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러시

골드러시

$15.00
Description
“빛나는 순간. 진우는 그들이 늘 그것을 기다려왔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절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안녕과 행복을 찾아 낯선 땅으로 멀리 떠나온 사람들
속절없이 저물어가는 세계 속 단단히 움켜쥔 한 줄기 희망의 빛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서수진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수상작 〈골드러시〉 수록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받아 《코리안 티처》로 제25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서수진 작가의 첫 소설집 《골드러시》가 출간되었다. 《코리안 티처》는 “우리가 외면해선 안 될 이 나라의 진짜 모습을 가르쳐준다는 의미에서, K-자부심에 취해 있을지 모를 우리에게 때마침 찾아온 반가운”(신샛별 문학평론가) 작품이었다. 《골드러시》에는 “고전적인 비극의 우아함을 느꼈다”(은희경 소설가)라는 평을 받은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이자 표제작 〈골드러시〉와 미발표작 〈졸업 여행〉을 비롯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집필한 작품 여덟 편을 모았다. 〈골드러시〉는 새로 발견된 금광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제목과 상반되는 음산한 폐광, 차에 치여 죽어가는 캥거루,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의 이미지로 젊은 부부의 저물어가는 사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호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안녕과 행복을 좇아 한국을 떠났고 열정적으로 사랑했지만 지금 그들의 세계는 캥거루의 피처럼 온통 붉기만 하다.
《골드러시》에는 지금보다 처지가 나아지리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타국으로 이주했으나 단 한 번도 빛나는 순간을 가져본 적 없거나, 빛나는 순간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거나, 빛나는 순간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호주에서 번듯하게 살아가는 한국인과 정부 지원을 받는 한국인을 철저히 가르는 선(〈캠벨타운 임대주택〉), 한국인의 내면에 자리 잡은 중국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헬로 차이나〉), 호주 이민자 2세대인 여성의 정체성 혼란(〈한국인의 밤〉), 호주에서 고생해 이룩한 것이 산불과 함께 끝장날 것 같은 불안(〈졸업 여행〉), 타국에서 서로 의지하며 사랑했으나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부부의 심정(〈골드러시〉) 등을 세밀히 다룬다. 그간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는 여성 시간강사 네 명의 이야기를 담은 《코리안 티처》, 국적과 인종이 다른 연인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유진과 데이브》, 호주 산불처럼 위태로운 여성 청소년 세 명의 성장담 《올리앤더》를 통해 경계인, 이방인의 서사에 천착해온 작가의 문제의식을 오롯이 한 권에 담았다.
저자

서수진

저자:서수진

서울에서태어났다.2020년《코리안티처》로제25회한겨레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고,2022년〈골드러시〉로제13회젊은작가상을받았다.《유진과데이브》《올리앤더》를썼으며현재호주시드니에살고있다.

목차


입국심사
캠벨타운임대주택
골드러시
졸업여행
헬로차이나
한국인의밤
외출금지
배영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빛나는순간.진우는그들이늘그것을기다려왔음을알았다.
그리고그것이그들에게절대오지않으리라는것을알았다”

