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20.00
저자

조기현,홍종원

저자:조기현

돌봄청년커뮤니티n인분대표.스무살때아버지가쓰러지면서젊은보호자가됐다.가난과돌봄이언제까지이어질지모른다는막막함이찾아들때마다회피하듯책을읽고영화를봤다.어느새뭔가를읽거나보고누군가를돌보는시간이삶의동력이됐다.다른누군가의삶에도동력이되고싶어서책《아빠의아빠가됐다》《새파란돌봄》《몫》을썼고,영화〈1포10kg100개의생애〉와SF렉처퍼포먼스〈무출산무령화사회〉를만들었다.돌봄으로연결된동료들과‘돌봄의새파란’을일으킬궁리로여러실천을이어간다.돌봄이관계가되고관계가돌봄이되는,그런일상을꿈꾼다.그를위해내가할수있는역할을하나씩찾아가는중이다.



저자:홍종원

남의집드나드는의사.‘의사의역할은무엇인지’‘어떤의사가되어야하는지’를고민하며무작정지역사회에뛰어들었다.동네주민들과어울려축제를기획하고,마을사랑방‘건강의집’을열어청년들과함께살면서관계의확장을경험했다.그경험끝에‘호의’와‘연대’가건강한삶의필수조건이라는것을몸소깨달았다.이런활동을토대로방문진료전문병원‘건강의집의원’을열어,아픈이들을직접찾아다니는의사가되었다.처방전너머돌보는관계의중요성을매일깨달으며돌봄을돌보는의사의역할을고민하고있다.치기어린인생실험을정리해《처방전없음》을펴냈다.함께쓴책으로《내일은내일이가까워질거야》《혼자서는무섭지만》이있다.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돌봄은순환한다

1장돌봄의관계를상상하다_왜(Why)
‘돌보는남성’을떠올릴수있으려면
돌봄은우리를숨쉬게만드는공기
돌봄의위기는가장약한곳부터온다
청년을위한‘돌봄의역량’
느슨한환대의공동체
커뮤니티케어는가치관의변화여야한다
거래를넘어선새로운삶의양식
대안은내면의떨림에서시작된다
우리는모두서로에게의존하며살아간다
대면은한사람의삶을마주하는일
치료와돌봄은원래하나였다
돌봄의배후에서작동하는위계

2장돌봄이필요한시간_언제(When)
돌봄이재난이되지않으려면
생애주기의전제,정상가족
생애주기가지워버린영케어러
가족돌봄이라는어떤표준
돌봄이서비스에그칠때생기는일
일상의관계가변해야제도도변한다
우리자신이돌봄의인프라가되려면
데이터에묻힌삶을복원하기위하여
‘돌봄의시간’으로‘돌봄의가치’를돌아보다

3장돌봄의동료들과관계맺기_누구(Who)와
‘돌봄의윤리’를고민하는공적테이블
상호작용으로서의돌봄을위하여
치료자가아닌돌봄의동료되기
‘가족이니까’와‘가족아니니까’사이의장벽
제도의빈틈을메우는일상의관계
돌봄제공과돌봄수혜의이분법을넘어
‘돌보는나’를돌보지않을때
우리는항상돌봄속에서살아왔다
감정을넘어정동으로
관계의바다에서헤엄쳐라

4장시설과집의이분법을넘어서_어디서(Where)
아픈이의위치에선다는것
‘좋은죽음’이가능한공간을상상하다
사건이되고,실패가된죽음
‘생명이소중하다’와‘나는안락사할거야’사이
‘생명이소중하다’는구호가은폐한죽음들
돌봄시설에돌봄이없다
현장의목소리에더많은마이크를
탈시설이라는난제
시설사회에서탈시설을상상하다
아직오지않은미래로현재를재구성하기
함께‘책임’지는동료시민의자리

5장돌봄이길이되려면_어떻게(How)
나도돌봄이필요한존재임을인정하기
아무도남을돌보지마라
가족돌봄이라는지옥도
돌봄과노동,두취약성이만날때
간병을복의영역으로두지않으려면
돌봄이인종화될때생기는일
아무것도계산하지않는자본주의외부의시간
제도화라는딜레마
돌봄의‘고쳐쓰기’를위하여

