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의 시간(큰글자도서) (김유원 장편소설)

불펜의 시간(큰글자도서) (김유원 장편소설)

$29.00
Description
2021년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승자와 패자, 승률과 방어율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기지 않음’을 택한 세 사람의 이야기
야구라는 스포츠 서사의 외연을 넓힐 문제적 소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장강명의 《표백》,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서수진의 《코리안 티처》 등 1996년 제정되어 오랜 시간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한겨레문학상이 스물여섯 번째 수상작 《불펜의 시간》을 출간한다. 심사를 맡은 전성태 소설가로부터 “선명한 인물들, 선 굵은 서사”가 시원하다는 평을 받은 수상자 김유원은 〈개청춘〉(공동연출),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의자가 되는 법〉 등을 연출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불펜의 시간》은 야구라는 스포츠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얽힌 세 사람이 무한경쟁 시스템 안에서 부서지며 겪는 성장의 시간을 담은 옴니버스 소설이다. 206편의 유수한 경쟁작을 뚫고 당선된 《불펜의 시간》은 문학상 심사 당시 “야구라는 주제를 각 인물의 이야기에 걸맞게 직조해내는 균형감”이 뛰어나고, “스포츠 서사에서 익숙한 자기 성장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적 관점으로 흡입력 있게 뻗어나가”며 기존의 소설과 다른 저력을 뽐내는 작품으로 단단한 지지를 받았다.
심사위원인 정용준 소설가는 이 소설이 “한때는 MVP였지만 지금은 불펜의 시간을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면서도 “역전 만루 홈런” 같은 전형적인 서사를 탈피함으로써 “극적인 엔딩을 넘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또한, 오혜진 문학평론가는 추천의 말에서 “승부, 성과, 특종이라는 명목으로 무한경쟁과 소수의 독식을 정당화하는 사회, (…) ‘이게 나라냐’라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 이 ‘폐허’에서 개인은 뭘 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일깨운다는 점에서 《불펜의 시간》을 문제작으로 꼽았다.
한 편의 영상을 보듯 촘촘히 짜인 서사, 생동하는 인물들, 섬세하고 박진감 넘치는 문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작가의 이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저자

김유원

1982년경상북도청도에서태어나대구에서자랐다.2007년부터2011년까지여성영상집단‘반이다’로미디어활동을했다.2009년〈개청춘〉(공동연출),2011년〈그자식이대통령되던날〉,2014년〈의자가되는법〉등의다큐멘터리를연출했다.의자처럼살고싶었으나불가능하다는걸깨닫고소설을쓰고있다.무너지지않고나아가는힘에관심이있다.

목차

1부
준삼
혁오
기현
선수
사막
생존주의
일부러던지는공
불펜의시간1
불펜의시간2
불펜의시간3

2부
여름휴가
0B0S
진루
왈왈
플레이볼
작아서단단한것

에필로그|외야에서

작가의말
추천의글

출판사 서평

“이기는게중요할까?얼마나중요할까?무엇보다중요할까?”
우리는모두불펜의시간을살고있다!

불펜(bullpen)이란야구경기장내투수가연습하는공간인동시에,투우경기전소들이대기하는곳이라는어원을따라노동자들의공간으로은유되기도한다.프로야구선수,증권회사직원,스포츠신문기자.얼핏접점이없어보이는소설속이야기가한데모일수있는이유또한,등장인물모두가자신이몸담은조직세계의부조리에부딪히고깨지며불펜에들어서게되는사람들이기때문이다.

하나.혁오의이야기
혁오는고졸최고연봉을받으며프로에입단한장래유망한야구선수다.다양한제구,완벽한투구폼,배려심넘치는인성을갖춘선수.하지만,입단후뜻하지않은사고로트라우마를겪게되고,선발을잡지못한채중간계투로살아가게된다.이런상황에서한스포츠신문기자가완벽한투구폼에도불구하고볼넷을남발하는혁오를향해승부조작의혹을제기해온다.

