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동 이야기 : 조남주 연작소설 (양장)

서영동 이야기 : 조남주 연작소설 (양장)

$15.00
Description
현대인의 투명한 분투와 보통의 욕망 사는 곳과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다
“이 소설을 쓰는 내내 무척 어렵고 괴롭고 부끄러웠습니다.”
_작가의 말

《82년생 김지영》으로 한국 여성 서사의 현대적 반향을 일으킨 조남주 작가의 신간 《서영동 이야기》가 출간된다.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예리하게 파고들며 독자에게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선사했던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 오늘날 주요한 화두인 부동산 문제를 통해, 하루하루 계층의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현대인의 투명한 분투와 보통의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 책은 2020년 여름 출간된 테마소설집 《시티 픽션》의 수록작인 〈봄날아빠를 아세요?〉에서 시작된 연작소설로, 7편의 이야기가 가상의 지역 서영동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봄날아빠를 아세요?〉가 집값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지형도였다면, 《서영동 이야기》는 서영동에 사는 여러 인물을 다채롭게 불러모은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집값, 부동산에 대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시각차, 부모의 직업과 아이들의 교육,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 등으로 선연히 구분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애써 감추고 싶을 만큼 불편하지만, 그 속엔 내가 사는 곳이 나를 조금 더 잘 살게 해주었으면 하는 현실적인 바람이 들어있다. 그 불편한 진실과 불가피한 욕망이 치밀하게 엮인 서영동의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란 어렵지 않다.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우리 동네의 모습과 서영동이 너무도 쉽게 오버랩되기 때문이고, 그러므로 서영동 이야기는 우리네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저자

조남주

1978년서울에서태어났다.이화여대사회학과를졸업하고[PD수첩],[불만제로],[생방송오늘아침]등시사교양프로그램의작가로10년동안일했다.2011년장편소설『귀를기울이면』으로문학동네소설상을받으며소설가로데뷔했다.2016년장편소설『고마네치를위하여』로황산벌청년문학상을,같은해출간된『82년생김지영』으로2017년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82년생김지영』은현재세계각...

목차

봄날아빠(새싹멤버)
경고맨
샐리엄마은주
다큐멘터리감독안보미
백은학원연합회회장경화
교양있는서울시민희진
이상한나라의앨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에게집은뭘까?아파트는뭘까?”
‘사는곳’과‘산다는것’의의미에관하여

서울에서내집마련은꿈에가깝고,원룸과같은한시적주거공간이늘어남에따라우리사회에서‘집’의의미는다르게변화했다.지역공동체의일원이자한개인이고,아파트주민이자부동산소유자이기도한《서영동이야기》속등장인물들의모습은,고된몸과마음을누일수있는보금자리라기보다는자산을올리기위한수단과방법에가까워진집,어느새달라져버린‘사는곳’과‘산다는것’의의미를유의미하게조명한다.
아이들을위해서라도서영동집값이올라야한다고주장하면서고가의매매를위해대치동부동산을이용하는인터넷카페회원봄날아빠(〈봄날아빠(새싹멤버)〉),검소하고성실한아버지가부동산투기로돈을굴린,개발과경기호황시대의수혜자임을끝내인정할수밖에없던보미(〈다큐멘터리감독보미〉),학원장이자학부모이면서서영동주민으로자신의학원옆노인복지시설건설을반대하는가운데치매환자인어머니를요양하게된경화(〈백은학원연합회회장경화〉),고생끝에마련한아파트값은날이갈수록불어나지만,이웃으로인한가족의불행에속절없이무너지고마는희진(〈교양있는서울시민희진〉)까지.소설속인물들이우리동네,우리집의가치를올리기위해고군분투하는모습을보고있노라면,실로‘가진사람들이더한다.’라는말이나올지도모른다.그러나소설은그들의사투를비단집값경쟁으로만그리지않는다.너무나도보통의존재인그들은“집이좋기도싫기도하고,이집을가져서다행이기도불행하기도했다.”라는희진의말처럼,끝없이사는곳과사람답게사는일사이에서분투한다.그림자를걷어내듯소설이끝날때마다투명해지는‘잘살아보고자하는’마음이우리삶에가장완전하고도불완전한집을통해드러날때,그것은별안간순수하고온전한것으로우리에게다가온다.서영동사람들의모습에서는짙게,사람사는냄새가난다.그삶의체취를한숨깊이들이마시는것만으로도우리는‘산다는것’에조금더가까워지지않을까.

