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15.00
Description
“김마리아·강주룡·정정화·박진홍·박자혜·김옥련·정칠성·
남자현·안경신·김알렉산드라·권기옥·김명시·박차정·이화림”
기록에서 사라지고, 기억에서 잊힌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삶을 복원하다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 화백과 김이경 작가가 3·1절과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권기옥, 김마리아, 김명시, 남자현, 정칠성, 이화림, 박자혜, 김옥련 등 여성독립운동가 14명의 삶을 글과 그림으로 복원해냈다. 노동운동가·간호사·비행조종사·임시정부의 주요인사·무장투쟁운동가 등으로 활약했으나 역사 속에서 단 하나의 그림이나 글로도 남지 못했던 여성 혁명가들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들려준다. 이 책의 여성들은 남성의 ‘조력자’가 아닌 투쟁가로서 각 분야에서 남성들보다 더 담대하고 끈질기게 독립운동을 이어나갔던 인물들이다. 이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되살려내기 위해 윤 화백과 김 작가는 수많은 논문과 단행본, 그리고 증언과 회고록 등의 1차 자료를 고증했다. 각 꼭지마다 화백 윤석남이 인물들을 재해석해 전신초상, 상반신 채색초상, 연필 드로잉 초상으로 생생하게 그려냈으며, 작가 김이경은 1인칭·3인칭 시점, 인터뷰, 다큐멘터리, 편지 형식 등 여러 문학적 기법을 활용해 인물별 이야기를 덧붙여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다채로운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나라를 빼앗긴 절망에 무너지고, 그 속에서 다시 희망을 꿈꾸고,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온몸이 짓이겨지는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서 청춘을 보내고, 감시의 눈을 피해 국경을 넘고, 펜을 쥐던 손으로 총을 들고,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소중한 아이를 잃고, 그렇게 싸우고도 자랑으로 기억되기는커녕 자취도 없이 잊힌 여성들. 그러나 한 번도 자신의 삶을 후회하거나 한탄하지 않았던 사람들. 강인하고 올곧은 그들의 인생을 이 책에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이 내 일임을 깨달았다.”_8쪽

저자

김이경

저자:김이경
대학교와대학원에서역사학을전공하고‘식민지시기민족통일전선운동’으로학위논문을썼다.문학을좋아해서뒤늦게방송통신대학교에편입해영문학을공부했다.시간·죽음·책(지식)등삶이던지는질문을잡고공부하며글을써왔다.최근에는페미니즘과한국현대사인물에관심을갖고공부하고있다.그동안소설집《살아있는도서관》을비롯해에세이《애도의문장들》《시읽는법》《책먹는법》《시의문장들》,서평집《마녀의독서처방》,그림책《인사동가는길》등여러권의책을썼다.

그림:윤석남
1939년만주에서태어나해방전해에귀국했다.가정주부로살다가나이마흔에어머니를그리며화가가되었다.이후40여년을한결같이따스하고강인한모성과여성의힘을탐구하는작품활동을해왔다.설치와조각,회화를넘나들며국내외다수의개인전과그룹전에참여했으며,영국의테이트갤러리를비롯해세계유수의미술관에작품이소장되었다.몇년전부터는한국화에기반한초상화작업에매진하고있으며이책은그결실의하나다.《다정해서다정한다정씨》《김승희윤석남의여성이야기》등여러책을펴냈다.

목차

프롤로그

1부세상에외치다
너는영웅이다-김마리아
을밀대에서외치다-강주룡
담대한여인-정정화
천재,혁명을꿈꾸다-박진홍
과격한간호사-박자혜
성난파도로일어서다-김옥련
다큐멘터리‘잊힌혁명가를찾아서’-정칠성

2부전선에서다
혈서-남자현
제국을향해폭탄을던지다-안경신
시베리아의붉은전설-김알렉산드라
조국을위해날다-권기옥
장군을위하여-김명시
펜대신총을들고-박차정
춘실,동해,화림세이름을살다-이화림

참고문헌
미주

출판사 서평

“팔순을넘긴화백의혼신,
여성서사를오롯이전하고픈작가의간절함”

그림과활자너머살아숨쉬는
100년전‘언니들의정신’

