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어딘가 블랙홀 (감춰져 있던 존재의 ‘빛남’에 대하여 | 이지유 과학 에세이)

저기 어딘가 블랙홀 (감춰져 있던 존재의 ‘빛남’에 대하여 | 이지유 과학 에세이)

$15.00
Description
“이 우주에 숨어 혼자이고 싶은 존재는 없다.
빛을 삼키는 블랙홀이라 할지라도.”

사바나의 풀과 코나의 고래
하와이의 화산과 볼리비아의 사막...
라세레나의 태양과 블랙홀을 지나
‘별똥별’ 작가 이지유가 과학 너머에서 발견한 것들

전 지구인을 과학 독자로 삼고 싶은 이지유 작가의 논픽션 과학 에세이. 《저기 어딘가 블랙홀》은 20년 넘게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써온 작가의 내공이 담긴 과학 에세이다. 글은 발로 써야 한다는 작가의 평소 생각대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경험한 내용을 소재 삼았다. 아메리카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작가는 ‘그곳’에서 과학의 신비를 발견하고, ‘그 너머’에서 엉뚱하지만 유쾌한 삶의 통찰을 얻어 돌아온다. 궁극적으로 이는 그동안 몰라봤던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땅속 깊은 곳에 있는 탄소에도, 아프리카 사바나의 풀 냄새에도 존재의 이유는 있다.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찮고 흔하게 여겨졌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것이다. 하와이에서 바라본 무지갯빛에서, 아프리카의 누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에서, 그리고 볼리비아 우유니의 사막과 포스토이나 동굴의 종유석에서, 마침내 감춰져 있던 존재의 고유성과 개성이 그 빛을 드러낸다.

칠레의 라세레나 해변, 하와이의 킬라우에아산 등 낯선 장소에서 마주한 과학적 상식은 짧은 찰나,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마중물과 같은 상상력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밖의 지긋한 깨달음을 주는 게 바로 이 책의 묘미. 오랫동안 글을 써온 만큼 어떤 소재든 쉽고 명징하게 풀어나간다. 더불어 작가의 담백한 성찰에서는 삶의 지혜를, 어렵고 무거울 법한 과학적 상식을 쉽고 정확한 언어로 쓰며 책의 문턱을 낮춘 모습에선 모든 존재를 향한 존중을 엿볼 수 있다. 20년 넘게 과학을 소재 삼아 글을 써온 작가는 지구를 여행하며 과학의 이면을 마주했고, 그곳에서 지긋한 삶의 철학과 존재의 의미를 사유했다. 그러니 이 책은 ‘여행의 과학’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감춰져 있던 존재의 ‘빛남’을 찾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저기 어딘가에 있을 블랙홀은, 이 여정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빛나는 존재다.
저자

이지유

전지구인을독자로삼으려는과학논픽션작가.서울대학교사범대학지구과학교육과에서과학교육을,같은대학교천문학과에서천문학을공부했다.글은발로쓴다는좌우명을가지고온지구를돌아다닌다.열심히공부한과학지식을인생경험과절묘하게결합시키는일을즐긴다.이렇게하는것이과학지식을독자에게전달하고,나아가모든이들이‘나답게사는데’도움이된다고여긴다.글과그림을조합하는일에도관심이많아세밀화,판화,캘리그래피등다양한표현기법을배우고있다.그동안지은책으로는《이지유의이지사이언스》(전4권),《나의과학자들》,《별똥별아줌마가들려주는과학이야기》시리즈,《처음읽는우주의역사》등이있다.

목차

책을시작하며

1부우주에서기록된것들/UNIVERSE
-라세레나의개기일식
-저기어딘가블랙홀
-어디에나무지개
-마우나케아의석양
-라스캄파나스의GMT
-치첸이트사의그림자

2부초록빛이주는위로/PLANT
-내가식물원에가는이유
-싱가포르의난초
-사바나의풀냄새
-‘카페데오야’

3부내가사랑한동물들/ANIMAL
-코나의고래
-세렝게티의왕은사자가아니더라
-힐로의개구리
-Big5
-비쿠냐,라마,알파카,과나코
-누가설치류를얕보나
-헨티의말
-거대한여인,마망

