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빌리의 것 (강태식 소설)

영원히 빌리의 것 (강태식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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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하며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희극적인 문법으로 날카롭게 그려낸 강태식 작가가 등단 10년 만에 첫 소설집 〈영원히 빌리의 것〉을 선보인다. 강태식 작가는 첫 장편 〈굿바이 동물원〉에서 처절한 경쟁에 밀려난 현대인의 씁쓸함을, 다른 장편 〈리의 별〉에서 버려진 행성에 홀로 남은 존재의 고독을 독보적인 상상력과 농익은 유쾌함으로 승화해낸 바 있다.

이번 첫 소설집에서는 인생과 존재에 깊이 천착하면서도 우리 삶의 모습을 어떤 흐트러짐 없이 담백하게 간추리며, 인생의 불확실함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사람들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다. 또한, 산업혁명부터 28세기까지, 작품들의 다양한 시대적 배경이 한 장면 안에 머물며 인물의 정서에 주목한 작가 특유의 감각적 시선과 만나 “어떤 세부가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누락되는 영문학적” 깊이로써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영원히 빌리의 것〉을 읽으면 “쓸쓸함이나 회한에 젖어 있는 인물의 표정이나 뒷모습”이 그려져 먹먹해지면서도,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나?”라는 고질적인 마음 앓이에 진실한 위로를 받게 되는데, 이는 소설들이 무너져내림을 견뎌내거나 상실의 기억들을 훌훌 털어버리거나, 혹은 황홀한 순간에 기대어 살아가라고 채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저 자신의 “흰 뼈를 드러내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쳐올지 모르는 불가피한 순간을 “지나가는 나날들 그 자체”가 인생일 뿐이라고 말해준다.
저자

강태식

2012년《굿바이동물원》으로제17회한겨레문학상을,2018년《리의별》로제4회황산벌청년문학상을수상했다.그밖의작품으로중편소설《두얼굴의사나이》가있다.

목차

영원히빌리의것
우리에게가능한순간
우주비행사의밤
생일전야
반대편으로걸어간사람
회로의죽음
탕!

발문|서유미(소설가)
영원히우리의것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강태식작가가10년동안여과해온
이소설들은삶의흰뼈를드러낸다.”_정세랑(소설가)

소설가정세랑,서유미추천!
한겨레문학상,황산벌청년문학상수상작가
강태식데뷔10년만에첫소설집

제17회한겨레문학상,제4회황산벌청년문학상수상하며고독한현대인의자화상을희극적인문법으로날카롭게그려낸강태식작가가등단10년만에첫소설집《영원히빌리의것》을선보인다.첫장편《굿바이동물원》에서처절한경쟁에밀려난현대인의씁쓸함을,다른장편《리의별》에서버려진행성에홀로남은존재의고독을독보적인상상력과농익은유쾌함으로승화해낸작가는,이번첫소설집에서인생과존재에깊이천착하면서도우리삶의모습을어떤흐트러짐없이담백하게간추리며,인생의불확실함에속절없이무너지는사람들곁으로한걸음더다가간다.또한,산업혁명부터28세기까지,작품들의다양한시대적배경이한장면안에머물며인물의정서에주목한작가특유의감각적시선과만나“어떤세부가의도적으로배제되고누락되는영문학적”깊이로써작품의매력을더한다.
수록된일곱편의작품속인물들은나이가지긋하거나인생경험이쌓일대로쌓인사람들이다.예순다섯살의어느날행성을상속받게된빌리발렌타인(〈영원히빌리의것〉),12년전잃어버린아이를찾게된술주정뱅이제리맥킨(〈우리에게가능한순간〉),50년전우주미아가된남편이돌아오고있다는소식을들은일흔여섯살의캐럴(〈우주비행사의밤〉),아이의생일전날밤,동료의죽음을복기하는척과메리(〈생일전야〉),19세기러다이트운동의전설적인물인러드장군의일기를얻은하버박사(〈반대편으로걸어간사람〉),전자제품을수리하다가문득온몸이마비돼버린병두(〈회로의죽음〉),사라진사장의권총을찾기위해분투하는직장인김과장(〈탕!〉)까지.소설속초로의사람들을가만들여다보면그오래되고지난한삶“안쪽깊은구역”에는불확실한인생의시간이지나가고남은흠집같은것,기억,상실,소망,고독,찬란함,서글픔같은것이알알이맺혀있다.
《영원히빌리의것》을읽으면“쓸쓸함이나회한에젖어있는인물의표정이나뒷모습”이그려져먹먹해지면서도,“괜찮은인생을살고있나?”라는고질적인마음앓이에진실한위로를받게되는데,이는소설들이무너져내림을견뎌내거나상실의기억들을훌훌털어버리거나,혹은황홀한순간에기대어살아가라고채근하지않기때문이다.소설은그저자신의“흰뼈를드러내며”언제,어디서,어떻게닥쳐올지모르는불가피한순간을“지나가는나날들그자체”가인생일뿐이라고말해준다.

“일상은손때묻은동전처럼단단했다.”

회복을강요하지않는일상과
누구에게도상처주지않는순간에관하여

인생의불확실함과예기치못한사건에주저앉는사람들의모습은표제작〈영원히빌리의것〉과〈우리에게가능한순간〉에서보다선명하게드러난다.먼저,〈영원히빌리의것〉의주인공빌리발렌타인은28세기LA사막,중고자동차매장을운영하며자신의삶이사무실에쌓이는“모래를쓸어담다가끝장날것”임을의심하지않는다.그러던어느날빌리를찾아온변호사팀추이는,그를‘돌연’지구에서법적으로행성을소유한다섯명중한명으로만든다.이름모를먼친척에게상속받은행성발렌타인-96419d는시간이흐르며빌리의마음속에서점점‘진짜’가되어가지만,‘돌연’빌리의인생을헤집고들어온행성에또다시예기치못한일이발생한다.

