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 제1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 제1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15.00
Description
“박진감 있는 서사의 전개와 정교한 구성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소설”
제1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개정판 출간
제12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가 개정판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아온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장강명의 《표백》,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등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작품들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는 2007년 당시 “근래에 우리 시대의 비극을 이렇듯 통 크게 보여준 소설도 드물 것이다” “야심만만한 이야기꾼의 출사표가 얼얼하다”라는 평을 받으며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스물네 시간 움직이는 뉴욕의 지하철, 그리고 끝없는 이동과 전진만이 가능한 세계인 ‘언더그라운드’를 배경으로 사회로부터 도주한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작가 서진은 영상 문법인 되감기와 빨리감기, 녹화하기, 건너뛰기 등을 차용해 시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악몽보다 잔인한 삶’의 단면을 하나하나 그려나간다. 덜컹거리는 객차 같은 속도감과 리듬감을 지닌 이야기는 악몽과 생시를 간결하게 넘나들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전개된다.
저자

서진

부산에서태어나제주에서살고있다.《하트브레이크호텔》《아토믹스》《아빠를주문했다》《마리안느의마지막멤버》등을썼다.

목차


1부
2부
3부
작가의말
개정판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때론삶이악몽보다잔인하다”
객차같은속도감과리듬으로전진하는이야기

지하철이움직이는소리에깨어난‘나’는아무것도기억하지못한다.어디에서왔는지어디로가는지도모른채지하철을타고있다.지갑속신용카드에쓰인‘김하진’이라는이름을자기이름이라고인지할뿐.지갑속에는여자와남자아이의사진이있다.나는지하철역밖으로나가려고하지만항상밖으로나가려는순간정신을잃고,깨어보면몸에상처가난채지하철을타고있다.그래서하진은지하철을벗어나는게너무두렵다.지하철에서사진속의여자와아이를만나쫓아가지만지하철밖으로나가는그들을따라가다가또쓰러진다.그들과만나지도못하고쓰러지기만하는하진은자신의기억과가족을찾으려고지하철에서폴카음악을연주하는앤디에게도움을청한다.한인타운에사람을찾는다는전단지를붙이지만앤디가받은연락은하진이사고로죽었다는아내의전화였다.지하철밖에만나가면쓰러진다는하진의말을믿지못하는앤디와함께하진은다시지하철밖으로나간다.

시간은앞으로돌아간다.미국에서인터넷으로성공한K선배의추천으로하진과아내미라는미국으로이민을온다.그러나자신을데려왔던K선배의인터넷회사가망하고,하진은한국으로돌아가는대신미국에서새로운삶을꾸려가기로한다.미라의결심과미라의배속에생겨난아이때문이었다.프로그래머였던하진은목수일을하게되고변호사공부를해오던미라는결국변호사가된다.아들민규는약간의자폐증을가진아이로커간다.한번도지하철에서아는사람을만난적이없던하진은우연히아내를지하철에서마주친다.하진은호기심에아내를미행하는데,아내는변호사사무실이아니라한인타운의안마시술소에서일하고있었다.게다가외국남자를애인으로두고있었다.여러차례미라를미행하던하진은결국미행사실을아내에게들키고,아내는그에게모든것을고백한다.그는집을고치는공사를하다가고의적인실수로기둥을찍고집은무너져내린다.

눈을떠보니그는‘언더그라운드’에와있다.그를보살펴준사람은언더그라운드에서사는에이프릴이라는여자다.언더그라운드에는지상에서피신한다양한사람들이살고있었다.전직의사인폴은약물을이용해사람들을조종하며,언더그라운드에새로운세상을만들려고한다.하진은소매치기소년프레디가가져다준노트북으로이메일주소가불명확한아들에게메일을쓴다.폴은하진이더이상지상으로가지못하게지하철밖으로나가면쓰러지는약과집짓는공사를맡겨조종하려하고,하진은아들의생일날아들을만나러가기위해언더그라운드를탈출한다.

희망도절망도없는,연옥같은삶
작가서진이펼쳐보이는슬프고낯선환상의늪

미국으로이민간주인공김하진,지하철에서음악을연주하는앤디,지하철에서먹을것을팔면서소매치기를하는빌리(프레디),언더그라운드에서사람들을치료하는전직의사폴,언더그라운드에서다친하진을돌봐주는에이프릴,아들과남편을위해생각지도못한일을하게되는아내미라.이소설에서우리는사회로부터배제되는동시에도주하는인물들을만나게된다.그런세계에서작가는희망도없고절망도없는,연옥같은삶의생존방식을제시한다.지상의밝은세계와대비되는어두운지하세계는일차적으로평범한삶에서낙오한사람들의세계이지만,어떻게살아도희망없는이삶의비밀을일찌감치알아버린사람들의세계이기도하다.

작가는우리시대의비극적인삶을핍진하게그려냄과동시에가장행복했던시간을향한희망을이야기한다.악몽보다더한현실을살아가는힘은가장행복했던시간과그시간을향한희망일수있다는,지극히통속적이면서도그래서더욱인간적인메시지를작가는자기만의방식으로힘있게밀고나간다.또한소설속에서독자를세차례주인공과만나게하는데,이런방법을통해책을읽고있는독자를책속으로깊이끌어들인다.소설을다읽고나면슬프고낯선긴꿈을꾼듯한느낌을받게될것이다.

작가의말

수정을하는동안마치소설속의해피니스트랜스포터에들어간것같은기분이들었다.주인공김하진은경찰들에게쫓기다가코니아일랜드의사이드쇼에서해피니스트랜스포터에들어간다.자신이가장행복했던시절로돌아가는마술인데,그는임신한아내와함께지하철안에서희망을품고있던때로돌아간다.

이소설을어떻게쓰게되었는지까마득하게잊어버렸다.매일아침일어나이소설을쓰던때가떠올랐다.뭔가되기라도하겠지라는희망약간,뭐가될리가없어라는절망도약간,시간은많으니까매일매일조금씩써나갔던것같다.그때가내인생의가장행복한시간은아니었을까?그때만큼아무걱정없이이소설하나만을쓰기위해살았던적이없었으니까.

(…)뉴욕에마지막으로다녀온지가10여년은훌쩍넘은것같다.다시한번가보고싶다.처음방문할곳은할렘의119번가에있는나의사무실이겠지.먼지로조금뒤덮여있을것이다.책상에뚜껑이달려있어서그리심하지않을지도모른다.먼지를닦고심호흡을한후,한자한자새로운이야기를타이핑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