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곰

나의 곰

$15.00
Description
“그녀는 곰을 사랑했다.
그에게는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찾아낼 수 없는,
지성의 손가락이 파괴할 수 없는 심연이 있었다”

억압과 금기를 뛰어넘어 욕망을 실현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
캐나다 총독 문학상 수상 작가 메리언 엥겔의 국내 초역 작품
캐나다 총독 문학상, 토론토 도서상 수상 작가이자 마거릿 애트우드, 앨리스 먼로와 함께 캐나다의 대표 작가로 거론되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메리언 엥겔의 독보적인 작품 《나의 곰》을 선보인다. 제40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최재원 시인이 번역을 맡았다. 최 시인은 미국 프리스턴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과 시각예술을 공부한 뒤 시를 쓰기 시작해, 이제니 시인의 시를 번역하는 등 한영·영한 번역과 번역 감수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엥겔은 여성 정체성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하는 소설 《영광의 구름은 없다No Clouds of Glory》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들의 일상적인 경험, 행복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고, 여성의 관점에서 인간의 조건을 성찰했다. 또한 1965년부터 198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문학적 동료인 마거릿 애트우드와 교류했으며, 이 교류는 애트우드의 대표작 《도둑 신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엥겔이 사망한 후 매년 중견 여성 작가에게 수여하는 메리언 엥겔 상이 제정되었고, 앨리스 먼로가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나의 곰》은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영국, 튀르키예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이 작품은 탄성을 자아내는 외딴 섬의 여름 풍경을 배경으로 주인공 루와 곰의 짙은 우정과 에로틱한 사랑을 간결하고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다. 루는 토론토의 역사협회 사서다. 매일같이 “두더지처럼 사무실 깊숙이 파묻혀” 온갖 자료를 헤집는 자신이 누런 종이처럼 케케묵었다며 불만을 토로하지만 삶의 의미를 찾기란 요원하기만 하다. 어느 날 캐리 대령의 후손이 협회에 유증한 저택 서재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지긋지긋한 일상을 뒤로한 채 온타리오주 북부의 캐리섬으로 혼자 떠난다. 저택 뒤편 통나무집에는 장성한 수컷 곰이 살고 있다. 그녀는 아름답고 야생적인 풍경 속에서 낯선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며 자료 정리에 열중하는 한편, 곰과 점차 친밀해진다. 곰을 집 안에 들인 밤, 걷잡을 수 없는 외로움에 젖은 루는 곰의 털을 어루만지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현명하고 포용력이 있”으며 “거칠고 부드럽고 성실하고 참을성 있고 무한히 다정”한 곰은 루가 만난 “어떤 인간과도 달리 그녀의 쾌락을 위해 인내”한다. 인간 남자들은 하나같이 “여자에게는 에로티시즘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해 루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랑을 빌미로 그녀의 삶을 옥죄려 했다. 루는 곰과의 관계에서 처음으로 충족감에 벅차오르며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루의 비밀스러운 모험과 탐색을 통해 여성의 외로움, 공허, 불안, 욕망을 사실적으로 다룬 《나의 곰》은 초판이 출간된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초조했고 죄책감에 휩싸였다. 어떤 금기를 깨고 말았다. 무언가를 바꿔버렸다. 사랑의 성질은 이제 달랐다. 그와 너무 멀리 가고 말았다. 그녀 안에는 늘 너무 멀리 가고야 마는 공격적인 마음이 있었다. _본문에서

저자

메리언엥겔

저자:메리언엥겔

캐나다온타리오주토론토에서태어났다.맥마스터대학교에서언어학학사학위를,맥길대학교에서캐나다문학석사학위를받았다.미국과유럽에서강의하며해외에서생활한후1964년캐나다로돌아와토론토에정착했다.캐나다작가협회의창립멤버로1973~1974년초대회장을역임했다.1968년첫소설이자여성정체성에대한전통적인관념에도전하는작품《영광의구름은없다NoCloudsofGlory》를출간했다.1976년대표작《나의곰》으로캐나다문학계에서가장권위있는문학상인총독상을수상했으며,1982년《미치광이저택LunaticVillas》으로토론토도서상을수상했다.《나의곰》은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독일,영국,튀르키예에판권이판매되었다.메리언엥겔은작품을통해여성들의일상적인경험,행복과자아실현을추구하는모습에초점을맞췄고,여성의관점에서인간의조건을성찰했다.자신의글쓰기를“완벽함을추구하도록길러진사람이불완전한세상에어떻게대처하는가”에대한탐구로여겼다.엥겔이사망한후매년중견여성작가에게수여하는메리언엥겔상이제정되었고,앨리스먼로가첫수상자로선정되었다.



역자:최재원

시집《나랑하고시픈게뭐에여?》로제40회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앤솔러지《당신의그림에답할게요》《소스리스트Vol.2》에참여했다.이제니시인의시를번역해《Ravel-Unravel:AnAnthologyofNewKoreanPoetry》〈AsymptoteJournal〉등에실었다.영어동요와동시를한국어로옮기고있다.

