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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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 현대시사는 김수영의 꽃을 완성품으로 숭배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기입된 비뚤어진 글자를 다시 세우고 다시 비틀면서 그가 하고자 했으나 완수하지 못한 것, 그 문제 설정의 용기와 정직한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것이 김수영의 꽃이 시들지 않고 살아 있는 이유이다. _본문에서
저자

고봉준

문학평론가.경희대학교후마니타스칼리지교수.저서로『유령들』『비인칭적인것』『문학이후의문학』등이있다.

목차

서문김수영의거침없는문학적모험

1부탄생과일제강점기
1가족:아버지를바로보지못하던시인,그렇게아버지가되다_이경수
2유교:모더니즘이전에,이미핏줄에흐르고있던선비정신_김상환
3일본,일본어:망령씐‘식민지국어’라도맘껏부려썼다_김응교
4만주이주:이주와패배,그극복의원체험_박수연

2부한국전쟁기
5한국전쟁:나는‘민간억류인’,친공포로냐반공포로냐택일을거부했다_이영준
6설움:‘제일욕된시간’과‘벌거벗은긍지’사이생활고의설움_엄경희
7박인환:야아,수영아,훌륭한시많이써라_맹문재
8기계:기계와사물의운동을꿰뚫어본관찰자_오영진
9하이데거:‘시간’에민감했던시인,현실과역사앞에물러섬없었다_임동확

3부구수동거주시기
10마포구수동시절:생활의감각과사랑의기술_나희덕
11전통:전통적인간에서전통을생성하는존재로_남기택
12엔카운터:냉전적의도가담긴잡지봉투를뒤집어시의초고를써내려가다_정종현
13꽃:노란꽃을받으세요,지금여기에피어난미래를_오연경
14자유:시인으로서자유로우려면시민으로서도자유로워야한다_진은영

4부4·19혁명이후
15혁명:시와삶과세계의영구혁명을추구한시인_김명인
16적:짙은자기환멸을내쉴지언정조국을미워할수는없었다_심보선
17여편네:독살을부리는자본옆에서,졸렬한타박이라도하여야했다_맹문재
18돈:‘돈’의아이러니속에서싸우다_김행숙
19비속어:시임에도욕설을쓴게아니라,시라서욕설을썼다_김진해
20번역:‘덤핑출판사’의12원짜리번역일,그고달픔은시의힘이됐다_고봉준

5부시대를비추는거울
21여혐:우리는이겼다,아내여화해하자_노혜경
22니체:그의산문에두번등장한니체,닮음과다름_김응교
23온몸:무의식적참여시의가능성,‘온몸’의시학을다시생각하며_신형철
24죽음:‘죽음의시학’은그를여전히살아있는시인으로만들었다_이미순
25사랑:사랑의무한학습,지금여기에꽃피는사랑의미래_김수이
26풀:우주의화음을품은김수영시의극점_유성호

대담거대한100년,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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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역사는아무리더러운역사라도좋다
진창은아무리더러운진창이라도좋다”
-
비루한일상을온몸으로끌어안은자리에서
진보와혁명을추구한시인,김수영
그가우리에게전하는긍지와사랑의예언

2021년김수영탄생100주년을기념해《한겨레》에서‘거대한100년,김수영’이라는타이틀아래반년간평론26편이기획·연재되었다.신문한면을통째로열어한시인을이토록다방면으로조명한특집이극히드문만큼,여전히뜨겁게호명되는김수영의문학적위상을보여주는사례다.독자의성원에힘입어연재글들을수정·보완하고육필원고와발표지면등최초공개되는자료및특별대담과함께엮어새롭게선보인다.해당분야의전문연구자인24명의시인과문학평론가가필자로대거참여했으며가족,일본/일본어,한국전쟁,전통,돈,비속어,번역,여혐,니체,온몸,죽음,사랑등26가지의키워드를통해김수영의생애사와작품론에두루접근하여이해의폭을한층넓힌다.김수영의삶과작품을단순히우상화하거나신화화하는대신지금의관점에서비판적으로분석한다는점또한눈여겨볼만하다.
‘이모든무수한반동이좋다’는김수영시「거대한뿌리」의한구절이며,전통에대한긍정,평범한민중에대한긍정,자유와혁명에대한긍정,더나아가자신을향한지금세대의날카로운비판에대한긍정까지담아낼수있는호탕한제목이다.이책은김수영을각기다른키워드로분석했다하더라도전기사적요소를배제하진않았는데,다양한키워드와평전이씨줄과날줄이되어김수영의삶과문학의전체적면모를직조한다.