에필로그-취약함이배제의이유가되지않는미래를상상하며
편집자후기-‘극진한비효율성’을위하여
돌봄용어함께읽기

출판사 서평

왜돌봄은늘약자의몫인가

1장〈돌봄의관계를상상하다_왜(Why)〉는‘돌봄위기사회’가된한국의돌봄실태를짚고,왜누군가를돌보는일자체가위기가됐는지를탐색한다.
코로나팬데믹당시돌봄시설들이폐쇄되자다시돌봄을떠맡은가족들이큰부담을지게됐고,‘돌봄공백’‘돌봄위기’를둘러싼다양한논의가나왔다.하지만이책은그전부터돌봄은항상위기였다고말한다.돌봄은대개가정내의여성이나불안정한일자리를가진자녀,이주노동자등사회적약자들이하는‘가치없는’일로여겨졌고,돌봄공백또한소수에게과도하게부과된돌봄이한계에부딪히면서발생했다.코로나팬데믹은계기였을뿐이다.따라서돌봄공백을말할때는지금의공백만을문제삼는것이아니라애초에왜공백이발생했는지,어떻게해야돌봄이온당한가치를인정받을수있는지를근본적으로성찰해야한다는것이다.
돌봄이폄하되는것은‘생산적이지않다’는인식때문이다.가장인남성의노동은돈을벌고생계를부양하기때문에가치있는것으로평가받지만,여성의가사노동은돈이안되기때문에가치를인정받지못했다.이렇듯돌봄이가치없는일로여겨지며위태로운상황에놓인현실이한국사회를지배하는생산성의논리와맞닿아있기에,돌봄을새롭게사유하고내용을다시채워나가는일은곧한국사회전체를돌아보고변화를만드는일이기도하다.

2장〈돌봄이필요한시간_언제(When)〉는왜이렇게우리에게는‘돌봄의시간’이부족한지,이시간을무엇으로채워넣어야하는지를묻는다.
우리에게는생애라는장기적인관점에서도,매일의일상이라는단기적인관점에서도돌봄이늘필요하지만,돌봄은필요에비해항상부족하다.장기적인관점에서는‘정상가족’을전제로한생애주기가돌봄을가로막는다.단적인예가영케어러다.일반적인생애주기에서청소년은돌봄을받고학업을하는존재로정의되는데,이런인식은어린나이에부모,조부모를돌보는영케어러를‘효자’‘효녀’로만보게만든다.이상황을문제화하고,사회적으로해결하려는시도자체가불가능해지는것이다.
‘정상가족’은매일의일상에서도충분한돌봄을불가능하게한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가족의부담을덜어줌으로써국민의삶의질을향상하도록함을목적으로한다”고명시한다.이렇듯돌보는가족이있다고전제하기때문에,노인장기요양보험은가장높은등급의노인에게도하루3시간의요양보호시간만제공한다.하지만돌봄의필요는국가가보장한3시간이지난다고해서사라지지않는다.사고가발생할수도있는나머지21시간은공백으로방치되어있다.
이책은또한‘돌봄의시간’을늘리는것을넘어그시간에어떻게개입하고,그안에서어떤관계를맺어야하는지도중요하다고강조한다.국가가돌보지않는시간에도방문진료의사,지역주민들이오가며취약한타인을돌보는관계망을만들어야한다는것이다.

3장〈돌봄의동료들과관계맺기_누구(Who)와〉는돌봄노동자,의사,공무원등누군가를돌보는과정에서마주치는이들과어떻게하면함께‘좋은돌봄’을해낼수있을지를말한다.
돌봄노동자를대할때필요한태도가존중이다.돌봄노동자는허드렛일하고집안일도와주는사람으로치부되기일쑤다.여성이많아쉽게성추행,욕설,폭력의대상이되기도한다.가족보호자들이‘돌봄노동자가제대로하지않는것같다,폭행한것같다’고불만을늘어놓으며감시하려들때도있다.
의사는치료자가아닌‘돌봄의동료’가되어야한다.병과고통을없애는치료의역할에만몰두하면치료가불가능한말기질환의순간,의사는무력해지기쉽다.때론소중한사람들과함께생의마지막을정리해야하는귀한시간을검사와치료에빼앗길수있다.말기질환이아닐때도‘질병을박멸할수있다’는치료의권위가‘관리’의용이성을위해불필요한약물을남용하는부작용으로이어지기도한다.
공무원들은실제로돌봄하는사람의입장에대한고려없이신체상태만을기준으로‘근로능력있음’이라고판정하거나,부정수급을막기위해서비스수혜자가될수있는사람들도‘대상자아님’이라고판단할때가많다.
이모든관계에서공통으로필요한것은우리는잘돌보기위해서협력하는관계라는인식,함께해내고있다는관계맺음이다.그렇게모두가돌봄의동료로서당사자에게어떤돌봄이필요한지,그것을위해각자가무엇을할수있는지를함께논의해보자고이책은제안한다.