목차

나의곰

옮긴이의말
추천의글―강화길(소설가)

출판사 서평

“마치남자들이썩어문드러져가는그녀의영혼을알기라도하는것같았다”
남성중심적인문명세계에서벗어나
섹슈얼리티를거침없이탐구하는루의모험

루는캐리섬에파견되기전“절망적인외로움에사무쳐”만난몹쓸남자들을떠올린다.그녀는언젠가“우아하고매력적인남자”를애인으로두었는데,그의사랑은루가양말을잘개어놓고,완벽한음식을만들고,생리는하지않고,그의욕구를알맞은때에충족시키고,“와인을마셔도혀가풀리지않고올리브오일을먹어도배에주름하나가지않”아야성립되는것이었다.그는루보다작고정리정돈을잘하고생기넘치며순종적인어린여자를만나떠나버렸다.“별로좋은사람이아닌”어떤남자는루의집에서그녀를위협해공포심을심어주었다.역사협회협회장과성적인관계를맺기도하지만사랑이결여되어공허할뿐이었다.
그녀는“타고나기를옹졸하고저밖에모르는남자”를떠나외딴섬에서곰과어울리며일생일대의전환점을맞이한다.곰은그녀에게아무것도요구하지않고그녀를평가하려들지도않는다.단지언제나곁에머무르며그녀를섬긴다.루는비로소성적주체로서행동하는데,곰에게그간억눌려살았던자신을투영하기도한다.처음에는무기력하기만하던곰이목에묶인사슬을당기자곰의“작은반항”을“삶의회복”이자“큰기쁨”으로여긴다.《나의곰》은문명세계와곰으로대표되는자연을대비하면서,문명의이기를누리기보다차라리“짐승의냄새를풍기는여자”가되길선택한루의결단을통해짜릿한해방감을선사한다.또한욕망을직시하고존재를탐색함으로써삶을회복하는것이야말로진정한사랑임을역설한다.

사랑은우리에게무엇을남기나.“다시태어나는것같은공간”에서루는금기와억압을넘어서는사랑에빠진다.이뜻밖의사랑은그녀에게강하고순수해진기분을느끼게하고,결국자기자신은누구인가하는질문에맞서게한다.욕망을직시하고존재를탐색함으로써삶을회복하는것,그것이사랑이아니라면무엇이겠는가._편혜영(소설가)

“엥겔의모든문장을신뢰한다.계속읽고싶다.읽을것이다”_강화길(소설가)
존재의의미를찾아헤매는우리에게
메리언엥겔이건네는강렬한메시지

루는한때자기일을사랑했다.“학자적인은둔생활”을통해“세상의저속한것에서벗어날수있어짜릿함마저”느꼈다.하지만일한지5년이지난지금은오히려일때문에빨리나이들었다는회의감에빠진다.그녀는하루종일지하실에서일해“민달팽이처럼허연팔,케케묵은잉크로얼룩진지문”과“밝은빛아래에서초점을맞추지”못하는눈을생각할때마다괴로워한다.“자신에게주어진단한번의삶을이렇게살아야한다는것이”불만족스러운것이다.협회장에게고민을토로했으나그는루의심정을직업병으로일축했다.루는협회장의지시로고전적인아름다움을뽐내는팔각형저택,방을가득채운책과고문서들,수컷곰으로이루어진“왕국”에머무르게되면서“다시태어나는것같은”기분을느낀다.가능한한섬에오래머물고자“덜효율적으로”일한다.그러나도통알수없는일의의미와존재에대한의문이그녀를끈질기게따라다녀삶에의미를부여하는데줄곧실패한다.존재의의미를찾는일에좌절과무기력을느껴보지않은사람은없을것이다.루는집요한성찰끝에존재에는이유가필요하지않으며존재가곧순수한가치임을깨닫는다.1976년에처음출간된《나의곰》이세대를초월해던지는‘나는왜살아야하는가’라는존재론적질문은,루와마찬가지로하루하루일에치여살아가는우리의마음구석구석에와닿는다.

날씨가바뀌고지하실창에도볕이들때쯤,햇살에봄의먼지가깃들고낡은철제재떨이에서겨우내묵은니코틴과사색의악취가풍길무렵이면,지척지척나아가던자신만의세계가지닌결함들이세상에,심지어자기자신에게도낱낱이까발려졌다.아무리자신이낡고허름한것들,이미사랑과고통을겪은것들,과거를지닌물건들에연민을느낀다고해도민달팽이처럼허연팔,케케묵은잉크로얼룩진지문,어지럽게치장해놓은게시판의구겨지고쓸모없는기억의폐기물이눈에들어오고밝은빛아래에서눈이초점을맞추지못할때면그녀는항상수치스러웠다.오래전영혼에각인된풍요로운삶의모습은지금과사뭇달랐고,그래서더고통스러웠다._본문에서

엥겔의대표작《나의곰》은“기묘하고도놀라운책.충격적인울림이있다”(마거릿애트우드),“고요하게관능적이면서도페미니즘적인이야기다”(〈뉴요커〉),“흥미진진한이야기.훌륭하고감동적이다”(〈퍼블리셔스위클리〉)라는찬사를받았다.53세의젊은나이로세상을떠난엥겔은짧은생애동안현대여성들의경험을가감없이드러내왔다.또한캐나다작가협회의창립멤버로서초대회장을역임할만큼작가의권익신장활동에적극적이었다.《나의곰》에는글쓰기를“완벽함을추구하도록길러진사람이불완전한세상에어떻게대처하는가”에대한탐구로여긴엥겔의문제의식이고스란히녹아있다.서류와지도더미에서질서와의미를찾으려고몸부림치는루처럼,삶의이유를묻는질문으로스스로를괴롭히고수많은무의미한대답을곱씹는우리에게엥겔은말한다.가장중요한것들은기록되지않는다는것을.가치는이유가아니라존재라는것을.이유불문하고가차없이매순간존재하는데있다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