페미니스트1세대화가로서의롭고강인한여성을탐구하고그려왔던윤석남화백.그는2010년이후한국화초상작업에몰두하면서,조선시대에제대로된여성초상이없다는사실에놀라움을금치못했다.수많은남성양반의초상화와달리여성초상화는조선이망할무렵작품두점이있었지만그것또한주인공이름은알려지지않은것이었다.이는당시시대적분위기탓이컸겠지만그럼에도화백은‘여자들이이렇게나사람대접을받지못했구나’하는쓰라린자각과함께다음작업은‘여성독립운동가’로하겠다고마음먹었다.팔순이넘는나이의화백은그렇게혼신을다해높이2미터가넘는종이위에역작을그려냈다.이책에는윤화백의개인전에서공개된그여성독립운동가연작들이그대로수록되었다.화백의초상에글을입혀서사를불어넣은것은김이경작가였다.《한겨레21》에〈여자의문장〉이라는주제로칼럼을쓰고있는그는대학과대학원에서역사를전공하고한국근현대사공부를했지만오랜시간역사공부를떠나있었기에,윤화백의프로젝트제안이한편으로부담스러웠다.그러나“나는이들의이야기가남의일같지않아요.내가그시절에살았다면친일까지는아니라도나라의상황을외면하고살았을것같거든.그런데이여자들은정말대단하잖아.정말대단해!그래서더욱이이야기를끝내야해요”라고말하는윤화백의강렬한한마디에다시자료들을읽고여성한사람한사람의삶을복기하기시작했다.
작가는글을쓰는동안100년전여성들의투쟁사가자신을무겁게짓눌러괴로울때도있었다고말한다.하지만그때마다‘언니들의정신’에의지해꿋꿋이버텼다.‘여성독립운동가’라는명명속에얼마나다양한고민과경험,인생역정이담겨있는지전하고싶었으며,‘독립운동사’라는익숙한틀을벗어나여성들의삶을한사람의인생으로오롯이느끼게하고픈마음으로글을썼다.이책은그러한간절한마음이담긴결과물이다.

“내가오늘날까지걸어온길이란오로지조선여성을위해서이지만글로써발표한것이나말로써부르짖은것이나모두조선의여성에게각성하라는,현실을잘파악하는여성이되라는것뿐이었지요.다시말하면가장현실을잘알고현실을똑바로보는사람이되라는것뿐이었지요.”_정칠성의말

“어린마음이었지만항일투쟁에는무조건이었습니다.감옥이아니라죽음도두렵지않았지요.나이가어리고여자라는게참으로원통했습니다.그때하늘을날며왜놈들을쉽게쳐부술수있는비행사가되려고마음을다졌지요.”_권기옥의말

“여자들은잃을게없으니무서울것도없지요”

당당하게자기존재를드러내며
세상에지지않은여성혁명가들

조선의여성혁명가들은우리가생각하는것보다훨씬진취적이고독립적이며각분야에서전문가적면모를지니고있었다.총2부로구성되어있는이책의1부에서는지금보다훨씬여성의지위가열악하고배움의기회조차주어지지않았던시대속에서맨몸으로맞서싸운여성독립운동가들의이야기가펼쳐진다.도쿄에서2·8독립선언문을국내로들여왔던인물이자여성독립운동단체인‘근화회’를조직해조국광복의대업을위해민족정신을고취시켰던김마리아,을밀대지붕에서우리나라최초의고공농성을했던여성노동자강주룡,임시정부의자금조달이라는주요업무를맡아국내에서상하이를수시로오갔던임정요원정정화,여성의몸으로지하조직활동을하며때론남장을하고조선의용군활동을했던박진홍,궁녀였으나일제에의해궁에서내쫓긴뒤간호사가되어‘간우회’를조직해만세시위를벌이고나석주의폭탄테러거사에길을안내하기도했던박자혜,제주의해녀로서맨몸으로독립투쟁에앞섰던김옥련,조선최고의기생에서사회운동가로변신해활약했던‘사상기생’정칠성.이들은두려움속에서도나라의상황을외면하지않고자기나름의방식으로그자리에서서시대와맞서싸운투사들이었다.
2부에서는무장투쟁으로남성못지않게독립운동에과격하게뛰어든여성영웅들을조명한다.서로군정서와의열단등에서활동하며여러번혈서를쓰기도했던항일무장투쟁운동가남자현,애국부인회·광복군결사대로활동하며임신한몸으로동양척식주식회사폭파작전을계획했던안경신,조선인최초로레닌이이끄는러시아사회민주당에가입하고이동휘등과조선인적위대를창설해일본군·백위군연합과맞서싸웠던김알렉산드라,임시정부비밀공작원으로활동하다가비행조종사가되어일왕의머리에폭탄을떨어뜨리고자했던최초의여성비행조종사권기옥,홍남표·조봉암등과조선공산당활동을하다옥고를치른뒤조선의용군화북지대여성부대지휘관으로최전선에서전장을누볐던장군김명시,〈개구리소래〉〈철야〉등독립운동에관한시와소설을발표하면서도조선공산당재건동맹과의열단,조선의용대부녀복무단으로활동하며전장에서싸웠던박차정,춘실·동해·화림세이름으로살며한인애국단단원으로김구와이봉창을도와도시락폭탄거사를준비하기도하고,조선의용대소속으로타이항산에서적군과교전하기도하며때론의무병으로부상자치료에도최선을다했던투사이화림.이들은무장투쟁운동을통해남성중심사회에균열을일으키고적극적으로목소리를냈던여성혁명가들이었다.

