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푸가(큰글자도서)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이별의 푸가(큰글자도서)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29.00
Description
“이별은 왜 왔을까. 우리는 왜 헤어져야 했을까.”
《아침의 피아노》에 이은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었던 《아침의 피아노》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고 김진영 선생님의 두 번째 산문집 《이별의 푸가》가 출간되었다. 2017년 《현대시학》에 일부 연재했던 원고는 선생 사후에 ‘이별의 푸가’라는 이름으로 완성된 채 남겨졌다. 《아침의 피아노》가 한 철학자가 삶의 끝에서 바라본 ‘삶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마음’을 담았다면, 《이별의 푸가》는 삶 내내 지녀온 ‘이별의 아픔’과 ‘부재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짧은 글 86개로 쓰인 이 단상집은, 마치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생의 모든 이별의 순간을 자신 앞에 좍 펼쳐놓고 세어보듯이, 이별할 때 지나야만 하는 모든 순간을 빠짐없이 쓰다듬는다. 만나고, 후회하고, 추억하고, 침묵하고, 눈물짓고, 분노하고, 미련을 놓지 못하고, 부재함을 느끼고, 비참해하고, 허전해하고, 분열하고, 아파하고, 욕망하고, 기뻐하고, 대수롭지 않아 하고, 유치해하고, 뻔뻔스러워하고, 냄새를 맡고, 목소리를 떠올리는…… 이별의 매 순간은 세세히 그리고 서서히 우리의 몸속으로 스며든다. 거리에서, 차 안에서, 그 사람의 집 앞에서, 준비된 말이나 어떤 포즈도 없이, 이별을 견뎌내야 했던 어느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묻게 된다. “이별은 왜 왔을까. 우리는 왜 헤어져야 했을까?” 그 사람이 아닌, 그 이별의 순간을, 그 부재의 아픔을 떠올리면서.
《이별의 푸가》의 86개의 단면들은 하나의 선율을 따라 모방하듯 서로 쫓고 쫓기며 이별이 가진 일상성을 철학적 성찰의 지점으로 데려간다. 이별이 흘리는 슬픔과 외로움과 애태움과 아픔은 어느덧 침묵과 적요로 바뀌어서 “왜 이별해야 했을까?”라는 개인적인 질문에 “이별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고민을 더한다. 이별하는 연인들의 고통과 이별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일상의 무거운 면면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롤랑 바르트와 프루스트, 그리고 아도르노, 한트케, 파스칼 등의 글과 말을 연결시키며 이별이 가진 이미지와 개념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건넨다. 《아침의 피아노》의 단정하고 깊고 맑은 문장들이 생에 대한 빛나는 명랑성을 보여주었다면, 그리고 그 모습이 선생이 본 아침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면, 《이별의 푸가》의 열정적이면서도 우아하고 강인하면서도 집요한 문장들은 이별에 대한 아련한 잔상들을 뜨겁고 매혹적으로 보여준다. 아마도 그건 꿈처럼 도착했던 선생의 어느 저녁 풍경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기를 결코 멈추지 않은 귀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저자

김진영

(1952~2018)
고려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박사과정을밟았다.프랑크푸르트학파의비판이론과그중에서도아도르노와베냐민의철학과미학을전공으로공부했으며그교양의바탕위에서롤랑바르트를비롯한프랑스후기구조주의를함께공부했다.특히소설과사진,음악등여러영역의미적현상들을다양한이론의도움을빌려읽으면서자본주의문화와삶이갇혀있는신화성을드러내고해체하는일에오랜지적관심을두었다.시민적비판정신의부재가이시대의모든부당한권력들을횡행케하는근본적인원인이라고믿으며〈한겨레〉,〈현대시학〉등의신문·잡지에칼럼을기고했다.대표작으로는산문집《아침의피아노》,《이별의푸가》,역서《애도일기》,강의록《희망은과거에서온다》,저서《처음읽는프랑스현대철학》(공저)이있다.홍익대학교,서울예술대학교,중앙대학교,한양대학교등에서예술과철학에관한강의를했으며,(사)철학아카데미를비롯한여러인문학기관에서철학과미학을주제로강의했다.(사)철학아카데미의대표를지냈다.