나는그런유의사람이아니라는착각,
불편하지만보편의진실을마주볼용기

아이들의새학기첫인사가아파트의평수를물어보는것이라는이야기가심심찮게들려오는오늘날.《서영동이야기》는집이라는공간이얼마나손쉽게‘급’의기준으로작용하는지,그리고그것이얼마나암묵적이고일반적으로우리에게각인되는지를날카롭게꼬집는다.아파트관리비를운운하며경비원을향한갑질을합리화하는주민들의모습과(〈경고맨〉)엄마의세계에서자신만은‘그런엄마’가되지않길바라면서도타인의실체를알고나서묘하게달라지는은주의태도(〈샐리엄마은주〉)는분명불편하다.그러나동시에그들의모습은‘적어도나는그렇고그런유의사람’은아닐것이라는안일한마음을다시한번돌아보게도만든다.그불편하지만보편적인진실앞에서,‘2030영끌족,수도권아파트매수세심상찮아’라는기사를보며끌어모을영혼도집도없이아르바이트를전전하는엘리가느낄패배감(〈이상한나라의엘리〉)은그래서더안쓰럽고씁쓸하게다가온다.《서영동이야기》는작가의소설이그러하듯,불편함끝에느껴지는연민과그안에심어진작은씨앗같은용기를마주하게한다.우리가살아가는모습을가감없이보여주는그과정안에서“무척어렵고괴롭고부끄러웠다”는작가의말이더욱깊은울림으로다가오는이유다.

다행이기도불행하기도,행복하기도우울하기도한
우리삶의단면을보여주는하이퍼리얼리즘소설
“가끔은행복하기도해요.또어떤때는갇혀있는기분이들어요.”《82년생김지영》속지영의말과“다행이기도불행하기도,행복하기도우울하기도하다.”는《서영동이야기》속은주의말을통해우리는작가가바라보는세상에한걸음더다가갈수있다.세상에언제나기쁘기만한삶은없고,언제나슬프기만한인생도없다.모든일이다잘될수도없고,잘못될수도없다.이미묘하게교차하는삶을섬세하게따라가는작가의시선은탁월하고,우리앞에거울처럼내비쳐진삶의단면은이책을통해더욱사실적으로묘사된다.현실보다더현실같은작품안에서우리는봄날아빠,은주,보미,경화,엘리중그누구도될수있다.그경이로운공감을경험한뒤“남일이기만한일은세상에없더라고요.”라는경화의말을곱씹어보면,서영동의사람들은그럼에도조금더연대하기위해분투하고있음을깨닫게된다.“억울하고서럽”지만또“그마음이염치없어부끄러워”도하면서.소설속사람들은책장이덮이는순간까지,또그이후에도계속해서분투할것이다.우리가조금더나은삶,사람답게살수있는삶을위해분투하고있을것이므로.


■작품줄거리

〈봄날아빠(새싹멤버)〉:서영동주민커뮤니티에어느날닉네임‘봄날아빠’의게시글이연이어올라온다.‘봄날아빠’는좋은학군,편리한교통에도서영동이다른지역보다저평가되었다고주장하고,주민들은게시글에남겨진단서를서로에게대입하며‘봄날아빠’가누구인지추려내기시작하는데…….

〈경고맨〉:대기업에다니는유정의아버지는정년퇴직후서영동우성아파트의경비원으로일하게된다.우연히아버지의일터에들린유정은온갖잡무와불합리한노동에시달리는아버지를보게되고,어느날부터서영동커뮤니티에는‘우성아파트경고맨’이라는게시글이올라오는데…….

〈샐리엄마은주〉:엄마의세계를유난으로여기던은주는딸새봄이다니는영어유치원의학부모장이자대형로펌변호사의아내이고자신보다넓은평수에사는케이엄마에게남모를호감을느낀다.그러던중케이엄마와엮인한사건으로은주는케이엄마이서영이안좋은소문을달고살던,자신의고등학교동창이자영이었음을알게된다.

〈다큐멘터리감독보미〉:다큐멘터리PD인보미는아파트에대한다큐멘터리를찍기위해자신의아버지를촬영하게된다.본인을평범한소시민가정의맏딸로알고있던보미는촬영이거듭될수록,아버지가사고팔았던서영동의집들을취재하면할수록자신이누리던것이아버지의부동산투기로인한것이었음을알고괴로워하는데…….

〈백은학원엽합회회장경화〉:서영동바른영어수학학원의원장이자백은학원연합회회장인경화는자신의학원옆에노인복지시설이들어선다는사실에서영동주민들과함께반대성명을내기로한다.그러던중아들찬이교육을위해올라와있던친정엄마에게서치매증상이보이기시작하는데…….

