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18.50
Description
일터의 이름 없는 죽음들에 대한 뒤늦은 애도

‘산재가 왜 계속 일어나는 겁니까?’
누가 묻는다면 앞으로는 이 책을 내밀겠다._은유(르포 작가)
하루에 두 명이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매일같이 누군가 끼여서 죽고, 떨어져 죽고, 불에 타 죽고, 질식해 죽고, 감전돼 죽는다. 그렇게 매년 800여 명이 일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지만, 많은 사고가 공장 담을 넘지 못하고 은폐된다. 기껏 알려진 사고들도 대개 몇 줄짜리 단신 보도에 그쳐 사고의 근본 원인을 전하는 데 실패한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일터에서 죽는가’ ‘왜 이 죽음들이 이토록 당연한 일이 됐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공백으로 남겨져 있다.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한겨레》 기자로 크고 작은 재난 현장을 취재하던 저자는 노동 분야를 맡으면서 일터에서도 매일 재난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누구도 일하다가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김용균, 이선호, 구의역 김군, 김다운 등 대표적인 사고들을 통해 ‘일터의 죽음’을 낳는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이 죽음들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은 곧 떠난 이들을 함께 애도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하다가 무참히 죽는 사람에 관한 기사를 더는 받아쓰고 싶지 않은 한 기자가 뒤늦게 마감한 긴 부고”(르포 작가 은유)이자 반복되는 죽음들을 무심히 넘기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제안하는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이기도 하다.

저자

신다은

사회적참사와재난,안전할권리등을주제로현장을취재하는기자.2014년세월호참사때한국사회의열악한안전실태에처음눈떴다.이후한명의시민으로,사회부기자로크고작은재난현장을찾아갔다.재난이반복되는근본원인과대안을알고싶었지만속시원한답을얻진못했다.
《한겨레》에서노동분야를담당하며일터에서도매일재난이일어난다는걸알게됐다.산재사고를접할때마다자괴감이들어자꾸만헤맸다.여러사람을만나고이야기를들으며‘애초부터안전에는또렷하고쉬운답이없을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다.손쉬운길을찾고픈유혹을버리고그난해한문제풀이에진지하게임하는것이어쩌면우리사회가해야할일이아닐까생각했다.
자기삶을깎아그일을먼저시작한유가족과활동가,연구자들이있다.이책은그들이발견한진실의조각들을모으고기록한것이다.사회곳곳이안전해지는여정에앞으로도기록자로참여할수있기를바란다.

목차


프롤로그­일터에서사람이죽는이유

1.부둣가에서스러진‘삶의희망’:평택항이선호씨사고
지가내를용서는해줄란지
‘자는듯이엎드린’아들의모습
내가사랑했던동생
아들잃은아버지,외치다
보름,죽음이알려지는데필요했던시간
이선호씨를죽음에이르게한것들
아쉬운판결뒤에남은가능성

2.위험이재난이되는순간:산재의구조적원인들
산재는누군가의‘실수’가아니다
유형1-작업방식이안전수칙과충돌할때
유형2-위험에관한소통이부족할때
유형3-돈과시간이부족할때
유형4-안전에대한설명이부족할때
유형5-안전관리역량이부족할때
‘노동자과실’이라는말
부록-“어이없는죽음이전쟁터처럼만들어진다”:김미숙씨의견서(김용균씨사고)

3.은폐하거나외면받거나혹은실패하거나:산재를둘러싼소통의부재
산재위험은왜숨겨지나
기업,속속들이알고싶지않은
정부기관,예방과처벌이혼재된
노조,체계적으로대응하지못한
언론,깊이탐색하기보다단신보도에바빴던
눈물로진실을밝힌사람들
부록-‘남편,살아만있어줘’…이루어지지않은부탁:김영희씨의견서(정순규씨사고)

4.공장안사고가우리의이야기가될때:산재를더깊이이해하는방법
처벌을넘어사회적기억으로
산재는서사의싸움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녹인빙하
산재를이해하기위한최소한의조건1:재해조사의견서
산재를이해하기위한최소한의조건2:법원판결문
‘사람많이죽는기업’공개합시다
어두운소통구조는누구에게유리한가
더많은‘왜’를물어야한다

에필로그­이름없는죽음들을추모하기위하여

찾아보기(이책에언급된산재사건)
주석

출판사 서평

일터의이름없는죽음들에대한뒤늦은애도

‘산재가왜계속일어나는겁니까?’
누가묻는다면앞으로는이책을내밀겠다._은유(르포작가)

하루에두명이일터에서돌아오지못한다.매일같이누군가끼여서죽고,떨어져죽고,불에타죽고,질식해죽고,감전돼죽는다.그렇게매년800여명이일하다가사고로목숨을잃지만,많은사고가공장담을넘지못하고은폐된다.기껏알려진사고들도대개몇줄짜리단신보도에그쳐사고의근본원인을전하는데실패한다.‘왜이렇게많은사람이일터에서죽는가’‘왜이죽음들이이토록당연한일이됐는가’라는질문의답은공백으로남겨져있다.