안녕과행복을찾아낯선땅으로멀리떠나온사람들
속절없이저물어가는세계속단단히움켜쥔한줄기희망의빛

한겨레문학상,젊은작가상수상작가서수진첫소설집!
젊은작가상수상작〈골드러시〉수록

심사위원전원의지지를받아《코리안티처》로제25회한겨레문학상을수상한서수진작가의첫소설집《골드러시》가출간되었다.《코리안티처》는“우리가외면해선안될이나라의진짜모습을가르쳐준다는의미에서,K-자부심에취해있을지모를우리에게때마침찾아온반가운”(신샛별문학평론가)작품이었다.《골드러시》에는“고전적인비극의우아함을느꼈다”(은희경소설가)라는평을받은제13회젊은작가상수상작이자표제작〈골드러시〉와미발표작〈졸업여행〉을비롯해2018년부터2023년까지6년간집필한작품여덟편을모았다.<골드러시>는새로발견된금광에많은사람이몰리는현상을뜻하는제목과상반되는음산한폐광,차에치여죽어가는캥거루,온세상을붉게물들이는노을의이미지로젊은부부의저물어가는사랑을상징적으로보여주는작품이다.호주에서만누릴수있는안녕과행복을좇아한국을떠났고열정적으로사랑했지만지금그들의세계는캥거루의피처럼온통붉기만하다.
《골드러시》에는지금보다처지가나아지리라는작은희망을품고타국으로이주했으나단한번도빛나는순간을가져본적없거나,빛나는순간을위해현재를희생하거나,빛나는순간을오매불망기다리는인물들의생생한이야기가펼쳐진다.호주에서번듯하게살아가는한국인과정부지원을받는한국인을철저히가르는선(〈캠벨타운임대주택〉),한국인의내면에자리잡은중국인에대한뿌리깊은편견(〈헬로차이나〉),호주이민자2세대인여성의정체성혼란(〈한국인의밤〉),호주에서고생해이룩한것이산불과함께끝장날것같은불안(〈졸업여행〉),타국에서서로의지하며사랑했으나끝내파국으로치닫는부부의심정(〈골드러시〉)등을세밀히다룬다.그간한국어학당에서일하는여성시간강사네명의이야기를담은《코리안티처》,국적과인종이다른연인의사랑과갈등을그린《유진과데이브》,호주산불처럼위태로운여성청소년세명의성장담《올리앤더》를통해경계인,이방인의서사에천착해온작가의문제의식을오롯이한권에담았다.

서수진의소설에서반복적으로등장하는이국의인물들은단순한디아스포라의일원이아니라지금-여기를살아가는우리의모습이라고말할수있다.살아남기위해고통받고분투하는그들의모습에는우리자신도알지못하는내면의낯선풍경이겹쳐있고,서수진은누구보다정확하고섬세하게그장면들을포착하여눈앞에보여주면서묻는다.이사람이누구일것같냐고.당신은지금어디에있느냐고._문지혁(소설가)

“햇빛이부서지는파란바다를바라보며감탄하는상상을했으나
도착해보니바다는햇빛에빛나지도파랗지도않았다”
고달픈오늘이쌓여눈부신내일이온다는아련한믿음
지금여기발빠르게도착한서수진표이민자문학

〈졸업여행〉에는아들의밝은앞날을위해호주에서캐시잡을전전하고한식당을근근이운영하며12년간온전히쉰적이거의없는승수와미연이등장한다.그들은술집화장실변기를닦다가구역질이나도,잠을못자고운전하다사고를당할뻔해도,이민전문변호사의실수로불법체류신세가되어도호주에남아있어야한다.미래가정해져있는한국과달리“그냥호주애”처럼영어를잘하는아들이호주에서좋은대학을졸업하면전세계를무대로삼을수있다는믿음때문이다.그러나호주전역으로걷잡을수없이번지는산불처럼그들의마음에불안이싹튼다.그동안이룬것을한순간에잃을지도모른다는불안.〈졸업여행〉은낯선땅에서새로운삶을개척하려는부모의발버둥을묘사하며모든것을한꺼번에무너뜨리고삼키는불의이미지를활용한다는점에서,78회골든글로브외국어영화상과36회선댄스영화제심사위원대상및관객상을수상한영화〈미나리〉(정이삭감독)를떠올리게한다.
〈캠벨타운임대주택〉〈헬로차이나〉〈한국인의밤〉에도호주에서살아남고자청소업체를운영하고부동산에이전트로일하며일식당주방에서교자를만드는한국인부모가나온다.그들은호주에사는아시안으로서자신이감내해야했던고난에깊이매몰된나머지또다른타자를편견어린시선으로바라본다.〈캠벨타운임대주택〉의부모는보수정당의반난민정책을지지하는이민자집회에다니며성실하고평판에예민한한국인과임대주택에사는가난한한국인을분리한다.자신과다른이민자는“이민자의평판을떨어뜨려한국인의이민을힘들게하는주적같은존재”이며“사회의기생충”일뿐이다.마찬가지로〈헬로차이나〉의혜선은부유한중국인고객덕에집을마련할수있었지만,뒷마당에걸어둔깃발을훼손한범인으로딸의중국인남자친구를지목한다.〈한국인의밤〉의클로이아빠는“호주에사는한국인을영주권자이상,이하로나누”며딸에게“영주권이없는남자는절대만나지말라고말”한다.이렇듯《골드러시》는이민자의고달픔을실감나게다루는한편그들의뿌리깊은혐오도함께드러냄으로써이민자사회의다층적인면모를보여준다.