〈교양있는서울시민희진〉:희진은7천만원전세에서시작해조금씩늘려나간부동산으로15억대집을소유하게된다.그러던어느날아랫집남자가찾아오는데……“낮에는애들만집에있나봐요?너무뛰어.너무시끄러워요.”

〈이상한나라의엘리〉:경기도2년제대학을나와바른영어수학학원에보조교사로일하는아영은정규강의를하는영어강사가되는게꿈이다.게으름없이투잡,쓰리잡을뛰고고시원에서옥탑방,원룸으로거처를옮기며열심히살아왔던아영은집을바로빼줘야겠다는부동산사장의전화를받게되는데…….


■본문에서

거대한파도가마용성,노도강을휩쓸고서영동까지흘러왔습니다.10억언저리던노블엔34평형이14억이되었군요.그래서이시세가거품일까요?아니면이제야제대로평가받는걸까요?정답은연달아발표되는정부의부동산정책을보면알수있습니다.지난달에는수도권공공택지개발과규제지역추가지정계획을내놓더니오늘은종부세강화,임대사업자혜택축소,주택보유자대출봉쇄까지왔네요.강력규제가잇따른다?절대안잡힌다는뜻입니다._36쪽,〈봄날아빠(새싹멤버)〉
“아버지가버렸는지먹었는지그사람이어떻게알아요?그사람한테이제아버지는,경비들은,물러터진사과넙죽넙죽받아먹는존재겠지.버리면뭐하고딸한테욕하면뭐해요?”
좋은마음으로아버지가좋아하시는제사떡과식혜를사갔었다.하지만유정은간식봉투를두고경비실을나오며차라리오지말걸,오지말걸,후회했다.아버지는불러세우지도조심히가라고인사를건네지도않고멀어지는유정을바라보기만했다.화가난것같기도하고창피해하는것같기도했다.골똘히생각하는것같기도하고아무생각이없는것같기도했다.포기한것같기도하고결심한것같기도했다.아무튼처음보는얼굴이었다.아버지같지않았다._64쪽,〈경고맨〉

“선생님,혹시제가모르는다른사정이있나요?”
케이엄마에대한얘기를할줄알았다.두아이를모두믿고보내주신분이고,유치원일에누구보다관심을가지고협조해주신분이고,그간의신뢰와애정이있어서차마나가라고할수없다는그런말들.그런데원장은예상밖의이유를댔다.
“이동네엄마들이말이좀많잖아요.”_105쪽,〈샐리엄마은주〉

지긋지긋하기는은주도마찬가지였다.샐리엄마도,새봄엄마도,그런여자들중하나로보이지않으려애쓰는생활도,그런여자들을둘러싼말들도,오해도,적의도,정말지긋지긋했다.그래서어쩌란말인가.대체그런여자는어떤여자고그렇지않은여자는또어떤여자인데._109쪽,〈샐리엄마은주〉

보미는아버지가검소하고성실하고영리한어른임을부정하지않는다.하지만고도성장기의대한민국을살았던운좋은기성세대라는것도사실이라고생각한다.지금처럼규제가촘촘하지않고취득,양도,보유에따르는세금부담도거의없던시절,아버지는투기에가까운횟수와방식으로부동산을끊임없이사고팔았다.운도좋았고건설경기가호황이기도했다.이후빌라를원룸건물로리모델링해월세를놓았는데디지털단지에젊은직장인이많아공실한번없이지금까지도집안의안정적인수입원이되고있다.아버지에게집은뭘까.아파트는뭘까._121~122쪽,〈다큐멘터리감독안보미〉

가족은115동1102호를떠나지못했다.보금자리를옮긴다는것은빠르게결정해서금세실천할수있는종류의일이아니다.그렇게시끄러운윗집과예민한아랫집사이에서병들어가는사이집값은계속올랐다.이사한지1년여만에시세는15억이되었다.희진은집이좋기도싫기도했다.이집을가져서다행이기도불행하기도했다.행복하기도우울하기도했다._208쪽,〈교양있는서울시민희진〉

학원사이트에서초등부진도표를확인하려고크롬을열었는데포털사이트메인에‘2030영끌족,수도권아파트매수세심상찮아’라는기사가떠있었다.아영은기사에나열된30대의사례들이무척낯설었다.너무다른세상이야기라오히려황당하지도화가나지도않았다.끌어모으면아파트를살수있는영혼은대체어떤영혼일까.나는영혼마저도실속이없네.웃음이나왔는데솔직히웃기지는않았다._240~241쪽,〈이상한나라의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