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

$15.50
Description
“우리는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

나이 든 몸, 장애가 있는 몸, 가난한 몸, 병든 몸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몸에 관하여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는 〈한겨레〉에서 13년간 기자로 일하고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몸담았던 김소민 작가가 쓴 다양한 몸들에 관한 내밀한 에세이다. 40대 여성, 싱글, 몸이 아프면 당장이라도 밥줄 끊길 걱정부터 해야 하는 프리랜서.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분리시켜 생각해왔던 ‘늙음’과 ‘가난’ ‘아픈 몸’에 대한 두려움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됐다.

작가는 이 책에서 ‘아름다움’ ‘부유함’ ‘정상이라 불리는 것들’과 반대되는 ‘추함’ ‘가난함’ 그리고 ‘비정상이라 불리는 것들’을 끄집어낸다. 그 차별의 중심이 몸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꼬집는다. 자기 자신마저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몸, 형제복지원·장애인 시설 등에서 오랫동안 자유를 잃고 학대당했던 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욕먹는 장애인의 몸, 가난하기에 인격을 빼앗긴 몸…. 어쩌면 무겁고 고통스럽게 다가올 수 있을 주제들을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체로 써내려간다.

작가는 삶을 사랑하고 인간과 동물에 대한 애정이 충만하며, 악함마저 모두 끌어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단단한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때로는 읽는 이의 눈물샘을 건드리고 너무 익숙해서 차별인지도 몰랐던 회색지대를 들려주며 허를 찌르는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각 챕터 말미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대표, 무연고 장례지원 사단법인 이사, 정신의학과 전문의 등 다양한 분야의 이들의 인터뷰를 수록한 점도 이 책을 읽는 묘미다.
저자

김소민

글쓰기노동자로반려견몽덕이와살고있다.어디에도소속돼있지않아불안하지만,대체로별일없이산다.지리멸렬하게살수있는것도복이라고생각한다.40대후반이되니노후가두렵기도하다.나이들수록친구가소중하다.친구를사귀고싶어글을쓴다(사실은먹고살려고쓴다).
〈한겨레〉에서13년간기자로일했다.독일과부탄에서3년여산뒤국제구호NGO‘세이브더칠드런’에서1년7개월일했다.돌아보면,잘못한일투성이다.내가사람들을봐줬던게아니라사람들이날봐줬다는걸깨닫는다.
지역보험가입자가된뒤껑충뛴건강보험료를볼때마다분노하며월급생활자를부러워하다가도하루두번몽덕이와산책할때면이삶에만족한다.책《이해하거나오해하거나》《가끔사는게창피하다》를썼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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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chapter1관리당하는몸
몸뚱이를사랑해달라고
44사이즈가돼야얻는사랑이라면
30대가세살이되는사랑의불시착
‘공감과섬세함’이무섭다
‘탈코르셋’을바라보는복잡한마음
아홉살여자가말했다,“여자애라서”
내가‘생리충’이아니듯그녀도‘내시’가아니다
나는왜방탄소년단춤을포기했을까
갱년기,댄스복을사다
Interview어쩔수없는나여도괜찮다
-거식증과싸워온신지유씨

chapter2추방당하는몸
나의깨끗함을위해선남의더러움이필요해
천진난만함이꼴보기싫어
백인혼혈은예능에,동남아혼혈은다큐에
존재하나존재하지않는아이들
“그럼시설에서살래요?”
그가옳고내가틀렸다
사람취급못받아야사람이되나
우아하게살고싶지않은사람은없다
비겁한‘사회적합의’
Interview영희씨는제일못된장애인이다
-박김영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상임대표

chapter3돌보는몸
자유는몸으로만질수있다
담을넘으면뭐가보일까
촉감이필요해
할머니가뜬수많은별아
누가나를돌볼까,나는누구를돌볼까
밥하는일보다중요한노동은
셋째이모,박영애
빨래방구직기
Interview걸으며발의감각을느껴봤나요?
-문요한정신의학과전문의

