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가능”“아줌마들에게좋은일자리”“고용지원금”
능력주의노동시장의민낯,취약함의노동은우연하지않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투쟁앞에서가장흔히등장하는반응은‘그정도의대우를받을만한노동’이라는능력주의에기반한말이다.이말은노동정책의부작용과노동시장의온갖불평등을노동자개인의능력탓으로돌리고구조의문제를간과하기때문에문제적이다.“시험도치지않고감히”,“정규직전환은역차별”이라는공격적인비난들역시능력주의에근거를둔다.그렇다면이들은정말노력하지않아서,그런대우를받을만하기에불안정하고위험한노동을감내해야하는것일까?스스로선택한노동이기에숨죽이며자신앞에펼쳐진불합리한처우를받아들여야하는것일까?
총11장에걸쳐기록된톨게이트투쟁노동자의이야기는이들이톨게이트노동에어떻게당도하게되었는지로시작한다.“광고지보고들어갔는데‘기혼자가능’이렇게쓰여”(25쪽)있어서,하나센터에서“고용지원금이나오기때문에사장들이북한이탈주민을우선적으로원하고있다”(225쪽)는말을듣고,“도로공사사장들이주민센터연결해서복지카드있는사람들만찾아다”(195쪽)니기때문에,3교대여서아줌마들이“집안일하고겸해서할수있는일”(138쪽)이기때문에이들은톨게이트영업소에발을들인다.이들의증언속에서‘고용지원금’,‘3교대업무’등의덫을놓고취약성을지닌노동자들을블랙홀처럼빨아들이는,정부와기업의잔인한공모현장을발견할수있다.
노동자들은‘우연히’,‘자연스레’톨게이트노동을시작했다고말하지만,사실이는노동자들의취약성을기민하게알아보고이용하고자하는노동시장에의해필연적으로생산되고유지된다.전주희의해제에따르면이들은노동자의취약성을담보로,인질로잡고있기때문에“노동자는일을열심히수행하면수행할수록취약한존재가된다.”(393쪽)사장은‘애인’을만들어노동자를감시하고,피복비,식비등각종비용을횡령하고,부당한대우를일삼고,당일에노동자를해고하기도한다.이렇게성희롱과갑질로버무려진일의세계를톨게이트노동자들은견뎌냈다.노동자들이현재의노동에이르게된경로를이처럼구체적으로추적해볼수있는것은이글이투쟁당사자의이야기를직접듣고옮기는방식으로쓰인덕분이다.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이들이‘능력이없어서’지금의노동에도달한것이아니라,촘촘한자본주의의공모관계속에서불안정한노동에당도하게되었음을파악할수있다.이처럼능력주의적사고가가진문제를직시하고,이들의투쟁이지닌정당성과의의를인정하는것에서부터비정규직노동에관한올바른논의를시작할수있을것이다.
비정규직보호라는‘온정주의’와‘자회사’라는편법
그가면을벗긴“표끊는아줌마들”
“문재인전대통령은취임한지불과이틀이지난2017년5월12일파견·용역노동과같은간접고용비정규직이87.4%나되는인천국제공항공사를방문해‘공공부문비정규직제로’를선언했다.”(393쪽)취임4년차가되던2021년,정부는이비정규직전환정책이성공적이었다고자평했다.실제로역대정부에서이뤄진정규직전환규모로는최대였다(19만2,689명,2020년6월기준).하지만문제는정부가규정한‘정규직화’가갖는의미이다.정부는기업이별도의자회사를만들어비정규직노동자를자회사소속으로전환하는것역시‘정규직전환’이라고규정했다.한국도로공사가자회사인‘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를세운것처럼,다른공공기관들역시같은방식으로자회사라는편법을이용해‘비정규직제로화’를실현하고있었다.
톨게이트노동자들은정부의‘비정규직제로화’정책이비정규직을보호해야한다는‘온정주의’적사고아래에서,별다른고민없이허울만좋게세워진정책임을이미간파하고있었다.이들은‘자회사전환’이아닌‘직접고용’을주장했고,이로인해1,500명의노동자가집단해고되었지만투쟁을멈추지않았다.그리고톨게이트지붕위,도로공사본사로비,청와대앞아스팔트바닥에서자신들의존재를드러냈다.구술기록의대부분은정부와도로공사가제시한‘자회사’라는선택지를의심하고,투쟁을결심하고,서로갈등하고반목하면서도연대의힘으로버텨온투쟁의풍경들을묘사하는데할애된다.
인사도없던지사장이노동자들을직접만나자회사를가면임금을올려주겠다약속하는것을들으며“뭔가있구나,의심을하게되고”(35쪽),“정규직되면풀뽑고화장실청소를시킨다”(229쪽)는협박에도직접고용을택한다.“노동자를갈라치기하는도로공사의행태를참을수없어”(87쪽)본사를점거하고,“우리가하지않으면세상이변하지않고노동자는계속부당한대우를받으니까”(289쪽)투쟁을멈추지않는다.자신이발디딘곳의불평등과차별을강인한의지로바꾸어나가는이들의말은,그어떤언론보도와전문가의말보다도더정확하게우리사회노동정책이지닌문제와노동운동이나아가야할방향을제시해준다.
직접고용과복귀이후내일을찾는투쟁
락스를풀고,풀을뽑고,졸음쉼터를청소하면서
톨게이트노동자의투쟁은성공했는가?결국도로공사는해고를철회하고노동자들의직접고용을결정했다.하지만정규직이된노동자들에게주어진업무는기존의요금수납업무가아닌,화장실청소,졸음쉼터에떨어진담배꽁초줍기,풀뽑기등이었다.이는“다른직무로의전환이아니라,일종의모욕이자보복의결과였다.”(390쪽)복귀한노동자들은자신이별볼일없는사람이되어버린것같다는무력감과,“사무직들이우리를벌레보듯이”(321쪽)하는것같다는소외감속에서방황했고,“남의일자리를빼앗아서”(112쪽)꿰차고있다는사실에도미안해했다.자신들이정년퇴직을하면그자리에노동자를뽑지않겠다는,그들의일을“곧사라질일자리”로취급하는도로공사의태도에도상처받았다.
여기서주목해야할것은이러한환경에안주하거나,나아지지않는현실에포기하고떠나지않고,투쟁의시공간을이어가고자했던이들의결심이다.노동자들은오르지않는임금이나여전히열악한처우를개선하기위해목소리를내는것은물론,자신과후대의노동자들이당당하게맡을수있는업무를찾아내기위해상상력을발휘한다.예를들어기계화로요금수납업무가곧대체될테니그들의고용이“혈세낭비”라는주장에는,기계의오차를보정하고그것의안내를맡는노동이필요하다는사실을지적하며이러한주장을반박한다.
구술자의말을따라가다보면,그동안비정규직노동자를그저보호해야할존재로여기고선의를베풀듯일자리를제공했던,그래서노동자들이자신의권리를주장할때면“감히”라는목소리로이들을배척했던한국노동시장의불합리함을깨닫게된다.더나은노동환경으로의도약과,모두에게공평하고공정한사회는온정주의에기반한시혜적태도나,노동의가치를측정하고걸맞은보상을해야한다는능력주의적사고로실현되지않는다.그보다는자신의일을지키고자노동의현장에서분투하는이들의목소리를듣는것에서부터변화가시작될수있음을이책은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