1921년에태어나1968년에세상을뜬시인김수영.한국근현대사의파고를온몸으로겪어야했던시인의삶을떠올려본다.누구보다뜨겁게자유를갈망했지만누구보다먼저혁명의실패를예감했고그럼에도누구보다치열하게혁명이후에대해사유했던시인.이것만으로도김수영을다시읽어야할이유는충분하다._본문에서

김수영의거침없는문학적모험,
빛과그늘을아우르는
풍부하고다채로운26가지시선

1부‘탄생과일제강점기’에서「아버지를바로보지못하던시인,그렇게아버지가되다」는8남매의장남으로자라났으나장남에게요구되는삶의방식을따르지않은김수영이,시에서아버지와누이를성찰과정시(正視)의주체이자대상으로호명한방식을면밀히검토한다.「모더니즘이전에,이미핏줄에흐르고있던선비정신」은단순히서양의모더니즘을한국적으로소화하는것에그치지않고동양과서양의정신을종합하는작시법을추구했다는점에서김수영의위대함을재발견한다.「망령씐‘식민지국어’라도맘껏부려썼다」는일본어창작을곧반민족으로연결하는고정관념을비판하며김수영시에서식민체험의흔적을사려깊게읽어낸다.「이주와패배,그극복의원체험」은김수영이일본유학과만주이주에서겪은배반의경험을추적하는한편,연극공부가시의언어에끼친영향을분석한다.

2부‘한국전쟁기’에서「나는‘민간억류인’,친공포로냐반공포로냐택일을거부했다」는자신을‘포로’대신‘민간억류인’으로불렀으며‘친공과반공’의이분법에서탈피해‘자유’를중시했던시인의태도에주목한다.「‘제일욕된시간’과‘벌거벗은긍지’사이생활고의설움」은김수영이시에서드러낸대표적정념인‘설움’이촉발되는메커니즘을들여다보며생활에대한무능이나무책임이아닌자발적고절(孤節)로서의소외와긍지를헤아린다.「야아,수영아,훌륭한시많이써라」는서점‘마리서사’를열고모더니즘시운동을전개했던박인환에대한김수영의애증을실감나게서술한다.「기계와사물의운동을꿰뚫어본관찰자」는김수영을기계-사물의운동을가감없이관찰해본질을파악한시인으로설명하면서시「헬리콥터」에대한‘기계비평’을시도한다.「‘시간’에민감했던시인,현실과역사앞에물러섬없었다」는하이데거전집이낡고닳을만큼하이데거에심취했던김수영의시세계를하이데거의철학개념으로해석한다.

3부‘구수동거주시기’에서「생활의감각과사랑의기술」은김수영이마포구구수동집에서시에대한조급한욕심을내려놓고생활과예술사이의균형점을찾으려부단히노력했던시절을다룬다.「전통적인간에서전통을생성하는존재로」는김수영이전통에대한반감과부정을넘어시로써전통을긍정하고현재화하는양상에귀기울인다.「냉전적의도가담긴잡지봉투를뒤집어시의초고를써내려가다」는김수영에게잡지《엔카운터》와《파르티잔리뷰》가우송된냉전적맥락과이잡지들이시에서어떻게전유되며주체성형성의자원으로활용됐는지살펴본다.「노란꽃을받으세요,지금여기에피어난미래를」은생성과죽음을한몸에지닌꽃에대한집요한탐구가자유와혁명과사랑이라는꽃의사상으로만개한일련의과정을되짚는다.「시인으로서자유로우려면시민으로서도자유로워야한다」는불온사상을인정할때만언론의자유가진정으로보장되며이는문학의자유와무관하지않다고믿었던김수영식‘자유’를논한다.