이책은이런질문들에대한답이다.《한겨레》기자로크고작은재난현장을취재하던저자는노동분야를맡으면서일터에서도매일재난이일어난다는사실을깨닫고,누구도일하다가죽지않는세상을만드는데작은보탬이되기를바라는마음으로이책을썼다.그는김용균,이선호,구의역김군,김다운등대표적인사고들을통해‘일터의죽음’을낳는구조적원인을분석하고,대안을모색한다.

이죽음들을깊이들여다보는일은곧떠난이들을함께애도하는일이다.그래서이책은“일하다가무참히죽는사람에관한기사를더는받아쓰고싶지않은한기자가뒤늦게마감한긴부고”(르포작가은유)이자반복되는죽음들을무심히넘기지않으려는이들에게제안하는“일터의죽음을사회적기억으로만드는법”이기도하다.

부둣가에서스러진‘삶의희망’…위험은언제사고가되는가

이야기는2021년평택항에서숨진이선호씨로부터시작한다.유난히애교많은막내이자장애가있는누나를보호자처럼챙기던듬직한동생,아버지에게‘삶의희망’이었던아들은작업도중갑작스럽게쓰러진컨테이너날개에깔려사망했다.함께평택항에서일하던아버지,아들과“친구처럼같이아침밥먹고차타고다닐수있어서”기뻤다는재훈씨는사고를당해“자는듯이엎드린아들모습”을본뒤,아들죽음의진상을밝히기위해투사가됐다.

유족과노동조합(노조)이밝혀낸사고의원인은복합적이었다.안전을책임져야할원청직원은경험이없는하청직원에게책임을떠넘겼고,제대로점검하지않은오래된장비를썼다.선호씨는원래자신이맡지않던일에투입됐지만,업무의위험성에대한정보를전달받지못했다.이모두를관통하는핵심은‘누구도일하는사람의안전을중심에놓지않았다’는사실이다.

산업재해(산재)의구조적원인을파헤친2부〈위험이재난이되는순간〉이강조하는지점도같다.저자는원인에따라산재를크게5가지유형으로분류하는데,모든유형의사고가‘생산과효율이안전을압도할때사고가발생한다’는점을증명한다.

2022년SPL에서일하던노동자가소스만드는기계의회전날개에끼여사망하자,회사는‘날개에끼지않도록덮개를덮고일하는게규정’이라며사망자를탓했다.하지만규정대로일하려면각재료를넣을때마다덮개를열고닫아야해일의효율이너무떨어졌고,생산해야할물량은너무많았다.

이럴때,노동자는대개안전대신생산을택한다.“하루의생산량을맞추지못하면저성과자로낙인찍히지만,안전수칙을포기하고생산량을맞추면문제없이퇴근할수있”(78쪽)기때문이다.이상황에서회사가할일은노동자를탓하는게아니라안전하게일할수있도록설비를개량하거나생산량을줄이는것이지만,회사는그러지않았다(유형1-작업방식이안전수칙과충돌할때).

2018년사망한김용균씨사고도비슷했다.그는컨베이어의고장여부를확인하려문을열고몸을직접집어넣었다가기계에몸이끼였다.조사결과,기계결함때문에몸을집어넣지않고는기계를점검하기어렵다는사실이드러났다.김용균씨동료들이사고지점을포함한작업환경개선을28차례나요구했지만받아들여지지않았다는점또한밝혀졌다.원청(한국서부발전)과김용균씨가속한하청(한국발전기술)이작업과정에서발생할수있는위험을제대로공유하지않은탓에이들의요구가반영되지않은것이다(유형2-위험에관한소통이부족할때).

모든유형의사고에서얻을수있는교훈은,사고를‘노동자과실’로돌리는것으로는아무것도해결되지않으며그너머에있는구조적원인을직시해야한다는것이다.산재활동가로수많은노동자의산재신청을도왔던‘상담부장’남현섭이파쇄기에빨려들어가사망한사고를두고,이책은“개인의‘안전인식’이아무리투철한들그것만으로산재를막을수없음을보여준사건”(160쪽)임을아프게지적한다.

