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이야기, 제22회 양성평등미디어상 우수상 수상작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이야기, 제22회 양성평등미디어상 우수상 수상작

$15.69
저자

이유리

어릴적부터미술교과서나신문에서마음에드는그림들을오려내어스크랩하던아이였습니다.어학연수를위해갔던영국에서영어공부대신런던에있는갤러리를훑고다녔고,영어대신머릿속에미술지식만꾹꾹담고서돌아왔습니다.신문사사회부기자로활동하다가지금은미술분야의글을쓰는작가가되었습니다.지은책으로『기울어진미술관』『화가의출세작』『화가의마지막그림』『세상을바꾼예술작품들』...

목차

작가의말

1부여성,만들어지다
-“우리가옷을입고있는게아니라옷이우리를입고있다”
-여자의적은여자라는거짓말
-가끔은귀엽고,가끔은엄마같으라고?
-피카소,위대한예술가인가,그루밍가해자인가
-렘브란트와‘비밀의연인’
-소녀도파랑을원한다
-여자도‘이런’작품을그릴권리가있다
-늙고추함의역사는왜여성의몫인가

2부여성,우리는소유물이아니다
-마네가없더라도모리조는모리조다
-‘아내만들기’를거부한여성
-이것은여성의순교인가,여성의고통인가
-언젠가는부서질가부장제를희망하며
-〈시몬과페로〉를그린루벤스의‘진짜’속마음
-고갱과그후예들의‘이국여성’에대한환상
-아내의헌신속에피어난자코메티의‘조각’들
-너무예뻐도,너무못생겨도안되는여성의외모

3부여성,안전할권리가있다
-여전히끝나지않은마녀사냥
-남자는원래짐승이다?
-‘생존자다움’을보아라!
-“여자로태어났다는건끔찍한비극이다”
-누가‘술마시는여자’에게돌을던지는가
-여자의몸은총성없는전쟁터

4부여성,우리는우리자신이다
-“나는당당하게나의그림을그릴것이다”
-여성이여,안경을쓰고블루스타킹을신어라
-딸의독립을위하여
-설치고말하고생각하는,난그런여자가좋더라
-역사에여성은늘있었다
-여성들이남성의이름을빌릴수밖에없던이유
-그(녀)들의이름과목소리를돌려줘야할때
-그저‘자기다운’그림을그렸을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여성의순교인가,고통인가
삐딱하게다시봐야할그림속‘진실들’

책은총4부로구성되어있다.1부〈여성,만들어지다〉에서는가부장사회에서여성으로태어난게아닌,여성으로만들어진이야기를담았다.여자는‘이런’작품을그릴수없다며비난하고,여자의적은여자라는악의적인소문을퍼트리고,가끔은귀엽고가끔은엄마같으라며여성에게주문하는것은남성중심의가부장사회다.인상주의창시자중한사람인에드가드가는매리커샛이그린〈과일을따는젊은여성〉을보곤여성이그릴수있는그림이아니라며그녀에게비난을쏟아냈다.드가의비난은요즘말하는,여성을향한‘가스라이팅’이었다.위대한예술가로평가받는피카소는어떤가.그는젊고아름다운마리발테즈(49쪽)를뮤즈로삼기위해온갖달콤한말로그녀를유혹,심리적으로지배했다.그의천재성을차치하고라도그가‘그루밍’성범죄자임은부정할수없다.여성을도구로삼아주무르고,여성으로만들려는욕구,예술에서도예외는없다.

