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일기

스타벅스 일기

$17.00
Description
“저 스타벅스에서 일해요!”

번역가이자 작가 권남희가 세상을 만나는 공간 스타벅스,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결 속 쓰고 읽고 헤아린 계절들
무라카미 하루키·마스다 미리·오가와 이토 등의 번역으로 유명한 32년 차 ‘믿고 읽는 번역가’이자 ‘역자 후기의 장인’, 그리고 산문집 《혼자여서 좋은 직업》 등을 통해 ‘믿고 읽는 작가’로 사랑받고 있는 ‘한국의 마스다 미리’ 권남희. 그가 신간 《스타벅스 일기》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책은 작가가 딸을 독립시키고 인생 처음으로 ‘진짜 독립’을 시작한 뒤 찾았던 스타벅스에서의 소중하고 유쾌한 일상을 보여준다. ‘완벽하게 육아가 끝난 날’의 홀가분함도 잠시, 작가에게는 홀로 남은 집안에서 빈둥지증후군’으로 인해 ‘일할 의욕도, 식욕도, 살아갈 의미도 잃고 폐인처럼 우울하게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노트북을 들고 집 근처 스타벅스를 찾아간다.
‘눈치 없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일해도 되나?’ 바짝 쫄며 들어간 스타벅스. 내향인 중에서도 ‘대문자 I’로 불리는 극 내향형인 작가에게 그곳은 고작 1년에 한두 번 테이크아웃해본 게 전부였던 곳이다. 깔끔한 공간과 적당한 소음, 조밀하게 붙어 있는 테이블 사이에 앉아 글을 써보니, 집에서는 한 줄도 못 썼던 원고가 이상하게 술술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스타벅스는 가는 곳마다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은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딸 정하가 편한 집 놔두고 ‘스벅(스타벅스의 줄임말)’에 가서 공부하겠다고 하면 그리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순간 완벽하게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스타벅스는 매장 직원이나 주변 손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자유롭고, 오픈된 장소여서 혼자 있는 방종을 막아주어 공부나 작업이 능률적이었다. 나는 나무늘보보다 움직임이 적은 인간이었는데, 스타벅스에 다니는 덕분에 매일 최소한 왕복 2킬로미터 이상 걷게 됐다.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빈둥지증후군도 낫고 일석삼조. 나의 스타벅스 일기는 이렇게 해서 시작됐다.”(7쪽)

작가는 공간이 주는 독특한 힐링에 주목하며 특별한 것 없는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자신만의 ‘스탁벅스 일기’를 완성했다. 그것은 브랜드의 유명세 때문도, 매장 인테리어 때문도, 독보적인 커피맛 때문도 아닌, 스벅을 찾아오는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고객, 그리고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수많은 파트너(직원들) 덕에 가능했다. 작가는 날마다 그날 마실 음료를 정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다양한 시즌 한정음료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내기도 하고, 옆자리 손님들의 대화나 옷차림, 자신과 짧게 스친 인연들을 붙잡아 때론 가벼운 웃음으로, 때론 삶에 관한 묵직한 사유로 담아낸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지나며 창밖에 보이는 풍경과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변화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는 별의별 상처를 받고, 극복하며 어른이 된다. 지금 육아일기를 쓴다면 상처받지 않고 곱게 살기를 바라기보다, “어떤 상처도 이겨낼 수 있는 멘탈이 강한 아이로 자라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할 것 같다. 옆자리 어린 친구도 실연의 아픔 툴툴 털어내고 혼자로 단단한 삶을 즐기기를. 실연한 사람에게 똥차 가고 벤츠 온다고 위로하지만, 그야말로 위로일 뿐. 벤츠 기다리지 말고 네가 벤츠가 돼버려.”(167쪽)

저자

권남희

1992년첫번역서《신들의장난》출간됨.번역가가됨.1995년딸정하낳음.엄마가됨.2011년에세이《번역에살고죽고》를씀.에세이스트가됨.2016년반려견‘나무’입양.개바보가됨.2023년현재,이모든걸로인해이번생에감사하며사는50대.
지은책으로는《귀찮지만행복해볼까》《혼자여서좋은직업》《어느날마음속에나무를심었다》가있으며,옮긴책으로는《밤의피크닉》《달팽이식당》《카모메식당》《애도하는사람》《빵가게재습격》《반딧불이》《종이달》《창가의토토》《마녀배달부키키》《배를엮다》《무라카미라디오》《후와후와》《츠바키문구점》《반짝반짝공화국》《라이온의간식》《숙명》《무라카미T》《버터》외에수많은작품이있음.

