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터러시 :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

차이나 리터러시 :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

$18.00
Description
“중국과 마주하는 법에 관한 흥미롭고 논쟁적인 주장을 펼친다.”
-조문영,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한국과 중국의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는
‘지리적 중간물’ 김유익이 통찰한
반대하고 싶은 중국 연대하고 싶은 중국
혐중 정서가 만연한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많은 전문가가 수교 이후 단연 최악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각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디커플링(관계 단절)’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완화)’ 방향으로 설정하는 추세지만 한국만은 글로벌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 영향으로 외교, 경제, 국방,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우리에게 한중 관계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인사이트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의 저자인 김유익은 중국에서 서로 다른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주는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이다. 서울시립대학교 하남석 교수는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를 이어 주는 ‘역사적 중간물’ 루쉰처럼 김유익 또한 중국과 한국을 이어 주는 ‘지리적 중간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매개자가 아니다. 중국의 문제의식으로 한국을 들여다보고, 다시 한국의 문제의식으로 중국을 들여다보며 두 나라가 지닌 여러 문제와 모순을 성찰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결 전문가’답게 중국에서 일상을 살면서, 동시에 한국과 부단히 접속하면서 마주한 인물, 매체, 사건을 다채롭게 엮고 인문학적 견문을 결합해 혐중을 통찰하고 청년과 세대, 대중문화, 농촌과 도시화, 법과 통치, 홍콩 시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쟁점을 다루었다.(조문영, 연세대학교 교수) 또 애국주의와 정치적 ‘중화 민족 만들기’, 허무한 강국몽, 검열과 탄압에 몰두하며 폐쇄적으로 변해 가는 중국 사회와 역사적 맥락, 그 속에서 중국 사람들이 가지는 복잡한 감정을 예민하게 포착했다.(박민희, 《한겨레》 논설위원) 추상적이고 왜곡된 거대 담론을 넘어 구체적인 중국과 그 속의 ‘생활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저자의 코디네이팅은 중국과 중국인을 보다 제대로 알고 그들과의 공존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소중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저자

김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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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글:안에서본중국과밖에서본중국

1부생소한중국,생생한중국인이야기
문약한송나라가중국최고의‘리즈시절’로꼽히는이유
홍콩과대만,그회색지대에대한상상
암흑의숲속에서인드라망을찾다:《삼체》로살펴보는중국SF오디세이
성장과리스크관리를아우르는중국의쌍순환전략
한중일제조업장인들의얽힘과설킴의역사

2부추상적인거악을넘어새로운보편으로
네이션스테이트,하나의중국이라는도그마
대중문화에대한검열과규제,중국몽은백일몽이될것인가
중국식유교관료사회의기원과한계
제로코비드정책의기쁨과슬픔
중국,법가와법치사이에서갈팡질팡하다

3부도그마너머의중국과한국을만나다
혐중정서의또다른기원,르상티망플러스
플랫폼으로서의중국과지속가능한한중관계
방법으로서의자기,방법으로서의K
한국과중국,서로다른‘도덕과정의’를말하다
한중일,서로에게특별한존재감과거리감

4부두려움과부러움사이에서발견한새로움
지금,중화민족을이해해야하는이유
중국의‘민족’대신‘지역’과‘사람’을만나자
남쪽으로열린새로운차이나:이상국문학상수상작이그린남방해양중국
동아시아화합을모색할새로운무대:중국식판타지현환작품속둥베이

나가는글:중국인의‘생활세계’를찾아서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지역과생활세계를통해바라본조금은다른중국

