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이 높은 식당 (이정연 장편소설)

천장이 높은 식당 (이정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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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용기란 누군가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 줄거리
남편이 집을 나간 날, 승연은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취업프로그램 ‘컴백맘’을 통해 국내 최대 화장품 기업 ‘선린’의 구내식당 영양사로 일하게 된다. 식당에 적응하던 어느 날, 승연은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전임자인 신유라.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가로채니 좋으냐며 승연을 비꼰다. 신유라는 본부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회사에 알렸다가 쫓겨난 상태였다. 신유라는 승연이 자신의 자리를 가로챈 이상 자신을 도와야 한다고 회유한다.
그즈음 선린은 자살 사건으로 시끄러워진다. 성추행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괴로워하던 대학생 인턴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전 영양사 건에 이어 계속되는 성추문에 선린은 직원들 입단속을 시키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신유라가 인터넷에 올린 성추행 폭로글이 퍼져나가면서, 선린은 ‘파견직 영양사 성추행 사건’에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승연은 신유라가 영양사로 복직할 거란 걸 알아차리고, 게시글을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가 마케팅팀장으로 바뀌어 올라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저자

이정연

동국대에서정보통신공학을,연세대에서언론홍보학을공부했다.2017년금호·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단편소설〈2405택시〉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12년동안회사생활을했고,그뒤로는소설을쓰는사람으로살고있다.

목차

1부당신이자리를비운사이_7
2부어디에나있고어디에도없는_71
3부17층,천장이높은식당_117
4부컴백스페셜_201
작가의말_282

출판사 서평

“그자리,얼마나갈거같아요?”
하나의자리를두고시작된‘을’들의의자뺏기게임
불행에맞서는여성노동자들의공감과연대
*
한겨레문학상·세계문학상·제주4·3평화문학상최종노미네이트

신예작가이정연의장편소설《천장이높은식당》이출간되었다.이정연은2017년금호·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단편소설〈2405택시〉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천장이높은식당》은작가의첫장편소설로,출간전한겨레문학상·세계문학상·제주4·3평화문학상에최종노미네이트되며그시의성과완성도면에서심사위원들의높은관심을받았다.
이정연은파견직워킹맘‘승연’을통해노동자들이어떻게동료들의고통을외면하는지에주목한다.영양사자리를두고갈등하는승연과전영양사‘신유라’의미묘한관계에서는사내구성원사이의권력구도를정확히파고들면서,동료의비극앞에서시스템이노동자를어떻게적극적인회피또는암묵적인동조로밀어넣는지섬세하게묘사한다.
경력단절여성채용이라는마케팅전략
그반짝이는포장안에숨겨진노동자의비극
그리고피해자로남기를거부하는‘을’들의조용한반격

“여자를생각합니다.여자만생각하겠습니다”가슬로건인화장품회사‘선린’은여성친화적인행보로여성소비자들의전폭적인지지를받고있다.주인공‘승연’은선린이진행한경력단절여성취업프로그램‘컴백맘’으로선린의구내식당영양사가된다.회사에적응해가던어느날,영양사실로한통의전화가걸려온다.의문의여성은격앙된목소리로승연에게말한다.“그자리,얼마나갈거같아요?남의자리가그렇게좋으냐고요.”
전화를걸어온것은전영양사‘신유라’로,본부장에게강간을당할뻔했다는사실을상부에보고했다가쫓겨난상태다.그녀는곧이사실을인터넷에폭로할것이며자신을돕지않으면당신도똑같이당할거라고엄포를놓는다.그러나남편이이혼을요구하며딸의양육권을주장하는상황에서,승연은반드시이자리를지켜냄으로써딸을자신의품으로데려와야한다.

