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16.00
Description
‘그렇게 살면 망한다’고 속삭이는 세상에서
나만의 삶을 어떻게 운전할 것인가
밀레니얼 세대가 한국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를 통해 날카롭게 진단했던 정지우 작가가 2년 만에 새 사회비평 에세이를 내놓았다. 신작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는 ‘남부럽지 않은 기준’을 정답인 양 정해놓고 시기와 질투심,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끊임없이 조장하는 시대를 짚어보는 책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끊임없이 속삭이는 시대, 그런 타인들의 잣대가 알게 모르게 개인의 강박이 되는 시대에는 ‘나’의 진정한 선택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이런 시대는 무엇이 자기에게 적절하고 옳은지를 주체적으로 풀어내기보다, 타인들의 삶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소리 높이는 이야기들이 주목받는 ‘비난의 일상화’로 추동력을 얻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렇게 살면 망합니다’류의 메시지가 범람하는 유튜브 콘텐츠, 꺼질 줄 모르는 독설의 유행, 타인에 대한 저격 등은 이미 우리를 무감각하게 할 만큼 일상 깊숙이 스며 있다.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는 SNS 문화, 소비 패턴, 연애·결혼관, 일상 곳곳의 혐오와 분열에서 포착되는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딛고 나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 즉 시대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의연하게 주도하는 태도에 관해서까지 이야기한다. 특히 ‘불신’의 세상에서 타인과 어떻게 온전히 관계 맺으며 나 자신의 삶을 지켜낼 수 있을지 거창한 담론에 기대기보다는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사유를 담담히 전개해나간다는 점이 일반적인 사회비평 에세이와 차별된다.

저자

정지우

쓰는사람들이사랑하는작가이자변호사.고려대학교및같은대학원에서문학과철학을공부했다.소설을쓰다가인문학책을썼고,최근에는진솔한일상과담백한성찰을담은에세이를써왔다.수년전부터페이스북에매일한편씩글을올리고있으며,일정한완성도를유지하는꾸준한글쓰기는독자는물론이고글쓰는사람들사이에서도자극이되고있다.문학과인문학을바탕으로한넓은스펙트럼에서,언제나혐오와차별을경계하는균형잡히고따뜻한글쓰기로많은이들의지지와사랑을받고있다.

CBS「세상을바꾸는시간15분」,TvN「프리한19」,EBS「토요인문학콘서트」,「SBS스페셜」,TBS「정준희의해시태그」등다양한교양·시사·예능프로그램에출연했으며,KBS「생생라디오매거진」,「시사본부」등에서문화코너를맡아진행했다.에세이와소설분야에서여러문학상을수상했으며,문화체육관광부,법무부,여성가족부,교육청,SeriCeo,한겨레교육문화센터등여러기관에서강연,심사,자문등을이어왔다.

쓴책으로『인스타그램에는절망이없다』,『너는나의시절이다』,『고전에기대는시간』,『당신의여행에게묻습니다』,『분노사회』,『청춘인문학』등10여권이있다.

목차

서문
이런세상에살줄은몰랐더라도

1부관계:불신의시대에타인을초대하기
지렁이는비를좋아하지않는다
그사람외로웠나보다
MBTI로사랑하는법
‘반박시니말이맞음’,소통인가불통인가
“저요?”에숨겨진것들
내안의아재와싸우기
무엇이폭력인지아는시대적감각
‘그모든게너의선택’이라는잔인함
인간으로지켜야할하한선
문해력위기의또다른배경
고의,타자의마음
인생주기설을깨뜨리며
왜변호사가되었냐묻는다면
고시생의애환과사랑의절실함
도자기같은사람
결혼은‘완성’인가
한쪽에가혹한결혼
예민함궁합
딜레마를해결하는믿음의연습
아이가알려준‘지금여기’라는바다
부모라서당연한모습은없다
바닷가소녀

2부지도없는시대:삶의구경꾼이되지않는법
선례없는사회
불행과완벽사이,‘양극성분열’의시대
부러움과질투,박탈감
독설문화를경계하다
이중성에치를떠는이유
오징어게임을만드는시스템
빼앗긴시간은어디로갔는가
실패를규정하는시간표
나태함이문제가아니다
하이퍼리얼리즘코미디
구경하는유령들
집단주의라는압박
‘개인’을옹호한대법원판결
휴식권,직업바깥의자아
경험에서물질소비로
저물어가는낭만들
가성비시대의몰락
돈이주는행복을의심하는일
평가와시선의과잉
누구도왕이아닌사회를위하여
민법의세계
우연의비용앞에서

3부돌파와회복:저질러놓은세상을건너며
배반당한시절을통과할때
장막을걷어내면폐허가드러난다
태권도장이문을닫으면경력단절여성이쏟아진다
아이들의슬픔을보는슬픔
대한민국은거대한노키즈존
갈곳과기댈곳
가장현명한선택은없다
적당한구속이주는자유의힘
닥치면하게된다
단점이찾아준정답
법을공부하기전엔몰랐던무기들
행복한삶과가치있는삶
행복이라는강박에맞서
도파민과과몰입
해방의순간,에피파니
나를살리는글쓰기
책을안읽는다고글도안읽을까
정확한호의로무성한악의를견디기
느낌을불신하다
타인으로부터의자기효능감
시간은공간과함께흐른다
텅빈자루하나들고이별하기

