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기억들 (철학자 김진영의 난세 일기 | 양장본 Hardcover)

낯선 기억들 (철학자 김진영의 난세 일기 | 양장본 Hardcover)

$14.13
Description
“우리에게는 저들이 희망이고,
저들에게는 우리가 희망인 거지”
인간다움을 그리워하는 한 철학자의 안간힘
호주머니에서 죽음을 꺼내면서도 삶을 말하고, 아픈 이별을 떠나보내면서도 사랑을 껴안았던 철학자 故 김진영 선생의 세 번째 산문집 『낯선 기억들』. 시끄러운 세상을 바라보며 써 내려간 용기 가득한 문장들은 ‘삶’이라는 한 대의 피아노를 ‘생’과 ‘죽음’으로 나누어 연주하는 어느 아침의 연탄곡 연주자들처럼 우리의 무감한 생활 사이로 희망이란 이름의 장엄한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한 장은 ‘낯선 기억들’이란 이름으로 〈한겨레〉에 연재했던 칼럼 글이고, 다른 한 장은 매거진 〈나·들〉에 실었던 ‘데드 레터스 혹은 두 목소리’라는 세월호 관련 글이다. 두 개의 장 사이사이로는 선생이 생전 노트에 자필로 꾹꾹 눌러 적었던 여러 편의 글이 더해졌다. ‘난세 일기’라는 말에서 자칫 어렵고 딱딱하다는 인상을 받기 쉽지만, 《낯선 기억들》 속 선생의 글은 여전히 곧고 아름답다. 이병률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서정을 비추는 등대의 불빛’ 같고 ‘우리를 붙드는 삶 속의 어떤 울림’ 같은 문장들이 읽는 내내 가슴을 뭉근하게 데운다.
“우리에게는 저들이 희망이고, 저들에게는 우리가 희망인 거지”라는 마지막 문장처럼 희망은 ‘너’나 ‘나’ 혼자만의 의지로는 불가능하다. 희망은 우리라는 한 쌍의 발걸음으로만 움직이고, 희망은 아침과 저녁 사이로만 흐르며, 희망은 사랑과 이별의 아픔 밑에서만 빛난다. 힘들지 않다면 그것은 희망이 아닌 기쁨이고, 힘들기만 하다면 그것은 희망이 아닌 고통이다.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희망이 아닌 비밀일 테지만, 비밀을 들여다보려는 애씀 앞에서야 희망은 완두콩 씨앗처럼 두 개의 싹을 겨우 틔워 올린다.
저자

김진영

1952~2018
고려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박사과정을밟았다.프랑크푸르트학파의비판이론과그중에서도아도르노와베냐민의철학과미학을전공으로공부했으며그교양의바탕위에서롤랑바르트를비롯한프랑스후기구조주의를함께공부했다.특히소설과사진,음악등여러영역의미적현상들을다양한이론의도움을빌려읽으면서자본주의문화와삶이갇혀있는신화성을드러내고해체하는일에오랜지적관심을두었다.시민적비판정신의부재가이시대의모든부당한권력들을횡행케하는근본적인원인이라고믿으며〈한겨레〉,〈현대시학〉등의신문·잡지에칼럼을기고했다.대표작으로는산문집《아침의피아노》,《이별의푸가》,《낯선기억들》,역서《애도일기》,강의록《희망은과거에서온다》,《철학자김진영의전복적소설읽기》,저서《처음읽는프랑스현대철학》(공저)이있다.홍익대학교,서울예술대학교,중앙대학교,한양대학교등에서예술과철학에관한강의를했으며,(사)철학아카데미를비롯한여러인문학기관에서철학과미학을주제로강의했다.(사)철학아카데미의대표를지냈다.

