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15.00
저자

김희재

대학에서영화를전공했다.서울에서음악을녹음하고믹스하는일을하며산다.산책과걸으면서보고듣고상상한것들이다시떠오르는순간들을좋아한다.

목차


1부
도선
양우
손부경과황영경

2부
사건이전
사건이후
사건

3부
8월의대화
기다리는사람
편지

4부
가능한미래
새로운탱크
두번째산불
세계의바깥
〈매일마테라로가는남자〉마지막장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너는언젠가사람들이탱크를신으로모시게될거라고했지”
독보적상상력,입체적인물,밀도높은이야기장악력으로
삶의복판에자리한거대한컨테이너를그려내다

대학에서영화를전공하고,10여년간‘믹싱엔지니어’로서다양한영화와음반에소리를입히고세공해온작가의이력은『탱크』의이야기를한층풍성하게만든다.『탱크』에는탱크를믿는사람,탱크를믿는애인을둔사람,탱크를세운사람,탱크에서누군가를잃은사람이등장하고,작가의세밀하고감각적인시선은그들의동선을빈틈없이쫓는다.그과정에서조금씩드러나는사건의전말과입체적이고박진감넘치는장면전환은마치한편의영화를보는것처럼눈을뗄수없게만든다.

소설은총4부에걸쳐‘그날’탱크의사건을목격한사람들의목소리를들려준다.1부는각각의사연으로탱크에모인인물의이야기다.촉망받는시나리오작가였지만긴슬럼프와이혼후의삶에부침을느낀‘도선’은“가장간절할때,가장믿고싶은형태”로찾아온탱크에매료되고,어김없이탱크를찾은‘그날’거세게피어오르는검은연기를맞닥뜨린다.평범한공장노동자인‘양우’는채팅앱에서만난‘둡둡’과연인이된다.그러던중양우는큰다툼이후말없이사라진둡둡에게서한통의메시지를받고급히탱크를방문한다.최초의탱크설립자‘루벤’에게사사받아‘탱크의시대’를창립한황영경과그녀의이부자매이자예약관리자손부경역시큰불이탱크를덮치기일보직전이라는소식을듣고탱크로향한다.

루벤은웃었다.사람들이그공간을믿는순간부터이미변화는시작됩니다.텅빈공간에서기도하는순간,사람들은비로소자신이무엇을원하는지알게되고자신도몰랐던스스로를새롭게발견하게되죠.그렇게발견한새로운자아가한번도내디뎌본적없는세계로자신을이끌면그때부터는무엇이든가능하고무엇이든될수있습니다……._65쪽

2부는‘그날’의사건에관한이야기다.마침내탱크에도착한양우는창백하게죽은한남자를목격하고,뒤이어온도선은시신을끌어안고미친사람처럼울부짖는양우를구하러탱크에뛰어든다.‘사건’이후설립자황영경이구속되며세간엔‘소원을이뤄주는컨테이너’에관한흉흉한소문이떠돌고,도선은힘없이늘어진손과발,거친울음소리,분명아는얼굴이었던한남자의꿈을반복해서꾼다.2부에서는둡둡의아빠‘강규산’의이야기도조명되는데,자식의정체성을받아들이지못했던강규산은끝내주검으로돌아온아들과마주하게된다.

강규산이다시아이를만난건정확히68일후였다.아이는지난여름에보았던것보다더작아져있었다.아이를덮은하얀이불은전처럼들썩이지않았다.아이의쌔근대는호흡소리도들리지않았다.강규산은아이의차가운발등에손을올렸다.마음이끝도없이내려앉았다.68일동안매일속으로곱씹던말이있었는데입밖으로나오지않았다.가슴에남아있는문장이하나도없었다._131쪽

3부는둡둡의죽음뒤남겨진사람들과새로운탱크의이야기다.도선은누구보다‘미래’와‘희망’을믿던둡둡의의문스러운죽음을밝히기위해그의이야기를글로쓰기시작하고,양우는우연히도선이쓴시나리오를읽고그녀를만나기로마음먹는다.손부경은황영경을대신해탱크가있던마을이장에게전소된탱크의처분을부탁하고,이장은체념한듯한손부경을향해“쌔거들어오면그때또봐”라는말을전한다.어떻게그런일이가능한걸까.황영경은감옥에있는데이곳에새로운탱크가세워지는게,그것도사람이죽은바로그곳,그자리에…….

