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21.24
저자

류한경

1993년서울에서태어났다.사진가,작가,번역가로활동하며보고,찍고,듣고,옮긴다.대물림되는트라우마와시간성그리고아름다움에관심이많다.《창작과농담》《심신단련》《깨끗한존경》《출발선뒤의초조함》《작은이야기를계속하겠습니다》에수록된사진을찍었다.독립출판사진집으로《흑요석만지기》가있다.@hankyung.ryu

목차

의미가없기에가뿐한―시인김선오
단단하고귀여운각오―래퍼슬릭
나답게존재할수있는울타리에서―배우유이든
사랑과추억을간직하는몸―비건식당운영자단지앙
나를돌보는불꽃―작가홍승은
내몸을보호하는나만의부적―무당홍칼리
사랑하고사랑받길바라는연습―시인계미현
타투의영원함에진기분―사진가황예지
과거의나와화해하기―상담심리사임부영
예쁜죄를새기는의식―타투이스트박카로

에필로그
추천의글―요조(뮤지션,작가)

출판사 서평

타투에임하는태도각각의내부로들어간다음거꾸로거슬러오르다보면,거기엔어떤트랙하나가동일하게나타날것같다.죽고싶은마음과다시태어나고싶은마음이앞서거니뒤서거니달리기하는트랙이.트랙에서경합하는두마음은사실누가이기고누가지는중이라고말할수없다.그저막상막하라고할수있을것이다.이트랙에서는죽고싶은마음이다시태어나고싶은마음과같고,다시태어나고싶은마음이죽고싶은마음과다르지않다.두마음은땀을뻘뻘흘리고있다.더욱더힘을내서,자기자신에게가까워지려고한다._‘추천의글(요조)’에서

“타투는나로존재할수있는용기를준다”
무의미와의미,귀여움과비장함사이에서
나에게한발짝더가까워지는일

타투이스트박카로는“인간이스스로자기몸에상해를입히려면각오가있어야”한다고말한다.타투는“누가시켜서새길수는없으니까엄청난능동성이필요”(작가홍승은)하며한번새기면지우기어려우므로신중함과책임이뒤따른다.바늘로살갗을찌르는고통도감내해야한다.하지만타투의무게감에짓눌리지않고,오히려타투의속성에매료된사람들이있다.“그저예쁘다,이타투가내몸에있으면좋겠다,같은욕구외에는별다른동기”(상담심리사임부영)없이타투를“의미에서탈출하기위한수단”(시인김선오)으로여기는가하면,자기만의상징으로피부를가득채워몸과마음을보호하거나“나이가들수록잊어버리는게많아지니까간직하고싶은기억을계속새기”(비건식당운영자단지앙)기도한다.타투는때로삶과창작의무한한영감이되어준다.《가장밝은검정으로》는“조카에게그림구경시켜주듯”(래퍼슬릭)보여줄수있는알록달록귀여운타투와,“내가어떤사람인지알아봐달라는간절함”(박카로)과자유를향한열망,상처를치유하려는의지가속속들이담긴비장한타투를모두아우른다.타투의스타일과내력은사람마다다를지라도,‘나답게살아보려는결심’만큼은공통적이다.“고유한자신을받아들”(홍승은)여새삶을시작하는방법은여러가지가있겠지만,타투는그중에서가장아름답고가장영원하다.

통증으로내몸에노크하듯타투를해왔다.합리적자학이랄까?몸을깨우고싶은데나를해치고싶지는않았다.날카로운바늘로나를찌르는행위를‘깨어있음,살아있음’으로느낀것같다.그래서인지타투를새긴시기를돌아보면대체로괴로울때다.우연찮게도손가락에라디오헤드의〈Airbag〉가사한구절인“Iambornagain”을새겼다._본문에서

《가장밝은검정으로》는빛과그늘,다채로운공간의질감을머금은타투가주인공이며,타투에깃든삶과몸의서사를조명하는사진집이다.류한경작가는학교,숲,스튜디오,성곽길,집,박물관등인터뷰이의직업적특성및타투스타일에어울리는장소를골라타투를찍었다.촬영이이루어지는시간과공간,타투의위치와개수,인터뷰이의표정과포즈,촬영기법에따라톤과질감,구도가전혀다른사진이만들어졌다.타투와몸이주인공인만큼,프롤로그와인터뷰어의질문을덜어내고인터뷰이의내밀한목소리를산문형식으로다듬어인터뷰이가직접자신의타투를소개하는느낌이나도록했다.타투의이미지와해당타투와관련한산문을너무멀지도가깝지도않게배치해두요소의긴장감을유지하려했고,사진사이에이따금공백을두어사진감상의호흡을조절했다.사진과사진이연결되어사진집이되듯,타투와타투를잇다보면타투를새긴사람이,그들이몸을가진존재로서경험한차별과억압,사랑이보일것이다.