4부‘4·19혁명이후’에서「시와삶과세계의영구혁명을추구한시인」은김수영의혁명은정치적이고일회적인사건에머물지않고시와삶에서지속되는총체적변혁이자거대한사랑임을설파한다.「짙은자기환멸을내쉴지언정조국을미워할수는없었다」는모던한세계를흠모하며조국의후진성에경멸을느끼면서도비루한일상을온몸으로끌어안고자했던김수영의내면을묘파한다.「독살을부리는자본옆에서,졸렬한타박이라도하여야했다」는물질주의에매몰된존재에대한멸시가투영된호칭으로서시어‘여편네’의의미를분석한다.「‘돈’의아이러니속에서싸우다」는먹고살기위해‘매문’을하지만글쓰기로영혼의자유를누리고표현의용기를실현하기보다상품가치에매몰되기쉬운모순을간파했던김수영의글쓰기를‘적과의동침’으로설명해낸다.「시임에도욕설을쓴게아니라,시라서욕설을썼다」는김수영의시에쓰인욕설을인간의본질을드러내는표현이자자유의실천으로규정한다.「‘덤핑출판사’의12원짜리번역일,그고달픔은시의힘이됐다」는김수영이번역을‘부업’삼았으면서도번역에지나치게열중해결국에는번역텍스트와의상호작용을통해고유한문학론을구축했음을논증한다.

5부‘시대를비추는거울’에서「우리는이겼다,아내여화해하자」는60년대의시인인김수영이짊어져야하는한계점을명확히짚으면서,시와산문속에서아내에대한인식은차츰변화했지만그의죽음으로여성혐오를넘어서는실천은도중에중단되었다고이야기한다.「그의산문에두번등장한니체,닮음과다름」은김수영이니체와유사한문제의식을공유했으나출발점과해결방식이달랐다고주장한다.「무의식적참여시의가능성,‘온몸’의시학을다시생각하며」는김수영의대표적시론인「시여,침을뱉어라」와「참여시의정리」를분석하여‘몸과그림자’의관계를밝히고온몸의시학을‘무의식적참여시’로적절히설명해낸다.「‘죽음의시학’은그를여전히살아있는시인으로만들었다」는죽음이삶을일깨우고생성을낳으며자신을공동체로나아가게한다고보았던김수영의시학을살펴본다.「사랑의무한학습,지금여기에꽃피는사랑의미래」는김수영이사랑을사회가품은영구혁명의가능성이자개인과사회를성장시키는유일한동력으로파악했음을강조한다.「우주의화음을품은김수영시의극점」은김수영의대표작으로거론되는「풀」에등장하는풀과바람의관계를‘상응과친화’로설명하며,때로는스스로움직이고때로는서로영향을주고받는사물의속성을보여준다고역설한다.

“혁명이성취되는마지막날에는
그런사나운추잡한놈이되고말더라도”
100년이흐른지금,김수영을다시읽어야하는이유

김수영은현실의이면을들춰내고진실을환기하려는신념을온몸으로밀어붙여한국현대시사의한획을그었다.그는역사적격랑에촉수를곤두세우며자유를억압하는대상에맞서자신만의시세계를구축해나갔지만,자신이속한시대의한계를작품에고스란히반영하기도했다.그가남긴오점탓에페미니즘리부트이후등을돌린독자가생겨나면서,그는부정적인평가에부닥치곤했다.그러나그를덮어놓고옹호하거나맹비난하는관점을넘어,김수영이지금세대에물려줄수있는유산을비판적으로검토하는일이필요할것이다.모든이의삶을근본적으로바꾸는총체적변혁을추구했던그의날카로운문제의식은오늘날에도유효한시각을제시하기때문이다.평온한독서를거부하는시,독자에게끊임없는성찰을요구하는시를써내려간김수영은자기작품이지닌한계점을성찰의계기로삼는시대가올것을일찍이예견했는지도모른다.그는비판과부정의대상에자신을기꺼이포함했고자신에대한후대의부정을오히려‘사랑’으로인식했다.그에게는모든반동을끌어안을넉넉한품이있었다.『이모든무수한반동이좋다』에실린평론26편은,김수영의명과암을세밀히그려냄으로써그의형상을입체적으로만든다.이책이김수영에대한새롭고도발칙한‘반동’으로작용하길기대해본다.

지금세대가불편함을느끼고여성혐오라고말하며비판하는관점은이해도되고존중되어야한다고생각한다.김수영개인의한계만이아니라시대의한계라고이야기할수도있겠지만,그렇다고해서그런혐의를부정하고김수영을무조건옹호할수는없다는이야기다.다만제가덧붙여서말씀드리고싶은것은1950~60년대를살았던김수영의태도를비판하는것보다지금을살아가는우리를돌아보는일이더중요하다는점이다.김수영의여성관에대한비판은결국김수영이라는거울을통해서오늘의우리를들여다보기위한것이어야한다._‘대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