chapter4당신은혼자가아니라는인기척
고독이고립이되기전에
전화한통보다절망이쉽다
더럽게외로운나를구한‘개공동체’
너는도인아니도견이구나
개에게배우는사랑
쓰레기자루속레몬빛깔병아리
냉소한다그래서행동한다
이문어를만나지않았더라면
가래떡을먹는시간
‘땐뽀걸스’의지현과현빈이는아직도춤을출까
그때까지행복해질수없다
김종분씨와곰돌이푸
Interview당신은혼자가아니라는인기척
-무연고장례를지원하는사단법인
‘나눔과나눔’박진옥상임이사

에필로그살아있는것들은모두짠하지

출판사 서평

“약함을몰아내면악함이들어온다.내가나를대하는태도도비슷했다.몸은머리의지배를받는식민지여야했다.몸은내인정욕구를채워주기위해채찍질해야할도구였다.가치있는사람이되려면내몸이곳저곳을깎아내야할것같았다.늙어가니보기싫은구석이늘어간다.생산성떨어진내몸은쓸모없는것이될까두렵다.보기싫은구석들을다도려낸다면아마나는뼈만남을거다.‘아,굽은정강이뼈가콤플렉스이니뼈도못추리겠구나.’내가내몸을바라보는시선으로타인을본다.”_11쪽

“살아있는것들은모두짠하지”

약함을받아들이지않는사회에서는
모두가불안하고불행해질수밖에없다

총4부로구성된이책의1부에서는‘관리당하는몸’들에관해이야기한다.거울속자신을보며‘눈이1밀리미터만찢어졌으면’바랐던경험,술자리에서친구에게“네얼굴귤껍질같다”고비난받았던일,TV속드라마에서나오는“꾸미는여자가남편에게사랑받는다”라는대사….여성이라면누구나겪어본몸에관한차별과작가자신조차도자기몸을‘부끄러운식민지’나‘관리와착취의대상’으로봐왔던시간들에관해진솔하게써내려간다.
2부에서는‘추방당하는몸’들에관해이야기한다.‘못사는나라’의외국인에게가해지는인종차별,‘선감원’‘수심원’등시설에감금되어학대당했던사람들,경비원·배차원등우리사회에서‘임계장(임시계약직노인장의준말)’이라불리는이들에게행해지는인간이하의대우들,전장연의지하철시위를향한몰이해등.작가는효율성이라는잣대로‘정상’과‘비정상’을가르고,약한이들에게는차별과학대를합리화하는이사회를고발한다.
3부에서는‘돌보는몸’에관해이야기한다.작가는‘자기손으로밥해먹다죽는것’이유일한소망이었던친할머니가쓰러진뒤요양보호사의도움없이홀로화장실을가고자고집부리는상황을의아해한다.그러나곧아픈이에게도존엄한삶이필요하다는것을깨닫는다.한편으로는돌봄을제공하는이들의노동또한폄하되어서는안된다는것을상기시킨다.사람은누구나돌봄을주고받는이가될것이며,돌봄은‘사회를하나로잇는행위’라는것을강조한다.
4부에서는다양한몸들이존중받기위해서는사회구성원모두의권리와나아가동물권이보장돼야함을이야기한다.작가는36년간투쟁해왔던김진숙민노총위원의복직투쟁에함께참여해연대하기도하고,서로개산책을시키며인사만나누던동네주민에게휴대전화를잃어버렸을때도움을받기도한다.무연고장례식에서일면식없는타인의장례를정성껏치르는이들을보며‘당신은혼자가아니다’라는인기척을건네는일이인간에게얼마나중요한안전기지를만들어주는일인지강조한다.

