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떠나온 세계 : 김초엽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 : 김초엽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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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 문학의 눈부신 미래, 김초엽 두 번째 소설집 출간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지금까지의 김초엽이 SF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소개되는 작가였다면, 지금의 김초엽은 한국 문학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소환되어야 하는 작가가 되었다. “김초엽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세계가 1인치쯤 더 확장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강지희 평론가의 말처럼(제11회 젊은작가상 심사평 중) 김초엽의 소설은 여느 SF가 그렇듯이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공간에서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다른 진실과, 다른 감정, 처음 마주하게 되는 아득한 경이의 순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방금 떠나온 세계》는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동시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미래로 떠오른 김초엽 작가의 소설이다. 20만 부가 판매되었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후 2년여 만에 나오는 두 번째 소설집이기도 하다.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인지 공간〉과 2021 올해의 문제소설로 선정된 〈오래된 협약〉을 포함해 ‘나’와 ‘세계’를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쓴 경이롭고 아름다운 7편의 소설을 담았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섬세한 문장과 꿋꿋한 서사, 그리고 타자에 대한 깊은 사유에 더해 세심한 관찰자로서 낯선 우주 저편의 이야기를 김초엽만의 세계 안에 온전히 담아낸다. 첫 소설집에서는 간접적으로만 그려졌던 사회문제 또한 한 발짝 더 가까이 끌어온다. 김초엽이 그리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살아가지만, 사랑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참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어떤 사회적인 전복을 꿈꾼다. 진짜 내가 되기 위해 동생에게서 도망치고(〈캐빈 방정식〉), 진짜 내가 되기 위해 연인에게 통보하며(〈로라〉), 진짜 내가 되기 위해 정상인들에게 테러를 일으킨다(〈마리의 춤〉). 소외되고 배제된 존재로서의 장애에 대한 은유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드러난다. 〈최후의 라이오니〉의 ‘나’는 결함이 있는 복제 인간이며, 〈마리의 춤〉의 ‘마리’는 태어날 때부터 시지각 이상증을 겪어야 하는 ‘모그’다. 〈로라〉의 ‘로라’는 정신과 몸의 불일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 번째 팔을 이식받고 트랜스휴먼이 되길 선택하며, 〈캐빈 방정식〉의 ‘언니’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다른 이들과는 다른 아주 느린 시간대를 살아가게 된다. 〈오래된 협약〉의 ‘노아’는 겨우 서른 살밖에 살지 못한 채 일종의 정신병을 앓다 죽게 될 운명이며, 〈인지 공간〉의 ‘이브’는 작고 연약해서 ‘인지 공간’에 들어가지 못한다. 〈숨그림자〉의 ‘단희’는 발성기관이 퇴화되어버린 존재다. 하지만, 그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김초엽이 그리는 세계는 결코 차갑지 않다. 《방금 떠나온 세계》의 소외되고 배제된 인물들은 사회의 모순에 맞서며, 사회에 대한 의문을 그치지 않은 채로 지금의 세계를 떠나 더 위대한 세계로 나아간다. 사랑과 이해와 위로가 아닌, 사랑의 힘과 이해의 힘과, 위로의 힘을 보여준다. 방금 떠나온 세계를 잊지 않은 채로, 무한한 세계로의 여행을 떠난다. 유튜브 ‘겨울서점’의 김겨울 작가는 《방금 떠나온 세계》의 추천사에서 “살면서 종종 이 소설집의 어떤 장면들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이 시대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라고도.
저자

김초엽

소설가.1993년생.포스텍에서화학을전공하고,생화학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2017년「관내분실」과「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으로제2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대상과가작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쓴책으로소설집『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원통안의소녀』등이있고,함께지은책『사이보그가되다』가있고,여러앤솔러지에참여했다.2019년오늘의작가상,202...

목차

최후의라이오니
마리의춤
로라
숨그림자
오래된협약
인지공간
캐빈방정식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다읽고돌아서면그가그린세계가자꾸마음을붙잡는다.예감컨대살면서마주하는사회의단면들속에서이소설은불쑥떠오를것이다.씁쓸한현실과과학적상상과단단한마음을김초엽의방식으로너끈히꿰어내고있기때문이다.그가이시대에글을쓰고있다는것이기쁘다.그의글은내어설픈마음의영토를넓혀주는깃발이다.앞으로도그의성실한독자가될것이라는,그리고다른많은독자들이그럴것이라는예감이든다._김겨울(작가)


사랑의입자들을타고낯선세계를떠도는
경이롭고아름다운우주저편의이야기들

“우주에는두종류의멸망이있다.가치있는멸망과가치없는멸망.”_〈최후의라이오니〉
단독임무를부여받아행성3420ED를탐사하게된‘나’와기계들의리더인‘셀’의우정을그린이야기.‘나’는‘셀’과의만남을통해서자신에게있던태생적결함이사실은결함이아닐지도모른다는걸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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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행성에가서그곳에남은자원과정보를회수하고정리하는일을하는용감하고대담한종족인‘로몬’의일원인‘나’는행성시스템의의뢰로탐사할가치가없다고평가받은행성3420ED로향한다.하지만탐사도중3420ED를지배하고있던기계들에게붙잡힌다.기계들의리더인‘셀’은‘나’를자꾸만‘라이오니’라고부르면서,“라이오니,드디어돌아왔구나”라는이상한말을반복하는데…….