목차

낯선기억들
1.조용히술마시는방
2.어떤기품의얼굴
3.자이스의베일
4.사라지는사람들
5.외치는침묵
6.발터베냐민의군주론
7.사체를바라보는법
8.광화문의밤또는풍경의정치학
9.헌혈의시간
10.멜랑콜리와파토스
11.예민하게두리번거리기
12.복제인간
13.강요된성형수술
14.어느후배의투병
15.세월호와사자꿈
16.무지개김밥
17.대통령께드리는편지
18.카프카의희망
19.할아버지의큰숨
20.조동진의비타협적가슴
21.댈러웨이부인의꽃
22.미소지니와이디오신크라지아
23.롤랑바르트의하품
24.인문학의본질
25.가을하늘은왜텅비었나
26.마광수의눈빛
27.두개의바벨탑:종교와자본주의
28.꿈들의사전
29.예술을추억하면서
30.대통령의가난
31.《위대한개츠비》의위대함
32.찬란함을기억하는법
33.프루스트와천상병
34.연탄곡이흐르는아침
35.부드러운악
36.날씨에대하여
37.머나먼코리아
38.무덤에의명령앞에서
39.오해를통과한진실
40.인문학의몰락
41.애도와정치
42.자유와혐오사이
43.나비잡기의추억
44.멀고도가까운거리
45.마지막강의
46.이시대의징후
47.묻는일을그만둘수있다면
48.춤추는곰
49.캄캄한비밀

데드레터스혹은두목소리
1.들어가면서
2.산자가보내는편지
3.죽은자가보내온편지
4.편지에대하여
5.나가면서

출판사 서평

‘낯선기억들’장에서선생은어느검사의죽음,사라지는노숙자들,백남기농민,촛불이모인광장처럼거칠고불편하고힘없고작은목소리에귀기울인다.‘데드레터스혹은두목소리’에서는살아있는엄마가죽은아이에게,죽은아이가살아있는엄마에게보내는두장의편지를대신배달한다.그리고그모든글의끝에서우리는‘사람이끝이면모두가끝이다’라고외치는선생을만난다.산자의모습으로죽은자의모습으로인간다움이란마침표를붙들고서있는선생을만난다.

《아침의피아노》가죽음앞에서바라본삶의아름다움과사랑의마음을담은책이고,《이별의푸가》가이별의아픔과부재의마음에대해이야기한책이라면,《낯선기억들》은난세를지나왔고여전히그사이의어딘가를살아가는중인‘나’,개인으로서의‘나’가아닌수많은‘나’,즉‘우리’에대한책이다.

우리가다살지못한시간들을다시찾는건,빼앗겨버린생의권리를다시찾는건,여기우리들만의힘이아니라저세상의사람들이우리를도와줄때만가능한거라고.그런데그건저세상도마찬가지지.저세상도정의로운세상,사람사는세상이되려면혼자힘만으로는안돼.우리가도와줄때만저세상도사람의세상,행복한세상이될수있어.그러니까우리에게는저들이희망이고,저들에게는우리가희망인거지._본문중에서

“우리에게는저들이희망이고,저들에게는우리가희망인거지”라는마지막문장처럼희망은‘너’나‘나’혼자만의의지로는불가능하다.희망은우리라는한쌍의발걸음으로만움직이고,희망은아침과저녁사이로만흐르며,희망은사랑과이별의아픔밑에서만빛난다.힘들지않다면그것은희망이아닌기쁨이고,힘들기만하다면그것은희망이아닌고통이다.보이지않는다면그건희망이아닌비밀일테지만,비밀을들여다보려는애씀앞에서야희망은완두콩씨앗처럼두개의싹을겨우틔워올린다.

메마른눈으로,냉정하고차가운눈으로,저들을,저들이부당하게만들어가는세상을노려볼거야._본문중에서

《낯선기억들》에적힌많은사람과일들의한복판에서서선생은그비밀의마른틈사이로물을내려보낸다.희망은기약없는내일이아니고그저달팽이걸음으로묵묵히살아내는오늘이기에.선생이말하는희망의문장들은그곳에서자라나우리에게로와닿는다.

그런데아직도세상은모르는것같아,우리만이,이미죽은사람들이라고저들이까맣게망각해버린우리들만이자기들의희망이라는걸._본문중에서

어쩌면선생은《낯선기억들》을통해이런말을하고싶었던건아니었을까.사랑이있는한사람은멈추지않고앞으로나아간다고.살았거나혹은죽었더라도우리가옹근사람으로살아갈수있다면,잊지않고영원히기억할수있다면,서정을비추는등대의불빛처럼이난세를살아갈수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