.더불어상처를받기만한줄알았는데,타인에게상처를줬던사실을기억한다.더나쁜건나에게상처를주고도오랜시간아닌척했다는거다.그마음의상처에울퉁불퉁,엉기성기,뒤죽박죽얹어진딱지를작가는이제조금씩떼어내려고한다.

“나이마흔이되고서야타인에게내가어떤의미인지가아니라
나자신에게나는누구인지돌아보는첫연습을,흰머리를뽑으며하고있다.”

1부〈퇴사1년,흰머리가쑥대밭이다〉는작가가욱하는(?)마음에퇴사한후겪어야했던심적변화의기록이다.숨만쉬어도돈이든다는한국에서돈을벌지않는건어떤의미인가.편의점문앞‘알바구함’공고를보고고민만하다막제대한청년에게자리를빼앗기고,달걀간장을들었다놨다하며깨닫는건“퇴사를해도깨달음따위는오지않는다.고지서는(꼬박꼬박)온다.”(p.17)작가는어느덧어느무엇에도소속되지않은내모습이낯설면서도새롭다.내가‘나’인게궁금해진다.엄청난깨달음은오지않아도나를향한궁금증이꿈틀거린적이내평생있었던가.분명처음만나는설렘이다.동시에익숙했던나를무너뜨려야하는낯선고통과상실이동반된다.작가는흰머리를뽑으며생각한다.“학생도직장인도아닌그냥나.내인생이있을까?나에게내가아무것도강요하지않을때,나는내게무슨말을들려줄까?”(p.18-19)

2부〈내나이마흔,나는나로살아본적이있던가〉에서작가는본인의‘왕년’을반추한다.공부잘하는큰딸,명문대진학,기자라는엘리트직함까지잘나갔던그‘왕년’을손에쥐고놓지못하다깨닫는다.“그왕년에나로살아본적이없다.”타인의시선에맞춰살았을뿐이다.게다가사십평생나의몸이내몸인적이있던가.여드름,찢어지고작은눈,가슴이등인줄알았다는말에도정색할수없었다.“그랬다간분위기를깨거나농담‘따위’에분기탱천하는속좁은여자가된다.몸에대한모욕은내안에깊은상처를남겼는데나는상처를상처라고인정할자유마저잃어버렸다.”(p.97)그럼에도작가는“내인생의주인까지는탐내지못하더라도적어도내몸의주인으로살아보고싶다.”(...)“(나이마흔이되고서야)그지난한여정을여드름에꽂혔던시선이나에게는상처였다는걸자신에게고백하면서”(p.101)말한다.“닥치세요,저상처받았어요.”

타인의시선에맞춘내가아닌내가‘나’로딱버티기위해안간힘을쓰다보면그제야주변이보일게다.3부〈타인의슬픔을이해한다고?〉에서어느덧우리는타인의슬픔과상실의고유성을발견한다.그어느누구의슬픔도전형적이지않다.상실은제각각이며,나의슬픔만이대하드라마가아니라는것을,친구가해주는계란후라이를받아먹으며작가는깨닫는다.대충오래자주본사이가주는온기라도괜찮다.우리는그작은온기에서도슬픔의위안을,그너머에서삶의경이로움을깨닫는다.작가는신형철평론가의이야기를빌려이야기한다.그러니우리는슬픔을끝없이배워야한다고."친구가울때적어도나는가만히,오래곁에있어줄수는있었다.내가울때내슬픔이사지선다형문제처럼간단하게다뤄지지않기를바랐던것처럼.(p.139)

“타인의슬픔을이해한다고?그건몸이바뀌어타인의현실속으로던져지는기적이일어나도될까말까한일이다.한번몸이바뀌는걸로는턱도없고평생주기적으로타인의현실에제것같이부닥쳐야이룰수있는공감의경지다.”(p.138)

편협한사고와시각이주는편리함에취하면어느누군가를반드시배제하기마련이다.4부〈사람에겐무조건적인환대가필요하다〉에서작가는여성으로서겪어야했던배제와모멸의기분을고백하며분노를끓인다.열일곱살때성적순으로책상을옮기며‘사람은평등하다’는말이순뻥인건진즉알았다.형제복지원과서산개척단에서겨우살아남은자들의이야기를듣고사람으로남는일의어려움을토로하다그냥그렇게살아온내자신에게화도내본다.‘나’로버티지못하는건,세상의너른품을알지못한채내숨에갇히는꼴이다.내숨에갇혀우리가보지못한게얼마나많던가.상실과실연을겪으며‘나’로남는다는건,사람으로남으려는자,사람임을포기하지않는자들의몫이다.작가는어렵지만반드시가야만하는길을가고있다.가끔그러지못해사는게창피한거다.

“어떻게고통을통과하며연민과공감,연대로나아가나.어떻게아무것도아닌자기를기쁘게받아들이고모든경험을환영하며양탄자를완성해가나.고통을마주볼자신이없는나는실패할지도모르겠다.다만,절망이몰아닥칠때마다,말벌을?아내듯,후다닥.”(p.245)

작가가말하는자기자신이되는첫걸음,바로자기에게거짓말하지않는거다.세상이넘겨준습관대로생각하며‘밋밋해진전두엽’에반기를들어야한다.체득된감각과생각을무너뜨리고실연과상실을넘어자신을다시쌓아야하는고통에맞서야한다.어떻게그럴수있냐고?그럼에도우리는알고있기때문이다.상처는아물기마련이며두려움은부딪혀야활활타올라재가된다는것을.‘나’라는사람으로버틴채어려운발걸음을떼며주변과세상을향해고개를들면그제야보일거다.오답인줄로만알았던‘나의이야기’가실은해답이라는사실을.‘나’라는한인간을다시쌓아가기위해마주한고독과희망.이둘사이의평균대에서작가는지금,딱버티고서있다.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