카메라에비친타투는강렬한빛으로생긴실루엣같기도했다.그빛은어디서왔고,그들몸에드리운무늬는무엇의그림자였을까.지금생각해보면빛은그들의삶이고,그림자는그들이짊어진삶의하중이었다.타투는그들이경험한억압을들려줬다.타투이야기는상처에대한이야기이기도하다._‘에필로그’에서

지금우리에게타투는어떤의미인가,
139컷의사진으로바라본한국타투의위상과아름다움

한국타투는2008년세밀하고예술적인‘파인타투’라는장르가생긴후미국과유럽등전세계로뻗어나갔다.각국의유명인들이타투시술을받으러한국을찾을정도로,한국이타투산업의중심지라는사실에는의심의여지가없다.한국에서활동하는타투이스트들은직업코드도있고세금도내야하지만의사가아닌이상타투를할때마다법을어기게된다.1992년대법원이타투를‘의료행위’로판단했기때문이다.타투유니온김도윤사무장은2019년타투시술을했다는이유로1심에서벌금형을선고받았다.현실이이러하니2021년6월타투업법이발의되었고,현재타투관련법안은총8개다.소비자가감염의위험없이안전하게시술받을수있는환경을만들고타투이스트의노동권을보장하는것이타투업법도입의핵심목표다.
2018년집계된타투피술자의수가300만명이므로현재는훨씬많은이들의몸에타투가새겨져있을것이고,타투를새기게된사연또한타투의수만큼이나다양할것이다.《가장밝은검정으로》에참여한인터뷰이10인의타투에얽힌이야기또한저마다특별하고고유하다.그들은타투이스트에게타투시술을받거나때때로직접타투를새기는소비자이기도,타투로생계를유지하는숙련된타투이스트이기도하다.오늘날각자의분야에서활약하는창작자는물론이고젊은세대일수록타투를자기표현으로생각해타투가이미있거나타투에지속적인관심을보이는경우가많다.타투는이미2,30대의삶에깊숙이들어와있다.2021년6월한국갤럽의조사에따르면18~29세응답자의81퍼센트가비의료인의타투를합법화하는법안에찬성을표했다.《가장밝은검정으로》가한국타투를둘러싼열악한현실을개선하는데작은보탬이되길바란다.
뮤지션이자작가요조는‘추천의글’에서타투는“연약함을보호하려는갑각의일종”이며“용감해서가아니라겁이많아서한다”고말한다.타투가많은사람은무서운사람이아니라소중한기억을잃을까봐,자아를잃어버릴까봐두려워하는“겁쟁이”일지도모른다.이책을통해타투로자신의취향과지향점을표현하는짜릿함과타투자체의아름다움을누릴수있길기대한다.

타투시술은너무오랫동안불법이었다.단순히예술이니까타투행위를허가해달라고주장하기보다는,점진적으로시술에대한규제를확립해나가야한다고생각한다.타투가법제화되면손님은더안전한환경에서시술을받을수있고,타투이스트는권리를보호받으며일할수있다.납세의의무에도충실하면서말이다.어떻게해야소비자와타투이스트모두가만족할지고민해야한다._본문에서

추천사

타투는영원하다.(여기서말하는영원은타투가새겨진주체에게허락된생의시간에좌우되는한정적영원이다.엄밀히따지면‘평생’이라고쓰는게정확하겠으나나는영원이라는단어를고집하고싶다.)사진가황예지는이영원함이라는속성에자신이‘졌다’고말한다.
나는최근들어친구덕분에격투기경기를보면서‘졌다’는말을다시배우고있다.짐작하기도어려운긴시간동안몸을갈고닦아온두사람이링위에서맞붙어이기거나지고,그것으로구경꾼에게카타르시스를선사하며돈을버는세계.그세계에서지는일이란이기는일의우위에설수없는것으로일단통용되지만,나는몇경기만보고도,지는일역시이기는일만큼이나어마어마한획득임을알수있었다.진선수의표정때문이다.그의표정은‘졌다’보다‘질수있었다’에가까웠다.이기는일도그렇지만지는일역시결코아무나할수있는일이아니었다.나는그것을선수들의몸과몸이위험천만하게격돌할때마다덩달아내몸을움찔거리면서배웠다.
사람들이내타투를가리키며잔뜩겁먹은표정으로“이거영원히안지워지는거잖아”하고말할때의아한기분이든다.언제나영원한뭔가를열렬히갈구하는것같지만정작사람들은은근히영원한것을무서워하고있다.
타투이스트박카로는인간이스스로자기몸에상해를입히려면각오가있어야한다고말한다.박카로와황예지의말을빌려말해보자면,우리의타투는‘각오’로‘지는일’이다.누군가는이모습을보며도무지이해할수없다고할테지만,애초에이해라는것은타투가없다고가능해지지도않는다.
우리는타투를하며질수있다.
조금씩죽고,조금씩새로태어나면서.
영원히.
_요조(뮤지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