목차

프롤로그

1부겨울
사이렌오더닉네임
사랑과전쟁
겨울프리퀀시
에어팟을잃어버려원숭이가된사람을위해
슬슬크리스마스
스타벅스기프티카드사기당할뻔
부부문제상담
동료를도와주세요
아이스와핫,생과사
꼰대라떼
스벅에서베이비시터를하다
다리떨기
얼죽아를위한이벤트
스터디데스크의등산복언니들
참지마,참지마
족보브레이커
오해가풀리지않아서
일찍일어나지마라,새야

2부봄
맛과혀
슈크림라떼
해마다3월이면생각나는
녹차를좋아하는이유
세상은온통봄이고,나는외톨이다
비닐봉지
사이렌오더주문을잘못했다
남자끼리하는사랑
당근인데요
다,다리꼬지마
옆자리에이웃이앉았다
법륜스님덕후들의대화
당근과불금
꽃다발같은사랑을했다
동안부심
선생님과케이크
카공족
지금아는것을그때도알았더라면
재난과자식
취준생과어머니

3부여름
아버지와아들
매운연애상담
조선의할매
밤말은사람이듣는다
자식이좋긴하지만
실연상담
셀프미담
진상손님의정체
내가뽑은스벅빌런
발이아플때면인어공주를생각했지
오호,스타벅스친절하시네
동네청년들
그분이다가와서한말
그런생각하지마세요
담배연기
서점안스타벅스
엄마,여름휴가가자
나고야스타벅스에가다

4부가을
편견
휴대폰과어무이
스타벅스앞도서관
가보고싶은곳
중간고사공부하는학생들
스타벅스교복
보름달보며소원빌기
사과하는방법
스벅에서야한만화책을번역하다
60대남자어른들의대화
아빠칭찬하기는어려워
스타벅스의남학생들
아미와엄마
스타벅스샌드위치
결혼이야기
스벅에서기도하는사람
옆자리아이에게그림책보여주기

에필로그
Thanksto

출판사 서평

“이렇게귀여운50대손님이있나요?”

때론코믹하고때론명치때리는에피소드로
일상의소중함과즐거움을선사하는‘스벅’일기

사랑도많고사람도좋아하는작가는‘스타벅스’라는공간을만나,자신의주위를슬며시장악하며주변이들에게따뜻함과위로를나눠준다.때론옆테이블아이에게동화를읽어주며‘스벅베이비시터’를자처하기도하고,당근마켓게시판에서이어폰을잃어버린사람의호소를보고일면식없는사람의물건을찾아주러매장앞버스정류장으로출동하기도한다.어느날에는가출한딸을찾아스타벅스에왔다가무시만당하고돌아선옆자리중년여성을안타깝게보다가화장실에서우연히만난뒤두손을꼭부여잡고엄마로서의동병상련을나누기도한다.이처럼“아줌마가주책”이라며부리는‘귀여운오지랖’에관한에피소드를읽다보면어느샌가마음이몽글몽글해지며작가의포근한관심을받고싶어진다.

작가는이따금시트콤보다도더코믹하고명치를때리는글들로독자들에게소소한웃음을선사한다.윤동주의〈별헤는밤〉의구절을떠올리며스타벅스별모으기(별12개를모으면음료1잔이무료)에진심인마음을표현하기도하고,당근마켓에서기프티카드를구입하려다초등학생에게사기당할뻔한뒤딸에게구박당한이야기를유쾌하게풀어낸다.매일같은시간에자주마주쳐서로를의식하게된‘비닐봉지할머니’를보고는할머니의입장에서자신의모습을묘사한익살스러운글을써보기도한다.작가는또한우리가누리는스타벅스의편안함을책임지는파트너들에관한이야기도들려준다.어느날은커피를쏟아당황한학생을대신해파트너가테이블과바닥을닦고음료도새로만들어주었는데,학생이아무대꾸도하지않는것을보고안타까움을드러낸다.‘고맙습니다’‘미안합니다’라는말이습관이되어있으면어떤당황스러운상황에서도반사적으로튀어나올수있다며누구에게나필요한삶의지혜를전한다.