출판사 서평

불신의시대,타인에게말걸기

이책의1부‘관계:불신의시대에타인을초대하기’에서는혐오와반목이만연한사회의단면들을살펴보고그가운데서도타인과의미있게소통하며건강하게연결될수있는출구는없는지모색해본다.예컨대성격유형검사MBTI의식을줄모르는유행을두고,그것이타인을이해하기위한도구로쓰일때도있지만때로는타인을‘사랑하지않기위한적극적방식’이될수있음을지적한다.누군가를깊이알고싶지않을때우리는그를특정한틀안에규정해,더이상섬세하게생각할필요없는존재로고정하려하기때문이다.MBTI의과학적근거를떠나그‘열풍’의한복판에서그것의이면을살피는저자의통찰은청년층사이의유행어인“반박시니말이맞음”을짚어볼때도드러난다.이말은보통‘나는그저내생각을말했을뿐이니당신이반박해도그말에재반박할의사가없다’는태도로해석되는데언뜻봐서는논쟁이나토론을회피하는것같지만그속에담긴진짜뉘앙스는보다복잡할수있다는것이다.‘설령내말이논리적으로완벽하지않더라도내말을한번들어달라’는호소로볼수도있기때문이다.저자에따르면청년세대는서로의‘다름’이존중되어야한다고믿는동시에자신의의견이부정당하는것에대한두려움을동시에갖고있는것이다.
한편우리사회에서타인을비난하는방식중에‘그것은당신의선택’이라는기준이절대적이되었다는지적은뼈아프다.“내가당신에게공감할필요가없고,당신을연민할이유가없고,당신을걱정하지않아도되고,나아가당신을혐오하거나비난해도되는이유는그모든게당신의‘선택’이기때문이라는”(44쪽)식의사고방식이다.사실한인간이인생에서무언가를전적으로선택할수있는경우란그리많지않다는점에서이러한사고방식은상당히위험하다고저자는강조한다.몇년전부터관심사로떠오른‘문해력위기’에대한시선도흥미롭다.저자는그이유에대해단순히학교교육문제나독서부족등을떠나,온라인세계에폭넓게퍼진이분법적대립구조의영향도무시할수없다고말한다.

“청소년의대부분이이용하는유튜브만하더라도유튜버들간의저격영상등이매우폭넓게퍼져있다.이러한저격영상들이하는일은대개아군과적군을나누어,상대편을일반화하고프레임화하면서악마로규정하는작업이다.언뜻보면통찰력을발휘하여공격할대상의의도를파악하는일처럼보이지만,이런일의핵심은오히려상대방의의도를‘곡해’하는데있다.(…)다시말해이런‘지적활동’의핵심은상대방의의도를가능한한정확하게이해하는게아니다.”_53~54쪽

타인을대하는방식의왜곡,타인과관계맺는방식의미숙함을그러면어떻게해결할수있을까.저자는본인일상의경험에서길어올린소중한순간들에빗대어독자들에게도저마다각자의출구를찾아보기를권한다.타인의관심사와무관하게자기이야기만늘어놓는‘아재같음’과싸우는방식,육아를하며아이를통해배우는믿음의기술,힘들었던수험생시절에어려움을함께나누었던사람들의소중함등에‘불신의시대에타인을초대하는법’이녹아있다.

지도없는시대를건널때생각해볼것들

2부‘지도없는시대:삶의구경꾼이되지않는법’에서는개인이기댈수있는공동체가와해되었음에도불구하고여전히집단주의문화가개인을압박하는현실,청년들을자신의삶에초대하는데실패한기성세대,무한경쟁과각자도생,‘기승전돈’으로흐르는소비문화,상대적박탈감으로모래지옥이되어가는사회분위기등을보다날카롭게분석한다.특히현재한국사회를‘구경꾼의시대’라는관점으로조망한점이흥미롭다.지극히개인주의화되고각자도생이진리가된세상에서세대·성별·계층·직업·정치적세력간집단갈등은점점더예민하고심각해지는현상,즉집단은약해지는데집단갈등은심화하는역설에대한것이다.저자는이에대해,실제로집단갈등을부추기는이들은‘구성원’보다는‘구경꾼’들이라고지적한다.“실체가있는집단과집단이싸우고있다기보다는구경꾼들이특정집단을규정하는작업을통해집단갈등을현실화하는것”이다.