“무슨소릴하는지모르겠네.지호뭐해?바꿔줄수있어?나많이찾았을텐데.”
“잔다니깐.그리고이거집전화아니야.”
“언제잤는데?”
“돌겠네.방금잠들었다고!”
그가건전화는오늘도032로시작했다.지호가금방잠들었다는걸보면집근처일것이다.부천이나인천그어디탁아시설을뒤지면지호가있는곳을찾을지모른다.승연은흥분하지않으려고허벅지를세게꼬집었다.
“이혼은할게.대신지호는내가키워.그동안애한테얼마나잘했는지알잖아.그리고있지,나선린에취직했어.화장품회사말이야.이번에계약직되는데그러면지호키우는데도문제없어.어린이집도지원해주고,주5일근무에퇴근도빠르고.자긴이제일시작하는거잖아.애가어떤지도모르면서어떻게키우려고해.”_본문중에서

한편선린은또다른사내성폭력사건으로뒤숭숭하다.대학생인턴이마케팅팀장에게성추행당하고,연이어직장내괴롭힘을겪었다는사실이공론화된것이다.그로부터얼마후,승연은스스로목숨을끊은인턴을발견한다.충격에빠진승연에게회사는인턴의자살이우울증탓이라증언해주면파견직에서계약직으로,나아가정규직으로만들어준다는제안을해온다.승연은회사의제안을두고죄책감에시달린다.승연또한과거직장내괴롭힘의피해자였고,여전히후유증을겪고있기때문이다.이대로회사의편에설수없다는생각에승연은결국인턴의죽음을기자에게폭로한다.

“사람이죽었어요.”
“네?”
“사람이죽었다고요.”
“지금무슨소릴하시는거예요?”
“회사에서사람이죽었다고요!”
기자의무관심한반응때문에끝내주워담을수없는말을뱉어버렸다.유기자는다시자리에앉아업무수첩을펼쳤다.
“얼마전에대학생인턴이자살했어요.회사에서괴롭힘을당했다고소문이났던사람이었고요.뉴스는나가지않았고…….그이상은저도몰라요.”_본문중에서

“용기란누군가의죽음을외면하지않는데서시작된다”

신샛별문학평론가의추천의말처럼,작가는단기파견직신분의여성노동자가사내의비리와불의앞에서어떤태도를취할것인가를지켜보며우리모두를가혹한윤리적시험대위에세운다.기업은비정규직여성에게고용유지를빌미로수많은비위행위를조장하고,문제가되면꼬리자르듯그들을회사밖으로내몬다.그마저여의치않으면노동자들을의자뺏기의장으로몰고간다.노동자들은동료의고통과죽음을외면해야만승자가될수있다.그러므로스스로용기를내지않기위해동료를향한공감의가능성조차차단한다.
이러한시스템의논리아래에서이정연은두여성노동자를익숙한피해자의자리에만앉히지는않는다.두사람이각각직장내괴롭힘피해자와성추행피해자라는과거에매몰되게두지않고‘을’이라는위치를전략적으로활용하도록한다.여성노동자를불행하고미숙한존재가아닌,적극적으로부조리에반기를들고스스로를보호하는모습으로나아가게한것이다.여성에게요구되던‘순종’과‘포용’을수행하지않는그들은그야말로피해자로남기를거부하는현재의여성노동자를닮아있다.
최종적으로이정연은연대와진보를택한다.계속되는회사의요구와쉼없이이어지는업무사이에서승연을돕는것은아이러니하게도경쟁자인신유라다.그녀는승연의업무를도울뿐더러승연과딸지호가전셋집에서쫓겨날위기에처하자선뜻손을내민다.승연또한인턴의죽음에대한악의적인보도를바로잡기위해마지막까지분투한다.“용기란누군가의죽음을외면하지않는데서시작된다”는것을,결국우리를지탱하고껴안는것은서로임을이정연은《천장이높은식당》에서보여주고있다.

신예작가이정연의결론은단호하다.용기란누군가의죽음을외면하지않는데서시작된다는것.이담담한전언을뒤집으면비수같은질문이된다.‘당신은스스로용기를내지않아도되게끔만들기위해누군가의죽음을외면해오지않았던가?’정의로운선택을위축시키는시스템의견고함을직시하면서도그것을뚫고나오는공감의힘과진보의가능성을믿는이소설을우리도믿어보기로하자.
_신샛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