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원규 장편소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원규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따스한 눈빛을 지닌 이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보통의 삶
바깥을 상상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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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아르곤〉 OCN 〈모두의 거짓말〉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주원규의
도시의 뒤안길을 탐사하는 논쟁적인 르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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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와 온기가 무색해지는
길 위의 폭력과 체념의 세계
알고 싶지 않아서 애써 외면했던
우리가 모른 척 지나쳐온 이야기

《메이드 인 강남》, 《반인간선언》, 《특별관리대상자》 등의 전작을 통해 정치, 경제, 종교 권력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온 주원규 작가의 장편소설. 《메이드 인 강남》이 강남 클럽을 6개월간 잠입 취재한 경험의 결과물이라면, 이번 신작은 작가가 2011년부터 10년 동안 꾸준히 만난 가출 청소년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소설이다.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통찰하는 작가 특유의 날카로움과,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연대 의식이 드디어 만났다. 주원규 작가는 가정 밖 청소년을 인터뷰해 《아이 괴물 희생자》,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를 펴낸 바 있으며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린다고 말한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상습적인 친족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감행한 주인공 예지의 이야기다. 집을 나온 그를 가장 먼저 반기는 이는 청소년의 성을 구매하려는 중년 남성이며, 예지는 다른 가출 청소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랜덤 채팅앱으로 성매매를 시도하는 가출팸의 일원이 되고, 결국에는 실시간 스너프 필름에 출연하는 수모를 겪는다. 세상은 예지의 취약성을 끌어안기는커녕 돈벌이와 쾌락의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2019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우리는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 청소년임을 알게 되었고 가해자가 잇따라 검거되었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홀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가출 청소년이 성범죄에 휘말리기 쉬운 구조, 취약한 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어른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 쉼터 등 우리가 제대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가출 청소년의 실상을 적극 조명한다. 그들이 겪는 폭력을 모른 척 외면하거나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시할 때에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종식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주원규

서울에서태어나2009년부터소설을발표하며본격적인글쓰기를시작했다.제14회한겨레문학상수상작인《열외인종잔혹사》를비롯해장편소설《메이드인강남》,《반인간선언》,《특별관리대상자》,《기억의문》,《무력소년생존기》,《크리스마스캐럴》,청소년소설《한개모자란키스》,《주유천하탐정기》,《아지트》,청소년인터뷰집《아이괴물희생자》,《힘내지않아도괜찮아》,평론집《성역과바벨》,번역서《원전에가장가까운탈무드》등을펴냈다.2017년tvN드라마〈아르곤〉을집필했고,2019년《반인간선언》을원작으로한OCN오리지널드라마〈모두의거짓말〉의기획에참여했다.2011년부터꾸준히가출청소년을만나글쓰기를가르치며그들의목소리를듣고기록하고있다.

목차

작가의말

1장바닥밑에는지하가있어
2장비즈니스라는세계
3장어쩌면유일한탈출법
4장우리가놓쳐버린것에대해

부록|도움을요청하세요!

출판사 서평

희생자이면서동시에괴물로여겨지는친구들의이야기를어떤식으로든기록해야했습니다.그들의목소리를들어야했습니다.알고싶지않아서애써외면했던,우리가모르고지나쳐온이들의잔혹사를살펴야했습니다.(…)그래야만비로소우리사회가직면한문제의근본을들여다볼수있지않을까하는마음에서였습니다.이는가족의폭력과학교의방임,성차별,대중의무관심이실타래처럼엉켜있는한국사회의폐단을가감없이논의하는시작점이될수있기때문입니다._작가의말중에서

“이대로여기있을순없어”
열다섯살여성가출청소년이처한현실

국회입법조사처가2021년6월4일에발간한보고서〈홈리스청소년지원입법·정책과제:가정복귀프레임을넘어〉에따르면,2020년기준가출경험이있는청소년은11만5741명이며13~15세시기에가출하는청소년이55.5퍼센트로가장많았다.여성가족부의‘2021년청소년통계’에서는부모님과의문제(61퍼센트)를가출의주된이유로꼽았는데,이는가정폭력이청소년가출의주요원인임을시사한다.
《나를모르는사람들에게》에서예지는아빠의성폭력과학대를피해집을나온다.초등학교6학년때는친구의돈을빌려피시방을전전했지만,이제는친구도돈도없다.그가길거리를떠돌다도착한장소는새벽에도문을여는맥도널드매장이다.그곳에서예지는가출팸의구성원인정화를만나,신도림역원룸촌지하방에모여사는다른청소년들과함께지내게된다.가출청소년4명중1명이노숙을경험하고청소년쉼터이외에는주거대안이없는현실속에서,예지가고를수있는선택지는많지않다.
예지는이전에청소년쉼터를방문한적이있다.그럴때마다쉼터에서아빠에게연락을취하는바람에강제로귀가할수밖에없었다.가출청소년의입소사실을보호자에게알리는것이쉼터의원칙인데,청소년이가정폭력의피해자일때는예외를허용한다.하지만법적근거가부족하고시설장의인식과이해도에의존하고있어서예지처럼가출청소년이가해자의집으로돌아가는사례가발생한다.《나를모르는사람들에게》는가출이청소년개인의문제가아니라는점,청소년이쉼터에서마음놓고쉴수없는모순을드러내며사회적관심을촉구한다.

