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움과 너의 아름다움이 다를지언정 (최현우 산문집)

나의 아름다움과 너의 아름다움이 다를지언정 (최현우 산문집)

$15.00
Description
이 책의 제목인 《나의 아름다움과 너의 아름다움이 다를지언정》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마음, 또 하나는 세상에서 ‘나와 너의 우열을 가리려는 자’들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의 소외된 자들의 눅진한 슬픔의 기억을 그러모아 조금이라도 고통을 나누고픈 시인의 노력.
시인은 이 책의 첫 번째 장에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오는 고통을 이야기한다. 불광천 천변을 따라 걷다가 죽음이 만든 가상의 형체와 싸우기도 하고, 한없이 함께 웃고 기억을 떼어 나누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야간 진료실에 갈 정도로 몸이 아프기도 한다. 장마가 지나가는 어느 새벽에는 사랑하는 이를 잊기 위해 도저히 걸어서는 갈 수 없는 집까지 폭우를 끌어안고 걸으며 물에 젖은 자신의 신발을 벗어던진다. 떠나보낸 이가 남긴 감자조림을 집어먹으며 몰래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아버지를 상실해 비어버린 사촌동생의 마음의 공간을 함께 메우며 그와 아이스크림을 나누기도 한다.
인간은 어쩌면 불행과 슬픔을 위해 태어난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자신의 곤궁함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곤궁함으로 투신하는 식으로 삶을 애처롭게 이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인은 그렇게 자신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 방식으로 세상의 슬픔을 간직해왔지만 끝내 그 사나운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누군가와 함께 앉을 수 있는 빈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없는 대답을 찾으려 헤매다가 끝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괜찮다고, 용기의 일일 것이라며 그의 내면의 단단함을 이 책에서 보여준다.
저자

최현우

1989년겨울에태어났다.추계예술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14년조선일보신춘문예시부문으로당선하며등단했다.시집《사람은왜만질수없는날씨를살게되나요》가있다.여전히한밤중에글을쓰고아침에잠드는야간생활자이며,무언가생각할때입술을뜯는버릇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들어서며

1저마다의삶이각자의마음을앓고있을때
침묵
만남
천변에서
가만히,중간
야간진료
장마가사람을지나가는이유
옛날노래는다잊었지만
푸르지않아도우리들은자란다
슬픔이지나간자리
어려운부탁
젊음과늙음
인터뷰


2돌덩이를쪼개는식물의뿌리처럼
상계동-그의전부
한겨울밤의꿈
사월에꽃이지면
사랑이아니라말하지말아요
우리의빙하가녹는다는것
봄날의개를좋아하세요?
마지막역할
2019년12월29일
서로의냄비를끌고서
그겨울의해프닝
연애편지-은지에게
우리는모두한번쯤상계동에살았겠지요

3무의투명함을기다리는마음으로
인간이라는것
조금씩,아주조금씩
손목
미옥누나에게
껴안는모습
노동이라는형벌
나는여기서내리지않는다
나는너를원해JeTeVeux
공평한날씨는없다는것
하얀곰돌이
자폭
지금부터는
다짐
일요일
가장깨끗한절망
저린어깨
2021년5월31일

나가면서

출판사 서평

“나의아름다움과너의아름다움이다를지언정,
너의무릎이꺾일때나는언제까지고함께꿇는무릎이고싶다”

《사람은왜만질수없는날씨를살게되나요》
최현우시인첫산문집

지난해첫시집《사람은왜만질수없는날씨를살게되나요》로많은사랑을받았던시인최현우.그가등단7년여만에첫번째산문집《나의아름다움과너의아름다움이다를지언정》으로독자들을찾아왔다.이책은시인이스무살무렵부터서른즈음까지마음속깊은우물에꽁꽁숨겨왔던가냘픈통증과절망을가장평온하고깨끗한방식으로벼려길어올린산물이다.책에실린42편의글들은총3부로나누어‘혼자’로시작해‘타인’,그리고‘우리’로끝나는책으로엮고자했다.
시인은봄에꽃이피면우울해지고남들이꽃놀이갈때집에서이불을뒤집어쓰는기질을천형처럼여기며살아왔다.또한자신의삶에스스로순종할것인지,어쩔수없이남에게복종할것인지골몰하느라많은날을뜬눈으로지새웠다.그렇게세상의불의와타자의고통을제살갗의쓰린상처처럼아파하며무너졌던날들이오히려시인을지금처럼단단하게만들었다.시인만의웅숭깊은문학세계를만들고,사랑하는이에게바치는아름다운연서를써내려가게했다.시인은그을음눌어붙은이십대시절을지나몇번의계절이더흘러가는동안자신에게일어났던환희의순간과안도의방식을이순정한산문을통해독자들에게나눌것이다.