다국적기업의금융IT컨설턴트라는직업을포기하고생태교육과생활공동체등지속가능한라이프스타일활동가로커리어를전환할때만해도저자또한중국에대한오해와편견,팔이안으로굽는‘한민족중심주의’를품고있었다.하지만2015년무렵중국의농촌과교외지역에서평범한중국인들의일상속으로깊이들어가‘생활세계’를경험한후에야우리가얼마나많은부분에서중국과중국인을잘못‘읽고’있는지깨닫게되었다.저자가경험한사례중하나가동북공정문제다.그는국내주간지에기고할글을쓰는과정에서상하이의한고등학교역사교사인친구에게이문제를어떻게생각하는지물었다.하지만그친구는동북공정을단순히지역개발프로젝트로착각할정도로이슈자체에대해무지했다.또중국의주류역사학계나역사교사들도옆나라의역사일뿐인고구려에대해관심이없거나잘모를거라고덧붙였다.(10쪽)중국남방의주요명절중하나인단오가우리에게는큰의미가아닌것처럼말이다.

중국인들은‘이기적이고비도덕적이어서곤경에처한타인을잘돕지않는다’거나‘믿을수없고속을알수없는음험한존재’라는선입견은또어떠한가?이런이미지는길을가다가쓰러진노인을도와줬더니너때문에다쳤다고억지를부리며배상을요구했다는일종의자해공갈사건(일명‘펑츠사건’)같은가십성일화때문에형성되었다.(154쪽)하지만중국인의현실적이고보수적인윤리관은한국인의생각처럼이기적인것이아니다.사회와공공에대한윤리적감각이다를뿐이다.중국은한국과다른역사적경로로발전해왔기때문에‘보편가치’에대한관점이한국과다소차이가있다.한국인이옳다고믿는가치를중국에일방적으로적용하는것은현실적이지도,정의롭지도않다는것이저자의설명이다.(18쪽)

중국에대한무관심과무시의확산에는한중간문화교류부족도한몫했다.한류와K-콘텐츠가세계적으로인정받고흥행한가운데중국의대중문화수준은여전히낮게평가하며중국을표절의왕국,지적재산권과저작권개념이없는무법지대,프로파간다콘텐츠의천국으로여겼다.하지만중국정부가오랫동안자국대중문화를보호하며전략적으로육성해온결과다양한장르에걸쳐웰메이드작품이선을보이고있다.대표적인분야가SF다.중국의SF는‘SF계의노벨상’이라불리는휴고상을연이어수상하는등국제적위상이한국보다훨씬높다.(52쪽)그외에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웹툰,웹소설,게임등대중문화콘텐츠의창의성과완성도는글로벌수준이며이를소화할수있는내수시장또한타의추종을불허할정도로거대하고탄탄하다.

물론우리가여태알지못했던중국의새로운면모에는긍정적인것만있는것은아니다.여전히이동,언론,학문의자유가제한되고인권의식이부족한것도사실이다.‘하나의중국’을외치지만소수민족을차별하는이중적행태,중국식유교관료주의의한계,대중문화에대한검열과규제,제로코비드정책의명과암,가부장적악습과전제통치를위한악법등에대해저자는강도높게비판한다.

그렇다면중국에대한이런무관심과몰이해가혐중과반중의원인일까?물론충분한배경이기는하다.하지만저자는여기에한중국민들의집단적잠재의식에서비롯된무언가가결정적으로작용했다고보고있다.

혐중의배경에는‘르상티망플러스’가있다

한국은1992년대중수교이후줄곧‘가난하고낙후한’중국에대해우월감을가지고있었다.그러던중2008년베이징올림픽을계기로크게성장한중국의문화적역량을확인하게되었다.그리고한한령으로인한수출,관광,서비스업의침체는한국서민경제에심각한영향을끼쳤다.여기에대만과홍콩문제,신장과티베트의인권문제,미세먼지와코로나19팬데믹까지겹치게되었다.이처럼한국의보통사람들이중국에대해키운반감은중국이자초한것도있고,중국을악마화해야하는미국이나이에동조하는한국의우파세력이과도하게부추긴점도없지않다.(175쪽)