2부〈여성,우리는소유물이아니다〉는여성을소유물로여기고,대상화하던가부장사회를향한일침을담았다.여성을향해열등한존재라며끊임없이속삭이는사회에서여성은자신의능력을스스로인정하지못하고이를우연으로여기며불안해하는심리인‘가면증후군’에시달린다.뛰어난재능을보였던18세기프랑스의화가베르트모리조는에두아르마네의무시와간섭으로가면증후군을겪었고,이는21세기현대여성역시다르지않다.내털리포트먼,미셸오바마등도가면증후군에시달렸다.여성이남성의소유물이라는착각은여성을남성의성적대상으로만여기는생각과도연결된다.그렇기에프란체스코과리노의〈성아가타의순교〉(113쪽),알렉상드르카바넬의〈비너스의탄생〉(120쪽),페테르파울루벤스가그린〈시몬과페로〉(128쪽)속여성들에게서더는아름다움과효심,순결을보아선안될것이다.책은여성을향한더러운욕망을볼수있는만큼이우리사회가달라졌음을방증하는것이라고말한다.더해이들여성에대한다른해석을받아들여야우리사회가성숙해질수있다며일갈한다.여성은열등한존재도,음식도,도구도,관음의대상도아니다.

3부〈여성,안전할권리가있다〉에서는16~18세기그림속여성들이겪었던성적억압과폭력을살피고과연지금이시대는얼마나달라졌는지묻는다.‘남자는원래짐승’이라는터무니없는소리로여성들의행실을단속한건아주오래전부터였다.16세기초암브로시우스벤손이그린〈루크레티아〉(185쪽)속여성은성폭행을당한뒤스스로목숨을끊으려한다.1736년장바티스트그뢰즈는〈깨진거울〉(177쪽)에서정절을잃은여성을그리며,이여성이충동적으로일을벌여사달이난것처럼표현했다.두그림모두가해자인남성보다피해자인여성에게사건의원인을찾고있다.아르테미시아젠틸레스키는이런암울한시대에자신의성폭력피해를밝히며적극적으로가해자를고발한화가다.나는사회가원하는대로‘불쌍해져야만’하는성폭력피해자가아닌화가임을만천하에외친그녀의〈자화상〉(189쪽)에서우리는‘피해자다움’이아닌당당한‘생존자다움’을볼수있다.(188쪽)여성의안전할권리를지키고또그러한사회를만들기위해서라도우리는이렇게말해야한다.“범죄를저지른대가는가해자에게로.가해자는감옥으로,피해자는일상으로.”(190쪽)

4부〈여성,우리는우리자신이다〉는시대에굴하지않고당당하게재능을뽐낸여성들의이야기다.중국최초의여성유화가이자이탈리아미술전에서중국인최초로당선을한‘판위량’,안경을쓰고책을읽으며지적인모습을한껏뽐내던,한마디로남성들이싫어하던모습을자처하며자화상을그린안나도로테아테르부슈,그리고당당하게자기다운그림을그리며실력을뽐낸메리모저와조지아오키프까지.여성에게주어진굴레를벗어던지고‘자신’의삶을산여성화가들의이야기를이곳에모았다.반면남성의이름을빌려야만자신들의재능을펼칠수있던여성들,제인에어,조르주상드,크리스티나여왕의이야기를통해나자신으로살고싶어하던여성들의모습을함께담았다.이제그녀들에게진짜이름을돌려줘야할때다.

메리모저와조지아오키프,
그들은‘여성적인’그림을그리지않았다.
그저‘자기다운’그림을그렸을뿐

가부장사회에서해석된여성상에반기를들때우리는진짜여성의모습을볼수있다.《캔버스를찢고나온여자들》은지난세기그림에서발견된여성들에대해삐뚤어진감각을가질것을제시한다.삐딱하게볼수있어야진실된감각을발견할수있기때문이다.그제야그것이여성의순교가아닌여성의고통이며,여성의헌신이아닌여성의절망과슬픔이라고말할수있을것이다.여성에대한성적유희를교묘하게아름다움과순결로지키려는가부장사회가‘언젠가는부서지기를희망하며’(125쪽)작가는이책을썼다.이제여성들은가부장사회라는매트릭스에서‘빨간알약’(125쪽)을먹었다.돌이킬수없다.그러니힘차게그림밖으로걸어나오는여성들을지켜보며,손바닥이아프도록박수를쳐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