새벽6시의전화벨에무작정달려갈수있다면

4장〈시설과집의이분법을넘어서_어디서(Where)〉는‘집이냐시설이냐’라는오래된질문의틀을바꿔,당사자가안도감을느끼는공간을만들방법을다룬다.
장소안도감이라고불리는개념을통해단순히그곳이물리적으로넓고쾌적한공간인지묻는것을넘어“장소안에서자신의역할을갖고존중감을느끼게하는것,그를통해사회와연결되는힘을얻게하는것”(209쪽)을지향하자는취지다.
이런관점에서볼때‘집과시설중어느쪽이좋다’고단언하기는어렵다.의사나간호사가없어서바로치료받을수없는데도집에온뒤에좋아지는환자,병원에가기를죽기보다더싫어하는환자도있지만,주거지가열악해스스로요양원에입소하는이들도있다.많은시설에서폭력과감금,강제노동등의인권침해가발생하지만,가정호스피스서비스를받을수있는병이제한적이라집에서삶을마감할수있는환경이조성되지못한것도현실이다.여성은집에있으면집안일을해야하므로시설에머물려하는데남성은집으로돌아가고싶어하는사례처럼저마다의상황과입장에따라장소에대한선호가다르게나타나기도한다.
두저자는이런복잡한문제에대해결론을내는대신,개개인이안도감을느낄수있는장소와사회적환경을어떻게만들지를고민해보자고권한다.

5장〈돌봄이길이되려면_어떻게(How)〉는돌봄을중심에둔사회,돌봄으로재구성된사회로이행할방안을제시한다.
여기서는캐슬린린치더블린대학교평등학교수의사랑노동,돌봄노동,연대노동이라는개념을빌려여러돌봄관계에내재한문제를돌아본다.‘근거리의가까운관계에서벌어지는돌봄’을뜻하는사랑노동은주로가족안에서발생하는데,돌봄은가족가운데가장약자가떠맡지만정작돌봄과정에서발생하는중요한결정은‘돈을내는’힘있는사람들이내리곤한다.그과정에서주돌봄자는스스로결정권이없다는걸어쩔수없이인정하고또인정하다가무너진다.
돌봄노동에대해서는돌봄노동자와돌봄받는대상사이에서빚어지는갈등을최소화할방법을제시한다.흔히‘간병인을잘만나는건복의영역’이라고하는데,이는둘의성격이나특성을파악해서매칭하는대신‘그냥파견해서돌보면된다’는식으로만접근했기때문이다.“서로의캐릭터를잘존중해서관계를맺으면복의영역이아닐수있는데,복을잘매칭하고분배할수있는역량을가지려고하지않았기때문에우리가그걸복이나운의영역,우연의영역으로둔거”(305쪽)라는의미다.
‘원거리관계에서벌어지는돌봄’을뜻하는연대노동에대해서는‘새벽6시에갑자기응급실에서걸려온전화를받고,무작정갈수있냐?’는질문을던진다.나와어떤관계이든내가필요한낯선타인을위해달려가는사람이많아진다면돌봄사회가저먼곳에어렴풋이존재하는이상향만은아닐것이다.

우리자신이‘돌봄의인프라’가될때

이책은돌봄을‘우리를숨쉬게하는공기’에비유한다.공기처럼늘곁에있어평소에는소중함을느끼지못하지만,항상우리는돌봄속에서살아왔고돌봄없이는살아갈수없다.그렇듯우리를존재하게한돌봄의가치를올바르게평가하고,돌봄을중심으로새롭게이세계를구성해보자고,두저자는힘주어말한다.
그일은곧우리가일상에서맺는관계를돌아보는일이기도하다.우리가일상생활에서돌봄의가치를무시하고서로돌보는관계를맺지않는데사회복지제도가확충되고돌봄노동자의처우가개선될수는없다.아무리잘정비된제도도메울수없는,사람만이채워야할부분도있다.그래서저자들은돌봄을제도화된서비스나시장의상품으로한정하는대신우리스스로가‘돌봄의인프라’가되어취약한이들,나아가우리자신을돌보는관계를함께맺어가자고권한다.그렇게“우리의관계를돌봄이라부를때”만언젠가늙고병들고약해질미래의우리를부정하거나혐오하지않고,환대할수있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