무언가양우를조금씩삶에서밀어내는것같았다.둡둡도이랬을까.둡둡도이렇게삶에서밀려나다가어느순간어어,하면서완전히밀려나게됐을까._174쪽

4부는‘탱크’의바깥에서다가올미래,어쩌면둡둡이기도하던가장밝은미래를기다리는사람들의이야기다.새로운탱크의소식을듣고자신은황영경과‘믿음의동행’이될수없음을깨달은손부경은라이터를챙겨집을나서고,둡둡의이야기를완성하기위해신성한구역을다시찾은도선은또한번의화재를목격한다.새로운탱크가불탔음에도탱크는이내이곳저곳에우후죽순생겨나기시작하고,양우는둡둡을떠나보내기위해도선이건넨시나리오의마지막장을펼친다.

생각지도않았던미래가눈앞에불쑥나타나강규산과강규산의전부를통과해과거로행진하는것,이것이바로인생이작동하는방식이라는걸비로소이해할수있을것같았다._267쪽

“소설을따라지금을‘탱크의시대’라불러도좋겠다”
재해,퀴어,종교,청년세태등오늘의주제를넘어
사랑을향해나아가는거침없고신중한낙관의서사

『탱크』는“신없는시대의종교소설”이자“믿음에관한소설”이다.그러나도선이쓴시나리오,〈매일마테라로가는남자〉의마지막장은단순히‘믿음’의두려움을설파하거나정의하는것으로끝나지않는다.사랑하는사람들에게자신의정체성이받아들여지길염원하던‘둡둡’,헤어진딸을만나기위해글을써야만했던‘도선’,살기위해반드시붙잡아야만하는믿음도있음을깨닫는‘양우’,아들에게들려주려던마지막문장을묵묵히품고살아가는‘강규산’은“기적이나신을믿어서가아니라사랑의말을건네고듣기위해”기도했던사람들이다.『탱크』는이가련한기도자들이결국“맹목과광신의사이비종교라는외피를뚫고”나오는모습을원숙하게묘사하면서“타인을이해하는일의어려움을온전히겪고나서야얻을수있는신중한낙관”의명제를거침없이밀고나간다.

그렇게『탱크』는“내가바라는것을알기가,그것을이루기가무척어려운”이시대의독자를기꺼이“사랑앞에이르게한다”.그어떤관계보다사려깊게표현된둡둡과양우의사랑은“사랑에대한믿음만이삶을지속시키고,사랑만이견고한세계를조금달라지게만들것이”라는감각을새롭게선사한다.재해,퀴어,사이비종교,청년세태등당면한오늘의주제와날선문제의식으로‘가장희망적인이야기’를만들어내는기지는,『탱크』이후선보일작가김희재의소설세계를더욱기대하게만든다.

■작가의말

22.10.10.
……어제는아주오랜만에성당에갔고여러가지이야기가머릿속에떠올랐다.확실하게형태가잡히지않은단선적인사건들과사람들의이야기.하지만오늘아침까지마음에남아있는단어는‘탱크’다.모든것들이이단어를중심으로흘러가는이야기를만들고싶다.

23.01.03.
새해를맞아새로운마음가짐과올해의기대를써보려고했는데머릿속이온통탱크다.……바라는것이있다면‘완성’이아니라‘발견’.한번도생각해보지못한방향을발견하고싶다.

23.01.27.
3부를완전히새로쓰고있다.이야기가어디로가는지모르겠다.그래도쓰는동안뭔가아름다운일이일어났으면좋겠다.

23.05.01.
벌써5월이다.하루종일탱크를생각한다.만약실제탱크가있다면내가제일먼저예약할듯.

23.05.16.
됐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