“10년의감옥생활을빼면이제겨우스물세살이라니까요.그래서이따금씩꿈을그리다가현실앞에깜짝놀라곤해요.가정은민주주의적이긴합니다.서로다혁명운동에이해가있지요.그러나집사람도봉건의식이조금은남아있어요.내가무얼쓰면여자가저런걸쓴다고퍽신기하게여겨요.”_박진홍의말

“2300명우리동무의살이깎이지않기위해내한몸뚱이죽는것은아깝지않습니다.내가배워서아는것중가장큰지식은,대중을위해싸우다죽는것이명예로운일이란겁니다.나는죽음을각오하고이지붕위에올라왔습니다.나는자본가의착취에신음하는근로대중을대표해죽음을명예로알뿐입니다.”_강주룡의말

“나도이나라의당당한백성이다
나라를찾는데여성,남성의차이는없다”

한국여성주의운동에서주목해야할
최초의페미니스트들

영화〈암살〉에서전지현이연기한‘안윤옥’이남자현을모티프로했다는사실은많이알고있을것이다.그럼에도대부분의이들이남자현을조금‘특별한’여성으로생각할뿐독립운동가라하면으레남성영웅들만떠올려왔을지도모른다.그러나나라가망할때슬퍼하고분노한것은단지남성들만이아니었다.조선의여성들또한‘나도사람이다.나도이나라의당당한백성이다.나라를찾는데여성,남성의차이는없다’하는깨달음에서조국의독립을꿈꾸었으며이를행동으로옮겼다.‘목숨을걸고자기자신을당당히찾는것’,이것이바로총을들고일제에대항한여성들의목표였다.
이책에나오는여성들은태어난배경도,자라온환경도,직업도제각각이지만조국해방과여성해방이라는진정한자유를꿈꾸며자기삶을남김없이희생했다.여성의몸으로한계에부딪히고모진고문에수없이죽을고비를넘기면서도이들은물러서지않고자신의재능을발휘하여자기존재를스스로증명해냈다.비록역사는여성혁명가들을지워버렸지만이들의담대한숨결은세상곳곳에작은불씨로남아여성운동의세대를이어나가고있다.페미니즘이라는거대한물결위에있는지금,이100년전의여성들을통해여성해방의역사가어떤맥락에서이어져왔으며,앞으로여성주의운동이어디로나아가야할지그해답을찾아내려는시도또한이어지고있다.이책을읽는독자들또한여기그려진14인의초상을보며여성독립운동가들이지나간과거가아님을,지금여기의뜨거움으로여전히살아숨쉬고있음을느낄수있을것이다.

“우리조선여성은오랫동안전통적속박에의한가정의노예일뿐만아니라일본제국주의약탈시장의상품으로임금노동의노예로전락하게되었다.우리가일본제국주의를타도하지않는다면우리는봉건제도의속박,식민지적박해로부터해방되지못한다.또일본제국주의가타도된다고하더라도조선의혁명이정치·경제·사회등각방면에서진정한자유·평등의혁명이아니라면우리는철저한해방을얻지못한다.”_박차정의말

“내가진돈은모두249원80전이다.그중200원은조선이독립하는날축하금으로바치거라.만일네생전에독립을보지못하면자손에게똑같이유언하여독립축하금으로바치도록해라.남은돈의절반은손자를대학까지공부시키는데쓰고나머지반은친정의종손을찾아공부시키도록해라.사람이죽고사는것은먹는데있는것이아니고정신에있다.독립은정신으로이루어지느니라.”_남자현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