산재라는‘기억의전쟁터’에서벌이는서사의싸움

그러나현실에서는일터의위험이어떻게사고로이어지는지,사고를막으려면무엇을해야하는지에대한논의가좀처럼이뤄지지않는다.가장중요한책임자인기업은일터에존재하는위험요소를언급하는일이조직의치부를드러내는것이라여겨사고가발생하면‘노동자과실’로몰거나은폐하려는유혹을느낀다.2021년굴착기전복으로사망한노치목씨사고에서는회사가119에신고하면서굴착기전복이나공사현장에대한이야기를꺼내지않았다.경찰에게는‘치목씨가산책하다굴렀다’는거짓말까지했다.

또다른주체인정부는처벌에만집중해근본적인원인을파악하기보다법위반행위를찾는데초점을맞추는경향이있다.그결과,서로다른사고에서도‘법에맞춘’똑같은원인과대책이나오곤한다.노조나언론도체계적으로대응하지못하거나,구조적원인을규명하는데실패하는경우가많았다.

그러나누군가의죽음이묻히는것을그저방관하지않은이들,“눈물로진실을밝힌사람들”이있었다.김용균씨사고의진상이밝혀지는데는동료들의역할이컸다.이태성씨는“이제더는내옆에서죽는동료를보고싶지않습니다”라고호소하며작업현장의위험을낱낱이고발했다.이인구씨는동료들의상경투쟁에동참해용균씨빈소를지키고상주를지냈으며,군산터미널인근에산재사망자추모공간을만들어지금까지그공간을가꾸고있다.SPL사고에서는노조위원장이실명으로회사주장을반박하며작업과정의문제를알렸고,사고직후에도공장이계속돌아가는영상을공개해사망자과실로결론날뻔한여론을뒤집었다.

그리고,유족들이있었다.아버지정순규씨가세상을떠난그날이후,정석채씨는아버지죽음의진상을밝히고다른산재유가족과연대하는데온삶을쏟고있다.큰사고가일어난날이면어김없이석채씨가쓴메일이기자메일함으로날아든다.

자기생업을포기한채사고관련자료를찾아내고기자회견을열어산재의위험성을알리는유가족의일상에다른삶이끼어들여지는거의없다.그렇게하지않으면가족의죽음이쉬이잊히고다른사람에게똑같은비극이일어날까두려워한다.석채씨처럼안전한사회를만들기위해가족의이름과사진을기꺼이공개하고진상규명과재발방지를요구하는이들이있었다._235~236쪽

이렇듯산재는다양한관계자들이벌이는서사의싸움이다.기업은회사책임이아님을밝히기위해,유족과동료는떠난이의명예를지키기위해산재라는‘기억의전쟁터’에서치열한싸움을벌인다.이싸움의결과에따라그간무시됐던위험한노동환경이드러나기도하고,개인의부주의로치부됐던사고를조직전체의문제로인식하게되기도한다.

하지만지금은재해조사의견서,법원판결문등산재의서사를이해하기위한최소한의자료조차공개되지않고있다.이런상황에서최초로개별사업장의산재에대한핵심자료를모은보고서를펴낸전주희서교인문사회연구실연구원은,산재를구체적으로기록하는일을“뒤늦은부고장쓰는일”에비유한다.개요만담긴몇줄의짧은기사는사고소식을전할뿐이지만,‘왜’와‘어떻게’가더해지는순간무심히스쳐지나갈뻔한‘사고’가노동자한사람의목숨이스러진중대한‘사건’이된다.그래서산재의서사를복원하는일은“수많은산재사고로한데뭉뚱그려진죽음들에저마다의고유한얼굴과이름을되찾아주려는노력이기도하다.”(291쪽)

공장안사고가우리의이야기가될때

산재를안다는것은무엇보다도“떠나간이들의죽음을가벼이여기지않고마음깊이추모”(293쪽)하는일이다.‘나와상관없는일’이라며무심히넘기지않고,온몸으로아파하면서그죽음을이해하려는일이다.이제는세상에존재하지않는이들이자녀의오디션합격소식에뛸듯이기뻐한아버지이자애인과여행을약속한젊은이였고딸을더풍족하게키워보려일터에발을디딘어머니였음을기억하는일이다.그들이품은꿈이어떻게허망하게사라졌는지,그가사라진후남겨진이들이어떤고통을겪고있는지를헤아리는일이다.그때에야비로소일터의이름없는죽음들을제대로애도하고,비슷한사고가반복되는것을막을수있다.

그래서산재조사는“죽은이를추모하는부고장인동시에또다른죽음을막겠다는산자의다짐”(292쪽)이다.그리고이일은유족,동료,기업등일부관계자들만의일은아니다.산재가시민들이함께기억하고조사하는사회적서사가될때,우리는‘자연스러운’일이된일터의죽음을‘당연한’것으로남겨두지않을수있다.이책은그렇게오늘도되풀이되는일터의죽음을몇몇사람만의몫으로여기지않고우리모두의사회적기억으로만들기위한긴여정의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