4부가장빛나는행성에서의시간/EARTH
-호모하빌리스와그의후예들
-애리조나의식물원
-나이아가라폭포와가뭄
-페루의구아노
-홍콩의아파트

5부흔들림과떨림,기다림사이에서/GEOLOGY
-킬라우에아와열점
-캘리포니아의지진
-아프리카의다이아몬드
-포스토이나동굴의종유석
-스코틀랜드의돌
-시간이멈춘곳,마추픽추
-SF도시,라파스
-우유니의고요

6부과학,그너머의것들/SCIENCE
-따따따따아따아따아따따따
-피렌체의갈릴레오
-일본자오의침엽수
-프리다칼로가고른코발트블루
-발리의발마사지
-카파도키아와화산탄

출판사 서평

“생명이란어떤상황에서도살아남으려는강한의지가있고,
이와같은의지는자원이부족하든넘치든상관없이모든생명이지니는속성이다.
지금이순간지구에존재하는모든것들은살아있는자체만으로도
충분히가치를지니고있다.단지숨만쉰다할지라도.”

책은총6부로짜여있으며천문학,식물학,동물학,지구과학,지질학,염료학등작가가여행중발견한과학소재를중심으로구성되었다.1부〈우주에서기록된것들〉은삼라만상의근원,우주에관한이야기다.모든것을삼킬것같은블랙홀이누구보다자신을드러내고싶어하는것을아시는지?사실블랙홀은나름관대해서몇가닥의빛만큼은삼키지않는다.2019년,이빛들이내지르는비명을하나하나모으고찍어붉은고리를만들자드디어블랙홀이모습을드러냈다.의외로별볼일없는동그란도넛모양이라며사람들은실망했지만,블랙홀입장에선그게뭐대수일까.자신의존재를선명하게보였으니,그걸로성공이다.작가의말처럼이우주에숨어홀로이고싶은존재는없다.빛을삼키는블랙홀이라할지라도.”(23쪽)
이블랙홀을찍은망원경이위치한곳이바로마우나케아산이다.마우나케아산을비롯해칠레의라스캄파나스는지대가튼튼해전세계의천문대가모여있는데,이곳에인간의의식을넓혀줄거대한망원경이자리잡고있는것이다.지금이순간에도이들망원경은자신을세심하게살펴줄인간의관심을기다리고있다.관심이야말로“우주를밝히는또다른빛이다.”(23쪽)

2부〈초록빛이주는위로〉에는작가가각나라를방문할때마다식물원을찾는이유가나온다.태어날때부터아름다웠을것같은식물도저마다의슬픈사연으로지금의모습을꽃피웠다.수분(가루받이)을위해결핍을극복하면서까지화려하게진화한난초,잎과열매를지키기위해알싸한풀냄새를풍긴목화등지구상의수많은식물은자신을방어하고지키기위해노력해왔다.이들의애씀이없었다면인간은‘초록빛의위로’가뭔지도몰랐을거다.

3부〈내가사랑하는동물들〉에는작가가여행지에서마주친동물이등장한다.태평양연안에거주하는혹등고래는알고보면의협심강하고배려심넘치는동물이다.배위에바다표범을태워안전하게유빙으로모셔다주기도하니“괴롭히는걸즐기는범고래보다더정이가는게인지상정!”(83쪽)코쿠이개구리역시고향인푸에르토리코에서는벌레수를조절해열대우림의생태계를균형있게잡아주는의로운개구리다.그러나어쩌다정착한하와이에서는늘살해위협에시달리고있으니,우는소리가너무시끄러워집값을떨어트린다는이유다.운이좋게도코쿠이개구리는잘살아있지만이런식으로죽임을당해멸종위기를맞은동물도있다.Big5라불리던코끼리,사자,코뿔소,표범,버팔로는원래덩치가큰동물을일컫지만인간들이재미로사냥한탓에지금은지구상몇남지않은멸종위기동물이되었다.그런데알고보면인간은누구보다동물의비위를잘맞춰줘야한다.그래야라마나과나코같은동물이무거운짐도실어날라주고,가끔은귀한털도제공하기때문이다.그뿐인가.작가는세렝게티초원에서누떼가풀뜯는모습만봐도그저눈물이난다고했다.살아숨쉬는존재가일상을누리는것을보는것만으로도마음의위로를얻는다.그진리를우리는언제쯤눈치챌까.