저자는혐중과반중의배경에새로운형태의‘르상티망(ressentiment)’이있다고말한다.르상티망은숙명적으로도저히능가할수없는상대에게품은원한을일컫는다.그래서니체는‘주인에대한노예의감정’이라고설명하기도했다.흔히한반도의지정학적운명을고래사이에끼인새우에비유하곤한다.이를외줄타기와같은처세로이용하자는부류도있지만,조선의엘리트들은중화중심주의를내면화하며문명의변방에위치한자신의처지를한탄했는데이것은일종의르상티망으로해석된다.더나아가로마제국에죽음으로저항한스파르타쿠스나중국에대한대만과베트남의감정처럼한국또한“아주오래되고찐득한”정서,패권혹은‘추상적인거악’에대한반역과저항정신을가졌다고보는데저자는이를‘르상티망플러스’라고명명한다.(179쪽)

《삼국지》《영웅문》등을보고자라면서우아하고장엄한중국문명에대한호감과호기심을가졌던현재의중장년기성세대와달리중국의문화와역사를제대로접할기회가없었던MZ세대는동년배중국인유학생이나인터넷게임상대를통해중국을접하는일이많다.하지만조별과제실패나비매너게임플레이등중국인때문에현실적인손해를입으면서그들에대한비호감을키웠다.중국의제조업과문화산업역량이높아지면서미래의경쟁자가될것이라는무의식적두려움,혐오를부추기는정치적갈라치기전술과부족주의에대한호응도MZ세대의혐중정서를키우는데일조했다.(197쪽)

그렇다면중국,특히중국의청년세대의혐한정서는어떻게해석해야할까?자기편일거라고생각한사람이오히려자기를적대한다고느끼면사람들은생판남보다더미워하는경향이있다.한중의젊은이들이서로를싫어하게되었지만중국내반한정서는혐중의반작용에가깝다는것이저자의분석이다.(249쪽)

중국을떠올릴때마다화를내는것은아무런실익도,의미도없다.더욱이우리는미워해도되지만너희는미워하면안된다는‘내로남불’식사고는한중관계개선에아무런도움이되지않는다.한국은자급자족해도풍족하게누릴수있는처지가아니다.에너지,식량,자원등상당부분을외부에서들여올수밖에없다.또한국의특기중하나가외부의지식과기술로탁월한부가가치를만들어내는것아닌가?국제화시대에여러문명,세력과의교류는피할수없다.하물며수천년을부대끼며지내온징글징글한이웃인중국과도마찬가지다.피할수없다면즐기는방법을찾아야한다.저자는중국을하나의민족이나국가가아닌,우리가이용해야할플랫폼으로바라보는방법을제안한다.

플랫폼으로서의중국을어떻게이용할것인가

현재한국인이중국을바라보는관점은지나치게국민국가화되어있다.한중간에문제가생기면사안이무엇이든국가와국가,민족과민족의대립구도로보는것이다.(304쪽)하지만중국에는56개의민족이살고있으며,한반도혹은대한민국크기만한성급행정구역은31곳이나존재한다.2022년,광둥성의GDP는이미한국전체GDP를넘어섰고상주인구는1억명이상이다.면적이나인구같은단순체급으로만따졌을때중국은한국을30개합쳐놓은나라라고볼수있다.우리는한국을유럽전체나미국이라는슈퍼파워와직접비교하지않는다.그런데여러지표의규모에서유럽과미국을능가하고,조직의운영방식이나구조도다른중국을한국과일대일로비교하는것은합리적이지않다.(285쪽)

중국은인류의고문명중지금까지민족과국가공동체를이루고있는유일한나라다.세계최하위출산율을기록하고있는우리민족이과연중화민족보다더오래존속할수있을지장담하기는쉽지않다.중국은시간이지남에따라미국과동등한역량을가지거나추월할가능성이높고앞으로도우리와공존해야할이웃이다.그렇다면우리는중국과의관계를어떤방식으로가져가야유리할까?