“혐오의대상을구별하는핵심은몸이다.몸이차별의근거가된다.혐오는이분법을타고흐른다.남성/여성,문명/야만,장애/비장애,젊음/늙음….이분법에는위계가있고혐오는은유를타고확장된다.젊음은혁신의은유,남자답다는용기의은유,아름다움은선함의은유가된다.은유에는논리가없고설명이필요없다.스며들뿐이다.맞서싸우기힘들다.그래서몸의차이를근거로차별하면쉽게오래착취할수있다.착취당하는사람스스로자신을혐오하게되니까.”_10~11쪽

“우아하게살고싶지않은사람은없다”

전장연의투쟁,몸에새겨진차별의언어들

작가는최근논란을빚었던이준석국민의힘대표의장애인시위에관한발언을이책에서비판한다.그리고장애인들이‘이동권’등의기본권에서배제되고,장애인시설로추방되며얼마나‘비인간’으로차별당해왔는지책의2부말미에서낱낱이꼬집는다.
2022년3월26일이준석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지하철시위를향해“수백만서울시민의아침을볼모로잡는부조리”라고말했다.그의말은10대일간지에모두대문짝만하게실리고방송도탔다.작가에따르면전장연이몇개월동안아침마다투쟁해도얻을수없었던발언권이었으며,장애인활동가들이죽어서도얻을수없었던관심이었다.약속이야있었다.2002년서울시는2004년까지모든지하철역사에엘리베이터를설치하겠다고약속했다.그러나20년이지난지금까지‘예산부족’이라는핑계로매해미뤄왔다.
어떤사람의목소리는죽어야들린다.장애인들은국회도가보고단식투쟁도해보고,한강다리를건너는투쟁도해보고기획재정부장관집앞까지찾아갔다.약속이유예되는동안2001년부터2017년까지장애인다섯명이지하철리프트추락사로숨졌다.그러나이들에게일어나는사건들은기사한줄나기도힘들었다.작가는“왜이런방식으로투쟁해야해?”라고묻는이들에게말한다.우아하게살고싶지않은사람은없다고.요구하지않아도기본권을누릴수있는‘행운’,말만해도다들귀기울여주는‘행운’은모두가물고태어나지않았을뿐이라고.

“특권은편안함이다.너무자연스러워특권을누리는게느껴지지도않아야일상적특권이다.피부색,성별,가난탓에자기가타인에게어떻게보일지매순간신경쓰지않아도되는자유다.타인의시선,타인의시선으로자신을보는자기시선,그자기시선을회의하는또다른자기시선,이모든시선에신경쓸필요가없는거다.그시선들의투쟁이일어나는복잡한마음을알지도못하면서묻는다.‘그걸왜못해?’‘왜그렇게꼬였어?’_109쪽

“고독이고립이되기전에연대할것”

당신은혼자가아니라는인기척

작가는40대가되어여기저기아프고,홀로나이들어가는과정을거치며사람과어울리지못하면마음만외로운게아니라몸도아프다는것을깨달았다.내몸을사랑한다는건뒤틀리고괴상하고약한내가평가없이있는그대로받아들여졌다고느꼈을때가능하다.작가는나이가들수록,삶이만만치않다는걸절감할수록,실은내가그리대단한존재가아니라는걸깨달을수록사랑은연민을닮아간다고말한다.자신의약함을절감할수록연민의폭은넓어지고그런연민은다정하고평등하다.작가는그다정함이우리를구원할거라며슬그머니다가와독자들에게온기를전한다.

“어떤몸을내쫓는곳에선모두불안하다.모른척,아닌척해도사실다들안다.사람은원래취약하다는걸말이다.효율성높은몸이기준인곳에서사람은취약함을떠올리게하는타인뿐아니라자기안의약함도없애버리려자신을쥐어짠다.자신의약함을없애버리고싶을수록약한타인이혐오스럽다.모든인간이존엄하다는건순거짓말이고,효율성떨어지는몸이되는순간‘비인간’으로취급되는곳에서는약하지않은사람도자신으로살수없다.”_127~1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