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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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여우는 이제 쓸쓸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책을 읽는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_이순원(소설가)

“소설은 지나간 날의 무딘 한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돋아나는 날카로운 힘인 것을
이런 소설이 아니면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_황현산(문학평론가)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개정판 출간!
제11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가 개정판으로 다시 찾아온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윤고은의 《무중력 증후군》,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장강명의 《표백》,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등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작품들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는 2006년 당시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단문으로 끝까지 이야기를 흩트리지 않고 밀고 나가는 작가의 힘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소설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대도시의 어두운 이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열세 살 소년의 성장 이야기다.
저자

조영아

강원도정선에서태어나서울에서자랐다.서울여대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으며단국대대학원문예창작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05년〈매일신문〉신춘문예에단편〈마네킹24호〉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고,2006년《여우야여우야뭐하니》로제11회한겨레문학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푸른이구아나를찾습니다》《헌팅》,소설집《명왕성이자일리톨에게》《그녀의경우》를펴냈다.

목차

나는여우에게서쓸쓸함을배웠다
어른들호주머니에는사탕이하나씩들었다
닭똥집이야채와김치를만났을때
딸기우유와크림빵사이
세상은지금해체중이다
차안에여우가타고있어요

작가의말
개정판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나는점차여우와닮아갔다.여우처럼자주쓸쓸해졌다”
일찌감치쓸쓸함을배운소년의아름답고눈물겨운성장담

소설의화자인상진은초등학교를졸업하고곧중학교에입학하는남자아이다.상진과가족들은청운연립옥상에무허가로지은옥탑방에산다.건물을발파해체하는일을하다가사고로다리를다친아버지는집에서매일드라마를보거나64빌딩도면을살펴본다.아버지대신집안의가장이된엄마는트럭을몰다가포장마차를운영한다.상진이‘모호면’이라고부르는네살위형은정신지체장애가있다.
초등학교마지막겨울방학첫날,상진은옥상에서눈위를가르는은빛여우를목격한다.그러나여우를본사람이상진말고는아무도없는지,도심한가운데출현한여우에관한뉴스는전혀나오지않고상진은이를이상하게여긴다.산속에있는판잣집에살며색소폰을연주하는노인‘전인슈타인’에게만여우를본일을이야기한다.전인슈타인은다음에또여우가나타나면먼저말을걸어보라고조언해준다.상진은여우를다시보길기대하지만여우는좀처럼나타나지않는다.
약간모자란형때문에부모에게제대로된보살핌을받지못하고,102호에사는동급생소연이를남몰래짝사랑하며,옥상위노란물탱크에일기같은낙서를하는남자아이.대체로또래아이들과비슷하지만조금일찍쓸쓸함을배운열세살소년.상진에게은빛여우는쓸쓸한세상에서무엇인지모를희망을꿈꾸게하는존재다.

여우를따라가면뭔가새로운세상이펼쳐질것만같았다.지금내가있는곳과전혀다른곳.아버지가리모컨을사수하지않는곳.엄마가트럭을몰지않는곳.모호면이더는모호면이지않는곳.이곳이아닌다른곳.여우는분명그런곳을알고있을것이다._본문에서

마음속에은빛여우한마리를품은채미래에대한작은희망을꿈꾸며,상진은조금씩성장해간다.

“무엇이든지영원히사라지는건슬픈일이다”
자본주의경쟁에내몰려우리가잊거나잃어버린시공간

청운연립옥탑방에는호수가없다.상진은옥탑방을‘하늘호’라고부른다.엄마가포장마차를시작하면서하늘호사람들에게변화가생긴다.꼬치메뉴를개발하고장사가잘되자집안에도활기가돌기시작한다.늘리모컨을허벅지밑에깔고있던아버지는꼬치만드는일을돕고,엄마는상진에게‘성적관리’를강요하며문제집검사까지한다.하지만상진의관심은온통소연이에게쏠려있다.상진은문제집을풀다가도소연이가학원에갔다가돌아오는시간에맞춰옥상으로나간다.
“하루하루가지루하고길게”흘러가던어느날.건물주인의부도로청운연립이통째로다른사람에게넘어가고,세들어살던연립사람들이하나둘떠나기시작한다.옥상에무허가로지은상진의집은아무런보호도받을수없고,상진은불안감을느낀다.이사갈곳이마땅치않은상황에서엄마의한숨이늘어간다.
“그렇고그런날들”이오히려다행스럽게느껴지는하루하루가이어진다.새벽에눈을뜬상진은다시한번옥상에나타난여우를목격한다.여우는상진에게세상의진실에대한긴이야기를들려준다.

길고긴이야기를마친여우가빙긋웃었다.나도따라웃었다.먼데를응시하던여우가교회첨탑위로휙날아올랐다.여우가보이지않을때까지창가에서있었다.여우가들려준긴이야기를다알아들을수는없었지만,자꾸고개가끄덕여졌다.여우는이제쓸쓸하지않다고했다.그리고다시돌아오겠노라고.여우는그때그날처럼십자가와지붕을딛고사라졌다._본문에서

얼마후,엄마의포장마차에깡패들이찾아와난동을부리고형이칼로사람을찌르는사건이일어난다.경찰서에끌려갔던형은다행히풀려나고엄마의트럭도돌아온다.어느새벽,눈을떠보니아버지와엄마가트럭에이삿짐을싣고있다.트럭운전석에앉은아버지가시동을걸고,상진은마지막으로노란물탱크를돌아보기위해뒤를돌아본다.그때옥상위로하얀물체가지나간다.동시에굉음을내며청운연립이무너져내린다.옥상을가로지르던하얀물체가십자가를딛고여명속으로사라진다.
어린상진은“무엇이든지영원히사라지는건슬픈일이다”라고말한다.뉴타운이라는이름아래화려하게발전해가는도시의이면에는사라져가는것들의슬픔이고여있다.궁핍하고절망적인상황에서도‘은빛여우’를마음속에품을줄아는열세살소년의이야기는눈물겹고쓸쓸하면서도아름답게독자들의가슴한켠에새겨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