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듀엣 (김현 소설집)

고스트 듀엣 (김현 소설집)

$15.00
Description
우리가 저마다 감당하고 있는
‘무너지기 직전의 인생’을 위로한다.
그 사랑은 크다. _조해진(소설가)
“그의 얼굴을 왜인지 남겨진 인간의 표상으로 삼고 싶었다.
마음을 다해 잊고자 하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기억하고자 하는 그 얼굴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계속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생사를 초월해 부르는 듀엣

“소수자 옹호라는 시적 사명을 올곧이 수행하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밀어붙였다”(신동엽문학상) “풍부한 인간의 삶과 감정과 이야기가 있고 사회적인 자의식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명돼 있다”(김준성문학상)고 평가받은 김현 시인의 첫 소설집을 선보인다. 김현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퀴어의 서정을 섬세하고 애틋한 시선으로 그려왔으며, 인권 활동가의 면모도 돋보이는 작가다.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인을 기억하는 ‘304 낭독회’에 꾸준히 참여해왔고 10·29 이태원 참사 추모문학제에서 사회를 맡았다. 한 달에 한 번 카페에서 다른 시인과 함께 ‘듀엣 낭독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시 안팎으로 종횡무진 이루어지는 활동의 연장선에서 《고스트 듀엣》은 초자연적 현상(귀신과 유령)과 SF적 소재(홀로그램과 가상현실)를 매개로 산 사람·죽은 사람의 만남과 과거·현재의 단단한 연결을 도모하며, 사회적 재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과 퀴어 청년(청소년)의 아슬아슬한 연애담을 다룬다. 등장인물 각자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모여 듀엣이 되고 합창이 되어 진정한 애도와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작품 11편을 5년간 알차게 모았다.
증오와 폭력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맛깔스러운 술상과 밥상은 차려지고, 정다운 사람들이 식탁 주위로 모여들어 담소를 나눈다. 음식 앞에 자리를 잡는 것은 살아 있는 이들만이 아니다. 《고스트 듀엣》에는 산 사람만큼이나 죽은 사람이 여럿 등장한다. 엄마(〈수월水月〉), 남편과 자식(〈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있나〉), 애인과 친구(〈고스트 듀엣〉〈견본 세대〉〈수영〉), 국가폭력 희생자(〈가상 투어〉), 노동자(〈그때는 알겠지〉),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까지 한국 사회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고 죽음의 원인은 제각각이나 그들의 “죽음을 데리고 다니는 이들”이 모여 공동체를 꾸리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고스트 듀엣》은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존재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해도 당신 역시 쉬지 눈 감지 말”(85쪽)라고 속삭이며, 주옥같은 작은 기쁨에 꿋꿋이 매달리고 의지해보자고 손을 내미는 소설집이다. 2009년에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14년이 된 작가가 그간 시 세계를 통해 보여준 삶의 태도와 지향점을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증오와 살육 속에서도 멋진 만남과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하기에 삶은 가치 있다는 한 예술가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사람에게 바라며 살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사람에게만 주는 일은 무례한 것이 아닐까. 걸을 때면 모든 것이 이제야 쓸 수 있는 것들로 여겨진다. _‘작가의 말’에서
저자

김현

2009년〈작가세계〉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글로리홀》《입술을열면》《Untitled》《호시절》《다먹을때쯤영원의머리가든매운탕이나온다》《낮의해변에서혼자》《장송행진곡》,산문집《걱정말고다녀와》《아무튼,스웨터》《질문있습니다》《당신의슬픔을훔칠게요》《어른이라는뜻밖의일》《당신의자리는비워둘게요》(공저)《다정하기싫어서다정하게》등이있다.앤솔러지소설집《새벽의방문자들》《인생은언제나무너지기일보직전》《그래서우리는사랑을하지》《캐스팅》《바리는로봇이다》에참여했다.신동엽문학상,김준성문학상을수상했다.한달에한번카페‘밑줄’에서다른시인과‘듀엣낭독회’를진행한다.《고스트듀엣》은첫소설집이다.