“나는차라리운명과내통하는사람이고싶었다.나의의지와는상관없이삶의안쪽으로갑작스레쳐들어오는모든슬픔과아픔,기쁨과즐거움앞에서스스로영혼의향방을결정할수있는사람이고싶었다.물고기가그물치는어부의손에서벗어남과같이,사슴이사냥꾼의올무에서떠나힘껏뛰며숲속으로도망침과같이,스스로구원하라.그러나지금까지나는도망쳐야할곳에서맥없이주저앉거나도망치지말아야할곳에서뒷걸음질치며살아온것같다.그후회를극복하지못할때마다조금씩글을적었다.”_작가의말중에서

“저마다의삶이각자의마음을앓고있을때,
작은통증들이모여만든도시가매일밤빛으로욱신거린다”

슬픔과불행의섬세한탐색자가
써내려간환희와안도의문장들

이책의제목인《나의아름다움과너의아름다움이다를지언정》에는많은의미가있다.하나는사랑하는연인을위한마음,또하나는세상에서‘나와너의우열을가리려는자’들을향한날카로운비판,그리고마지막으로세상의소외된자들의눅진한슬픔의기억을그러모아조금이라도고통을나누고픈시인의노력.
시인은이책의첫번째장에서‘자신을사랑하지못해’오는고통을이야기한다.불광천천변을따라걷다가죽음이만든가상의형체와싸우기도하고,한없이함께웃고기억을떼어나누던사람에게배신을당해야간진료실에갈정도로몸이아프기도한다.장마가지나가는어느새벽에는사랑하는이를잊기위해도저히걸어서는갈수없는집까지폭우를끌어안고걸으며물에젖은자신의신발을벗어던진다.떠나보낸이가남긴감자조림을집어먹으며몰래울음을터뜨리기도하고,아버지를상실해비어버린사촌동생의마음의공간을함께메우며그와아이스크림을나누기도한다.
인간은어쩌면불행과슬픔을위해태어난존재들일지도모른다.어떤이는자신의곤궁함을피하기위해또다른곤궁함으로투신하는식으로삶을애처롭게이어나가고있을지도모른다.시인은그렇게자신을고통속에몰아넣는방식으로세상의슬픔을간직해왔지만끝내그사나운시간이지나가고나면누군가와함께앉을수있는빈자리가생긴다는것을알게됐다.그리고어쩌면영원히없는대답을찾으려헤매다가끝날수도있겠지만이제는괜찮다고,용기의일일것이라며그의내면의단단함을이책에서보여준다.

“시간은상실로비어버린마음의공간을덮어감추기도하지만,어떤상실은끝내살아가면서계속해서구멍이나기도한다.마치도로위의싱크홀처럼.행복의문제도,불행의문제도아니다.사람이타고태어나는성격의건강함도문제가아니다.슬픔을이해받지못하는자들은세상을사납게살아간다.슬픔은사람에게그런식으로자국을남기기도하니까.다만,사나운시간이지나가고나면,그빈자리에누군가와함께앉을수있는의자가놓이기도한다.조용히누군가와앉아서아이스크림하나라도나눠먹을수있는그자리가.”_46~47쪽

“어떤불행은돌덩이를쪼개는식물의뿌리처럼
시간을따라천천히,사람의마음을쪼갠다”