남아메리카와아프리카,아시아와유럽을넘나들며작가가들려주는동물과식물,우주이야기를듣다보면어느새우리가사는행성,지구이야기와마주하게된다.4부〈가장빛나는행성에서의시간〉은말그대로지구에서의시간을말한다.이장에서는환경오염을비롯한각종지구적위기를이야기한다.우수수떨어지는나이아가라폭포수를보며되레물부족현상에대해생각하고호모하빌리스가발견된올두바이협곡을여행하며되레외계인들이미래의지구에서무엇을발견할지상상해본다.먼훗날지구에서가장많이발견되는게돼지와소,닭의뼈라면?그것도수백마리가이상한곳에묻혀있는걸외계인이본다면?아마도‘자연과함께어울릴줄몰랐던지구인’이라는오명을쓸각오를해야한다.4부는지구적위기를논하며가장빛나는행성인지구를아껴주어야함을역설한다.우주에서가장빛나는행성,바로지구인데우리는늘까먹는다.

5부〈흔들림과떨림,기다림사이에서〉는땅의이야기다.땅이흔들리고떨리면서진동을일으키는것은실은지구가대화하는방식이란다.P파와S파라불리는서로다른성질의지진파를열심히기록하는이유가바로지구내부에서무슨일이일어나는지알기위해서다.지구의속사정은바로이흔들림과떨림사이에서기록된다.천혜의환경을자랑하는하와이는이지각의변동에의해빚어진섬이다.100여개의화산섬으로이루어진하와이는알고보면제각각나이가다른섬으로이루어져있다.그러니까땅이흔들리고떨리면서서서히움직였는데,그결과가장북쪽에있는화산이최고령이며열점에서가장가까운화산이이제막싹을피우는어린화산이다.최고령인화산은이제불을뿜지않는화산이됐지만“화산의삶은그때부터다.화산은그제야다른생명을품을수있게된다.새가날아오고,새가눈똥에들어있던씨앗이싹을틔우고,그식물을만나러곤충이날아들고,인간의손에이끌려동물이몰려온다.한때화산은불을뿜는열정적인삶을사느라다른생명체에아무런자리도내주지못했지만,이제조용히다른생물의터전이되어간다.”(167쪽)흔들리고떨리면서인내의시간을기다리는건인간도마찬가지다.그지난한시간은땅과광물,사막과화산,그리고인간모두에게필요한일이다.

6부〈과학,그너머의것들〉에서는1-5부에서미처못다한이야기를다룬다.모스부호의탄생비화부터프리다칼로가코발트블루를현관문에칠한이유,그리고추운겨울이면침엽수가거대한얼음괴물로변신하는이유까지알고보면이들모두과학에근거를두고있다.그런가하면작가는터키카파도키아의화산탄을보곤문득하와이에서만난화산학자의말을떠올린다.“저분화구에서화산탄이날아오면뒤돌아서도망가지말고화산탄을똑바로보세요.(...)만약화산탄이곧장내쪽으로오면어떻게해야할까요?”(248쪽)그럴땐폴짝뛰어서바로옆으로가면된다.
화산학자의말을주의깊게살펴보면,거기엔인생의큰깨달음이있다.“나를죽일수있는무언가가날아와도절대시선을피하지말고똑바로맞서자.그리고그것이내눈앞에왔을때폴짝뛰어서바로옆으로가라!”(248쪽)인생의‘깨알팁’이터키와하와이를지나어느돌덩이에서발견된것이다.뜻하지않은곳에서,뜻밖의지긋한깨달음,바로이책이주는묘미다.

이책을읽고과학너머에서발견한것이가장나답게사는방식일수도,또는상대를향한배려와존경심일수도있다.지구를구하고싶은작은의지라면더할나위없겠다.그게무엇이든,이여정의끝에선저마다의방식으로존재의이유를발견할것이다.“어떤상황에놓여있든지금이순간지구에존재하는모든것들은살아있는자체만으로도충분히가치를지니고있다.단지숨만쉰다할지라도.”(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