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18.37
저자

최혜진

서울에서활동하는작가이자잡지편집자입니다.그림과그림책을보면하고싶은말이많아집니다.『우리각자의미술관』,『유럽의그림책작가들에게묻다』등을쓰고,『빈센트반고흐』와『프리다칼로』,『클로드모네』를우리말로옮겼습니다.

목차

-작가의말
-권윤덕:과정으로존재하기
-소윤경:의문문의쓸모
-이수지:놀이가태도가될때
-유설화:인정욕구에게질문하기
-고정순:바닥에서선택한웃음
-이지은:자립을위한흔들림
-유준재:기다림이라는의지
-노인경:작고사소한기쁨의목록
-권정민:자리바꿈의이유
-박연철:주변부에서꾸는꿈

출판사 서평

“눈에보이는현실이전부가아니야.
더자유롭게비틀고꿈꾸기를.”

권윤덕,소윤경,이수지,유설화,고정순,이지은,유준재,노인경,권정민,박연철…

어둠속에서도꿋꿋이뭔가를하며,
자신만의창작세계를만든작가10인의‘돌파하는힘’

총열명의작가들이풀어내는‘돌파하는힘’에대해읽다보면독자들은지나간시간의서글픔보다는나도모르게굳어버린생각과습관을깨달으며,머리를한대맞는느낌이들지도모른다.“사는게그렇지,해보나마나야”라는자세를고쳐먹고,다시금허리를꼿꼿이펴게되는순간들이책의곳곳에있다.

대식구가쌓아둔설거지를하고나면손이덜덜떨렸지만,그림을그리겠다는일념으로,순간을살아낸권윤덕작가.지금의나를먼미래의나와연결시키는상상속에서‘과정으로존재하기’를실천할수있었다.《만희네집》《피카이아》《꽃할머니》등점진적으로세계관을확장해온권윤덕작가의중심에는결과보다는과정이숨어있다.“어떤생명이든아무리상처입어도댕강잘리지않은이상은심지가버틸수있어요.감아주면살아날수있어요.”

‘어이상한데?이게정말그림책이맞나?’‘대상을낯설게바라보기’를시도하는소윤경작가의그림책에는비호감으로여겨지는존재가사람과마음을나누고(《콤비》),이게(동물의‘살’)정말맛있는건가?(《레스토랑sal》)하는의문을품게한다.소윤경작가가가진고유의돌파하는힘은‘의문문의쓸모’를인식할때발휘된다.“도식을취한다는건그것에대해더이상생각하지않겠다는뜻이에요.제가아이들에게보여주고싶은그림은도식을배반하는그림이에요.작가의고유한시선이전해지는그림을아이들이더많이보았으면해요.”

한국최초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상최종후보에오른이수지작가는놀이가품은창조적힘을잘안다.‘경계3부작’으로불리는《거울속으로》《파도야》《그림자놀이》는아이가서서히놀이에빠지는과정을보여준다.시도하고탐색하며결국원하는것을얻는것은,바로놀이를통해서다.감각을최대한열고즐기겠다는각오,실패나거절을시뮬레이션하며계획하기보다순간의힘을믿는것.놀이는돌파의순간과비슷하다.“무언가를진지하게바라고희망하고있다는뜻이다.”

“남들이알아주지않으면의미가없는걸까?”남에게인정받고싶은욕망과씨름하다제풀에꺾이는순간이우리에겐없을까?유설화작가는‘인정욕구에질문’한다.인정욕구로괴로웠던본인의이야기를《슈퍼토끼》를통해경주에서졌지만결국자신은뛰어야만하는존재임을깨닫는주인공의이야기로풀어냈다.“언제나주목받을수는없어.무대위에설때도있고,응원석에서박수를보낼때도있는법이야.결점많고답답해도이게나야.현실을직시하고여기에서부터해보자.”

《철사코끼리》《어느늙은산양이야기》등을집필한고정순작가는모든순간을놓아버리고싶을때오히려‘훗’하고웃기를선택했다.책의90%가얻어맞는장면인고정순작가의《가드를올리고》에서주인공인무명복서는정신없이얻어맞는와중에도엷게웃는다.‘바닥에서선택한웃음’은결국어떻게해서든살아남게하는힘이다.“이런웃음은행복의원인도결과도아니다.태도다.방향성에대한선택이다.조건없이삶을사랑하고,단서를달지않고생을붙들기로결심한사람의의지이다.”