타이푼의권혁오는이기는경기에서계투로나와1이닝,많으면2이닝을아주잘던지는선수였다.하지만점수가1,2점차로박빙인경기나경기를마무리지어야하는9회에등판하면딴판이었다.아마추어선수보다못한제구력으로볼넷을남발했다.멘탈이약한선수,승리를지킬수는있지만,승리를만들어내지는못하는투수,장점과한계가명확한투수의대명사가권혁오였다._본문중에서

둘.준삼의이야기
준삼은혁오의중등야구부동창이다.혁오의아름다운투구를동경하던준삼은고등학교진학과함께야구를그만두고증권회사에취직한다.사내몇안되는공채사원이었던준삼은계약직여직원에게가해지는회사의부조리를알고도묵인하거나,사측노조의편의를누리면서안정적인직장생활에조금씩안주한다.그러던어느날복수노조간의갈등으로불거진회사구조조정문제에휘말려,준삼은퇴직자선정에사용될동료평가서제작업무를도맡게된다.

예외적으로살자신이없고,독보적으로살자신도없었기에준삼은사회가제시하는틀에자신을맞췄다.선생님,교수님,사장님중누구의지시도거부하지않았다.이렇게살면대리가되고,과장이되고,부장이될것이다.뻔한삶이었다.준삼은뻔함이주는안정감을가능한한오래누리고싶었다.문제는악취였다.사회생활을하다보면구린내를맡게될거라고예상은했지만,이렇게까지썩은내가날줄은몰랐다.월급이주는안정을누리려면월급과세트로묶인악취와모욕도견뎌야했다.하지만준삼은그모든걸잘견뎌볼작정이었다._본문중에서

셋.기현의이야기
기현은초등학교야구선수였지만,여자야구부는없다는이유로야구선수의꿈을포기하고스포츠신문기자가된다.신입때부터특종을터뜨리며‘스포츠신문최초여자편집장’이되겠다는야심을키워가던기현은두번째특종을잡기위해야구계승부조작을파헤치게된다.브로커를통해프로선수들의승부조작녹음파일을입수한기현은이상하리만치볼넷이많은혁오의비밀에다가가게되지만,결국자신이속한신문사내부비리에발목을잡힌다.

회사에선일찌감치대박을터뜨린신입기자에대한기대가높았다.신입이맡지않을법한일들이기현에게주어졌다.시기도많았다.도대체뭘바라는애인지모르겠다는게기현을향한선배들의평이었고,뭐라도된것처럼나대는꼴이재수없다는게동기들의평이었다.기현은그들의상사가될미래를그리며두번째특종을위해매일밤김승일이지목했던다섯선수의경기결과를확인했다.권혁오를주시했다._본문중에서

넷.진호의이야기
진호는혁오와어릴적부터함께야구를해온뛰어난타자였다.혁오를‘라이벌’로생각하던진호에게혁오는눈엣가시같은존재였다.엄마친구의아들,운동선수출신인엄마가감탄에마지않는야구선수,태어날때부터절대따라잡을수없는존재.하지만고등학교에진학하면서자신의타격이더는혁오를상대할수없음을깨달은진호는꼬일대로꼬여버린마음을혁오의험담으로풀어내며주체할수없는열등감에빠진다.결국,프로데뷔를위한고교전국체전결승전에서진호는혁오에게완봉승을당하고,다음날불의의죽음을맞는다.

혁오에게당한삼진은발가락을동원해도다꼽을수없었다.일방적인승부였다.엄마가혁오를칭찬할수록,엄마를실망시켜선안된다는압박이강해질수록혁오를향한진호의마음은꼬였고,꼬인마음은혁오의뒷담화로이어졌다.진호는혁오의험담을하면할수록고립되는기분을느꼈지만,험담하지않고는견딜수가없었다.진호의기록이나빠지고있다는건모두가알았다.하지만진호의시야가혁오에게로만좁혀지고있다는걸알아차린사람은아무도없었다._본문중에서

소설속에서의불펜은보통의스포츠서사가그렇듯성공을위한도약의장치,절정을위한연기(延期)의시간으로그려지지않는다.작가는삶에서확실한선발이되기를,승자가되기를강요하는무한경쟁사회를살아가는우리에게필요한것이있다면그것은,“자신에게넘어온것을온전히다음으로이어준다는감각에집중하는시간”이라고말한다.그렇게“보장된성공을거부하고자발적실패를획득함으로써시스템에균열을만드는”혁오,준삼,기현의모습은,우리가꼭인생의선발로만마운드에오를수있는건아님을알려준다.