책은1부겨울을시작으로2부봄,3부여름,4부가을까지사계절로나누어구성되어있는데,3부딸과함께한여름휴가편에서는서울과는다른,부산·나고야스타벅스의특색있는음료와공간을자세히소개하며‘스벅마니아’로서의면모를보여준다.

“동갑자식을둔동지로서그의손을잡았다.자기길찾을때까지지켜봐주시라고했다.안다.남의자식이니이런교과서식위로가가능하다.내자식이었으면나도애가타겠지.잘될거라고잡은손을어루만졌다.눈물그렁그렁한눈으로고맙다고하셨다.기쁨도주고아픔도주고보람도주고상처도주는것이자식이지만,부모도자식한테그런존재같다.그런부모가되지않으려고조심하지만,부모가됐다고갑자기인격체완벽해지는건아니어서말이죠.”(269쪽)

“음료도새로갖다주고청소도해주고“맛있게드세요”하고웃으며인사하는데학생이아무대꾸도하지않는게에러였다.커피를쏟고혼자치우느라당황해서그랬을것같다.그러나“고맙습니다”“미안합니다”하는말이습관이되어있으면어떤상황에서도반사적으로튀어나온다.어릴때부터하지못했으면지금부터라도“고맙습니다”“미안합니다”말하는습관을들였으면좋겠다.짧은한마디로상대방도기분좋아지고말하는사람인상도좋아진다.그래서너는인상이좋으냐고물으신다면,엄청좋을걸요?(먼산)”(183쪽)

“엄마손잡고온아기·60대등산객언니들·취업준비중인학생·
은퇴한아버지들…”

그리고혼자있고는싶은데혼자이기는싫은이들을위한곳

작가는책속에서보이는‘귀여운오지라퍼’의모습과는달리,사실은50대가될때까지카운터에서물한잔달라고말하기어려웠던내향인으로살아왔다.그런데스타벅스라는공간은이상하게도혼자있고는싶은데혼자이기는싫은작가와같은극내향인에게편안함을주는곳이었다.너무가깝지도,멀지도않은이적당하고느슨한사람들과의연결,서로를존중하기위해암묵적으로존재하는룰(스터디데스크에서는지그재그로앉아야한다).테이블마다간격이조밀한곳도,여유로운곳도있어내가선호하는자리를정할수있는곳.지루할틈없이시즌마다찾아오는다채로운계절음료들.내가좋아하는시즌음료를맛보기위해내년이맘때를또기다리게하는설렘.중·고등학생,취업준비생,엄마와아이,점심시간의회사원들,군것질주머니를가지고다니는할머니,등산객손님들,은퇴한아버지들등다양한연령대와성별이거리낌없이방문할수있는유일한장소.이책을통해작가와함께텀블러하나를들고스타벅스의문을여는순간,매일매일똑같은일상일수있는날들을특별하고즐거운시간으로변화시키는긍정파워‘권남희매직’을경험하게될것이다.

“몸이불편한아이가있으면가정에그늘이있을거라는편견이깨졌다.엄마와아빠가아이를사랑하는모습만보이고아무런그늘도보이지않았다.장애가있건없건내아이는사랑스럽기만한데남들이편견을갖는다.그러고보니우리강아지나무의두눈이새하얘져서지나가는사람마다징그러워하거나무서워할때도정하와나는“아유,귀여워,우리나무너무귀여워”하며물고빨았다.가족의마음은그런것이었다.”(170쪽)

“한참일을하다화장실에다녀오니아이와엄마는집에가려고밖에나와있었다.언젠가또동네에서마주치길기대하며헤어졌다.자리에돌아와서보니노트북위에하트모양의스벅마카롱이!그러잖아도정하가일하며먹으라고사준수제쿠키가있어서아이에게줘야겠다고생각했는데.이심전심.얼른뛰어나가서모자를쫓아가쿠키를선물했다.일은별로못했지만,왠지자꾸웃음이쏟아지는오늘의스벅이었다.”(282~2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