저자는한국이3가지방법을동시에취해야한다고조언한다.첫째,미국을위시한서방핵심국가와의관계를중시하되우리가나서서반중을하지않는다.둘째,‘비중비미(非中非美)’를해야하는우리와비슷한입장의나라들,특히아세안국가들과함께연대하고상호협력해야한다.셋째,중국을한국과동등한경쟁국으로여기기보다는하나의거대한플랫폼으로간주하고우리스스로를플랫폼참여자로포지셔닝한다.플랫폼은규칙에맞게사용하면되는도구지,인격을부여하고그관계와과정에정서적공간을만들어야하는대상이아니다.(208쪽)

그렇다면어떻게‘플랫폼으로서의중국’을잘활용해윈윈관계를만들수있을까?저자는많은한국청년이미국과서구사회로진출해공부하고일하는것처럼중국을찾아활동하는것을추천한다.평범한중국사람들의생활세계를경험하면그들의입체적인면모를파악하고보다유연하게이해하며궁극적으로새로운기회와돌파구를발견할수있다는것이다.특히베이징과상하이처럼중화중심주의성향이짙은대도시보다지역거점을찾는것이좋단다.지역민들은한국사람들을더환대하고진지하게대화에임할가능성이높기때문이다.(307쪽)

이때조선족동포들의도움을받는것도하나의팁이다.한국인과조선족동포와의관계는한중관계만큼이나멀어졌다.하지만한국인과조선족동포들의관계변화는한중관계변화의축소판일수있다.우리보다중국사회와문화를더잘이해하고언어구사에도불편이없는그들과파트너십을갖고도움을주고받는다면보다효과적으로기회를모색할수있을것이다.(213쪽)

한국이유연한경계국가를추구해야하는이유

중국을하나의플랫폼으로바라보는방법만큼우리에게실리적으로유용한도구가또있다.바로‘방법으로서의K’다.독일막스플랑크사회인류학연구소소장인중국출신인류학자샹뱌오는우리의물리적‘부근,주변’과자기자신과의관계를깊이관찰하고이해하기위해‘방법으로서의자기’라는사유법을제안했다.(20쪽)중국은역사적으로‘중화(中華)’라는‘방법으로서의자기’에익숙하다.세계를바라보고이해하고상대할때항상자신을중심에두고자기를방법으로삼았기때문이다.중국인들은결국중국이미국과서구콤플렉스를극복하고세계의중심에서게될것이라고생각한다.

반면우리의조상과우리들은한번도자기를방법으로삼아본경험이없다.강대국들의힘이정면충돌하는위치에놓인지정학적운명탓이다.우리는조선왕조500년,혹은그이상동안중화라는방법에의탁해야했다.그리고식민지와산업화시기를거치며100년간일본이라는방법을거울로삼았다.이제미국이제시하는글로벌스탠다드가우리삶의척도가되었다.(221쪽)그러다보니종종‘중심과최고’를부러워하고여기에집착하곤한다.G5나핵심국가라는말에과한가치와의미를부여하는것이좋은예다.오죽했으면‘심리적G8국가반열에올랐다’는자평이나왔을까.

하지만저자가생각하는‘방법으로서의자기’는단순히‘천상천하유아독존’이아니다.경쟁보다연대와협력을중시하고,남들과비교할수없는자신만의만족을위해노력하며,스스로자족함을알고삶을즐길줄아는자세다.그러므로우리는핵심이되기위해애면글면하기보다핵심과변방의사이를우리의지와상황에맞게자유롭게드나들수있는‘경계국가’로남아유연함을무기로실리를챙기는것이더바람직하다.(226쪽)대표적인경계국가로싱가포르와베트남을꼽을수있다.이들은역사적원한과혐오라는감정에사로잡히지않고자기객관화를통해자기자신과주변을잘이해한덕분에실질적국익에도움이되는외교를펼치고있다.우리또한이미상당부분그런위치와능력을갖췄으니자신의아이덴티티설정만제대로하면될것이다.이때필요한것이바로‘방법으로서의K’,그리고우리만의리듬과속도로보편과시대의흐름을좇아문제와모순들을해결해나가는태도라고저자는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