“빛은얼마나상대적인것일까?”_〈마리의춤〉
태어날때부터모그였던‘마리’와모그학생은처음가르쳐보는‘나’의이상하고은밀한무용수업이야기.시지각이상증을겪는모그들은춤을추기는커녕감상할수도없다고말하는‘나’에게,‘마리’는모그도춤을출수있다고말한다.“지금까지이세계에맞추려고노력한건우리모그들이에요.당신들이아니고요.”타자화되고대상화된존재인‘마리’의말과행동의이유를들여다봄으로써우리는마리의저항을단순히테러로만볼것인지,아름다움의기준은과연무엇인지에대해생각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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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각이상증을겪고있는‘마리’는플루이드라는보조기계를통해서만타인의움직임을인지할수있다.친구의부탁으로‘마리’에게춤을가르치게된‘나’는태생적모그인‘마리’가과연춤을배울수있을지에대해호기심반걱정반으로무용수업을시작한다.레슨을한지두달이되던날,‘마리’는관객들앞에서공연을하게되었다고‘나’에게선언한다.‘나’는‘마리’의권유로‘플루이드’를체험하게되고‘마리’가춤을배우려고했던진짜이유를알게되는데…….

“사랑과이해는같지않다.진은그것에동의할수없어긴취재를시작했다.”_〈로라〉
세번째팔을이식하고싶어하는‘로라’와그런‘로라’를이해하고싶어서긴취재여행을떠나는‘진’의이야기.우리는‘로라’와‘진’의이야기를통해‘사랑’과‘이해’는같지않다는걸깨닫는다.누군가를사랑하는일은우리를기쁘게하지만,나자신이되는일이야말로인생전체를건모험이라는것도.하지만여전히삶에는사랑과이해모두필요하다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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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위치와움직임을감지하는고유수용감각이어긋나버린‘로라’는어느날,‘진’에게뇌의잘못된지도와몸의불일치를치료하기위해세번째팔을이식받겠다고통보한다.사랑하는연인이내린결정앞에서혼란스러워하던‘진’은‘로라’를이해하기위해긴취재여행을떠나게되고,‘트랜스휴먼연합의회장’과‘과잉사지연구자’등을만나는데…….

“아니,난여기속하지않아.”_〈숨그림자〉
발성기관이퇴하하여호흡으로대화를하는숨그림자사람‘단희’와부서진우주선과함께얼음밑에서깨어난원형인류‘조안’의불완전하지만아름다운소통,사랑,이별의이야기.지연속에서이루어지는‘단희’와‘조안’의불완전한대화를통해언어로는결코포착할수없고,언어로는절대옮길수없는것들에대해서생각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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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극지방을조사하러간탐사대에의해얼음아래있던수백개의캐빈이발견된다.손상되지않은캐빈은단한대였고,‘조안’이라는소녀만이죽은것이나다름없던오랜잠에서깨어난다.연구원들은원형인류의존재를감추기위해‘조안’을유전자보관소격리실에가둔다.‘단희’는연구소에출근한첫날,격리되어있던‘조안’을만나게되고의미통역기를통해첫대화를시도한다.그렇게유리벽을사이에두고둘의대화가시작되었지만,그들사이에는이중통역이라는장벽이있었다.발성기관이퇴화한숨그림자사람‘단희’와숨그림자사람들의입자언어를배우는게불가능한원형인류‘조안’은숱한장애물속에서소통을이어나간다.그리고어느날,‘단희’는‘조안’을돕기위해의미합성기계를만들어내지만,‘조안’은행성밖으로나가기위한우주선복원프로젝트에‘단희’모르게참여하는데…….

