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지켜야할성곽이아니라흐르는물.
그러니가둬둘수없다”
이런분들께는굳이이책을권하고싶지않다.말과행동이일치하는분,(그래서)‘말같지않은소리’는절대하지않는분,사투리는없애고표준어를써야한다고외치는분,사전은국가에서만들어야한다고주장하는분,언어를순화대상이라고여기는분,청년들이주고받는신조어에거부감을느끼는분...이런분들은이책에다‘불온서적’이란딱지를붙일지도모른다.
이런분들께는적극권한다.말실수때문에잠못이룬적이있는분,(그래서)말끝이자주흐려지는분,말과말사이에민감한분,‘없음’과‘모름’이삶과사회를풍성하게한다고여기는분,자기표현이민주주의의첫걸음이라고믿는분.지도자보다‘촉진자’가필요한시대라고생각하는분,국민이아니라(세계)시민이미래를열어나가야한다고말하는분...이런분들께이책은인문학의최전위일것이다.‘나’와우리를돌아보고더나은내일을꿈꿀때이만한자극을줄수있는글이또어디있으랴싶다.그렇다.미래는‘불온한말’에서시작된다.
_이문재(시인,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교수)
《말끝이당신이다》는말자체를의심하고말의가능성과상상력에대해생각해볼기회다.국어를전공하고오랫동안글쓰기선생으로지낸저자는말에필요한건규칙과규범이아닌,사유라고말한다.그러나국가의언어정책과표준어가갖는언어적한계는이를어렵게한다.예를들면짜장면은되는데,쭈꾸미는왜안될까?쭈꾸미입장에선억울한노릇.안되는이유가모호하기때문이다.‘예컨대’가맞나‘예컨데’가맞나?‘예컨대’가맞다.이유는?옛날부터그렇게썼으니까.겨땀은비표준어고곁땀은표준어다.이유는?표준어니까!(p.131)말에는저절로질서가생기고관습이만들어지고하나로정착하는기질이있다.(p.132)이를자연스럽게받아들이면되는데,표준국어라는이름으로시행되는일들은이를어렵게만든다.
저자는우리가썼던언어를다시들여다보자는의미에서언어학자치곤(?)뜻밖의다양한사례를든다.“1도없다”“뉴노멀”“오빠는사슴이에요.내마음을녹용”.맥락을탈피하고선을넘는‘언어맛집’들로언어는진보하고확장중임을보여주는것이다.
언어의상상력은언어에담긴정취와향기에서도드러난다.우리는말과글에서뺨에닿던반려묘의따뜻하고부드러운털의감촉을,한여름뽀송하게말린여름이불의햇빛냄새를느낀다.강원도태백에서자라그곳의정취를언어에남긴저자처럼모두의언어에는자신만의추억과사유가담겨있다.사투리가갖는지역적특색과향취역시표준어만으로는가질수없다.저자가제주어를꼭살리자고주장하는이유다.
국가가정한언어만으로표현할수없는것들이말에박혀있다.2부말의품격‘언어학자는빠져!’에서저자는말한다.“나를포함한언어학자들은지나치게완고하고말자체에매몰되어있다.한5년정도언어학자는뒤로빠져있으면어떨까?”(p.158)
가장흔한흉기는말…
차별과혐오가그랬듯이‘모두를위한평등’도말에서출발한다
혹시“죄송하지만”이라는표현을자주쓰지는않는지?타인이우선신경써야할일에도우리는에둘러부탁하기위해‘죄송하지만’을먼저뱉는다.저자는단도직입적으로이야기할상황에서돌려말한다는건우리사회가불안정하기때문이라고말한다.한국이처한상황과언어적보수성이‘죄송하지만’이라는말로드러나는것이다.“나의말이‘정상적인’기존질서를방해하는게아닐까걱정할때마다,한국어라는언어생태의보수성을거듭확인하고우리사회의불안정성을절감하게된다.사회적안전함이단도직입적말하기를가능하게한다"(p.86)
말의위계적질서끝에서우리는평등한말하기의어려움을느끼기도한다.연애와애정이남녀,이성으로만제한되고남자의애인은곧바로여친으로치환된다.여기엔소수자의삶과사랑은없다.《표준국어대사전》속불평등한말‘계집’은어떤가.사전뜻풀이파일을열고‘계집’을‘여자’로모두바꾸면되는데이쉬운걸안한다.(p.100)
가장흔한흉기가될수있는말이변하지않으니,사회가변할리없다.언어는약자와소수자그리고생명에대한존중을담을수있는가장작지만큰그릇이다.‘모두를위한평등’은말에서비로소시작된다.
감각과인식이옅어진시대
약한사람들이할일은기억과연대,그리고말하기
“아해다르고어해다르다”라는속담이있다.김진해의《말끝이당신이다》는아해와어해사이에있는오해를풀고이해에가닿으려는말문이다.그는‘1도없다’에서“새로운말맛”을,‘밥맛’이나‘바가지’에서“선을넘는”말의양상을발견한다.말끝이당신이다.말씨도,말귀도,말밑천도,말주변도당신이다.‘말끝’이말의맨끝과첫머리를둘다가리키는것처럼,일상속이상한말들이말벗처럼시종함께하는책이다.참말이다.
_오은(시인)
《말끝이당신이다》는언어에대한앎에서시작해주변을이해하고품기위한하나의시도다.저자는이글을쓰며오로지언어만을바라보다가혹여배제되고소외당한것은없는지끊임없이손을뻗어그가장자리를더듬거린다.더러는시적인문장으로독자의머리와가슴을한번에젖어들게만들고,위트와재치넘치는문장으로권위는덜어내고웃음을더했다.그렇게주변을품고‘(제대로된)말하기로연대’하였으면하는마음을이책에담았다.
감각과인식이옅어진시대,저자는언어의가능성이삶의가능성을넓힌다고말한다.지금,당신심장과가슴에박힌말은무엇인가?“우리각자가말의주인이되어삶의철학을늘탐구할때라야막말,선동,혐오발언이난무하는정치언어에놀아나지않게된다.”(p.28)
책의내용에동의하지못하는부분이많을수록이책은성공이다.책을집어던질정도가된다면대성공이다.말에대한당신의고루한생각에균열이갔을테니까.우리사회는말에대한사유가매우협소하다.문법과맞춤법을벗어나지않는다.어떤것이맞는지를따지는정도.‘맞냐,틀리냐’
는사유가아니다.이견과논쟁이있을수없기때문이다.타인이정해놓은법일뿐이다.사유하기는질문하기다.말이세계와깊이연루되어있고우리의생각을암암리에조종한다면,한번정도시간을내어말을들여다보는것도영쓸모없는일은아닐것이다.
나는하나의관점을갖고있지않다.하나의관점을갖고있지않아서매주글을쓸수있었다.하나의관점만갖고있다면한편의글만쓰면된다.혹여이책을읽고글쓴이가어떤사람일것이라고예측되는바가있다면오산이다.그사람은이미사라졌고,생각은진작에바뀌었다.그러니글쓴이를찾지말고,여러분스스로말과글을둘러싼이세계를독창적으로해석하고의미를부여하고새로운언어를탄생시키시길빈다.
_작가의말:물수제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