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저자:공지영 1988년계간『창작과비평』가을호에단편「동트는새벽」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 장편소설『높고푸른사다리』『도가니』『즐거운나의집』『사랑후에오는것들』『우리들의행복한시간』『봉순이언니』『착한여자』『고등어』『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더이상아름다운방황은없다』『그리고그들의아름다운시작』등을썼고,소설집『할머니는죽지않는다』『인간에대한예의』『존재는눈물을흘린다』『별들의들판』,산문집『시인의밥상』『딸에게주는레시피』『공지영의수도원기행1,2』『네가어떤삶을살든나는너를응원할것이다』『아주가벼운깃털하나』『공지영의지리산행복학교』『빗방울처럼나는혼자였다』,르포르타주『의자놀이』,앤솔로지『사랑은상처를허락하는것이다』등이있습니다.
1부걷는것처럼살아소망이우수수떨어지는날도있어-자신이초라해보이는날엔시금치샐러드인생은불공평하니까살기쉬운것-‘엄마없는아이’같을때어묵두부탕자기자신사랑하기,어떻게하는거예요?-자존심이깎이는날먹는안심스테이크그래서가아니라그럼에도불구하고어른이되는거야-복잡하고어렵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애플파이한번은시들고한번은완전히죽는다-죽음을위로해준고마운친구들과먹는훈제연어너는네자존심보다중요하다-모든게잘못된것같이느껴지는날,꿀바나나만나지말아야할세사람-포틀럭파티에가져가는브로콜리새우견과류샐러드더러운세상에는“더럽다”고해버려-세상이개떡같이보일때먹는콩나물해장국베풀던모든A는받기만하는모든B에게배신당한다-속이갑갑하고느끼할때는시금치된장국2부우리가끝내가지고있을것가장단순한것이가장질리지않는다-엄마표5분요리알리오에올리오남자는변하지않으며,변할생각이없다-우선김치비빔국수를먹자할수있는일과없는일을구분해야해-특별한것이먹고싶을때는칠리왕새우살기위해노동하지만노동이우리를살게한다-지리산친구들에게건배하기위한굴무침물어보라“지금사랑을느껴?”-향기롭고든든한불고기덮밥기분나쁠때는마시지않는다-술마신다음날엔두부탕괜찮아요,저에게는나쁜일이일어나지않거든요-생일기념축일에는부추겉절이와순댓국돈으로살수없는것도있다-엄마표비프커틀릿을먹으며이야기를해보자죽거나미치지않고어떻게힘든시간을이길까-가래떡을먹으며‘홈뒹굴링’하는날3부덜행복하거나더행복하거나젊으니깐무조건찬성-가장척박한땅에서자라열매맺는올리브집착을다시내머리맡에갖다둔사람-아픈날에는녹두죽과애호박부침내가먹을건내맘대로만들자-요리라고부를수도없는달걀요리오늘네가제일아름답다-봄을향긋하게하는콩나물밥과달래간장뼈저린후회는더사랑하지못한것-너를낳고홍콩에서먹은더운양상추슬픔에휘둘려삶의한자락을잊어버리면안돼-따스하고보드라운프렌치토스트함부로‘미안하다’하지않기위해-속이답답할때먹는오징엇국혹은찌개나를알고자하지않았던대가-가끔누가있었으면할때는싱싱김밥세상모든사람이나보다낫다-몸을비우기위해먹는된장차작가의말