타자의가냘픈고통을껴안으며
자신의무릎을내어주는예술가의삶

시인은표현하지않고서는도저히버틸수없는이사회의고통을두번째장에서미메시스적으로풀어나간다.그시작은시인에게늘복합적인감정을안겼던아버지로부터였다.온전치못한가정에서태어나할머니의손에서자란아버지,연탄불을갈다한쪽눈을잃어버려생애내내차별당하며억울한삶을살아왔던그.시인은수도없이아버지를미워하고불쌍해했지만자신의슬픔을삼키느라모두를슬프게했던그를보며자신은절대그러지않을것이라다짐했다.
그래서인지시인의글에담긴절망과슬픔은늘내면을향한슬픔이아니라밖을향한슬픔으로돋아나있다.시인은‘상계동’이라는그늘진공간에서유년시절을보냈을때의이야기를하기도하고,이따금말을걸어오던‘일진’친구가어느날오토바이사고로죽었음에도쉬쉬했던학교의분위기를떠올리며현재까지복잡미묘한감정에빠지기도한다.《이방인》의주인공뫼르소를떠올릴때면고변희수하사를끝내외면했던세상에서“나역시도당신의아픈세상의일부여서정말미안하다”며고통스러워하고,꽃피는‘4월’을떠올릴때면세월호사건과제주4·3항쟁,4·19혁명등시대와사람에게많은비극을안긴‘사월死月’에서벗어나,살아있는모두에게모래위에비친예쁜달그림자인‘사월沙月’이되었으면좋겠다고소망한다.겨울의자선냄비앞에서는큰냄비에노끈을달아어린아이들을태워다니는시리아난민이떠올라아파한다.그렇게시인은예술가로서의인식을게을리하지않으며,언어속에자기를내던져단순한유희나자의적인것이아닌‘추함의메타포’를담은글을통해고통에정면으로맞선다.세상에‘복종’하기보다제스스로‘순종’하며타인이꿇는무릎옆에자신의무릎을내어주며함께하는방식으로삶을이해하고자한다.

“아무리가려서감춘다고할지라도우리는상처받기이전으로돌아갈수없다.가끔,삶에시간을덧발라서우리는스스로를속이기도하겠지만,나와당신의행복은어쩌면이미세상에없는희망일지도모르겠다.그러니까삶이우리에게형벌이라고,무너지고부서지고가끔은주저앉아울면서허물어져도괜찮겠다.그럼에도다음,다
음으로.눈물을닦아주듯서로의표정을가만히매만질수있는시간들이있다면.그렇다면우리는회복하고있다고믿어도좋겠다.”_179쪽

“보글보글끓는냄비의무가투명해지기를기다리는이유는
그걸주고싶은사람이있기때문이다.
그러니까나와네가그토록하나뿐이어서애틋하게살았으면좋겠다”

가장깨끗한애정의소네트,
사소하고견고한순간의기록

이책은시인이사랑하는연인에게바치는‘가장깨끗한애정의소네트’이기도하다.시인은옆에서돌아누워잠든연인의뒤통수에코를박고샴푸냄새를맡으며“지금의나와너는,온전한나와너의오리지널”이기에“대체불가능한고유의너와내가그토록하나뿐이어서애틋하게살았으면좋겠다”고고백한다.절망과고통의생의한가운데에서“이익숙한샴푸냄새같은단순한진실이인류의모든역사보다도더욱확실하고안전하다”고느낀다.그리고이마음도,인간이기에가능한것인지되묻는다.
아무약속도일정도없이휴대폰을무음으로하고누워서맨살로느끼는여름의홑이불과겨울의솜이불이주는감촉,찻잔속의티백위로뜨거운물을조금씩떨어뜨릴때물감처럼번지는차의빛깔,일주일의옷들을전부넣고세제보다섬유유연제를가득붓고티셔츠와수건과양말과속옷들이비눗물속을돌아다니는걸쳐다보며세탁기앞에쪼그려앉는시간.시인은이처럼소란한세계속에서눈물을닦아주듯서로의표정을매만질수있는시간이있다면우리는잠시나마회복해도달할수있는세계가있을것이라고다정한말을건넨다.

“사랑의자세를가지고세상과모두에게화평하여지자고말하는건너무나허무하고맹랑한생각이라는걸안다.철없고우습다.우리는각자하나의우주고,섞일수없는고유의세계다.그러나언젠가한번쯤은각자의극장속에서상대의무게를조금지탱해주는저린어깨가될수는없을까.잠시나마섞이지않는서로의우주를포개면서살아갈수도있지않을까.그런사랑을감히요청하고싶은날들이지나고있었다.”_2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