“가령한아이의엄마가지하철에서문제되는행위를했을때,구경꾼들은그에대해‘맘충’이라는집단적규정을놀이처럼확산시킨다.특정사건은한특정인물이만들어낸일이아니라아이엄마라는집단자체의속성으로규정된다.(...)이렇게생겨난양진영은언뜻치열하게대립하는것처럼보이지만실제로있는것은구경꾼들의‘규정화놀이’에가깝다.이구경꾼들은여기에서저기로얼마든지옮겨다닐수있고,흥미가떨어지면그런놀이에서빠져나오면그만이다.그들은어딘가에소속된집단정체성을가진이들이아니라,특정집단을지목하고만들어서놀이를즐기는개인화된유령에가깝다.”_150~151쪽

저자가몇해전칼럼에서처음사용했던용어인‘시심비’에대한이야기도여전히유효하게논의된다.시심비란무엇이든짧은시간안에얻을수있는만족이중시되는현상을일컫는다.유튜브영상재생시간이나드라마시리즈등이갈수록짧아지는것,인스타그램등이미지중심의시간절약적SNS문화,책이얇아지고글자수가적어지는추세등이시심비중심콘텐츠의유행을반영한다고저자는말한다.그리고청년세대에게시심비가꾸준히중요해진다는것,즉‘시간’이없다는것은‘정신적인시간’이없다는의미를포함한다는것에주목한다.물리적시간부족에시달리는게습관화되면여유로운시간이우연히주어지더라도그시간을‘긴시간’으로누릴수없게된다는것이다.시간여유가없는삶자체가우리의정신구조를바꾸고결국인생전체를지배하는단계까지갈수있다고저자는우려한다.그근원에는어릴적부터시달려왔던무한경쟁,인생의모든걸스펙으로평가받는문화,촉각을다투며성장해야한다는강박이있다고본다.

“그렇다면이렇게청년세대가온통빼앗긴시간은누구의것이되어있는가?누가시간의혜택을누리고있는가?누가시간부자로살고있는가?모르면몰라도,그들은생존을건경쟁에시간을갖다바치지않아도되는어떤계층과관련이있을것이다.(…)시간은노동이고곧자본이다.그러므로이사회의불평등과양극화의핵심에‘시간’이있음을무시할수없을것이다.우리는시간불평등사회에살고있는것이다._136쪽

모든시대에는저마다의절망이있지만

3부‘돌파와회복:저질러놓은세상을건너며’에는얼핏답이없어보이는현실속에서도우리가포기하지않고나아가기위해갖춰야할의지와태도가,1·2부에서견지하는비평적시선에더해작가개인의이야기곳곳에더깊이녹아있다.먼저‘팬데믹’이휩쓸고간이후사회의어떤취약한면이드러났는지,또는일상의회복이라는미명하에감춰지고있는지살펴보고,그고립과해체의시간,특히자라나는아이들이겪어야했던결핍과슬픔에관해차근차근짚어본다.어린아이를키우는아빠로서아이들을포함한사회적약자에대한고민이부족한한국사회를일컬어대한민국자체가거대한‘노키즈존’이되어가고있다고비판하기도한다.

“그럼에도전체인생중아주일부에라도자신의이익이나행복이아닌다른의미를둘여지가있다면,그여지를미래의아이들에게열어주었으면한다.왜냐하면우리가누리고있는대부분의것들이이후세대의희생에발딛고있기때문이다.생태적위기,부동산버블현상,양극화,국가부채증가,각종연금이나기금의고갈,차별과혐오의문화같은것들은모두후대에미뤄둔폭탄과같다.”_218쪽

저자가서문에서언급했듯“어쩌면절망의시대라불러야할지도모르고,미쳐버린세상이라고해야할지도모르는”시대를산다고느낄때가있지만“한편으로보면모든시대에는저마다의절망이있”다.결국그는누구나그런시대나사회를자기만의인생이라는배를타고통과해야한다며,자신이특히서른넘어처음으로법학이라는영역에도전하면서이러한‘삶의구명조끼’와같은것들에대해절실히생각하게되었다고고백한다.학비를벌면서공부해야했던건차라리부차적인문제였고,로스쿨첫학년에아이가태어나새벽내내법전을넘기며아이가깰때마다분유를먹이는일상이시작됐다.설상가상아내가타지역으로복직하면서그는아이와둘이잠드는밤마다중압감과초조감과불안감에시달렸다.그렇게한시절을보내며자신을버티게하는삶의가치에대해,살아낸다는것의절실함에대해,그가운데손을잡고나아가는사람들의힘에관해하루도빠짐없이글로적어냈다.

“삶에서사실상거의첫직장생활이라고할법한생활도마찬가지였다.내가잘할수있을까걱정도했지만,역시그냥매일같이사람들쫓아다니며물어보고수십번씩지적받고그래도또뛰어다니다보니부지런히배우고적응하게되었다.사람은항상무엇이든하기전에는‘관념’에사로잡혀있다.어떤일에대한편견,선입관,두려움같은것에휘어잡힌채로한걸음을떼지못할때가참많다.그러나막상들어서면,막상닥치면어떻게든하게되는데지나고나면그시절의두려움이라는게다무엇이었나싶기도하다.”_235쪽

좌절과냉소의세상에,특히‘청춘’의좌절과냉소가당연해진시대에,젊은작가이자아빠이자이제막법조인의길에새롭게들어선그가날카롭고차분하게,삶에대한긍정과믿음을외면하지않으면서풀어내는글들은오랜경구,‘삶이그대를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노여워하지말라’던시인의말을혐오와분열의시대에새로이불러낼것이다.