“경기는끝나지만삶은끝나지않는다”
자기만의리그를만들며나아가는사람들의이야기

《불펜의시간》은경쟁에서실패하고도자기만의삶을쟁취해나가는세사람의이야기다.그모습을보다보면조금은부러워지기도하는데,소설이그려낸경쟁바깥의세계가지금우리의현실을돌아보게하기때문이다.일부러볼넷을던지는혁오,불안장애를앓으며구조조정위기에처하게되는준삼,온갖루머에시달리면서도특종만을좇던기현은성과가중시되고성적이매겨지는사회시스템안에서확실히패하고만다.그들의실패는어김없이등수가찍혀나오는우리의현실,스트라이크존처럼성공과실패가‘엄격히’구분되는일상과공명하며우리를낙담케한다.그러나소설은거기서끝나지않는다.“마운드를향하든,마운드에서내려오든,마운드에서지못하고다시벤치로돌아가든,삶은엔딩없이이어지는끝없는이야기와같다”라는정용준소설가의말처럼,볼넷을던지고도만족하는혁오,불안장애를앓고도내면의고유한아름다움을되찾는준삼,회사밖에서특종이아닌진짜진실을좇는기현은자기만의방식으로,자신에게주어진실패를관리하며계속해서삶을이어나간다.소설을읽다보면‘나만의리그’로형상화되는그들의‘의연한아름다움’이우리마음속에도자리잡아감을느끼게된다.
‘나는왜이것밖에안될까’라는숱한후회와자책과실패들,성적을비관한자살,과로로인한죽음,불안으로인한번아웃,재난으로인한위기감등일상곳곳에서비명이들려오는현실속에,《불펜의시간》이제공하는공간한편은얼마나따뜻하고아늑한가.그안에서승부를잊기위해노력하는시간은또얼마나값진가.그어느때보다무너지지않는힘이절실한오늘날,소설이끝나도끝나지않을독자의삶에《불펜의시간》이더욱돈독한위로가되리라기대해본다.

추천사
《불펜의시간》은용서할수없는나를용서했던그순간으로돌아가,용서하지말자고말한다.더이상자신을용서하지않겠다는의지는서로에게전해지고모인다.광장을채우고출렁이기도하지만각자의마음을펴주기도한다.그러면때때로조금쯤은무엇인가바뀌기도한다.아무도주목하지않을지라도,매일혼자던지는작고단단한공하나의크기만큼세계는아름다워진다.-김건형(문학평론가)

여전히그들의이야기를실패담으로불러야한다고생각한다.그들을상처입히고모욕하고비난한시스템을버리고그바깥에서얻는의연한아름다움이어쩐지슬프기때문이다.《불펜의시간》은선의를지키고진실을얻기위해각각혼자가될수밖에없는고독과,그들을밀어내고도여전히건재한세상의구조를동시에바라보게한다.시스템의안과밖을향해동시에열린이시야를얻기위해우리에게‘불펜’이필요한것아닌가.-서영인(문학평론가)

《불펜의시간》은세계와대결하는청년들을두고마냥응원할수만은없게하는세계의끝에우리가도달해있음을말한다.이것이이소설이문제작인진짜이유다.-소영현(문학평론가)

“이게나라냐”라는비명이이곳저곳에서터져나오는이“폐허”에서개인은뭘할수있을까.-오혜진(문학평론가)

소설은세상엔선발투수만있는게아니라는것을말해준다.박진감넘치는서사가주제를향해묵직한직구를던진다.그직구의문장들을읽고나면볼을던질수밖에없는혁오가오래마음에남는다.야구란후회를관리하는게임이라는오래된명언을떠올리자혁오가자신만의리그를만들고그안에서혼자싸워야하는이유를조금이나마알것같다.같은경기를해도다른리듬안에있는혁오는얼마나외로운선수인가.-윤성희(소설가)

젊은인물들이세파에깎이고꺾이는이야기와더불어그실패의감각들까지내버리지않고광장에모아내는작가의산문정신에신뢰가갔다.-전성태(소설가)

한마디로‘한때는MVP였지만지금은불펜의시간을사는인물들의이야기’라고할수있겠다.자신의삶이성공했다고여기는사람이몇이나될까?오늘을정점이라고믿는사람이과연있을까?어찌보면우리모두불펜의시간을살고있다.-정용준(소설가)

보장된성공을거부하고자발적실패를획득함으로써시스템에균열을만들어내는사람들,기어이이기지않으려는그들의고투를읽다보면삶은승자와패자,승률과방어율같은것으로구분되는게아니라는사실을새삼수긍하게된다.-편혜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