“어떤것은사라졌지만오히려사라졌다는사실때문에더생생하게존재하게된다.”_발문중에서

한남자가주저앉게되는순간에대한작가의시선은〈우리에게가능한순간〉의제리맥킨으로옮겨간다.살면서,사랑하는사람을잃고그로인해삶의모든관계가“실처럼한순간에끊겨”버리는것보다두려운일이있을까.주인공제리맥킨은12년전아이를잃고이혼후동정술을얻어먹고다니는,딱인생종치기직전의모습을한늙고지친남자다.그러던와중,그는탐정사무소로부터아이를찾았다는전화를받는다.그가그토록바랐던‘순간’이바로‘내일’일어날거라는소리였다.고통의불가피함은기를쓰고지나가지않는이상계속해서그자리를맴돈다는것일지도모른다.작가는상실의고통을품은채오랫동안현재를지나왔던제리맥킨에게과연‘내일이올까?’라는질문속으로우리를이끌고들어간다.

“아주특별한순간이그곳을지나쳐갔고
다시는그런순간이찾아오지않으리라는사실을깨달았다”

단층처럼쌓인상실의시간들,
찬란하고무례한인생에관한이야기

불가피한순간들에반복해서무너져내릴때우리안쪽깊숙한곳에쌓인상흔들은소설〈우주비행사의밤〉과〈생일전야〉로변주되어우리앞에드러난다.
〈우주비행사의밤〉은찬란했던한순간,인생의내밀한구석에응어리진기억에관한이야기다.주인공캐럴테일러는50년전우주미아가된우주비행사마크어셔의아내이자일흔여섯살의노인이다.어느날,캐럴은마크의우주선이지구로돌아오고있다는소식을듣게된다.50년전,캐럴이그의동료다섯명과보냈던하룻밤은“지금보고있는모든것을아주오랫동안기억할것같은예감”이들게하는순간이었고,50년의인생이란“어떤사람은떠나고,어떤사람은돌아오고,아이를낳아키우거나사랑하는사람의죽음을지켜”볼수있는오랜시간이기도했다.그찬란하고무례한시간을통과한캐럴은마크를만나기위해집을나서지만어쩐지목적지로향하는버스를계속해서돌려보낸다.
누군가예기치않은만남을시작할때누군가는소중한것을잃어버리게만드는인생의성질은이어지는소설〈생일전야〉를통해대비된다.여덟살아이의생일전날밤,척과메리는즐거운이야기로가득해야할날에불현듯“빌리가죽었다”라는사실을상기한다.빌리에관해이야기하는동안척은“거실벽에난흠집”을바라보았고,이제는그흠집을무시할수없다는것을깨닫는다.어떤양가적순간과순간의엇갈림속에우리는무엇을자각하고살아갈까.이소설의제목‘생일전야’에서‘생일’의설렘과‘전야’의긴장,고조,숨죽임은,인생의찬란함과그러므로우리가짊어질수밖에없는어떤상실감과다름없다.

“척과메리가있는거실은조용했다.그것은아무도없는곳이조용한것과는전혀달랐다.더적막했고더많은것을내포했고……척과메리는서로다른곳을바라보며그런것들이가만히지나가기를말없이기다렸다.”_본문중에서

“미안합니다.우리도살아야합니다.”
자본과권력,고독과소외에대한통렬한시선과해학

“산업혁명을다른말로하면뭔지아나?괴물의탄생이야.사람을잡아먹는괴물말일세.”_본문중에서

수록된소설중초기작품인〈반대편으로걸어간사람〉과〈회로의죽음〉,〈탕!〉은발전과소외,타성에젖은현대인에대해작가가고수해온통렬한시선이짙게묻어난다.
〈반대편으로걸어간사람〉에서는19세기초런던,러다이트운동의지도자로알려진네드러드의일기장을통해지독한발전이어떻게괴물을탄생시키는가를,〈회로의죽음〉에서는전자제품수리기사인병두가제품의회로를들여다보다가스스로마비되어간다는이야기를통해예기치못한순간타성에빠져드는현대인의모습을,〈탕!〉에서는사라진권총을찾기위해벌어지는상사와부하직원의소동극을통해권력에대한절대적이고맹목적믿음을비판한다.이러한이야기들은결코훈화적이지않으면서도독자에게일상을복기할‘방아쇠’가되는데,이는소설의주제의식이작가의해학과만나웃음과공감을끌어내기때문일것이다.

소설의일,우리의일

불확실한인생의파도가한풀꺾이고우리에게남는것은결국,그동안보지못한삶의다른측면이아닐까.〈영원히빌리의것〉에서빌리발렌타인에게남은것은여전히모래뿐일테지만,그모래를바라보는마음은행성에대한기억으로이어져영원히빌리의것으로남게될것이다.작가의소설들은“삶의이면을엿보고인생에대해의문을품게된뒤우리의시간은이전과다른리듬으로흘러가게된다”(서유미발문)고말한다.그반사면이되는것이소설의일이고,그가힘껏써내려간이작품들이우리에게가닿는그순간,그것은곧영원히우리의것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