피시방에서하룻밤을새우던날도있었다.수북이쌓여있던담배꽁초무덤이떠올랐다.흡연석이사라졌는데도그곳은잿빛연기가자욱했다.신도림역주변을어슬렁거리며예지는이번에도피시방을생각해봤지만이젠그럴수없었다.중학교를그만둔뒤에는친구들대부분이연락을받지않았다.그런친구집에느닷없이들어가신세를지긴힘들었다.예지에게남은선택지는한곳뿐이었다.밤새도록불빛이꺼지지않을것같은,어느새대형복합문화쇼핑몰로변신한디큐브시티.그곳도밤이되자유령이사는폐건물처럼음산한기운을내비쳤다.그러나1층우측면전체를차지한맥도널드만은24시간열려있었다._본문중에서

“여기서자는순간,각오해야할게많아질거야”
거리의아이들이앞다투어생존하는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2020년자료〈위기청소년현황및실태조사기초연구:예비조사데이터분석보고서〉의통계를보면청소년이가출후겪는어려움중‘생활비부족’의응답비율(62퍼센트)이가장높았다.생활비를벌길이막연한거리의청소년들은그만큼불법적인일에손을대기쉽다.그들이특별히의식수준이낮거나도덕성이없어서가아니라,지원정책의미비와대중의무관심이그들을법의울타리밖으로내몰기때문이다.
예지가속한가출팸에서‘사이판’과‘청’은각각포주와운전기사의역할을맡아여성청소년을성착취산업에끌어들인다.사이판은예지를동등한인간이아니라‘비즈니스’를위해거래되는상품으로여긴다.예지는자신의처지를인식하고는있지만,숙식을해결할수있는대안이없고자신을찾는가족도없으니주어진상황에그저몸을내맡겨버린다.스너프필름에출연해학대를당하고강남클럽과청담동고급빌라를돌며강간파티와성착취영상물제작에동원된다.그과정에서마약을상습적으로복용하고다른여성을착취하는범죄에가담하기도한다.
가출청소년의주거와자립을지원할의지가없는나라에서,선하고따뜻한사람들이예지같은청소년에게내미는시혜적이고일시적인손길은근본적인해결책이될수없다.가출청소년을불쌍한희생자혹은비정상적이고무서운괴물로만취급하는이상폭력적인현실은달라지지않을것이다.《나를모르는사람들에게》는선량함의힘을맹신하는이들에게가출청소년의삶을정확하게들여다볼것을요청한다.

청정한공기를마시며사는사람이허우적거리는이를도우려면그가어떤곳에놓여있는지를알아야한다.선한공기,따스한눈빛을지닌이들은자신들이살아온보통의삶바깥을상상하지못한다.예지는그들과전혀다른우주에살고있었다.진심으로위로하고아파하며도움을건네지만그게결코실질적인도움이아님을,외려예지같은아이들을거대한절망으로등떠미는결과를낳을수있음을그들은알지못했다.세상에는어른들과진솔하게소통해보라는조언으로해결되지않는문제가너무많았다.예지도자신의상황을어떻게설명해야할지모른채언제부턴가누구에게도도움의손길을요청하지않았다._본문중에서

“아직도길위에서있을친구들을생각하며”
가출청소년이었던작가의가출청소년소설

작가주원규는2011년부터꾸준히가출청소년을만나글쓰기를가르치며언론이나학계에서다루지않는날것그대로의이야기를들어왔다.그가가출청소년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이유는,사회에서배제된존재에대한작가적관심과자신도한때상습가출청소년의일원이었다는사실때문이다.당시에왜가출을했는지는분명하지않지만,그는서울외곽의보증금없는다세대주택반지하방에서친구들과함께살았다.그에게애정을쏟는부모가있었기에무사히집으로돌아간후대학을졸업하고군대에다녀와사회에진출할수있었다.그러나길에서어울리던다른친구들은고등학교를중퇴하고빠른속도로‘밤의시장’에편입되었다.
작가는20년가까이서울의밤을지켜봤지만,그동안달라진것이거의없다고말한다.지금도여전히가정과학교에서버림받은청소년들이도시의뒤안길에서자기자리를찾아‘밤의괴물’로자라고있다.그는가출청소년에대한지속적인관심과2018년부터2019년까지1년2개월에걸친취재를바탕으로《나를모르는사람들에게》를집필했으며,우리가모른척하고지나쳐온가출청소년의잔혹사를마주하기를소망한다.《나를모르는사람들에게》가현실의폭력성을외면하지않고,가출청소년문제를해소할방안을적극적으로모색하는촉매제가되길바란다.

원하든원치않든사회에서강제로추방된친구들은스스로악의먹이사슬을만들기시작했습니다.남자아이들은다른가출청소년을자신의범죄행위의규모를늘리기위한행동대장으로키웠으며,여자아이들은자신도성매매산업과착취의피해자이면서집을나온다른여자아이에게자신의피해를전가하며성매매시장의멍에를씌웠습니다.그렇게대도시의블랙마켓은끝을모르고성장을거듭했던겁니다._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