목차

수월水月7
세상에사연없는사람도있나35
고스트듀엣63
유미의기분89
가상투어119
견본세대139
수영163
그때는알겠지185
내마음알겠니201
혼자만의겨울217
천사는좋은날씨와함께온다241

작가의말268

출판사 서평

“그들은서로를위해최대한살아있는티를냈다”
살아있음을견디며가장작은소원에의지하는사람들,
말하자면행복이불행에게답하는소설11편

사회학자김현경은저서《사람,장소,환대》에서“사회는산자들로만이루어진게아니”고“죽은자들역시사회안에자리를가지고있”으며,산자들의축제와애도에는“죽은자들도초대된다”고말한바있다.김현의소설에는어떤이유로든죽은사람의자리가엄연히존재해서,이미저승의문턱을넘은엄마가어느밤에딸과딸의애인을불쑥찾아와동네사람들과술잔을기울이기도(〈수월〉)하고,교통사고로세상을떠난인물이홀로그램플레이어로애인의눈앞에나타나자신의첫소설집을낭독하기도(〈고스트듀엣〉)한다.
《고스트듀엣》은제목에서알수있듯죽은자와죽은자,죽은자와산자,산자와산자의연결과연대를산뜻하고당연하게여긴다.이는SF문학에서볼법한기술적요소를활용한표제작〈고스트듀엣〉과〈가상투어〉에서특히두드러진다.〈고스트듀엣〉이유령의존재를긍정하며홀로그램기술로죽은애인과살아있는애인의만남을가능케한다면,〈가상투어〉에는가상현실여행이보편화된세계가나온다.화자‘나’는가상의여행에서국민의권리와소수자인권을주장하는죽은이들의가두시위행렬을맞닥뜨린다.
《고스트듀엣》은또한단순히삶과죽음을겹쳐보이는데서그치지않고,죽음의사회적·역사적원인을짚으며갖은불행에도작디작은행복과소원을모아앞으로나아가자고말한다.이를테면,〈수영〉속수영은메타버스플랫폼‘와일드’에접속해‘스위밍’이라는색다른정체성을만들며“혼자살아남은수영의삶”이아니라진짜“수영의삶”이라는서사를새로이써내려간다.〈천사는좋은날씨와함께온다〉의철희는동아리친구를모델로삼은10대들이푸른안개를몰고나타난괴생명체와맞서는소설을쓰는데,처음에는모두죽는결말을쓰려다결국모두살아남는결말을쓰기로마음먹는다.김현은비록미약할지라도여기저기요동치는희망의물결을섬세한시선으로포착해바로그곳에서변화의가능성을감지하며,재난이후우연히살아남은사람들로서우리는앞으로어떻게살아가야하는지소설적상상력을통해묵직한화두를던진다.

그소설에는사루비아가핀마당에돗자리를깔고앉아술을마시는홀로그램인간들이등장하고,그들은무너지지않았기에서로의이름을자주부른다.마음이여린네사람이서로를애써지탱하는형우의이야기에답하는상민의이야기인셈이다.말하자면행복이불행에게._〈고스트듀엣〉,88쪽

“그의곁에오랫동안머물고싶다기보다는머물러주고싶었다”
절절하고애틋해서달콤한연애담,큰사랑의서사로의초대

《고스트듀엣》은세대와계급,성별과성적지향을아우르는연애담모음집이기도하다.중년레즈비언커플,가난한청년게이커플등이보다자유로운세상을원하는집회현장에서,정담과진담이오가는술집과밥집에서,소설창작수업에서인연을만나뜨겁게사랑하고차갑게헤어진다.〈견본세대〉에서9년째연애중인승남과영수는임대주택견본을보기위해한겨울에오르막길을올라간다.지난몇달간정보를찾고서류를작성해제출하느라고생한승남과,임대주택이하나같이마음에들지않는영수의마음이어긋나기시작하는데,그들의머릿속을가득채운집마련의고민과말다툼은결코낯설지않다.〈천사들은좋은날씨와함께온다〉는청소년의풋풋한사랑을다룬소설이며,사회적재난의그림자가퀴어연애에어떤식으로스며드는지날카롭게포착한다.낯간지러운사랑표현을꺼리는‘철희’와‘수호’커플도‘언제어떻게죽을지모른다’는실질적인두려움앞에서는1주년기념선물을기꺼이상대방에게내밀어마음을고백하고야만다.퀴어커플의연애란너무나보편적이면서너무나죽음에가까워특별하기마련인데,《고스트듀엣》역시이점을명징하게보여주며사랑의힘을역설한다.“그럼에도우리에게는아직사랑이남아있다는메시지를가냘프지만강인한목소리로전한다”라는조해진작가의표현처럼,우리는사랑이있어서아직살아있고,사랑이있어서인간일수있다.

주미라면어땠을까.입고싶으면당장입고,먹고싶으면당장먹고,자고싶으면당장자고,사랑하고싶으면당장고백하라고,나중은없다,지금당장!기쁨과행복을내일로미루지말라고말하던주미라면,별일아니라고했을텐데,인생이다그런식이라고했을텐데.그렇게말하는주미의얼굴을그려보자니별일이다싶었다.인생이다그런건아니어야할텐데생각했다._〈고스트듀엣〉,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