“우리에게주어진삶의시간은,이행성의시간을잠시빌려온것에불과하다는사실이지요.”_〈오래된협약〉
‘벨라타’행성의사제인‘노아’가‘벨라타’를탐사하고떠난지구인‘이정’에게띄우는편지형식의이야기.‘노아’는‘이정’이떠나고난뒤에야비로소,‘오브’와‘벨라타인들’사이에존재해온‘오래된협약’에대해고백한다.소설은금기시되고기피되는이상한생물인‘오브’를통해과학지상주의로가득한지구인으로서는결코알아차릴수도이해할수없는‘대안적삶’의모습을보여준다.인간과는다르게더없이긴시간을살아가는‘오브’의모습에서우리는‘공존’의의미에대해다시금고민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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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타’의사제인노아는지구에서온탐사대원‘이정’을맞아벨라타의이곳저곳을소개한다.특히,오브의들판에들러누구도‘오브’라는생물을만지거나먹어서는안된다고경고한다.한편,‘이정’은지속적인탐사끝에벨라타사람들의평균수명이스물다섯해를넘기지못하는비밀을알아낸다.바로,‘오브’가뿜어내는루티닐이라는물질이벨라타인들의건강에치명적인영향을미치고있었던것.‘이정’은노아를찾아가수명을연장하기위해서는‘오브’를먹어야한다고말하지만,노아는절대금기를깰수없다고말하는데…….

“가야해요.이브를위해서가아니라,우리를위해서예요.”_〈인지공간〉
‘인지공간’의관리자인‘나’와작고약한몸으로태어나‘인지공간’에들어갈수없었던‘이브’의우정과갈등을그린이야기.‘이브’의죽음을통해‘나’는결국인류의모든지식이담겨있다고여겨지는‘인지공간’을떠나기로한다.그건이브가말하던‘우리의기원’을찾는일이었고,‘이브’를기억해내는일이기도했다.우리는‘이브’를통해‘인지공간’,즉완전하고정상이라고여겨지는지금의세계가차마다담지못하는사소하지만소중한기억들에대해되돌아보게된다.우리가잊었고,어쩌면지금이순간도우리에게서잊혀지고있는것들에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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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공간’은유기체뇌의한계를넘어지식이영구보관되도록돕는큐빅시스템이자공동지식구역,또는격자구조물을뜻한다.‘인지공간’에는정교한자연의이치와세계의놀라운구조,세계의모든아름다움이담겨있고,신화들이대를이어전승된다.오직‘인지공간’을통해서만지식은전승되고남겨진다.하지만,또한공동지식은어린시절간직했던차이와,서로의다른기억을잊게만들며,행성밖으로는나갈수없게막는존재이기도하다.
태어날때부터몸이작고연약해서‘인지공간’에들어갈수없었던‘이브’는끊임없이인류의기원이행성밖에있다고믿으며,인지공간밖을탐험하던중에들짐승에의해죽고만다.반년뒤,이브의집을찾게된‘나’는이브의방에서‘스피어’라는휴대가가능한작은인지공간을발견하는데…….

“우리우주는수많은주머니우주를가지고있다.”_〈캐빈방정식〉
갑작스러운사고로인해다른시간을살아가게된자매,언니‘현화’와동생‘현지’의이야기.
둘은함께관람차에오른다.현지는관람차를타러가면서다시는동일해질수없는언니와자신의시간에이질감을느낀다.그러나정상에다다른캐빈안에서‘주머니우주’를발견하는순간,마침내둘의시간이평행하다는걸이해한다.같은공간에있지만다른시간을살아가야하는자매가함께관람차에올라‘주머니우주’를목격하는이야기는,사랑과이해야말로우리가살아가는시공간의개념을확장케하는열쇠일지도모른다고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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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적시간거품’을연구하는전도유망한물리학자였던‘언니현화’는불의의사고를당해시간지각능력을잃고다른사람들보다느리게살아가게된다.치료도중‘고마워.사랑해.더견딜수없었어’라는메시지만을남긴채사라진‘현화’는몇년이지나서야‘동생현지’에게편지를보내울산의한낡은공중관람차의조사를부탁하는데…….

무수한세계를여행할당신의행복을기원하며

“무언가를이해하기위해글을쓰지만,거의항상실패하는것같습니다.”2019년웹진〈비유〉에소설〈로라〉를실으며남긴김초엽작가의말이다.무언가를이해하기위해글을읽는사람들,그리고거의항상실패하는사람들에게이소설집은분명큰위로가될것이다.우리가평생을달려도절대로닿을수없는어떤세계가있다는것을아는것은중요하다.이소설집에는우리의우주가있고또한그들의우주도있다는다정하면서도고독한선언이담겨있다.하나의세계가되기보다는,사랑과이해로두개의세계로남는것의아름다움도.《방금떠나온세계》를읽고있으면사랑은하지만이해는할수없는우리의친구와가족,연인들이생각나고,소설의끝에다다라서우리는그들이있는세계를떠나무수한세계를여행할용기를얻게된다.남겨진그들과떠나온우리의무수한행운을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