목차

만남
의자
문장들
나의얼굴
열패감
서약
후회

추억
통점
잔인한침묵
침묵
추위
포옹
눈물
차례
분노
미련
약속
화장
부재
비참함
꿈(2)
사라짐
꼼짝도않기
허전함
장갑
차가움
분열
아픔
추억(2)
씻기
문자
돌아오는말들
결핍
황홀경
노예근성
거식증
마지막스침
키스
사진
욕망
기쁨
대수롭지않음
고백
사진
착한마음
이름
배신
유치함
멂과가까움
반지
육체
그림자
고통

뻔뻔스러움
울음
사랑과죽음

돌아온탕아
키스(2)
연,깃발,천사
허공
베개
세월

비극
안경
호기심
낯설어짐
잔인함
따뜻함
냄새
목소리
부재(2)
세상의모든풍경
구두소리
무능력
추억
간주
낮은신발
계절과날씨
잠잘오는방
일루미네이션
빈방
최후의만찬

출판사 서평

사랑과는이별을해도이별과는이별할수없는걸까?

이별이란뭘까?《이별의푸가》는그질문을통과하기전에몇가지다른질문을지나치라고말한다.만남이란뭘까?스침이란뭘까?이름이란뭘까?사랑이란뭘까?쓸모없음이란뭘까?《이별의푸가》에서말하는이별의주체란이렇게만나고,스치고,이름불리고,사랑을하고,완전히쓸모가없어진뒤에야비로소될수있다.이별뒤에언제나당신이원하는건더는자기를생각하지말아달라는요청이다.“나를생각하지말아요,나를그리워하지말아요,나를잊어버려요,내가원하는건바로이것이에요…….”하지만,아무리애를써도그렇게할수없다.이별의주체가되는걸막을수없다.그렇다면,이별이란뭘까?이별은사랑이패배와배신으로건너가는분기점이며동시에사랑이그운명으로부터구원되는시점이기도하다.너무아파하면서도이별을끝내지못하는건이별때문이아니다.당신이없기때문이아니다.그건당신의부재때문이다.그부재속에여전히당신이있기때문이다.이부재는스스로만들어낸주관적이며상상적인부재이다.당신이떠났다는사실은이결핍의부재와아무런상관이없다.《이별의푸가》는말한다.“부재속에당신이있는데어떻게당신의없음을인정할수있겠는가.”하지만그부재의시간이‘사랑의끝’이나‘사랑의없음’을말하는것은아니다.86개의이별의단상들은‘사랑의단상’을품고서‘사랑의끝은이별인데,이별의끝은어디인가?’라고끝내질문할뿐이다.아무런대답도들을수없음을알면서도.

사랑이끝나도,그사람은오지않아도,계절은다시온다

《이별의푸가》의단상들은우리를이별속으로끌어당긴다.우리는이별한사람이되어이별뒤에찾아오는여러일들을겪게된다.먼저,말들이사라진다.이런저런사람들과만나서말하는일이너무힘들어진다.그다음에는꿈을꾼다.캄캄한밤에어디로가야할지몰랐더라도,꿈속에서당신을보는순간불안이가신다.그리고휴대폰에서눈을떼지못한다.연락이올까봐.연락이오지않을까봐.씻는것도싫어진다.깨끗이씻은뒤에,아름답게꾸민뒤에누구에게보여줄것인가?발작이시작되기도하고,당신의목소리가들리기도하고,아무것도먹기싫어지기도한다.그러다어느순간이오면한꺼번에슬퍼할수조차없이슬퍼지고야만다.그리고그슬픔이지나간뒤에우리는이별뒤에만남겨지는길고긴피로와맞닥뜨린다.하지만《이별의푸가》에서말하는이별은그피곤함마저도소멸할때일어난다.그피곤함에온전히몸을맡기고서야우리는비로소당신의부재속으로들어갈수있다.사랑에빠진다는게내가사라질수있다는걸깨닫는것이라면,이별을한다는건조용하면서도격렬한물살을따라끝없이떠내려가는것이다.당신이돌아오기만을기다리던순간은어느새지나가버리고,‘이별의주체’가된우리는이제뗏목을타고당신을통과하고초과한채로어디인지도모를곳에다다른다.《이별의푸가》가그리는세상은바로그끝에있다.꼼짝없이남겨진우리가결국다다르고야마는이별의폐허다.우리는그폐허의현장을산책한다.길가에피어난꽃을보기도한다.다만,당신의부재에머무는일만큼은잊지않는다.우리는울지않고,고백하지않고,시를쓰지않는다.대신당신의부재가당신보다도더구체적으로느껴지는순간을경험한다.당신이옆에없음에도,당신과함께하고,당신의부재속에머문다.약속을껴안듯이희망을껴안듯이이별을껴안는다.우리는이제안다.사랑이끝나도,그사람은오지않아도,이별의계절은결국다시온다는걸.우리는본래사랑의주체가아니라이별의주체라는걸.날마다헤어지고영원히이별하는우리에게이보다더근사한책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