식당직원대부분은유학생이거나워킹홀리데이비자가있었는데다들결국영주권을따지못해서한국으로돌아갈애들이라고했다.그러니책임감을기대해서도안되고,정을주어서도안된다고했다.그는호주에사는한국인을영주권자이상,이하로나누었다.영주권자와시민권자만이호주이민의고충을나누며서로도울수있다는것이그의주장이었다.클로이가새친구를사귀면친구가한국인인지물은다음영주권이있는지물었다.연애에있어서는더말할것도없었다.영주권이없는남자는절대만나지말라고했다._〈한국인의밤〉,153~154쪽

“너는나를사랑해서괴롭지않았어?
수치스럽지도,두렵지도않았어?”
이별을앞둔세연인들의아슬아슬한사랑이야기

《골드러시》의한축이한국계이민자의생계와정체성혼란,이민자사회내부의균열과불화라면,다른축은한때힘든시기를함께견디며삶의기쁨이되어주었으나이제는마음의짐이되어버린연인이야기다.〈골드러시〉의진우와서인은일식당직원이생활하는셰어하우스에서처음만나7년을부부로지냈으나,지하광산을개조한숙소에머물며폐광을탐방하는여행에서노을로온통물들어“붉기만한세계”를마주해이별이임박했음을예감한다.“비록시효가지나버렸지만여전히남아있는사랑과히스테릭한희망의파편들,그리고그것들이남긴돌이킬수없는상처들만이그들의삶을증거할뿐이다”(은희경소설가).〈외출금지〉의은영과희율은성소수자차별과혐오가없는유토피아를꿈꾸며호주행을택한레즈비언커플이다.“자기세계에갇혀서타인과관계맺을줄모”르는은영,“제멋대로살면서문제를일으키고옆사람에게상처를”주는희율은결국이별을고하지만팬데믹으로인한외출금지령으로한집에계속살게되면서어느덧관계가회복될조짐이보인다.
〈배영〉의우현과여진은3년째동거중이다.대학생활을함께한그들은같은날에졸업하지만,여진은괜찮은직장을구해안정기에접어든반면우현은근무환경이열악한회사일로매순간불만을표출한다.두사람은관계가“완전히끝났다고생각”하며“언제어떻게헤어지면좋을까”고민하지만이래저래겹치는지인과줄줄이이어지는경조사,함께묶인집보증금때문에이별을자꾸만미룬다.그들의갈등은서해캠핑때조용하게폭발하며폭죽에화상을입은우현의다리처럼거무죽죽하게곪아간다.서수진작가는〈배영〉에대해“사랑을더이상손에움켜쥘수없을때에도그것이사라진것이아니라고믿고싶었다.사라져버린것에대해,결코사라지지않을것에대해쓰고싶었다.내글이사랑을위한것이기를바란다”라고밝힌바있다.《골드러시》의표지에쓰인그림제목은‘TheSunsetThatFlowsLikeLove’이다.사랑은태양의움직임을닮았다.온세상을영원히밝힐것처럼솟아올랐다가어느새벌겋게하늘을물들이며저물어버리지만아직낮은끝나지않았다고,낮은다시찾아올거라고믿게한다.
한국과전혀다른곳에서행복을추구하는이들이움켜쥔희망,이별을유예하는이들이움켜진사랑의잔상을담담하고간결한문체로서술하는《골드러시》에는호주인과결혼해현재호주시드니에살고있는작가의생생한경험이고스란히녹아있다.한국계이민자의희노애락을조명한이야기가전세계적으로열풍을일으키는요즘,한국디아스포라문학의선두주자인그의행보가기대된다.

그녀의몸이검은바닷물에순식간에잠겼다.물위에누웠다.달이저높이에서하얗게빛났다.바닷물위로얼굴과가슴을내놓고배영을했다.다리를젓고또저었다.힘이빠져더이상다리를저을수없자눈을감았다.달이사라졌다.물속으로천천히가라앉았다.차고외로웠다.이기분을절대로잊어버리지않겠다고다짐했다._〈배영〉,2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