“너는커서화가가되렴.”2021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라가치상을수상한이지은작가는아버지의한마디에그림을시작했다.훗날그리기에대한알수없는저항감에스스로를재정립할시간을가졌고,그때본인이정말좋아하는것을깨달았다.그림체와내용도바뀌었다.이리저리흔들리고넘어지며나로성장한이지은작가의돌파하는힘은‘자립을위한흔들림’이었다.《이파라파냐무냐무》《팥빙수의전설》속스스로생각해보고,주체적으로나아가는주인공들을만든계기다.“(《팥빙수의전설》속주인공할머니는)‘아,그렇구나,일이벌어졌구나.그럼겪어야지.지나가야지.’라는식으로반응해요.제가닮고싶은삶의태도예요.”

수백개의아이디어중단한개만살아남더라도그림책작가들은틈만나면메모를하고그림을그린다.《시저의규칙》《파란파도》《균형》을집필한유준재작가역시손닿을때마다메모를하고,한장의그림을위해수십,수백장의그림을그린다.단한장의원하는그림이나오기를기다리며,‘기다림의의지’로다시한장을그려나간다.작가에겐이시간이두렵지만설렌다.“제가가장많이곱씹는단어가두려움이에요.새작품에들어갈때마다긴장되고무서워요.그러다‘어?혹시이렇게하면될까?’싶은아이디어가떠오르면두려움속에서설렘이피어나요.저는두려움과설렘이같은단어라고생각해요.”

육아를하며틈틈이그림을그려야했던노인경작가는,도구를최소화해그림을그려나가는법을배웠다.“단순하고반복되는날들의차이를발견하고”매일에벌어지는사건속에서‘작고사소한기쁨의목록을꾸려나가며,이를《나는봉지》《사랑해아니요군》등의그림책으로엮었다.“문제는당연시하는마음이었다.내일또하루가주어지리라넘겨짚은어리석음,편안한잠자리를당연시한교만(…)작고사소한기쁨의목록을이어갈줄아는사람에게는그무엇도당연하지않다.”

‘입장바꿔생각하기’는쉽지않다.도심에출몰한멧돼지에게,낮은자리에서뿌리를내리고사는식물에게감정이입을하는건더더욱어려운일이다.《지혜로운멧돼지가되기위한지침서》《우리는당신에대해조금알고있습니다》《이상한나라의그림사전》등을집필한권정민작가는,나와우리,인간과동물의자리를바꿔가며그림을그린다.“우리뇌는익숙한패턴대로생각하는경향이있어서반대되는정보가들어오면불편함을느껴요.흔히입장바꿔생각해보라고하지만,연습하지않으면관성대로현상을바라보게돼요.(…)입장바꾸기는뇌의저항을이겨내야하는어려운일이고,부단한연습이필요해요.그렇게자리를바꾸면새로운시선이열려요.자리를바꾸어보면원래알던것도다르게느껴지고요.”권정민작가가그림책에서풀어낸‘자리바꿈의이유’다.

《떼루떼루》로2011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라가치상을수상한박연철작가의그림책의중심에는‘전복’이있다.중심에있는사람들의허위의식을고발하고,주변부사람들이앞장서서일을해결한다.《어처구니이야기》《피노키오는왜엄펑소니를꿀꺽했을까?》에‘주변부에서꾸는꿈’이야기를담았다.박연철작가는기득권의논리에서비켜난생각으로다른가능성에대한상상을멈추지않는다.그고유의돌파성으로자신만의창작세계를만들어나간다.“저는창의성이변주능력이라고생각해요.익숙한재료를손에쥐고섞어보며발상을하면백지에서시작할때보다관념의덫에서벗어나기좋아요.혼종과뒤섞기는기성의틀을비껴가면서자기다움을발견하는좋은방법같아요.”

10명의그림책작가들은좌절,실망,모욕,상실,상처가필연적인세상에서,그럼에도이세상은살아볼만한곳이라는믿음을준다.오늘도그림책작가들은‘믿음혹은희망’이라는단어에담긴무수한의미를그저한장의그림에담기위해그릴뿐이다.“세상은안변해.”다음에올사람에게이같은절망적인말을남기지않기위해서.“앞으로그림책은우리가향해야할목적지를눈에보이게할것이다.현실의제약과한계를훌쩍넘어더나은곳을향한상상을쉬지않고이어갈것이다.이토록강인하고담대한그림책의목소리가담장너머먼곳까지나아가면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