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불화사회에서풍요-화목사회로
인류의네가지사회유형과우리의현재위치
인류가살아온사회를물질과정서(심리),두가지측면에서살펴본다면대표적으로기준이되는키워드가가난과풍요,불화와화목이다.저자김태형은이키워드에따라사회를네가지로분류한다.첫째,가난-불화사회는‘한쪽밖에없는콩을서로차지하려고싸우는사회’이다.자본주의이전시기의계급사회들이해당된다.둘째,가난-화목사회는‘콩한쪽이라도나누어먹는사회’로서사람들이‘이런사회가정말로존재할까?’가장많이의문을갖는사회이다.그러나명백히장기간존재해왔으며,계급이생겨나기이전의원시공동체사회,사회주의국가인쿠바나평등수준이높은아프리카의일부소국등이해당된다.셋째,풍요-불화사회는‘먹을것이넘쳐나지만극소수가독차지해남은사람들끼리서로싸우는사회’이다.19세기무렵부터본격적으로등장했으며,지금의한국사회,미국과유럽등소위자본주의선진국들이해당된다.넷째,풍요-화목사회는‘먹을것이풍족하고사이좋게나누어먹는가장이상적인사회’이다.절대적인기준에서의풍요-화목사회는실현된적이없지만,상대적인기준으로는북유럽나라들의일부특징들이풍요-화목사회특성으로분류될수있다.
한국사회는어디에속할까?
저자는1990년대이전까지의한국은가난-화목사회이고,21세기이후는풍요-불화사회라고정의한다.특히21세기에들어와과거보다훨씬더불평등한사회가되었는데,이는경제학자들,국세청등에서내놓은수치적자료뿐아니라경제적차이를당연하게위계화,계급화하는사람들심리만보아도알수있다.
저자는요즘초등학생들이아버지의월급이낮은친구들을‘이백충(월소득200만원)’이나‘삼백충(월소득300만원)’으로부르고,좋은집에살지못하는친구들을‘월거지(월세사는거지)’,‘전거지(전세사는거지)’,‘휴거(임대아파트휴먼시아에사는거지)’등으로멸시하는걸예로든다.거주하는집의지역과평수로위계를구분하고차별하는심리,자조적으로자기혐오하는심리가한국사회에이미뿌리깊게박힌것이다.이런풍요-불화사회에사는사람들은구체적으로어떤병리적증상과심리를겪게될까?또돈,부동산,지위와한국인의정신건강이얼마만큼깊게연관돼있을까?
풍요중독사회에사는사람들은
어떠한불안과혐오에시달리는가?
경제력에따라거주지가분리되고,직업도일자리도끊임없이불안정한‘유목민노동자’로서살아야하는사회.올라갈계단이자꾸만높아져늘패자의심리로살아가야하는사회.지금의풍요중독사회다.저자는“과거에는기껏해야4~5층짜리위계피라미드사회였다면,오늘날은100층이넘는위계피라미드사회”라고진단하며,한국에서는단지연봉이나재산같은돈뿐만아니라지위,직업,자가용,학력,외모등물질을상징하는모든것에따라사람의등급이매겨진다고말한다.비교에끝이없는사회,위로못올라갈바에야옆에사람보단더잘나겠다는심리가보편적욕망이된사회에서사람들은각종병리현상과혐오에시달린다.
라면을먹고전월세에살면서도
외제차를타고다니는이들이많아진이유
풍요-불화사회는사회안전망이취약한사회이다.일정궤도에오르지못하면꺾여추락하는절벽사회에서사람들의목표는중산층수준의삶이다.사람들은그에미치지못할경우극심한생존불안과존중불안을느끼는데,이두가지불안을세부적으로분류하면학대불안,추방불안,자존감불안등이다.모두위계추락이‘(자신의)가치추락’을의미하기에생겨난것들이다.
또한지위에따라존중여부가달라지는사회에서사람들은평가불안으로괴로워하고자기연출을해야만한다는압박을받는다.위계를드러내는소유물의중요성이비정상적으로커졌기에,라면만먹고전월세에살면서도외제차를타고다니는이들이많아진현상들이생기는것이다.
저자는이러한과도한소유나소비욕구,과시적소비가물질에대한인간본성이아니라타인들의평가를몹시두려워하게만든사회가낳은‘병적인욕구’라고말한다.존중받지못할까봐,남에게뒤처질까봐,또는우월적쾌감을느끼고싶어서풍요에집착하는분위기는상대적으로가지지못한사람의불안심리를부추기고,‘풍요중독-불안가중’의고리는점점심화된다.
절벽아래구급차를대기시키는사회가아닌,
사람들이절벽으로몰려가지않는사회를만드는방법
저자는한국사회가여러사회문제를유발하는진정한근원에는손을대지못하고땜질식처방에만매달려왔다면서,자살자가급증하자우울증약을권장하고자살방지캠페인을펼치고,범죄율이증가하자CCTV를설치하고처벌을강화하는식으로대응해온것등을예로든다.그리고이런땜질식처방이정신질환의양적증가와다양한변종화를만들었다며,한국사회가시급히해결해야할과제로네가지(불안해소,기본소득제,조직민주주의,평화체제로의전환)방법을제시한다.세부적인방법들로는무상의료,저렴한임대주택제도,북유럽의노동자경영참여방식,색깔론/종북몰이타파,노동의의미재정의등이있다.
이책에서저자가진단하고처방한방법들로한국사회의극단적인불평등을해소할수있다면,지금한국인을절벽끝까지몰고가는가장큰불안인생존불안과존중불안이다소해소될것이다.또그렇게될때“자신을사랑하는사람만이타인도사랑할수있듯이,자신의위계를긍정하고자랑스러워하는사람만이동일한위계의사람들을사랑하고연대할수있다”는저자의말처럼,서로에게단단한안전밧줄이된사회가실현되지않을까.
“지금한국사회는절벽아래에구급차를대기시키는사회이다.
그러나우리가해야할일은
사람들이절벽으로몰려가지않는사회를만드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