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간들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상실의 시간들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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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죽음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생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상실의 고백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상실의 시간들』 개정판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심윤경,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박민규, 『표백』의 장강명, 『다른 사람』의 강화길, 『체공녀 강주룡』의 박서련, 『코리안 티처』의 서수진, 『불펜의 시간』의 김유원 등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많은 작가를 배출하며 오랜 시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최지월의 『상실의 시간들』은 2014년 당시 “짙은 여운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읽는 내내 남는다” “울고 싶은 마음이 된 채로 이 곡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나지막하지만 힘이 있는 작품” 등의 평을 받으며, 246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상실의 시간들』은 주인공 석희의 관점으로 엄마의 사십구재에서 탈상인 100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그린 소설이다. 육체적 죽음이 사회적 죽음이 되기까지, 누구나 언젠가는 목격해야 하는 부모의 죽음을 다큐멘터리처럼 매우 사실적으로 서술한다. 평범한 사람이 겪는 평범한 죽음을 둘러싼 현실적인 조건과 고민 등을 실감 나게 표현한 이 소설은, 어찌할 수 없음의 수동적 슬픔보다는 충분한 애도를 통해 죽음 이후로 나아가기 위한 능동적 슬픔의 힘을 느끼게 한다.
저자

최지월

1972년생.지구인.쥐띠.오형.게자리.
국적대한민국.고향원주.
서울여대문헌정보학과졸업.
사서.그리고작가.

목차

상실의시간들

작가의말
개정판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만난사람은헤어진다.
엄마와나도이제헤어졌다.
이별만이인생이다.

“이책을읽는동안
나는속수무책이된다.”
_윤성희(소설가)
■책소개
“이이야기는죽음의풍속을그려냄으로써
삶의진실을복원해내는경이로운음각화다.”_정여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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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한겨레문학상수상작《상실의시간들》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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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후에도삶은계속된다
생의본질을집요하게파고드는상실의고백

1996년제정된한겨레문학상은《나의아름다운정원》의심윤경,《삼미슈퍼스타즈의마지막팬클럽》의박민규,《표백》의장강명,《다른사람》의강화길,《체공녀강주룡》의박서련,《코리안티처》의서수진,《불펜의시간》의김유원등한국문학의새로운지형도를그린많은작가를배출하며오랜시간독자들의꾸준한사랑을받았다.최지월의《상실의시간들》은2014년당시“짙은여운이지워지지않는얼룩처럼읽는내내남는다”“울고싶은마음이된채로이곡조를따라갈수밖에없었다”“나지막하지만힘이있는작품”등의평을받으며,246편의경쟁작을물리치고당선되었다.

《상실의시간들》은주인공석희의관점으로엄마의사십구재에서탈상인100일이되기까지의과정을상세하게그린소설이다.육체적죽음이사회적죽음이되기까지,누구나언젠가는목격해야하는부모의죽음을다큐멘터리처럼매우사실적으로서술한다.평범한사람이겪는평범한죽음을둘러싼현실적인조건과고민등을실감나게표현한이소설은,어찌할수없음의수동적슬픔보다는충분한애도를통해죽음이후로나아가기위한능동적슬픔의힘을느끼게한다.

삶을지속한다는건끊임없이낯설어지고,새로워지고,고독해지는일이다.형제도자라서타인이되고,타인이만나서가족이되고,그가족은다시서로를헤아리지못하는타인으로변해헤어진다.만난사람은헤어진다.40년이나알아온엄마와나도이제헤어졌다.이별만이인생이다._본문중에서

현실적인,너무나현실적인,
속수무책일수밖에없는애도의기록

《상실의시간들》은엄마의죽음에서출발한다.엄마가돌아가신지49일이지난지금,농도짙고축축한슬픔보다는평범하고지극히건조한일상이꾸역꾸역밀려들어온다.주인공석희에게는엄마의죽음을생각하는대신살아있는아버지와말싸움하고,같이병원을드나들고,아버지혼자집안일을할수있도록삶을정비하는일이급선무가된다.만성신부전과고혈압이있는아버지는강도높은식이요법을해야한다.먹어야하지만먹지말아야하는모순속에서,정기적인출퇴근없이연애소설을쓰는석희는당분간모시게된아버지와매일전쟁을치른다.
심장마비로세상을등진후병원응급실에실려온엄마는사망진단서를받기까지‘환자’인채로대기중이었다.잠옷차림으로미간을잔뜩찡그린엄마를응급실구석에그대로둔채,아버지는대기실에서아내의죽음을처리해줄‘그누군가’를기다리고만있었다.석희와그의동생은희가의사의서명을받고장례식장의이용객이된뒤에야엄마는비로소장례의식의주인공이되었다.장례를치르는내내,석희는수많은결단을내려야했다.황망한정신을가다듬을틈도없이빈소의종류와조문객을위한식사메뉴등을골랐다.남앞에서울지않는석희를보고,엄마의교회친구들이몰려와범인을색출하듯심문했으며,아버지쪽친척들은아내없는아버지의앞날을걱정해울부짖었다.
43년간아버지와함께한엄마는대체어떤삶을살아낸것일까.군인인아버지를따라고향을떠났고,석희가세살때이사온원주에서삶을마친엄마.10년쯤전에,엄마는심부전을판정받았다.엄마의심장이나빠지기시작한건,아빠의퇴직과소희언니의결혼과이민,석희의불안정한생활,은희의박사진학등이있었던시기와맞물린다.아버지는명령과복종이익숙한군생활을33년이나했다.집에서는언제나부재했던아버지를두고엄마는아빠를‘애국자’이자‘가족을위해희생하는훌륭한가장’이라고했다.어떤일에서건아버지의판단이가족전체를위한최선으로여겨졌다.그런아버지가퇴직한직후엄마의생활을간섭하기시작했다.엄마는평생도맡아온살림에대한권한을뺏겼을뿐아니라,자기자신으로여겼던자식들의삶이알수없는사물로변해버렸다.몸은쇠락해가는데감당하기어려운변화들이일상에서벌어진것이다.
처음부터엄마가엄마는아니었을것이다.스물세살엄마는스물아홉의아버지를맞선에서만났고,키가훤칠하고얼굴도잘생긴아버지에게시집을가기로결심했다.여자형제중에국민학교를나온건엄마뿐이었고,시골마을에서엄마는양장학원을다니는일등신붓감이었다.부모님을조른끝에,67년에쌍꺼풀수술도한엄마.아버지를따라낯선도시에새롭게적응해야만했고,아버지에게만의존하며세아이를홀로키운엄마.아름다운물건을골라아름다움그자체에찬탄을보내던엄마의삶은,돌이켜볼수록짧기만하다.
인생이란영원할것같은생의한가운데를지나,그것이결국찰나였음을깨닫는여정이아닐까.찰나생찰나멸.그안에서있는힘을다해살아가는일이우리가할수있는전부라고,《상실의시간들》은나지막하게읊조린다.

이글을2년전에겪은어머니의죽음이불러일으킨마음의혼란을벗어나보고자쓰기시작했다.내어머니는평범한사람이었다.사회나국가에혹은역사나공공의영역에휘황찬란하게기록될만한업적이나이렇다할이름을갖지못하고,그저가족들을사랑하고가까운친구들과어울리며한평생을보낸뒤에,그어떤사회적상징이나의미를지닌사건에도휘말리지않고자연스러운이유로돌아가셨다.수년이지나면가족들외에는아무도어머니를뚜렷하게기억하지못하게될것이다.(…)세상의다수는평범한사람이니,평범한죽음또한공유할수있는이야기로서소설이될수있겠다싶었다.그러한이유로도썼다.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