“걷듯이가벼이앞으로나아가거라.다만이한순간이너의생의전부라는걸잊지마라!”“인생을행복하게만살다간사람은없어.다만덜행복하게더행복하게살다가는사람들이있단다.어떤것을택할지는네몫이야.그러니눈을크게뜨고이순간을깨어있어라.……엄마가생을믿고그래왔듯이네생을믿어라.걷듯가벼이앞으로나아가거라.다만이한순간이너의생의전부라는걸잊지마라.”-작가의말중에서1부걷는것처럼살아작가는말한다.산다는건걷는것과같다고.그냥걸으면되고,그냥이순간을살면된다고.충실하게의미있게선하고재미있고보람되게이순간을만들면된다고한다.1부에서들려주는9개의레시피는한참을걷고돌아와먹기에맞춤해보인다.우리는자신이초라해보이는날에는‘시금치샐러드’,엄마없는아이같을때는‘어묵두부탕’,자존심이깎이는날에는‘안심스테이크’,복잡하고어려울때는‘애플파이’,고마운친구들과는‘훈제연어’,모든게잘못된듯느껴지는날은‘꿀바나나’를천천히즐기고맛보면서이순간이다시는돌아오지않는다는걸깨닫게된다.포틀럭파티에가져가기위해‘브로콜리새우견과류샐러드’를만들고,세상이개떡같이보여서‘콩나물해장국’을먹고,갑갑하고느끼한속을위해‘시금치된장국’을끓이면서당연한것은결코어디에도없다는걸알게된다.“내가이간단한시금치된장국을끓이는법을모르고살았듯이끓이기전에는국은존재하지않는다”는작가의말처럼나를사랑한다는건나에게좋은것들을주는것이다.2부우리가끝내가지고있을것작가는묻는다.지금사랑을느끼는지,우리가끝끝내가지고있을것은무엇인지에대해.2부에등장하는9개의레시피는우리의가슴속에우리가외면했거나생각해보지못한질문한가지씩을남긴다.‘알리오에올리오’는우리가끝끝내가지고있을것에대해서,‘김치비빔국수’는누군가를변하게하는것이얼마나힘든지에대해서,‘칠리왕새우’는할수있는일과없는일을구분하는것에대해서,‘굴무침’은우리를진정살게하는노동에대해서,‘불고기덮밥’은너무사랑한다는것에대해서,‘두부탕’은술을마시는방법에대해서,‘부추겉절이와순댓국’은소중한일상의평화에대해서,‘비프커틀릿’은돈으로살수없는것들에대해서,‘가래떡’은힘든시간을이기는방법에대해서묻는다.그러면서작가는그질문들에선뜻답을내주지않는다.다만여러가지고민속에서힘들어하는딸을보고오래전자신이고통받았던시간들을생각한다.더불어우리에겐다른인간을변하게할능력이없다는것을인정하고,얼마나감사할게없었는지에대해서도솔직하게이야기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감사하는마음이있다면희망이있는거라고말하는작가는,모든것을잃었다고생각했던시절을솔직히털어놓는다.3부덜행복하거나더행복하거나작가는알려준다.삶은공평하지않고,행복하기만하지도않다고.어쩌면삶은우리에게온갖좋은것을주려고손을내미는데우리는받을수있는손이없는지도모른다고.3부에서는어떻게사느냐는사는사람마음이듯이,어떻게먹느냐는먹는사람마음이란걸보여주는9개의레시피를소개한다.척박한땅에서열매맺는‘올리브’와힘겹고아픈날먹는‘녹두죽과애호박무침’,요리라고부를수있을까고민한‘달걀요리’,네인생은전부봄이라고말하는‘콩나물밥과달래간장’,한사람도고통받지않은사람은없다고얘기하는‘더운양상추’,4월16일을생각하며만든‘프렌치토스트’,함부로미안하다하지않기위한‘오징엇국혹은찌개’,요리를만드는사람도먹는사람도시원한‘싱싱김밥’,몸을비우기위해먹는‘된장차’까지.작가는오늘은혼자서따뜻한된장차를마시며마음도몸도비운채,좋은음악을듣고좋은글을읽는게어떻겠냐고넌지시권하며,삶은자기자신의삶을소중히여기는사람들의몫이라고말한다.《딸에게주는레시피》는자신의삶을소중히여기며오늘도애쓰고있는우리들을위한공지영작가의따뜻한마음이담긴특별레시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